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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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9-02 12:49 조회 277회 댓글 0건본문
학교를 이루는 사람의 말하기 ① 교사
슬픔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문경민 초등 교사,『 지켜야 할 세계』 소설가
나는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로 6년째 일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나치다 싶은 학부모 민원을 받았고 교권 침해 사안이 있었으며 학생이 녹음기를 가지고 등교한 것으로 짐작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저런 문제로 흥분한 학생을 제지하다가 아이의 뒤통수에 아랫입술을 찍혀 피가 나기도 했다. 한 학기가 마무리되는 7월 중순의 어느 날, 급식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한 동료 교사가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며 덧붙였다. “1년이 지났는데 바뀐 게 없어요.” 잠시 멈칫했던 나는 목구멍 너머로 밥을 삼키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바뀐 게 없다는 그 말은 이따금 뉴스나 동료들에게서 듣곤 했던 말이었다. “애써봤지만 다 헛일이었어요.” “1년 전 그토록 부르짖었던 교권 회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요.” “바뀐 게 없잖아요.” “괴이한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여전하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했으나 이해되는 마음이었기에 무어라 대꾸하지는 않았다. 급식실에서들은 그의 말에 유독 정색을 했던 건 아마도 7월1)이어서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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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자 주: 2023년 7월 18일,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에서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교권 보호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민사회에서 이뤄지기 시작했고 9월 4일, 교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움직임이 광장에서 이어졌다. 올해 7월 18일은 서이초 교사가 희생된 지 1주기가 되는 해다.
납작해지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여부와 무관히 우리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1년 전 7월 18일, 서이초의 그 일이 있기 전부터 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모두의 어려움이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납작해지는 듯한 무게감에 모두가 허덕이고 있을 때 서이초 박인혜 선생님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의 죽음을 향한 교사들의 애도와 공분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는 움직였고 우리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목소리를 세상을 향해 쏟아냈다. 우리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했던 힘을 끄집어내어 한국 사회에 충격과 질문을 던졌다. 역사에 남을 여러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박인혜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의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바뀐 게 없다고 말하지 말자.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그렇게 흘리듯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염치없는 일이다.
올해 나는 교권 침해 사안을 다루며 관리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학부모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흥분한 상황에서 흘린 실언을 사과하는 일도 예
전보다 늘어났다. 교권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이고 올해 총선 때 국회의원이 된 교사가 두 명이나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 분위기나 법으로 완전히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확인했던 변화의 힘을 실체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은 잠깐의 기분이나 한때의 뜨거움으로 가까워지지 않는다. 시민성을 회복하고, 우리를 보다 노련한 사람으로 성숙시키며,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학교 안에서 작은 변화를 일궈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먼저 세상을 떠난 그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총량’을 줄인다는 것
2023년 7월의 그 일 뒤로 학생 생활 규정 개정 관련 공문을 받았다. 컴퓨터 모니터에 뜬 학생 생활 규정 개정 공문을 보며 나는 서이초의 박인혜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일련의 일들이 지나간 뒤, 내 앞에 온 익숙한 형식의 문서가 나는 어쩐지 눈물겨웠다. 나는 학생 생활 규정 개정 작업을 완료하고 개정된 학생 생활 규정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생님들의 지원과 관리자들과 논의를 통해 생활지도실을 따로 마련했고 학년별로 돌아다니며 훈육-훈계-자기성찰문-생활교육위원회로 이어지는 생활규정 적용 방침을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학부모들에게도 관련 절차를 안내했다. 아이들이 욕을 쓰지 않게 하려고 캠페인도 벌이고 선생님에게 불손하게 구는 학생이 있으면 생활지도실로 불러 훈계한 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주의를 당부했다. 학생이나 학부모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을 찾아가 얼굴을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고 대책을 의논했다. 주의가 필요한 학생들을 생활지도실로 불러 따로 지도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 생활 규정의 취지를 살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것으로 나는 박인혜 선생님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했다.
그가 한때 누린 기쁨을 소중히 한다는 것
아이들을 보낸 교실에서 홀로 핸드폰에 저장된 우리 반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곤한다. “선생님, 저희 춤추는 거 찍어 주세요.” “혼자만 보세요.” “엄마한테 보내시면 저희
롯데월드 보내 주셔야 해요.” 말도 안 되는 춤을 신나게 추는 아이들을 보며 교실에서 혼자 키득거린다. 선생님이 눈부시도록 멋있어서 교실에 들어오기 힘들다며 아첨에 가까운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편지도 이따금 꺼내어 본다. 삶은 지나가는 것이고 나를 향한 이 아이들의 사랑도 지나가는 것이지만, 흐르듯 스쳐 가는 아이들의 마음과 잔상으로 남은 아이들의 웃음이 어여뻐서 가끔은 콧등이 시큰해지고 만다. 나는 교실에서의 시간과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예전보다 더 소중히 여기려 한다. 이 모든 것이 박인혜 선생님이 한때 누렸던 것이므로.
우리는 슬픔을 건너온 사람들이다. 저편 강기슭에 그들을 두고 온 사람들이다. 우리 곁에는 함께 헤엄쳐 강을 건너는 무수한 동지들이 있다. 때로는 거친 물결을 부수고 바람도 가르고, 이따금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피라냐도 제압해 가며 우리는 시대의 강을 가로지른다. 함께 가야 좋은 길이다. 나의 일을 사랑하고 일의 의미로 삶을 채워 가며 아침이 만만한 우리로 살아가자. 아마도 변화는 출근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학교를 이루는 사람의 말하기 ② 사서교사·사서
교육공동체의 동심원을 그린다는 것
정유화 의정부중 사서교사
오래전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도서관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서관은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국내외 사례로 만나는 도서관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용자가 도서관 자료와 서비스를 필요에 맞게 활용하고, 나아가 자연스레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서교사가 되고자 학교도서관에 대해 공부하던 때, 나는 학교도서관을 책 먼지 날리는 독서실처럼 만들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교육에 필요한 공간이자 학생들에게 시민성을 길러 주고, 동료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필요가 생길 때 주저하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사서교사는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공부하고, 근무를 하면서도 현장 연구를 통해 학교도서관을 교육과정과 어떻게 하면 좀더 밀접시켜 운영할지 매년 공부했다. 하지만 이제 와 보니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때에도,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도 학교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별로 상황과 여건이 다양하게 바뀌는 것이 학교생활이라지만, 그간 학내 구성원들의 학교도서관 및 학교도서관 담당자에 대한 낮은 기대와 무관심으로 어느 학교든 공통적으로 불편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이 불편 사항은 ‘사서교사의 전문성 영역을 스스럼없이 침해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부분과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으로서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라는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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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 권리 침해의 다양한 모습들
현장 수서 시 발생하는 관리자의 통제
도서관에 필요한 책을 선정하고 구입하는 절차인 수서 업무는 학교도서관 담당자가 임의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학교도서관 운영 지침에 규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담당자는 도서 정보 수집 과정에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실제 오프라인 서점으로 현장 수서를 가서 요즘 도서 출간 경향을 파악하거나 책 내용을 직접 살펴 수서 목록에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니 현장 수서는 담당자가 일부러 수서에 시간과 공력을 들이는 일이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현장 수서에 대해 관리자들의 시선이 대체로 곱지 않은 것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이때 학교 관리자에게 ‘왜 꼭 학교 밖으로 나가서 책을 선정해야 하는지’, ‘왜 꼭 업무 시간에 서점에 가야만 하는지’ 등의 물음을 받거나 모종의 압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직무와 직결되는 출장임에도 일부 도서관 전담인력은 현장 수서 과정에서 학교 관리자의 눈치를 보게 되곤 한다. 그러나 교사에게 수업권이 침해받으면 안 되는 권리이듯, 장서 목록의 선정 및 과정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학교도서관 담당자에 대한 전문성 침해다.
수서 목록에 대한 외부 기관의 간섭
학교도서관 전문가로서 사서교사는 매년 과목별 교육과정 평가계획을 살핀다. 이를 통해 과목별 수업에서 각각 어떤 자료가 필요할지 예상하고, 이를 수서 목록에 반영한다. 이 때 진행되는 수서 업무 프로세스는 공무직 사서도, 사서교사도 모두 마찬가지로 정확한 지침을 따른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를 받아 수서를 결정한다. 이렇듯 수서는 매우 절차에 근거한 업무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학교도서관의 성교육 도서반입 문제’로 학교도서관이 들썩였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것은 성교육 관련 도서였지만, 사실 이전에도 이런 일들은 꾸준히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 해당 정권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도서의 소장 유무를 묻는 공문이 온다거나 역사책의 경우 언론이 ‘학교도서관에서 현 정권의 역사의식과 반대되는 성향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고 발표하면 해당 내용과 관련된 도서가 있는지 확인하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한다. 특정 학부모단체나 특정 정당이라고 할 것 없이 ‘도서관의 소장 자료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외압’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 수는 없다지만 문제는 이런 외압의 시도가 있었을 때 교육청 혹은 교육계 관계자, 그리고 학교 관리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의 여부다.
도서관 담당자를 지켜주지 않는 교육청의 대응 방식
특정 단체가 학교도서관의 성교육 도서 등 이미 수서가 완료된 책을 문제로 삼아 학교에 압력을 행사하려 할 때, 해당 단체의 요구를 받아 단위 학교로 공문을 내려보내는 교육청의 대응 방식을 지적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공무원 신분으로서 회신 공문에 답신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 관리자가 교육청의 입장에 무조건 수용하는 편인 경우는 더하다. 더 오래전에는 학교 관리자가 직접 수서 목록을 사전에 검열한 후, 학교도서관 담당자로부터 수서 이유를 묻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교육청의 특정 단체에 대한 민원처리 방법이 지금처럼 학교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학교장 재량의 영역에서라도 이것이 걸러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것이 가능한 학교는 흔치 않다. 결국 성교육 도서 반입 문제는 교육청의 민원 접수에 대한 태도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목적을 훼손하게 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 (...)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유일한 교사
교직 생활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사서교사가 그런 것까지 하는지 몰랐어요.”였던 것 같다. ‘사서교사가 수업도 하나요?’ ‘사서교사니까 교과서 배부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도서관은 한가하지 않나요?’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어도 되나요?’ ‘선생님은 우리 수업 시간에 뭐 하세요?’ 등 학교도서관 담당자가 아닌 교과교사였다면 흔하게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는 익숙해질 정도로 자주 듣는다. 딴에는 악의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그렇게 믿고 싶다). (...)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말들을 하게 됐을까?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동료 교사나 관리자, 학부모 등에게서 무례함을 경험한 적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동료 교사가 아무런 연락도 계획도 없이 독서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만 막무가내로 도서관에 내려보낸다거나, 체험학습을 나갈 때 너무도 당연하게 지도교사 없이 도서관에 아이들을 방치한다거나, 대안 교실이나 학교 잡무에 상의 없이 도서관 전문인력을 배치한다거나, 일부 계약직 선생님들에게 근무 시간 조정을 강요하는 등 학교도서관 담당자가 교육공동체에 느끼는 차별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자연히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아닐까? 학교는 여타 직업군에 비하면 수평적인 직장이라고들 말하지만, 소수 중의 소수인 우리 학교도서관 담당자라는 직군에게는 학교가 꼭 수평적인 직종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학교도서관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건 끊임없는 대화
학교를 이루는 사람의 말하기 ③ 학생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할 말 있습니다
주하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청소년위원회 위원
어릴 때부터 세상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는 아침 뉴스를 보느라 지각이 일상이었다. 걱정도 하셨지만 부모님은 내가 사회에 관심 갖는 걸 긍정적으로 보셨다. 그러던 2014년, 아침 뉴스에서 세월호 참사를 접했다. “전원 구조”라는 문구를 보고 안심했으나 하교 후 본 뉴스에서는 실종자 수가 떴다. 그날의 충격과 놀랐던 순간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많은 사람이 참사를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며 나는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그때 나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사회 문제에 더욱 관심이 깊어졌다.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를 접하며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 후, 제20대 대선에서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내게 큰 충격이었고, 어릴 적 깨달음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세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내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나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소년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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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민주주의로부터 느끼는 괴리감
교과서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론들을 이상적으로 소개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의견을 나누고 권리를 존중받는 환경을 그린다. 그러나 실제 학교생활은 이와 같지 않다. 이론과는 다른 복잡한 현실적 제약들이 존재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학생 권리를 보장해야 할 때,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의 원칙이 실상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사회선생님이 수업 중 정치 성향을 많이 드러냈다. 도를 넘는 정도였기에 주변에서 교육청에 신고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학교와 선생님에게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나는 그 선생님을 신고하지 못했다. 또 최근에는 한 선생님이 평가 방식을 속여 특정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결국 불이익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때도 학생들은 후폭풍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나는 학생 당사자로서 학교 안의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와 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마주했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 사이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약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체감했다. 이런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단순히 이론을 넘어서, 민주주의가 직면해야 할 현실적인 도전 과제들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시켜 주었다.
“넌 찍혔다” 협박하는 교사 vs 아픔을 들어주는 교사
교과서 속 민주주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실제 학교생활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인 정보가 더 필요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이때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는 학생의 권리 침해가 많이 일어난다. (...)
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의 버팀목, 학생인권조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있었기에 우리는 스스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를 학생들과 교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폐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위 사건이 생각났다. 지금도 어디선가 일부 교사들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학생인권조례가 한 줄기 빛이다. 그러므로 이 조례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함으로써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더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으며,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이들에게서 그 빛을 빼앗는 것과 같다. (...)
학생인권조례는 단순히 법적 보호 장치를 넘어, 학생이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켜주는 중요한 장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배우고,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 속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는 한 사람이 학창 시절에 자신의 권리를 지켜 본 경험이 훗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의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가 아닌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로써 모두가 노력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인권과 교권은 같이 증진되어야 한다. (...)
지금, 학교도서관 장서의 민주화는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에 학교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자주 한다. 갈 때마다 다양한 주제의 책이 골고루 배치돼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책으로 여러 시각을 접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 뇌가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에 편향된 책만 읽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편향된 시각을 가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균형 잡힌 사고를 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
더욱 성숙한 민주적 학교를 바라며
학교는 단순한 학습의 장소를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이를 주장하며,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배우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학생 인권이 보장되고 존중받는 환경은 학생들이 더 큰 꿈을 품고, 자신감을 가진 채 사회에 나아갈 밑거름이 된다. 이를 위해 교육계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바람을 전하고자 한다. (...)
우리 사회는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이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사회는 이 모든 과제를 단순히 학교에만 맡겨선 안 된다. 이는 가정과 지역 사회, 국가 차원에서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다.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이를 주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지역 사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는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무엇보다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가득 차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