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진행한 토론 수업 기록이다. 흔히 그림책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이런 편견을 깨고, 중고등학교 교실에 그림책을 들고 왔다. 짧고 이해하기 쉬우며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림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최고의 토론 교재이다. 그림책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에 한 권의 책 안에 여러 주제를 다룰 수 있고, 학습자의 인지적・정의적 영역을 통합하여 가르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토론 기법으로 진행한 그림책 토론 수업의 구체적인 방법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독서토론 및 일반 토론 수업의 방법을 고민하는 교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교실에서 만나는 그림책,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 수업
토론 수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종합적 판단력과 민주 시민으로의 자질을 기를 수 있는 수업 방법이다. 많은 교사들이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며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토론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은 물론, 토론 방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주로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 위주로 토론 수업이 진행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만 서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자발적으로 더 즐겁게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 책은 출발하였다.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현직 교사 6명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림책 토론을 선택하였다. 교사들은 그림책 토론 수업을 진행함에 따라 더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다. 그림과 글의 조합이 있는 예술 형식의 도서인 그림책은 한 권의 책 안에 여러 주제를 다룰 수 있고, 학습자의 인지적・정의적 영역을 통합하여 가르칠 수 있다. 그림과 글자가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낳는 그림책은 독자의 상상과 추론과 해석이 더해져야 그 의미가 비로소 완결되는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며 성장하는 그림책 토론 수업
그림책 토론 수업은 그림책을 활용하여 토론하되,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그림책을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어 그 질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수업 방법이다. 이를 통해 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추론 능력, 다양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수업에 익숙해 있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질문을 만드는 것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이 만든 질문이 모둠 대표 질문, 나아가 학급 대표 질문으로 선정되어 전체적인 토론의 주제가 될 때 학생들은 커다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의 질문은 대개 자신의 경험, 인지체계, 가치체계와 충돌하거나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는 부분에서 형성된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의 인지적․정의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책을 읽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각각 만든 질문을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 좋은 질문, 수준 높은 질문에 대한 틀을 강조하거나 그런 질문을 요구하면 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고 수업에 위축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용감하게 다양한 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토론 매뉴얼
이 책에는 그림책을 통해서 진행한 12가지 각각 다른 토론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각각 철학적 탐구공동체, 브레인라이팅, 프로콘 토론, 퍼블릭포럼 디베이트, 핫시팅, 회전목마 토론, 소크라틱 세미나, 월드카페, 논증 게임, 찬반패널토론, 오픈스페이스, 주도권 토론이다.
이 책을 쓴 교사들은 그림책을 읽고 위의 토론 방법에 따라 토론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책을 읽는 방법부터 토론 진행 순서, 토론 과정에서 오간 대화, 토론의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였다. 많은 교사가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교사들을 위해 각 토론 기법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이어 그 방법에 따라 실제로 진행한 수업 사례를 가장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해두었다.
토론 수업을 하고자 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망설였던 교사들은 이 책을 통해 그림책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편견을 깨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변화하는 아이들
그림책 독서토론 수업을 하면서 교사는 그동안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쉬운 내용과 범용적인 주제, 그림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그림책 독서토론은 학과 성적이나 배경지식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토론 질문을 만들기 때문이다.
차별에 관한 그림책인 《초코곰과 젤리곰》을 읽고 “초코곰과 젤리곰의 성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대표 질문으로 선정했을 때 교사는 아이들이 성의 없이 수업에 임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편견’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고, 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자신의 편견을 깨는 경험을 했다.
학생들이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서로 묻고 답하는 핫시팅 토론 수업은 그림책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할 수도 있고, 자신의 모습을 그림책 속 인물에게 비출 수도 있다. 이 수업 이후 평소 자존감이 떨어졌던 어느 학생이 자신감을 되찾기도 했다.
그림책 토론 수업은 기본적으로 질문을 활용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이유를 추론하며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학습 활동이다. 질문을 만들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할 기회를 얻는다.
그림책은 대부분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자유, 평화, 사랑, 가정 등 중요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림책 독서토론은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와 발표력뿐 아니라 가치관을 바로잡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자 소개|
권현숙 _호평고등학교
김민경 _고잔중학교
김준호 _장곡중학교
김황곤 _영생고등학교
백지원 _부평여자고등학교
조승연 _필봉초등학교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는 토론 교육으로 생각하는 힘을 지닌 학생들을 길러내고 이를 통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임이에요. 토론 관련 저술 활동,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와 연구 자료 개발 등을 실천하면서 토론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습니다.
|차례|
들어가는 말 _ 그림책 토론 수업이란?
1. 초코곰과 젤리곰의 성별은 무엇일까? _김준호
철학적 탐구공동체 / 《초코곰과 젤리곰》
2. 슈퍼 거북 뒷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_ 김준호
브레인라이팅 / 《슈퍼 거북》
3. 친자식이 아니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_ 김민경
프로콘 토론 / 《뻐꾸기 엄마》
4. 100만 번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할까? _ 김민경
퍼블릭포럼 디베이트 / 《100만 번 산 고양이》
5. 엄마는 왜 집을 나갔을까? _ 조승연
핫시팅 / 《돼지책》
6.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_ 조승연
회전목마 토론 / 《스갱 아저씨의 염소》
7. 관심과 사랑의 힘 _ 김황곤
소크라틱 세미나 / 《까마귀 소년》
8. 사람의 욕심은 제어할 수 있을까? _ 김황곤
월드카페 / 《색깔을 훔치는 마녀》
9. 방귀쟁이 며느리는 시댁으로 돌아가야 할까? _ 권현숙
논증 게임 / 《방귀쟁이 며느리》
10. 도시 ‘올’의 규칙은 정당한가? _ 권현숙
찬반패널토론 / 《고슴도치 X》
11.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세상,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_백지원
오픈스페이스 / 《시애틀 추장》
12. 의사는 직업적 소명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을까? _ 백지원
주도권 토론 /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부록 1 그림책 토론 수업(사회과 예시)
부록 2 그림책 토론 수업 활동지
부록 3 그림책 활용 소크라틱 세미나 활동지
부록 4 그림책 활용 교과 연계 대회
|책 속에서|
토론이 시작되고 많이 놀랐다. 재미삼아 초코곰과 젤리곰의 성별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책 구석구석 다양한 그림들을 근거 삼아 초코곰과 젤리곰의 성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했다. 교사인 나는 편견을 가지고 모든 걸 쉽게 판단했는데, 학생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새롭게 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편견에 치우친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측면을 보려고 노력했다.
_ 42쪽, 「1 초코곰과 젤리곰의 성별은 무엇일까?」
토론 수업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몇몇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의 대다수는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를 꺼린다. 토론 수업에 접어들면 평소 수업 때도 말이 없던 학생들은 입을 더욱 굳게 닫게 된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는 친숙하고 쉬운 소재가 생각의 부담을 덜어준다. 오히려 생각을 자유롭게 하게 된다. 또한 앞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게 되니 발표한다는 느낌보다는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수업 종료 종이 칠 때에도 학생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_163쪽, 「6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학생들은 한 권의 그림책을 매개로 토론을 하며 사실과 가치, 근거와 이유 구분, 논리적 비판과 창의적 생각, 공감과 배려의 눈길, 예리한 질문과 답변 등을 공유한다. 수십 번 주입해도 가르치기 쉽지 않은 사회적 가치와 문제 해결에 관한 쟁점을 그림책 한 권으로 즐겁게 토론하며 배울 수 있었다. 어려운 사회적 주제의 쟁점들이 학생들의 주체적인 생각과 입말로 공유될 수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_ 252쪽, 「9 방귀쟁이 며느리는 시댁으로 돌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