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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활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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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3-27 17:34 조회 5,9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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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작가, 그림책 쓰기로 성장하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그림책, 온전한 나를 발견하는 통로
아이들은 교실에서 12년간의 학창시절을 보낸다. 교실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 역시 학창시절 12년간 많은 것을 쓰고 그렸다. 대개 답은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 맥을 빠르고 정확하게 짚어 내어 충실히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제시된 방향에 잘 부합하는 글을 써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이따금 서점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음껏 펼쳐둔 책을 만나면 눈이 번쩍 뜨였다. 갈급했던 영혼의 스펀지가 신선한 물을 쭉쭉 빨아들여 비로소 촉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책을 밤새 부둥켜안고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뭐야, 이렇게 써도 되는 거였어?” 어리둥절함과 함께 모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아이들과 그림책을 창작하는 이유는 ‘그렇게 써도 된다.’라는 것을 말해 주기 위함이다. 한 권의 책에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어 놓고 마음껏 표현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존재로서 스펀지와 같은 유연한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는 출렁이는 그림책의 파도 위에 아이들을 한 명의 창작자로 우뚝 세워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자신을 위한 온전한 백지가 주어질 때 거침없이 표현하며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서사로서,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과 독특한 리듬을 창출해낸다. 모리스 샌닥은 이에 대해 “리듬감 넘치는 단어와 그림의 당김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리듬으로 파도를 타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음껏 발산하게 하는 것이 성장의 시작이다.
 

잠재력을 발견하는 사려 깊은 눈
어린이 작가가 창작한 그림책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기대하는가? 어른은 종종 동심의 세계라는 틀로서 아이들을 한정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 한다. 어린이의 눈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 동화 속 순수와 낭만을 확인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동화 속이 아닌 현재를 살아간다. 아이의 현재를 무시하느냐, 세워줄 것이냐는 교사에게 달렸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창작하면서 가장 주의할 것은 불편하거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린이 답지 못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이를 그대로를 인정하고 잠재력을 발견하는 사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친구가 삶에 가장 큰 위안을 준다는 사실을 차마 털어놓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아이에게 “그렇게 써도 된다.”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삶의 주체로서 존중하고 그들의 말
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그리고 “나중에”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은유거울에서부터 시작하라
창작의 시작은 은유적 사고를 통한 자기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가진 성격이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사물이나 색, 혹은 음계에 빗대어 표현해 보는 것이다. 자신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흐느적거리는 미역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고 남을 의식하고 의견이 틀릴까봐 두려워하는 자신을 연한 살색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무엇을 하든지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함을 느끼는 본인을 음계에서 ‘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시’로 표현한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개인적 은유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자기 이해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점과 선으로부터 그림책을 끌어내라
그림책 창작에 있어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드로잉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까? 먼저 점과 선으로만 한 권의 그림책을 끌어내는 방법을 제안한다. 점의 크기나 색, 개수, 선의 방향 등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에 비해 훨씬 부담을 줄여 준다. 제한은 오히려 창의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데, 제한적인 요소로 자신이 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다 보면 점과 선을 조형 언어적으로 활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의 엉킴과 매듭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흉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색의 변화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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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라
다음으로는 주제에 따라 매체의 폭을 넓혀주는 방법이 있다. 선의 엉킴을 표현할 때 펜으로 선을 그릴 수도 있지만 빨간 털실을 이용해서 손가락으로 직접 엉클고 풀어볼 수도 있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그림책의 한 장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 어린이 작가는 태안의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림책에 담고 싶은데 그림으로 도저히 표현이 안 되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중에 마블링 물감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기름으로 만들어진 마블링 물감은 물과 섞이지 않는 성질이 있어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움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기름의 성질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재료는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림책을 완성하고 나서 아이는 작가의 말에 다음과 같이 썼다.
“마블링 물감은 기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과 섞이지 않으면서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냄새도 지독하고 손에 묻으면 끈적끈적해서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물감도 이렇게 지독한데 실제 바다를 뒤덮었던 기름은 얼마나 더 끔찍했을까?” ― 어린이 작가 김민경, 『검은 바다의 눈물』(2017, 교육미술관 통로)
 
그림책의 그림, 꼭 그려야 할까?
어린이 작가 조연지는 내면에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많은 아이다. 그러나 이를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해 수업 내내 움츠러들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상에 꾸준히 소설을 연재할 만큼 글을 쓰는 것에는 자신 있던 그녀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너무 자신감이 없었다. 그녀에게 내가 해줬던 말은 그림책의 그림을 꼭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림책 창작의 과정에서 지도 교사로서 내가 가장 고민한 것은 바로 드로잉에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부담 없이 창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그리기 실력을 의심한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곧잘 “망쳤다.”, “나는 원래 소질이 없었다.”라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면서 그리기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이다.
 
색감과 질감이 전부인 그림책
그림책의 그림은 꼭 ‘그려야’ 하는 것일까? 펜이나 색연필의 선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자신의 창작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구체적인 형체를 그리지 않아도 물감의 색과 질감 그 자체로 추상적인 형태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 작가 조연지는 붓과 나이프와 손가락을 활용해서 물감을 찍어서 발라보고, 덕지덕지 칠해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오로지 색과 질감으로만 표현했다. 자신의 어두웠던 마음이 한줄기의 빛을 얻어 점점 환하게 변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여서 아름다운 색으로 발현되어 가는 과정을 그저 거친 형태의 추상적인 이미지와 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생각보다 멋진 장면이 연출되자 아이는 점점 수업에 흥미를 붙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
습을 보였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훨씬 멋있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내면에 응어리진 것들을 풀고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건데, 잘 못 그리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였거든요. 이렇게 색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니까, 너무 속이 시원해요. 나 자신의 감정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나를 어둡고 불행하게만 여겼는데, 내 안에 이렇게 밝은 부분이 있고 다양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어린이 작가 조연지 『빛나는 달』(2017, 교육미술관 통로)
 
 
‘자기만의 책’을 선물하는 것의 의미
어린이 작가 조연지는 내면에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득 품은 아이다. 수업시간에 질문도 가장 많고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그런데 학급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별로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수단으로 연지가 찾은 것은 인터넷 채팅 그리고 그림책이다. 사이버 공간에는 자신이 업로드하는 이야기나 소설에 공감하고 호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지는 그것을 통해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그림책에 고스란히 쏟아내었다.
어린이 작가에게 ‘자기만의 책’을 선물하는 것은 이러한 솔직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온전히 귀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꾸며내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가진 온도와 속도 그대로 가슴 속 이야기를 꺼내어 보이게 하는 것은 아이를 제대로 숨 쉬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인터넷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하면 무조건 인상부터 찌푸리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한테도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말까 고민했어요. 또 나를 나쁘게 보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저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정말 위로와 용기를 얻었거든요. 제가 쓴 그림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그걸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 어린 작가 조연지, 『빛나는 달』(2017, 교육미술관 통로)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어린이 작가들이 쓰고 그린 것에서 나는 생동하는 빛을 발견했다. 그것은 새벽공기와 같은 청아함을 느끼게 했다. 가르친 것을 배워서 알게 된 것이 아닌 저절로 샘솟아 물안개처럼 피어오른 것들. 아이들이 선사한 그것은 창작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인 나에게 스며들었고 가슴으로 옮아갔다. 그것은 한 명의 교사이자 인간인 나의 삶에 생각지 못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좋은 그림책이란 마지막 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책이다. 책이 던진 화두로 인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이 출렁이는 그림책. 통로의 그림책을 통해 읽는 이들의 가슴이 깨워지기를, 그래서 그림책 밖의 삶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표현력이 쑥쑥!
‘ 나도 작가되기’ 프로젝트

신현희 서울 자운초 교사
 
4학년 아이들을 맡으면서 그림책, 시집, 단편 동화집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처음부터 글쓰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책 읽기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은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를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그림책 만들기를 하게 되었고, 시를 쓰게 되었다. 이후 아이들은 단편 동화를 쓰고 싶어 했다. 그런 끝에 아이들은 자신만의 책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림책 만들기, 시 쓰기, 단편 동화 쓰기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그림책과 만나고 쓰기
3월 2일, 아이들을 만나는 날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그림책은 독서력이 다른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다.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모든 아이들의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며, 즐거운 책 읽기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그림책을 PPT로 만들어 TV를 통해 그림을 보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일 년 동안 매일 읽어 주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은 책으로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읽은 그림책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만의 그림책을 미니북으로 만든다. 예를 들면, 레오 리오니의 『파랑이와 노랑이』를 읽고 색종이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다르게 하여 그림책을 완성하거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발가락』을 읽고 발가락 모양으로 상상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활동을 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하면서 상상력을 키워가며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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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화책 읽고 동화 쓰기
그림책을 통해 책의 즐거움을 경험한 아이들은 짧은 동화 읽기를 어려워하지 않게 된다. ‘책은 재미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을 즐겁게 읽는다. 우리 학교도서관에는 30권씩 있는 윤독 도서가 많다. 도서실에서 빌려온 윤독 도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간단한 독서퀴즈도 한다. (시상을 하거나 성적 줄 세우기를 위한 독서 퀴즈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알기 위한 간단한 독서 퀴즈를 낸다.)
 
 
아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 활동을 위해서는 같은 책을 함께 읽는다. 4학년이지만 2, 3학년이 읽는 동화책으로 선정하여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야 한다.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등 얇은 책부터 시작해야 『프린들 주세요』, 『마틸다』 와 같은 두꺼운 책으로 옮겨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1년 동안 함께 읽은 책이 40권이 넘는다. 매주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사이에 아이들은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진행 방향에 대해 알게 된다. 아이들은 읽은 책의 뒷이야기 바꾸기, 주인공의 성격 바꾸기, 장면 바꾸기 등의 활동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아이들에게 이런 활동을 자주 연습하게 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매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주제를 주어서 이야기를 쓰게 하거나 그림책의 한 장면을 인쇄한 그림을 주며 상상한 이야기를 쓰는 활동을 하게 해서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해오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글 쓰는 솜씨가 늘고 있음을 깨닫고는 즐겁게 글을 쓴다.
 
3. 시집과 가까이하고 시 쓰기
아이들과 같은 시집을 구입하여 함께 시 공부도 했다. 아이들과 문현식의 『팝콘 교실』에 실린 시 한편 정도를 매일 읽고 시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책의 빈 공간에 그림도 그려 넣었다. 아이들은 읽은 시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 싶어 했다. 미니 북에 자신의 시집을 꾸미고 그 안을 시와 그림으로 채워 넣었다. 이 미니북 시집 활동을 통해 자신의 경험에서 이뤄진 일들을 중심으로 수시로 시 쓰기를 했다. 체육대회, 알뜰시장, 학예회 등 학교 행사를 마치고 경험한 것을 쓰기도 하고 집에서 가족들 간에 있던 일들, 친구와 다툰 일들과 같이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주제가 되기도 했다. 봄비, 여름, 단풍, 눈 등 계절에 관련된 경험도 좋은 주제가 되어 미니북 시집이 가득차게 되었다.
 
4. 작가와의 만남
‘글을 쓰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 있게 쓸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하다가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림책 작가인 최덕규, 김윤정, 이루리와 동화작가인 송언, 김기정 등 작가들을 초청하여 작가들은 어떻게 그림책과 동화를 쓰는지를 마주하게 했다.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하여 책을 쓴다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자세히 쓰는 연습으로 매일 글쓰기를 했고, 그림책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연습을 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이 기초가 되었기에 글쓰기가 되었다.

 
 
5. 책 출판하기
① 그림책 출판
1학기 동안 그림책 미니 북을 10권 이상 만든 것을 기초로, 머메이드지에 원화를 그리고 글을 편집하여 포토샵에서 편집을 했다. 편집을 마친 파일은 인디자인 작업을 거치고 인쇄소에 보냈다. 양장본 그림책 출판 작업이 마무리된 뒤에 그림책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꼬마 작가들의 그림책 출판을 축하해 주었다.
② 시집과 동화집 출판
2학기에는 집중적으로 시집과 단편 동화를 쓰기를 했다. 시를 다듬고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단편동화의 경우, 내용과 문장을 서로 돌려보고 수정하여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와 단편동화를 편집하여 학급문집 형태로 인쇄하여 제본했다. 출판된 그림책과 시집, 단편집이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 보았다. “그림책은 작가들만 쓴다고 느꼈는데 내가 그림책을 만들면서 새롭고 신나고 즐거운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제가 쓰다니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시간에 쫓겨서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볼 생각에 힘이 났어요~” 등 아이들은 유독 그림책을 만든 경험이 잊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그림책 만들기나 시집, 동화책을 쓰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책 읽기를 통해 자연스레 책 쓰기 활동까지 이루어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나도 작가되기’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출판하게 된 아이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 중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아이들도 많이 있다. 모두가 작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건강한 글로 자신을 나타낼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랄 것을 생각하면 이 활동을 이끌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보람으로 남을 것 같다.
 
 
 
‘우리’ 이야기를 담은 동화 쓰기
『우당탕탕, 도서부』 출판 이야기

황은영 광명북초 사서교사
 
동화 쓰기, 이렇게 시작했어요
도서부 아이들과 학교 독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책 읽어주기’와 ‘책쓰기’ 활동을 계획하게 되었다. 작가인 아이들이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독자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무엇일지 생각하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동화를 써 보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도서부 아이들에게 우리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한,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도서부 활동을 중심 소재로 동화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동화 쓰기, 이렇게 진행했어요
1. 책쓰기 활동 안내
도서부 첫 모임 때 일 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그때 연말까지 완성해 야 할 ‘우리’의 첫 번째 동화에 대해 안내했다.

 
•소재 및 갈래: 도서부 활동을 바탕으로 한 동화
•한 사람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열 명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판
•책표지, 글, 그림(삽화) 모두 우리가 직접 완성
 
2. 주요 스토리 및 제목 정하기
각자 한 편의 글을 쓰더라도 열 편의 글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야 동화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서부 활동 열 가지를 소개하는 글밖에 될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이후 아이들과 동화의 주요 스토리를 결정했다. 주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이 어린이 도서부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이 생기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린 동화’
 
책의 제목은 가장 마지막에 정해도 됐지만, 아이들은 제목을 그 자리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 아이들이 정한 제목은 ‘우당탕탕 도서부’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우당탕탕’은 ‘우당탕’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출판된 책 중에 ‘우당탕탕’을 사용한 책이 많아서 아이들의 의견 그대로 제목을 정했다.
 
3. 캐릭터 정하기
아이들은 등장인물의 수, 성별, 이름, 생김새, 성격, 특징 등을 협의를 통해 정했다. 성격 및 특징은 실제 도서부 아이들을 참고하여 정하되, 책 속 캐릭터와 실제 인물을 동일시하여 생각하지 말라고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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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협의 내용을 보고 아이들에게 일관성 없어 보이는 부분들(예를 들면, 존재감 없음 + 잘난 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고,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며 글을 쓰라고 당부했다.
 
4. 1인 1개 글감(에피소드) 정하기
글감을 찾기 위해 도서부의 활동을 브레인스토밍 한 후 글로 쓰고 싶은 활동을 한 개씩 선택했다. 아이들은 어린이 도서부를 희망하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부 체험활동’, 도서부가 된 후 경험한 도서 대출반납, 책 정리, ‘세계 책의 날’, ‘책 사랑 주간’, ‘학교 축제 부스 운영’ 등의 행사 기획 및 진행, 저학년 그림책 읽어 주기, 동화 낭독 녹음하기, 팟캐스트(독서 방송) 운영, 교생선생님과의 만남을 글감으로 선택했다. 10명의 도서부 아이들이 선택한 글감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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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쓰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우리가 쓰는 동화의 주요 독자를 선정했다. ‘초등 저학년’으로 주요 독자를 정한 후,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몇 권 골라 함께 살펴보았다. 개인이 써야 하는 글의 분량, 삽화의 역할 등을 확인했고 서사가 아닌 대화 형식으로 글을 쓰도록 지도했다.
 
6. 검토 및 수정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 읽어 보았다. 열 명이 썼지만 한 명이 쓴 것 같은 통일감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모두 모아 서로의 글을 읽어 보게 한 후, 누구의 글을 기준으로 글의 형식을 수정할 것인지 정했다. 내용 수정은 개별지도 시간을 통해 글감을 정한 날에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그날을 상세히 기억할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이가 쓴 글을 보며 첨가할 내용과 삭제할 내용을 이야기하여 수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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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수정해 온 글을 가지고 2차 검토 및 수정을 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 볼 동화임을 고려하여 바르고 고운 말을 쓰도록 지도했다. 그 이후로는 수시로 개별 지도를 통해 글을 수정, 보완하도록 했다.
 
7. 그림 그리기
각자 완성한 글을 보며 삽화가 필요한 부분을 체크했다. 아이들마다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달라 남자아이를 그리는 사람, 여자아이를 그리는 사람, 배경을 그리는 사람을 뽑아 세 명이 전체 삽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각자 필요한 그림 목록을 적어 제출하면 밑그림 담당 학생이 그림을 그리고 그림 뒷면에 어떤 그림인지 설명을 적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완성된 밑그림에 색칠을 하여 그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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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편집
편집은 출판사에 편집 비용을 지불하고 맡길 수도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내가 직접 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형식에 맞추어 아이들의 글을 입력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모두 스캔하여 적절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삽입했다.
 
9. 최종 수정
편집된 원고를 출력하여 아이들과 최종 검토를 했다. 오탈자도 찾으며 글을 읽어 보게 했고, 편집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아 최종 수정을 했다. 팟캐스트 녹음 관련 이야기에 우리가 만든 팟캐스트 방송의 QR코드를 넣어 방송도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었기에, 책에 QR코드도 삽입했고 책표지 색상에 대한 의견도 함께 나누었다.
 
10. 표지 시안 확정 및 인쇄
출판사에 아이들이 그린 표지 스캔 파일을 보내어 표지 시안을 받았다. 앞표지, 뒤표지, 책등 디자인을 확정하고 판권 사항 확인, 오탈자 최종 검토 후 인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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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쓰기, 이렇게 마무리했어요
아이들이 만든 책은 학교도서관에 등록하여 비치했다. 게시판에 우리학교 도서부원이 쓴 책이라며 소개 글도 붙였다. 도서부원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필독도서로 권해 주었다. 많은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가져 대출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아이들은 동화를 쓰며 동화 작가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 보았을 거다. 동화를 쓰는 동안 원고 독촉도 받아보았고(내가 늘 마감일을 정해 놓고 독촉을 했음),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협의도 해 보았고, 삽화 하나를 놓고도 무슨 색깔로 칠할지 어떤 표정으로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며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어린이 도서부가 되어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글을 쓰는 우리 아이들도 함께 성장했다. 첫 출판이라 아쉬운 점도 많이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완성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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