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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평 쓰기의 고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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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6-03 11:32 조회 1,1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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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턱 낮추기 ① 

청소년소설 서평은 어떻게 쓰나요?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최근 미국 <School Library Journal> 온라인 홈페이지에 실린 작가 로이스 로리의 인터뷰를 읽었다. 인터뷰에 “도서관 사서, 특히 학교도서관 사서들이 최근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미국 도서관 역시 수서 관련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기에 이를 의식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로이스 로리는 이에 “지금 이 순간 제가 사서보다 더 존경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략) 저의 감사와 감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며 사서교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로이스 로리는 서재에서 혼자 작품을 집필하는 작가와 달리 사서교사는 책을 매개로 독자와 사회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존경의 이유로 덧붙였다.1)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서교사는 수서부터 각종 행사까지 담당할 업무가 많다. 따라서 서평 쓰기는 언뜻 들으면 또 하나의 새로운 업무처럼 여겨지고, 더구나 글쓰기는 누구나 부담스럽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간 선택부터 도서관에서 청소년 독자를 직접 만난 경험까지, 사서가 서평에 담을 글감은 이미 넉넉히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이 과정을 책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독서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살아 있는 서평이 쓰일 수 있다. (...)



1) “Lois Lowry to Librarians: “There Is No One Whom I Admire More””, , 2024.04.17



서평이란 무엇인가?


서평은 책 한 권에 대한 짧은 비평이다. 독후감의 주요 내용이 줄거리 요약과 필자의 감상이라면, 서평은 대상 작품이 가진 의미를 밝히거나 책이 독자나 사회와 맺는 관계를 살핀다는 점에서 독후감과 차이가 있다.

책은 크게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어린이책의 경우 문학과 비문학이 쉽게 구별되지 않을 때도 있다. (...) 간결한 진술로 명확한 사실과 필자의 주장을 담는 것이 생명인 지식정보책은 은유와 상징을 사용해 이야기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문학과는 다르기에 서평을 쓸 때 중점을 두어야 할 내용도 상이하다. 그러므로 오늘 허락된 지면에서는 청소년문학, 특히 소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좋은 청소년소설을 고르는 법


추천할 만한 책으로 고르기

서평을 위해 책 한 권을 선택하는 순간부터가 바로 평가의 시작이다. 서평은 으레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정된 지면에 쓰게 된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쉼 없이 출간되는 책 중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책을 고르려 노력한다. 흔히 서평가들은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떠오르는 책이 서평 쓰기 좋은 책이라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할 말이 없으면 쓰기가 어렵다. 그런데 할 말이 많은 경우는 책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할 말은 많아진다. 그러나 서평에는 추천의 의미가 있고, 또 짧은 분량으로 써야 할 때는 책의 비판점을 조목조목 밝히기도 힘들기에 비판의 요소가 많은 책은 대개 서평 책에서 제외한다. 즉 짧은 분량의 서평에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추천 도서가 서평감이 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아쉬운 지점을 짤막하고 분명하게 서술할 수는 있다. 서평보다 긴 분량의 비평에서는 세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라도 필자에게 비판할 대목이 보이면 비판한다.


‘의도의 오류’와‘감동의 오류’경계하며 고르기

작품을 선택해 독서를 시작할 때는 ‘의도의 오류’와 ‘감동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의도의 오류란 작가의 집필 의도나 작가가 선택한 특정한 소재만으로 해당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교우 관계, 청소년들의 SNS 사용, 각종 역사적 사건 등은 모두 중요한 소재지만 위 소재들로 소설이 쓰였다고 작품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감동의 오류’는 많은 독자가 재미있다고 평한 사실이 곧 그 책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해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다양한 대중 장르의 작품을 모두 청소년소설로 포함시키는 현재의 출간 경향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일수록 서평을 쓸 때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 작가의 인지도가 후속 작품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책도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단계에서 작품 외적인 부분에 자신의 판단이 크게 좌우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은 검토하고 책을 고를 것. (...)



둘째, 소설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법


작품의 뾰족한 특징 살피기

사람들은 보통 한 권의 책을 한 번만 읽는다. 그러나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여러 번 읽으며 책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때 단순히 줄거리만 요약하기보다는 인물·사건·배경 등을 조금 더 깊이 살펴야 한다. 서평을 쓸 때는 전체 줄거리는 되도록간단하게 쓰고, 해당 작품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작품의 장점과 한계가 드러난다. 서평에서 작품 내용은 단순한 작품 소개를 위해서 쓰이는 게 아니라 서평자의 책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로 쓰인다.

어떤 작품은 등장하는 인물의 관계를 통해 구조가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금이 작가는 두 인물을 대비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 두 인물을 중심으로 큰 줄기를 잡으면 서평 쓰기도 수월해진다. 인물의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은실 작가는 시점을 잘 활용하는 작가다.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순례 주택』(2021)이 만약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다면 어땠을까? 청소년 주인공 오수림의 눈에 비친 순례라는 인물과 부모의 대비가 이렇게 맛깔나게 비교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작품의 시공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역사소설에서는 인간이 서 있는 시공간이 바로 인간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며, 인물에게 닥친 갈등과 직결된다. 『1945, 철원』(이현, 2012)은 제목이 말해 주듯 작품의 시간과 공간이 주인공 은혜와 경애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품의 장르도 흥미로운 분석의 근거가 된다. 송미경 단편집 『나는 새를 봅니까?』(2020)에는 판타지 작품이 많은데, 청소년소설에서 판타지는 서사적 박진감을 위한 경우와 은유나 상징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 문학은 표면 구조와 이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사건이 표면 구조라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면에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가령 「나는 새를 봅니까?」에서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는 ‘하얀 새’는 이야기의 한 장면(표면)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꿈꾸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면)을 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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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효과적으로 퇴고하는 법


평소 청소년 독자는 누구인가 고민하기

서평을 쓸 때 작품의 ‘미학성’과 ‘사회적 의미’ 중 어느 한쪽만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두 가지를 고루 논하게 된다. 이때 평소 ‘청소년 독자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도 고민해 두면 좋다. 가령 청소년 독자를 위한 특정한 주제나 쉬운 문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정리해 나만의 논거를 만들어 두자. 나의 경우 대중 독자를 위한 쉬운 소설도 필요하고, 다소 어려운 소설이나 무거운 주제를 담은 소설도 소수의 청소년 독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청소년소설가 박지리의 작품은 읽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되지만 이 작품을 읽고 문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청소년 독자를 종종 만난다. 어느 시대에나 문학에 깊이 빠지는 독자는 있기 마련이며 그들을 위한 작품은 꼭 필요하다. (...)


하고 싶은 말부터 다 쓰기, 수정은 그다음

서평 초고를 쓸 때는 위의 생각을 모두 담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메모한 것을 서론, 본론, 결론 정도의 순서만 정하여 범박하게 쓴다. 이때 글의 완성도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글은 반복해서 고치며 완성된다. 글을 잘 수정하는 비결은 초고를 짧게 써서 분량을 늘리는 게 아닌, 반대로 처음부터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써 놓고 분량을 줄이는 것이다. 책 한 권의 서평은 200자 원고지 15매(A4 용지로 1.5장) 내외인 경우가 많다. 이때 20매 이상의 분량을 먼저 써 놓고 추후 편집하다 보면 결국에는 꼭 필요한 글만 남으며, 글의 밀도가 높아진다.


시간 두고 다시 읽기

퇴고의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을 두고 읽는 것이다. 이때 힘들게 쓴 글을 줄여야 하는 상황과 만난다. 자신이 공들여 쓴 글을 삭제하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시간을 두고 읽어 보면 독자와 나눌 가치가 있는 대목이 보인다. 중언부언하거나 동어반복이 이어지면 독자가 글을 즐겁게 읽기 어렵다. 이때 독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그 사람의 눈으로 글을 읽으며 글을 객관화하려고 노력한다.


(...)

 


청소년소설 역시 문학임을 잊지 말기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청소년소설 역시 문학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청소년소설은 인간이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포괄한다. 성인이 청소년소설 서평을 쓸 때는 미성년 독자들을 의식해 책 선택, 책의 주제, 서평 내용에서 자칫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문학은 교육이나 교훈으로 달려가는 목적 지향적 장르가 아니다. 문학은 독자에게 천천히 생각할 여유를 주고 그 시간을 통해 독자가 자신만의 답을 찾으리라 기대하며 독자를 믿는 장르다. 박지리의 『번외』(2018) 속 주인공 소년은 사회적 참사의 생존자로, 참사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실존을 묻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삶의 의미를 묻기 위해 밝은 이야기가 아닌 가장 어두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청소년 독자는 삶이 가진 의미를 깊이 성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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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이야기들과 함께 서평 속에 학교도서관에서 이뤄진 현장 사례까지 녹여 낸다면 그 서평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앞으로의 청소년소설 서평은 글 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뿐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이 써야 한다. 청소년, 성인, 교사, 학부모, 전문 비평가, 여러 직업인 등 다양한 사람이 청소년소설을 읽고 서평을 쓴다면 책을 중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연대할 기회도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청소년책 서평을 씁시다!



장르 문턱 낮추기 ② 

동시 서평, 쓰려니 막막한데

뭐부터 해야 하나요?



김유진 동시인, 아동문학 평론가




종이책에 발표된 나의 첫 서평은 원고지 10매 분량의 ‘동시집 서평’이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청탁을 받아 놓고는 막상 서평을 쓰려고 보니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동시집 서평은 다른 책과 달리 좀 난감했다. 신문사의 출판 담당 기자로 매주 여러 편의 서평을 쓴 시절도 있었고, 직장을 그만 둔 이후에도 책을 읽고 비평하는 일이 그저 좋아서 인터넷 서점에 올린 서평이 백 편가량 되었는데도 말이다. 

동화 서평의 경우 인물을 분석하고 줄거리를 요약해 주제를 찾아낸 후 그에 대한 비평적 평가를 하면 최소한 서평의 꼴은 갖출 수 있다. 그런데 동시집에는 인물, 줄거리, 주제가 없다. 시의 요소인 화자, 리듬, 비유와 상징은 서사 장르처럼 이것이 정답이다, 하고 자신 있게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모호성이 서정 장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또 동시집에는 대개 50편 내외의 동시가 수록되는데 이 많은 동시들로 어떻게 동시집 한 권을 꿰뚫는 서평을 쓸지도 어려운 문제다. 지금이야 혼자 탐색하며 발견한 길이 어느 정도 훤하지만 처음의 막막함은 너무나 당연했다.



 1단계  서평 쓰기의 엄중함 깨닫기


동시집 서평을 쓰려면 여느 책들과 다른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시집 서평의 특수성이 있다. 이와 동시에 동시 서평 역시 서평으로서의 보편적 특성도 지닌다. 그러므로 동시집에 대해 서평하려면 서평이란 무엇이며 서평을 어떻게 쓰는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우선이다. 동시집 서평의 특수성은 그 보편성 위에 겹쳐져야 한다.

서평의 핵심은 비판적 평가다. 평론가가 쓰는 긴 비평에만 평가가 들어가고 독자가 쓰는 짧은 서평에는 평가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비평과 달리 서평을 단순한 소개글로 여기는 까닭은 실제로 많은 서평이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리뷰, 신간 소개, 해설, 추천사 등등 이름이 어떻든 간에 그 서평들에 과연 평가가 들어가지 않을까. 글이 놓이는 자리와 기능에 맞추어 상찬 일색이라 하더라도 비판 없는 상찬이라는 평가가 개입되어 있다.

모든 글이 그러하지만 특히 서평이라는 텍스트는 ‘말한 것’만으로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것’이‘말한 것’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알리고 소개하는 데는 선택과 배제가 동시에 작용한다. 날마다 쏟아지는 책 더미 사이에서 왜 다른 책이 아니라 그 책을 골랐는지, 왜 비판은 하지 않고 상찬만 하는지가 바로 그 선택과 배제이다. 서평에 담긴 평가의 무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엄중함을 깨닫는 일이 서평을 쓰는 가장 첫 단계이다. (...)


 

 2단계  동시를 평가하는 시선 갖추기


서평의 핵심이 비판적 평가라고 한다면 동시집 서평의 시작은 동시를 평가하는 시선에 있다. 동시집 서평을 쓰는 일에는 다른 책에서 요구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고 했으면서 동시를 평가하는 시선까지 이야기하니 더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선은 꾸준함만으로 얼마든지 길러진다. 동시집을 꾸준히 읽기만 하면 된다. 
다행스럽고 반갑게도 동시집 한 권을 읽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천천히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독서 시간을 길게 갖지 않고도 마음이 오롯하게 환해지는 문장들을 동시집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문학 장르가 대신할 수 없는 종류의 기쁨이다. 그 시간을 느긋이 즐기다 보면 동시를 평가하는 시선이 자연스레 길러진다. 아마도 그림책 10권을 읽은 독자와 100권을 읽은 독자의 비평은 다를 거다. 1000권을 읽은 독자라면 또 어떨까. 무조건 많이 읽었다고 해서 평가를 신뢰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작품을 평가하는 시선은 좋은 작품을 많이 읽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계속 보다 보면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저절로 생기는 일과 같다. 물건조차 그런데 일상 언어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언어로 구성된 문학 작품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


 3단계  오감을 열고 논리적으로 해석하기


이제 기술을 말할 차례다. 글쓰기에 대단한 팁이 없듯 아무래도 기술이라 부를 것까진 없을 듯하지만 지금까지 세 권의 동시집을 내고, ‘벽돌책’ 서너 권 분량의 동시 서평과 비평을 쓰면서 체득한 기본기이니 혹시 다른 독자들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지 기대를 가져 볼 뿐이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동시집을 그저 감상하는 독자로 읽는 시선과 평가하는 독자로 읽는 시선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앞서 비판적 평가를 강조했듯 감상에 평가를 더해야 한다. 대신, 평가에 신경 쓰느라 감상이 방해되면 안 된다. 더군다나 동시는 서정 장르의 근본 성격상 작품 감상의 폭과 깊이가 매우 다채롭다.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온 마음을 기울이고 오감과 기억을 열어 둔 채로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흔히 평론을 주관의 객관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의 머리와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상의 아주 작은 조각들까지 무시하거나 빠뜨리지 않으며 작품을 따라간 뒤 그 조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라는 뜻이다. 물론 감상과 해석의 두 과정은 책을 읽는 첫 순간에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여러 차례 읽는 가운데 두 과정이 반복되고 순환되며 서로를 풍요롭게 만든다. 으레 독서 체험이 그렇듯 특히 동시집은 읽을 때마다 감상과 해석이 달라진다.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감상과 해석을 받아 적으면 훨씬 풍요로운 서평이 된다. 

(...)

 


좋은 서평이 만드는 좋은 동시를 위하여

 
비평의 역할이 다한 시대처럼 보여도 비평은 여전히 중요하다. 좋은 문학이 아닐 바에야 문학보다 백 배 재미난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굳이 문학 작품을 읽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동시집이 출판되는 한 좋은 동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고민을 담고 있는 글이 바로 서평이다. 좋은 서평은 좋은 동시를 만든다. 
좋은 아동문학 평론에는 ‘어린이 독자’와 ‘아동문학의 문학성’에 대한 고민이 늘 같은 무게로 공존해 왔다. 동시집 서평 역시 그래야 할 텐데 동시 장르에서 이 과제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러니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동시를 읽는 마음』 같은 아동문학 평론집이 정리하고 밝힌 길을 읽어 보면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동시를 창작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이 쓴 동시를 읽어야 하듯 동시 서평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론가의 동시 비평과 서평을 읽으면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동시의 교과서가 동시이듯 동시 서평의 교과서는 동시 서평이다. 평론집을 읽으면 동시를 평가하는 시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대개 도서관에는(비중을 염두에 뒀을 때) 백 권의 동화책과 한 권의 동시집이 있다. 그 한 권의 동시집이 동시의 전부라 착각할 수 있지만 서가에 꽂히지 않은 아흔아홉 권의 동시집 중에도 좋은 동시집이 많다. 꾸준히 동시집을 읽는 독자가 늘어나서 그 동시집을 찾아 서가에 꽂아 주면 좋겠다. 기쁨을 담은 동시만큼 슬픔을 담은 동시를 어린이 독자들이 읽을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재미나는 동시보다 재미없는 동시가 더 재미날 수 있다는 걸 알아가길 기대한다. 좋은 동시집 서평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도서관 서가의 동시집이 동화책만큼 늘어나 어린이 독자들이 더 충만하고 다양한 동시의 언어를 만나며 자신과 세계를 넓혀 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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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턱 낮추기 ③

그림책 서평의 기본기를 다지고 싶어요



김혜진 그림책보다연구소 대표, 『야금야금 그림책 잘 읽는 법』 저자




서평의 필요성은 우리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드는 데 있다. 좋은 서평은 전혀 몰랐던 책을 발견케 하거나 이미 읽은 책도 다시 한번 찾아 읽고 싶게 해 준다. 또 어떤 책에 관해 판단하기 어려울 때 유효한 글이 되어 준다. 책을 선별해 그 책이 가진 장단점을 짚어 주기 때문이다. 단번에 읽어 내기 다소 긴 책 내용을 축약해 주제나 소재에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게 한다. 이때 그림책 서평이라면 그림의 의미를 짚어, 독자가 미처 알 수 없었던 책의 가치를 알게 해 줘야 한다. 그림책 서평을 쓰려는 이는 그 누구라도 책 내용(서사)에 관한 정보와 가치에 더해, 이를 위해 책 안에서 그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읽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하루아침 혹은 1∼2년 안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일반 도서에 비해 그림책 서평 쓰기를 더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당연하다. 대체로 글 읽기가 그림 읽기보다 더 익숙하고 손쉽기 때문이다. 청탁이든 투고든 막상 그림책 서평을 써야 할 때가 오면 대체로 당황하게 된다. 이 짧고 얇은 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가 고민일 것이다. 글은 적고 그림은 많은데 그림의 어떤 부분을 살피고 말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글만으로는 책을 다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도 그림책 서평을 쓰려 할 때 그림 때문에 고민이 된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이다. 읽는 방법을 아예 바꿔 보자. 극단적으로는 글을 가리고 읽어도 좋다. 쉽진 않아도 일단 읽기부터 시작해 보자.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서평을 쓰기 위한 그림책 읽기


파라텍스트(paratext) 읽기

그림책은 다른 어떤 책들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그러니 처음엔 우선 만듦새 위주로 살펴보아야 한다. 장정은 어떤지, 앞뒤 표지 연결성은 활용했는지, 표지 그림과 제목 글자의 모양은 어떤지, 제목과 그림 내용은 어떤 관계인지 혹은 아무 연관이 없는지 등을 읽는 단계다. 파라텍스트의 파라(para-)는 문턱, 가장자리라는 뜻이다. 파라텍스트는 본문을 제외한, 책을 설명하는 책 안팎의 요소를 말한다. 판형, 종이, 제본 방식, 면지 활용, 책등이나 바코드 디자인 등등 본문 말고 보이는 모든 것이 파라텍스트다. 그림책은 책의 주제 등을 판형이나 책 크기에 반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세상을 이어 주는 다리를 건너요』라는 그림책은 다리가 연상되게 가로로 긴 판형이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소재라면 세로로 긴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콰앙!』은 평균적인 판형보다 유독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주제와 연관이 있어서다. 책 자체만 두고 볼 때 책의 물성 역시 파라텍스트다. 평면 종이에 인쇄해 제본한, 납작한 모양의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다양한 물리적 속성을 적극 활용하고 극대화한 것이라 보면 된다. 외적으로는 책을 소개하는 서평, 추천사 등도 파라텍스트에 속한다. 그러니 띠지와 겉표지에도 의미가 있는지 같이 살핀다. 면지 역시 활용도가 높다. 그저 아무 표시가 없는 색지를 쓰기도 하지만 본문과의 연결점을 면지에 그려 넣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앞면지에 그려진 문제나 제안이 뒷면지에 해결점으로 그려지는 방식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작가 정보도 놓치지 말자. 작가 정보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진 계기와 작가의 관심사 혹은 기획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파라텍스트는 도입부에서 시작해 책 전체를 다 읽는 사이사이 계속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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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기

처음 글자를 익힌 아이들은 한동안 눈에 보이는 모든 글자를 집어삼키듯 읽어 나간다. 이미 너무 익숙해진 읽기 방식이니 성인은 그림이 더 눈에 안 들어올 것이다. 책에 글과 그림이 동시에 있다면 글을 아는 누구라도 글에 먼저 눈이 가게 된다. 그만큼 문자는 강력하다. 당연히 그림책을 볼 때도 글부터 읽는다. 우선은 글부터 읽은 다음 다시 책을 펼쳐 그림만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자. 의식적으로 그림 위주로 읽는다 해도 글을 안 볼 순 없다. 다만 글과 그림의 관계를 생각하며 읽는 것이 좋다. 다 읽은 다음에는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읽자. 그렇게 읽었는데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림에서 보여 주는 내용을 글로 메모하면서 읽어 보자. 이 단계에서 알게 되는 건 대략의 줄거리와 주제, 소재, 표현 방식 등이다. 본문 읽기의 관건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잘 구현했는지를 포착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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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방식 보기

글을 서술하는 방식과 그림의 표현 방식(재료나 기법)도 함께 살펴본다. 어떤 재료와 표현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혀서 이야기의 특징을 살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는 작가의 개성을 잘 파악하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 덕분에 손으로 작업한 것 이상의 표현이 가능해졌다. 주목할 건 ‘이 모든 표현 방법이 이야기를 어떻게 살리고 있는가’다. 다른 장르의 이미지나 익숙한 이야기 속 그림을 가져와 이야기에 녹아들게 만드는 시각적 상호 텍스트성의 활용 여부도 알아본다. 전체 발행되는 그림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논픽션 그림책은 무엇보다 정보 전달이 잘 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보면 된다. 과학, 역사, 인물 이야기나 여타 학문의 이론을 알려 주기에 그림과 그래픽 요소는 그 어떤 것보다 효과적이다. 기존 표현 방식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접목한 논픽션 그림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더 자세한 그림 읽기의 방법은 『야금야금 그림책 잘 읽는 법』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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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서평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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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쓰기

‘책 정보’ 부분과 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가름하게 하는 ‘분석과 가치’ 부분은 원고 분량을 정해 두고 시작하자. 각각 내용의 절반씩 쓴다 생각하면 분량 조절에도 유리하다. 원고량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초고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큼 넉넉히 써 두는 게 좋다. 짧은 글을 분량에 맞춰 늘이는 것보다 긴 글을 줄이는 게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육하원칙에 맞춰 한 문장으로 쓰는 훈련을 반복하면 줄거리는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림책 정보를 쓸 때는 이제껏 메모한 내용이 큰 도움이 된다. 내용, 작가, 구조, 표현 방식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 나가면 된다. 서평자가 찾아낸 책의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한 문장은 개인적인 감상 글이 아니어야 좋다. “사자 눈이 무섭다”고 쓰기보다 “매서운 사자의 눈이 향하는 곳엔 누가 있다”는 등 그 장면의 의미는 무엇인지 쓰자. 따뜻한 느낌이 서평을 읽는 이에게 전달되려면 “따뜻한 느낌이다”라고 쓸 게 아니라 어떤 배치와 형태와 채색이 있는지 설명한다. 논픽션 그림책의 경우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작가나 편집자보다 더 많은 자료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사실 확인을 해 두자.


퇴고하기

내용을 더 넣거나 빼거나 바꾸는 걸 여러 번 반복해 글을 다듬는 단계다. 여기서 다시 한번 점검할 것은 전반적으로 그림 읽기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 장면을 통해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본인이 쓴 서평을 다시 읽으며 원고 분량이 너무 넘친다면 내용 설명에서 분량을 쳐내는 게 좋다. 한 문장 줄거리 쓰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하거나 같은 말을 계속 쓴 경우 과감히 빼자.



과감하고 명료한 그림책 서평이 필요한 오늘

 

서평이 반드시 어떤 영향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좋은 그림책과 작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서평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써야 엉터리 책들을 솎아 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선별한 좋은 그림책이어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서평에 쓰자. (...)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4 <학교도서관저널> 6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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