|책 소개|
《고전에 묻다》는 인문학자 김경집의 ‘고전 새롭게 읽기’ 시리즈의 셋째 권이자 완결편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바라보거나 다양한 감각과 상상을 동원해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시도한다. 가령, 《논어》를 군자가 아닌 소인의 눈으로 읽고, 《어린왕자》를 시각만이 아닌 오감을 총동원해 느껴보는 식이다. 《데카메론》에서 《전태일 평전》까지,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창백한 푸른 점》까지 문학, 역사, 경제, 예술, 과학 등 국내외 고전 26권에 대한 이 숙독의 기록은 ‘고전은 질문하는 사람에게 늘 답을 건넨다’는 믿음 아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고전들에 대한 더 넓은 이해의 지평으로 이끈다.
- 내가 고전에 물으니, 고전이 새로운 길로 답하다
영상매체들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빠르고 쉬운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책의 시대가 끝났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문학자 김경집은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만 원한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공감하고 질문하면서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나의 사고, 감각, 감정을 책보다 더 확장해주는 매체는 없다고 여전히 그는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감상의 주체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고전이라도 권위에 눌리지 않고 판에 박힌 해석을 답습하지 않으며 나만의 솔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소위 고전이 담고 있다는 정답을 찾으려고 급급할 게 아니라 나만의 관점에서 “먼저 고전에 물어보는 것이다. 답은 하나밖에 없지만 질문은 끝이 없다. 답은 다른 이가 내린 거지만 물음은 내가 던진다.” 그럴 때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나의 인식과 감각을 일깨워준다. 그럴 때 고전은 단순히 ‘낡은 책古典’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높은 안목高展’을 가르쳐준다.
-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고전에 묻다》는 저자나 주인공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보려 한다. 예를 들어,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읽으며 가난한 농노에서 신흥 자본가로 성공한 로파힌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농노해방령에도 변화를 거부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고집하는 늙은 하인 피르스의 태도를 대조하는가 하면, 《세일즈맨의 죽음》에서는 숱한 애증에도 불구하고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를 영웅으로 그리는 아들 비프의 아쉬움과 평생의 동반자를 잃은 채 공허함과 무력감에 빠지는 아내 린다의 절망을 대비시킨다.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상 속 이미지와 상황에 공감하려는 이 책의 독서법은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고, 반응적이기보다는 반성적이다. 따라서 초회차 감상에서는 불가능하며, 불가피하게 재독과 숙독을 요구한다. 이 책은 이러한 감상법의 실험적 시도이자 모범적 예시다.
- 느끼고 상상하는 책읽기
모든 감각과 상상을 동원하여 새로운 이성과 감각으로 느끼고 상상하는 독서법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어린왕자》를 ‘지각’ 정보들의 단순 나열로만 수용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의 ‘감각’으로 바꿔 재생해본다. 《벚꽃동산》에서는 경매로 넘어간 후 벚나무들이 도끼에 찍혀 쓰러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비명 소리를 과거의 덧없는 영화에 대한 이별곡이자 앞으로 펼쳐질 고단한 생활을 예고하는 불길한 배경음악으로 읽어내며,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시종 등장하는 짙은 ‘안개’의 이미지를 서로를 상처 주는 가족관계의 숨겨진 아픔과 가혹한 현실의 피난처로서 갖는 침묵의 위로라는 이중적 상징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이야기를 그저 지식과 정보 위주로 소비하는 전형적 독서 방식에서 벗어나, 이처럼 놓치기 쉬운 다양한 감각과 느낌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재현해보는 책읽기야말로 훌륭한 상상력과 공감의 훈련 과정이다.
|차례|
1. 우리는 모두 슈호프다
오감을 깨우는 책읽기_『어린왕자』
소인의 눈으로 다시 읽다_『논어』
주연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_『벚꽃동산』
역사는 균형이다_『영국사』
경제학의 진실을 두려워하지 말라_『경제학을 리콜하라』
우리는 모두 슈호프다_『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_『세일즈맨의 죽음』
그 언어들로 행복할 수 있는_『무진기행』
2. 이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
소소한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_『유자소전』
이 사람을 보라_『스콧 니어링 자서전』
꺼지지 않는 불꽃_『전태일 평전』
침묵이라는 심연_『은밀한 생』
전통과 근대의 대항_『월레 소잉카 대표 희곡선』
누군가는 사랑했고 누군가는 살아갔다_『닥터 지바고』
할렘 르네상스의 재발견_『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시대의 눈으로 본 당대 풍경_『러시아 기행』
힘겨운, 과거와의 화해_『밤으로의 긴 여로』
어떻게 공감하는가?_『타인의 고통』
3. 영원한 사유의 보물
여행, 생각의 이동_『이탈리아 여행기』
진짜 여우는 누구인가?_『군주론』
내면의 울림을 깨우다_『가문비나무의 노래』
신곡神曲? 인곡人曲_『데카메론』
우주에서 바라본 점 하나!_『창백한 푸른 점』
17자에 담긴 우주_『바쇼 하이쿠 선집』
거짓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_『도덕감정론』
인간 사유의 역사적 보물_『그리스 로마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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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경집
인문학자로 시대정신과 호흡하고 미래의제를 모색하는 일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삶을 꿈꾼다.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을 전담하여 가르치다가 스물다섯 해를 채우고 학교를 떠나 자유롭게 글 쓰고 강연하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등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 『인문학은 밥이다』, 『엄마 인문학』, 『생각의 융합』, 『언어사춘기』, 『어른은 진보다』, 『인생의 밑줄』,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나이듦의 즐거움』 등 많은 책을 썼으며 2010년에 『책탐』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는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를 펴냈으며,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교과서, 나』,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등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