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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비경쟁 토론(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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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12-05 10:54 조회 13,11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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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쟁 독서토론, 독서의 본질을 경험하는 일
이경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
 
비경쟁 독서토론은 경쟁하지 않고 협동하는 토론이다. 주어진 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자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토론이며 토론하기 위해 질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는 것이다. 경쟁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진실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진실하게 말을 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나 서평가의 글을 외워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느낌, 내 경험, 내 반성, 내 실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비경쟁 독서토론이 생긴 배경과 전국 현황
비경쟁 독서토론은 김해시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한 것이다. 이 행사는 전국에 있는 고등학생 독서동아리 40여 개가 책 네 권을 읽고 미리 토론한 후에 김해시에 모여
이틀 동안 저자들과 함께 다시 깊이 토론하는 행사다. 2009년에 시작되어 올해 9회를 마쳤다. 이 대회의 의의 중에는 ‘내면화된 경쟁의식에서 벗어나기’가 있는데 이 취지로 이틀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을 한다. 이런 토론 활동을 바탕으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응용해 기획한 것이 비경쟁독서토론이다. 나의 경우 북스타트 교육, 교사 연수, 학부모 연수에서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후에 여러 지역의 많은 선생님들이 비경쟁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인 전북 지역의 성희옥과 강원도의 한명숙이 김해시를 견학하고 ‘전북 고교생 인문학 캠프’와 ‘강원도 고교생 인문학 캠프’
를 만들어서 비경쟁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학부모지원센터 전문가 최미영은 대도시 교육지원청들과 협동하여 학부모 비경쟁 독서토론을 했고, 이 학부모들이 마중물이 되어 퍼트리고 있다. 강원도를 견학한 서울교육청의 경우, 고소향 장학사가 ‘서울형 독서토론 모형’으로 응용했고, 각 교실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 캠프와 교사 캠프도 열었다. 서울의 각 교육지원청 단위에서는 학교 사서와 학부모 대상 워크숍을 하고 있다. 인천도 학교 사서들과 교사들한테까지 퍼져 나갔다. 강원도에서는 홍천여고의 서현숙과 허보영이 강원도 캠프에 참여한 후에 학교 내에서 ‘독서토론파티’를 만들었다. 충북은 김명희 등 몇몇 교사들이 김해시를 견학한 후에 올 11월에 ‘청소년 비경쟁 독서토론 한마당’을 열었는데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구분해서 이틀 동안 진행했다. 외부 강사를 부르지 않고 북스타트 마중물샘 등의 현장 교사들이 기획과 준비와 운영을 모두 협동해서 스스로 진행하기에 더 의미가 깊다. 경북은 상주 내서
중학교 교사 이상훈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하고 있다. 경남은 유치원 교사들부터 시작하고 있다. 전주, 청주, 충주, 제천, 인천의 경우 교사와 사서들이 ‘북스타트 마중물샘 책모임’을 만들어 매월 모여서 비경쟁 독서토론으로 ‘나를 위한 독서’를 하고 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권역별 동아리 연합 비경쟁 독서토론 한마당을 열고 있다. 지금은 너무 많이 퍼져나가서 다 기록하기도 어렵다. 지역마다 명칭도 다르고 형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다 비경쟁 독서토론이다.
평등한 대화를 통한 생각 펼침
비경쟁 독서토론을 할 때 일어나는 일은 독서할 때 일어나는 일과 똑같다. 읽기는 저자의 말을 듣는 것이다. 독서는 강의나 영화와 달리 독자가 속도를 주도한다. 읽다가 흥미 있는 부분을 만나면 멈추고 생각한다. 대화할 때도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혼자 읽을 때는 혼자 마음속으로 대화를 하지만, 독서토론을 통하면 여러 사람과 ‘리얼’로 대화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각이 훨씬 넓어지고 깊어진다.
나는 비경쟁 독서토론을 인문토론이라고도 부른다. 인문토론은 토론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인문토론은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고, 서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지 또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책 토론과 같은 실용 토론이 답답할 정도로 잘 안 되는 이유는 이런 인문토론의 바탕이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유행처럼 휩쓸고 간 ‘디베이트’ 같은 형식의 찬반토론은 이런 인문토론의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기능만 가르치려 했기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인문이 바탕이 되면 실용적인 것은 그때그때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실용적인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토론 규칙도 누
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토론자들이 합의해서 만드는 게 더 좋다.
 
토론 방법
첫째, 어떠한 질문에도 경청하고 칭찬하기
우선 한 모둠을 네 명에서 여섯 명 정도로 정한다. 네 명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좋고 여섯 명이면 생각이 풍성해져서 좋다. 그 다음 모둠지기를 정한다. 모둠지기는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서로 책에 대한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전지를 깔아놓고 사인펜으로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이야기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해볼까요?”라고 하는 모둠지기도 있다. 그러면 “난 아무 생각도 안 나던데” 혹은 “지루하더라”, “뭔 얘긴지 모르겠더라”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책 내용과 전혀 관계없이 어떤 한 부분에 나온 사물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이야기가 되가는 대로 이야기한다. “무슨 얘기해요?” 하고 묻는 모둠이 있으면 “나는 이 책이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자꾸 보니까 내 얘기 같아서 부끄럽더라” 하는 식으로 선생님이 먼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한 학생이 또 자기 얘기를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럼잠깐 이야기를 듣고 그 모둠을 떠난다.
십 분 정도 이야기하고 나서 토론 주제가 될 만한 질문 한 가지를 협동해서 만든다. 책 내용과 상관없어도 된다. 그냥 모둠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생긴 질문이면 되고 모둠원들이 합의했으면 된다. 질문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좋다. 책의 색깔이나 두께나 무게 등의 형태에 대한 느낌도 있을 수 있고(그림책이나 문학책은 특히 이런 질문이 중요하다.) 나에 대한 질문도 좋다. 주의할 점은 가짜 질문은 하지 말고 진짜 질문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에게 질문하는 것은 가짜다. 저자에게 질문하려면 실제로 저자에게 질문을 보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짜는 재미없다. 우리가 만든 질문이 혹시 어디서 주입받은 질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주제는 뭘까?’, ‘이 책의 교훈은 뭘까?’, ‘저자의 의도는 뭘까?’, ‘내가 주인공이라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등과 같은 질문은 내 질문이 아니라 주입당한 질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질문이 잘못된 것은 없지만 생각이 획일화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서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칭찬해 주어야 한다.
둘째, 생각의 실마리를 붙잡고 함께 써 보기
세상에 의미 없는 질문은 없다. 우리가 그 질문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한번은 사서 모둠에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결국 이런 질문을 만들었다. ‘우리는 왜 질문이 없을까?’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혁신학교 정책을 펴고 있는 교육감들이 이런 질문을 밀고 나간 것이다. 형식은 질문 같지만 실은 교사를 공격하기 위한 질문도 있다. ‘질문을 꼭 만들어야 하나요?’, ‘책 읽고 꼭 토론해야 하나요?’ 등 말이다. 학생들에게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야말로 선생님이 왜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자고 했는지 나중에는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토론하면서 낙서하고 장난치고 농담하는 것도 좋은 것이니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은 예술의 바탕이 되는 행위다. 예술가나 예능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은 장난만 치는 것 같아도 본능이 살아있어서 어른들보다 훨씬 진실하고 독특하고 멋진 질문을 만들어낸다.
질문을 정했으면 모둠지기만 빼고 나머지는 각자 마음에 드는 질문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한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의 심화 질문이어도 되고 첫 번째 질문과 전혀 관계가 없어도 된다. 그냥 얘기하다가 생긴 질문 중에 합의한 것이면 된다. 읽기와 듣기는 생각의 실마리가 되어 준다. 그 실마리만 붙잡고 생각은 일파만파 퍼져나가서 삼천포로 빠져도 된다. 여기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나온다. 그래서 저자들이 책을 읽고 전혀 새로운 책을 써내고, 예술가들은 책을 읽고 전혀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 주제 토론을 할 때는 주제에 집중하도록 미리 약속한다.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또 한번 옮긴다. 마지막 문장은 질문이어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 ‘~인 것 같다’, ‘~하자’, ‘~하겠다’ 등 어떤 식의 문장이어도 된다.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질문의 가능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경험하기 위함도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더 넓은 집단지성을 경험하기 위함도 있고 성격이 맞지 않아서 견디기 힘든 사람을 피하기 위함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가지 문제만 파고 들어가면 한정된 틀 안에서만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모둠 발표를 한다거나 글쓰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사가 모둠지기를 미리 정해서 기록하고 발표하게 하는 것도 좋다. 교실에서 네 명씩 한 모둠으로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면 한 달에 한 번씩 모둠지기 순서가 돌아온다. 모둠지기의 발표가 끝나면 A4 용지를 사 등분해서 한 장씩 나눠 주고 책에 대한 소감을 쓰라고 한다. 시간은 3분 정도만 준다. 아이들이 조를 때까지 종이 크기나 시간을 늘리지 않는 게 좋다. 글은 말한 대로 쓰는 게 가장 좋다. 글을 다듬는 기술은 나중에 필요할 때 배우면 된다. 진실하게 쓸 수만 있으면 된다. 초등 저학년은 모둠 토론보다는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그림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어땠어?’ 보다는 ‘나는 이렇더라, 너희들은 어땠어?’가 평등한 대화다. 저학년은 읽어 주기만 하고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아도 좋다. 그냥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가족 토론 교실

방학 중 독서교실을 통해 비경쟁 토론 나누기
 
박성희 성남 산운초 사서교사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토론의 과정은 언제나 중요시되어 왔다. 특히 학교도서관 안에서의 교육활동 가운데 토론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발령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참여했던 연수도 독서·토론·논술과정이었고, 여전히 공부 중
인 분야도 독서토론과 글쓰기 과정이다. 10여 년 전쯤에는 찬반토론의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수업에 적용하여 토론 잘하는 아이를 키우기 바빴다. 잘하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 전국 대회에도 보내고, 상도 여러 번 타면서 찬반토론에 집중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말 잘하는 아이들 몇 명에게만 집중되어 나머지 아이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것 같고, 이길 수 있는 ‘요령’만을 가르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어갔다. 그 즈음 알게 된 것이 바로 비경쟁 토론이다. “모든 의견은 동등하고, 소중하다.”라는 기본 규칙은 그동안의 나를, 수업을 되돌아보게 했다.
비경쟁 토론은 사실 어느 곳에서나 적용이 가능하고, 몇 번만 해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도서관 활용수업, 여름·겨울 방학 독서교실, 독서동아리 등 그 쓰임이 다양하다. 여러 교과와 정보원(책뿐만 아니라 영상자료까지)을
연계·활용하여 수업하기도 쉽다.
또한, 유네스코 학교도서관선언의 “학생들이 평생학습능력을 습득하고, 상상력을 개발하며,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는 학교도서관 정의와 비경쟁 토론의 목표가 닮아 있어 더욱 접목하기 좋다.
가족과 함께하는 방학 중 독서교실
비경쟁 토론을 이제 막 시작해 보려는 분들에게는 곧 다가올 겨울방학 독서교실 때 활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만 모아서 해도 되지만 이왕 하는 것, 가족 단위로 신청을 받아 해 보는 게 어떨까?
우선 비경쟁 독서토론의 주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족독서교실이기에 아이들과 부모님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공부, 학원, 게임, 친구들 문제, 바쁜 부모님, 아빠와의 시간 등등 떠오르는 주제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함께 읽고 올 수 있는 길지 않은 책을 고른다. 나의 경우 외국 창작동화 『잔소리 없는 날』(안네마리 노르덴)을 활용하여 독서교실을 이끌어 보았다. 이뿐만 아니라 전 학년,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글과 그림이 동시에 메시지를 던져 주는 그림책을 자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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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우리 서로 친해져요
우선 어색함을 없애고, 주제와도 연결이 되는 ‘아이스브레이크’를 권한다. 지난 여름독서교실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다 보니 아이스브레이크 시간이 조금 길었다. 아이들과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매번 토론을 할 때마다 할 필요는 없다. 아이스브레이크에 사용한 게임은 ①인터뷰하기 ②스파게티면과 바나나킥(또는 마시멜로)을 이용한 쌓기 게임 ③I SEE YOU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인터뷰하기
같은 모둠 안에서 혹은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여 짝을 지어 서로를 인터뷰한다. 이름, 사는 곳, 꿈, 좋아하는 것 등 인터뷰를 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②스파게티면과 바나나킥(또는 마시멜로) 쌓기 게임
삶지 않은 딱딱한 스파게티면과 바나나킥 과자 또는 마시멜로 2가지 재료만을 활용하여 높이 쌓는 게임이다. 시간은 3∼5분 정도 주고 마지막에는 줄자를 이용해 높이를 잰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숨겨진 승부욕과 모둠원들의 단결, 기발하고 재미있는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③I SEE YOU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다. 절대 아래에 있는 종이는 보지 않은 채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상대방의 얼굴을 그리는 게임이다. 사회자가 얼굴 부위 중에서 순서 없이 부르는데 뒤죽박죽이 될수록 더 재미있고 유쾌해진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엄마, 아빠, 딸, 아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단계: 생각을 나누어요
아이스브레이크를 통해 한바탕 웃고 나면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지고, 생각 역시 말랑말랑해진다. 이제는 책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먼저 ‘잔소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자신의 느낌, 생각 등을 프리즘 카드와 연결하여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 본
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모둠 안에서 서로 발표하고 가장 공감이 가는 사람의 포스트잇에 스티커를 한 장씩 붙여 준다. 모둠에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사람은 앞에 나와 발표를 하고 보드에 모두가 볼 수 있게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다. 이제 좀 더 책 안으로 들어가 볼 차례
다. 사실 고학년 수업 시간에는 책을 읽은 후 아이들에게 직접 질문을 만들어 보도록 하는데, 학년이 조금 섞여 있어서 질문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만들어 놓은 질문지를 각 모둠에서 하나씩 뽑도록 한다. 아! 토론을 하기 전 ‘모든 의견은 동등하고,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고 시작하면 좋다.
 
토론 시 질문들
-푸셀은 엄마, 아빠에게 잔소리 없는 날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푸셀의 이런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만약 오늘 하루가 잔소리 없는 날이라면 어떨까요?
-부모님과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뽑은 질문에 대해 포스트잇에 각자의 생각을 단어 혹은 간단한 글로 요약한다. 한 명씩 자신의 생각을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덧붙일 내용이 있으면 자유롭게 토론한다. 토론한 내용을 각 모둠별로 8절지에 정리하도록 한다. 정리한 내용은 머리
카락이 제일 긴 사람, 빨간 옷을 입은 사람 등 그때 그때 발표자를 정해 발표한다.
3단계: 내 생각을 표현해요
이 부분은 토론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독서교실 특성상 다양한 활동을 위해 넣었다.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추억하고 그것을 레고 블록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종이에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보다 훨씬 재미있어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부모님들은 정해진 레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많이 놀라신 듯했다. 관리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독후활동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4단계: 마음을 나누어요-성찰의 시간
드디어 마무리 시간이다. 그동안은 포스트잇이나 피자 모양으로 자른 종이 등을 사용하여 배운 점, 느낀 점, 실천할 점 등을 서로 나눴는데 이번에는 칭찬 스티커와 머그컵을 활용해 봤다. ‘감동이야/칭찬해/네가 최고야’ 등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는 문구가 스티커로 표현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냥 무작정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칭찬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까 그린 얼굴 그림이 아주 독특하고 멋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솜씨가 좋으시네요.’ 스티커를 머그컵에 붙여 준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조금은 낯간지러운 말들을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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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과 소통이 있기에 의미 있는 비경쟁 토론
왜 지금, 사람들은 비경쟁 토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누가 잘하는지 줄 세우기 급급했던 교실 안에서 사람들은 이제 서로 경쟁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생각을 나누고 모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왜일까? 찬반토론이 이제 너무 식상해서 새로운 토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찬반토론을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 그것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 아마도 우리는 불통(不通)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경쟁 토론 안에 바로 경청과 소통이 들어 있다. 강의식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에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를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비경쟁 토론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새로우니까, 재미있으니까 적용해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깨닫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며 수업을 구상하면 참 좋겠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비경쟁 토론 활동기

동아리와 함께한 독서캠프와 동시집 만들기 프로젝트
오송희 화성 송화초 사서
 
 
토론 열풍에 움츠러드는 아이들을 위하여
도서관 창문을 내다보면 여러 가지 놀이와 운동으로 왁자지껄하다. 체육회 날이면 시합하느라 상기된 아이들을 보면서 내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나는 달리기를 참 못했다. 달리기뿐 아니라 운동에 젬병이었다. 그만큼 체육시간은 괴로웠다. 100m를 달리고 기절을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침술을 할 줄 아는 선생님이 계셔서 대침 네 방을 맞고 깨어났다. 심장 탓도 있지만 경쟁이라는 부담감이 무거웠던 것 같다. 체질적으로 경쟁을 싫어하는 나는 특히 도서관 운영에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다독상도 없앴다. 즐겁게 도서관을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화성시는 창의지성교육지원센터가 있어서 지자체가 학교 지원 명목으로 여러 가지 공모 행사를 진행한다. 학교에서 여름방학 캠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를 하라고 해서 응했다. 창의지성센터는 그곳에서 지정한 ‘The Great Works’라는
도서들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원했다. 내가 낸 계획서가 선정되어 여름방학 독서캠프를 풍족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늘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 그리고 처음 만나는 토론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대립 토론인 아이들에게 좀 편안한 토론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 지자체 지원이 넉넉해서 아이들에게 토론 대상 도서도 제공할 수 있었고, 외부 강사도 초청할 수
있어 느긋한 독서캠프를 치렀다.
사실 비경쟁 토론은 토론이기보다는 대화이고 토의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주장의 허를 찔러 내 주장의 우수성을 내보이는, 마치 펜싱 같은 대립 토론은 나름대로 그 맛이 있겠지만, 그런 토론은 여러 가지 연수를 받았어도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여름방학 독서캠프 주제를 ‘말랑말랑한 토론으로 만나는 The Great Works’라고 했더니, 토론이란 말에 주눅 든 아이들이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동아리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안내를 하고 겨우 인원을 채웠다.
토론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 텍스트가 쉬운 그림책 『행복한 어린왕자』(오스카 와일드)로 주제 도서를 정하고 토론 시간 직전에 20분 정도 텍스트 읽기를 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강사에겐 그에 맞게 진행을 하도록 요청했다. 아이스브레이
크를 통해 마음을 열고 텍스트의 내용을 바로 토론에 접목하니 아이들의 몰입도가 매우 좋았다.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고 포스트잇에 적고 그 메모들을 유목화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부드
러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아이들은 끝나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3∼4학년 20명씩 2개 반과 5∼6학년 10명씩 2개 반으로 독서캠프를 이틀간 운영했다. 아이들은 이런 토론은 재미있고 자주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끝내기에는 아쉬워서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운영해 오던 독서동아리 ‘서로행복’에도 비경쟁 토론 방식을 접목했다. 올해의 독서동아리 운영은 동시를 써서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다.
에헤야 디야~
비경쟁 토론인 줄 모르고 동시집 만들기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비경쟁 토론을 동아리 운영에 녹여내기로 하고 동아리를 운영했다. 처음 이 학교에 와서 동아리를 맡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동아리를 모두 만들고 그 어느 동아리에도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 30명을 맡아 달
라는 주문을 받고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책과 가깝지 않은 친구들이겠거니 하고 ‘사서라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 안 읽는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동아리를 맡았다. 힘들었다. 첫해에는 아이들이 마인드맵을 알도록 했다. 그 이듬해도 독서 마인드맵을 했다. 올해는 담임교사에게 추천을 받아 독서동아리를 정말 원하는 아이들 20명으로 꾸렸다. 동아리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1년간의 계획을 알려 주고 최종 목표는 동시집 출판임을 강조했다.
동시를 쓴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왔다. 색깔이 아주 산뜻한 4절 켄트지와 포스트잇 메모지와 컬러 네임펜을 준비하고 시를 쓰기 전에 주제에 대해 모둠별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게 했다. 아이들의 대화가 끝나면 거기서 나왔던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켄트지에 붙이도록 했다. 이때 포스트잇은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것을 구입하면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고 시각적인 효과도 좋다.
모둠에서 주제와 관련되거나 연상되는 낱말들을 적은 켄트지에서 유목화를 하도록 했다. 비슷하거나 겹치는 부분들을 가려내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정리된 단어들을 제목이나 소재로 동시 쓰기를 시작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도 예
쁜 포스트잇을 보면 즐겁게 단어들을 적었다. 시각적인 재료도 동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엔 도서관에 비치된 동시집에서 재미있는 동시들을 읽어 주기도 하고 직접 다른 동시집을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소리 내어 읽어야 리듬을 익힐 수 있고 단어의 어울림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거
부하지 않는다면 작품을 낭독해 주고, 아이들 스스로도 낭독할 수 있게 했다. 낭독할 때에는 마이크를 주었다. 처음엔 주저하던 아이들도 마이크를 주니 점점 용기를 내고 낭독을 해서 모두가 즐거운 동아리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작품은 차
곡차곡 모아두었다가 2학기 때 출판을 하기로 했다. 동시의 주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학교와 일상에서 만나는 것으로 크게 여섯 가닥으로 정했다.
2학기에 접어들어선 아이들에게 가을, 겨울을 주제로 쓰도록 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모둠을 다시 만들었다. 시집을 홍보하는 모둠, 표지를 디자인하는 모둠, 시를 편집하는 모둠, 행사 모둠으로 나누었다. 의견을 나누고 모으는 방식은 포스
트잇을 활용해 유목화 해서 결론을 도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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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설렘으로 출판을 기다리며
이렇듯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작품 발표를 통해 자연스레 경청하는 방법을 훈련한 끝에 동아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이제 곧 각 학급에서 독서동아리 부원들은 친구들에게 1년간의 동아리 발표를 하게 된다. 아이들은 벌써 설레는지 홍
보를 위해 모둠끼리 고민을 하고 컴퓨터실로 달려가곤 한다. 교내 곳곳에 홍보 문구도 출력해서 붙였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대로 동시집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결정했다.
동시집 제목은 『우리 생각을 피자!』다. 이유를 물었더니 피자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이고 동시집은 아이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담긴 것이니, 피자의 토핑처럼 여겨지고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표지 디자인은 디자인 모둠이
전체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했는데, 동아리 부원 전원이 각자의 이름을 캘리그래피로 하자고 해서 그리 결정했다. 그리고 작품 편수는 여섯 가지 주제에 해당하도록 6편으로 하고,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최대 10편씩 제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출판기념회는 이달 말 방과 후 시간인 3시에 하기로 했다. 초대장과, 초대 범위, 각자 받을 책의 수량과 배부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논의는 아이들과 함께했다. 초대장에 넣어야 하는 것들을 서로 생각하게 하고, 프로젝터에 띄워서 함께 의논
하고 초대장을 스스로 만들어 보게 했다. 그래야 그 과정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1년간의 동아리 활동 사진들을 PPT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누가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한 여자아이가 흔쾌히 만들겠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동아리를 마무리했다. 그날 밤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죄송해요. 시험 준비로 못할 거 같습
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맥이 빠졌다. 결국은 행복한 비경쟁 토론방식을 통해 동시를 쓰고 동시집까지 출판하기로 했는데, 현실이라는 벽을 또 한번 확인하는 씁쓸함을 맛보았다. 현실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출판은 한다
어쨌든 아이들은 비경쟁 토론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동아리 시간을 즐겁게 기억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번 주에 동시집 말미에 넣을 소감들을 적어 보라고 하니, 힘든 과정 속에서 재미있었고 책을 출판한다는 사실에 많이 감동을 받았다고 했
다. 아이들의 원고 작업을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가기도 했다. 지자체는 자기들 생색내는 데 사서를 제일 잘 이용한다. 사서는 이래저래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기들의 작품이 실린 동시집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그리며 위안을 삼는다.
나는 아이들이 경쟁하지 않아도 자기의 생각과 개성이 존중받고 동아리에서처럼 서로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동시집 홍보에 더욱 열을 낼 것이다. 바쁜 아이들이 동시집을 받아보며 기뻐할 생각에 나도 가슴이
설렌다.
 
유행병 같은 교육 트렌드들을 바라보며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하며 여러 유행처럼 번지는 교육 트렌드들을 보게 된다. 이름만 달리 해서 회자되는 이론들도 많다. 조만간 다른 이름을 달고 또 다른 트렌드가 무성할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맘 편히 책 읽고 조바심
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비경쟁 토론이 생활 속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비경쟁 토론 방식에서 각자 가장 편한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어 도서관의 여러 행사에 접목을 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들을 도출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아리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시 쓰기를 통해서, 그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동시집 만드는 전 과정 속에서 경쟁하지 않고 배려하고 격려하며, 자기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토론 과정을 말 그대로 가랑비에 옷 젖듯 경험했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청하고 배려하고 자기를 잘 표현할 줄 안다면, 이것이 바로 비경쟁 토론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1년 동안 도서관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과 나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 하나를 가슴에 담아 둘 수 있게 되었다.
 
 
 
 
 
비경쟁 토론을 즐겁게 이끄는
다섯 가지 비결
김혜수 서울 신서중 사서
예전부터 ‘독서’와 ‘토론’은 항상 중요시되어 왔다. 그로 인해 다양한 토론 유형과 지도 방법이 개발되어 일부 학교에서는 독서동아리나 도서관 활용수업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시간에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마다 다른 권한과 ‘하고 싶어
도 어떤 시간에 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어떤 책을 토론 책으로 정해야 할지’ 등의 고민으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자유학기제 및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독서 및 토론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서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생들도 독서와 토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년까지는 찬반 경쟁식 토론 방법이 선호되었다면 올해는 비경쟁 토론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서가 비경쟁 토론을 진행하는 데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학생들과 친해져야 한다
수업 처음에는 친목을 위해 김춘수의 「꽃」을 소개하며 이름 외우기 게임을 많이 한다. 친근한 분위기는 학생들의 토론 참여율을 높여 준다. 이때, 토론 지도자(진행자)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친했던 학생이라면 취미, 관심사 등을 추가하여 난이도를 높이고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라면 함께 게임과 명찰을 이용해서 학생들과 같이 친해져야 한다. 이미 구성된 집단에 1∼2명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그 학생이 적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주면서 친해지고,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때 게임이나 가벼운 놀이도 좋지만 수다, 잡담으로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면 말하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럼 게임이 아니어도 서로의 이름을알고 친해질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은 말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대부분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보다 분위기를 먼저 고려한다. 상대적으로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활발해지고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자유로운 이야깃거리와 분위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말하기에 소극적인 학생들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들이 제시된 소재나 읽을 책으로 ‘나’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면 학생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토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론에서 책의 일부분과 연관된 경험을 묻고 감정을 묻는 질문이 있다. 토론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토론을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책과 ‘나’를 연결시켜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말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기에 질 높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웹툰 ‘가담항설’(랑또 작가)의 89화, 90화를 보며 학생들과 함께 웹툰과 독서, 표현 방법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속담과
사자성어를 익히고 유명 연설을 따라 읽고 각색하는 등 표현 방법에 대한 지도를 같이 병행했더니 학생들은 웹툰을 통해서도 깊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전이었다며 호응이 좋았다.
“그동안 나는 타인의 마음에 맞는, 타인의 목적을 위한 삶을 살면서 한 번도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을. 그것이 내가 나를 불행하게 만든 벌을 받게 했다는 것을. 계기는 단순했지만 감정은 강렬했죠. 그리고 저는 결계를 풀었어
요. 무엇이 나를 속박하고 있는지를 알았고, 무엇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알았으니까요. (중략) 어떤 슬픔은 어렴풋한 슬픔이고 어떤 슬픔은 처절한 슬픔이죠. 소소한 슬픔도, 아련한 슬픔도, 잊혀가는 슬픔도, 문득 기억이 떠올라 때때로 가슴이 아파지는 슬픔까지, 같은 슬픔조차도 사실은 전부 달라요. 책을 읽고 풍부한 단어를 알게 된다는 건, 슬픔의 저 끝에서부터, 기쁨의 저 끝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의 결을 하나하나 구분해내는 거예요.”
― ‘가담항설’ 90화 중에서

셋째, 기다리고 믿어 주어야 한다
토론을 하면서 계획한 목표나 내용, 방향이 실제 수업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토론 시간이 쉬는 시간보다 조용할 때, 진행자들은 걱정과 함께 조급함이 든다. 이때 진행자는 여러 자료를 총동원하고 의식적으로 배경지식을 찾아 끄집어 낸다. 물론 사서나 교사가 많은 것을 알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지만, 토론은 강의식 수업이 아니고 토론의 주체는 토론 진행자가 아닌 토론자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료를 찾고 싶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자극해 주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방법으로는 하브루타와 같은 질문 만들기, 자유 논제, 주제 없이 토의하기(일명 ‘아무 말 대잔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기존의 찬반 경쟁식 토론은 논제라는 큰 소재로 논증해 가는 과정을 진행자가 먼저 제시했다면, 비경쟁식 토론은 토론자에게 기회를 주고 토론자들이 스스로 찬반을 넘어 더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넷째, 질문을 만들어 토론을 이끌어야 한다
『창가의 토토』는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소설로 초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토토가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서 겪는 변화를 담고 있다. 이 책으로 비경쟁식 토론을 네 그룹으로 나눠서 2명씩 짝지어 질문을 만들
고,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당시 연애에 관심이 많던 한 학생은 이 책을 가지고 사랑 철학까지 이끌어 냈다. 이때 진행자는 학생들이 질문을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룹1이 만든 질문> - 장애/배려에 대한 토론으로 발전
- 1단계 질문. 전철역을 간 이유는?
- 2단계 질문. 토토의 꿈을 보고 토토의 성격을 추측해 본다면?
- 3단계 질문. 토토와 같은 성격의 아이가 현실에 있다면?
- 4단계 질문. 실제 토토와 같은 아이가 있다면 도와주고 이해해줄 수 있나요?
- 5단계 질문. 긍정/부정으로 나뉘는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룹2가 만든 질문> - 이상/현실에 대한 토론으로 발전
- 1단계 질문. 교가를 만들려고 한 이유는?
- 2단계 질문. 토토는 그 학교가 좋았을까?
- 3단계 질문. 토토가 퇴학당한 이유는?
- 4단계 질문. 내가 만들고 싶은 학교는?
 
<그룹3이 만든 질문> - 사회현상/전쟁에 대한 토론으로 발전
- 1단계 질문.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의 셋째 딸 이름은?
- 2단계 질문. 토토 아빠의 직업은?
- 3단계 질문.『 창가의 토토』의 시대적 배경은?
- 4단계 질문. 토토가 현재,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 5단계 질문. 시대적 상황이 미치는 영향은?
<그룹4가 만든 질문> - 사랑 철학에 대한 토론으로 발전
- 1단계 질문. 토토가 퇴학당한 이유는?
- 2단계 질문. 토토가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이름은?
- 3단계 질문. 자신이 만약 토토라면 ‘타이’가 그렇게 화를 내도 ‘타이’를 좋아할까?
- 4단계 질문.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그 사랑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다른 사랑을 찾는 게 맞을까?
- 5단계 질문.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섯 째,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경쟁식 토론에서만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얻고, 발표 자세를 갖출 수 있다는 선입견, 토론 시간을 방과 후나 특정 수업시간에 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이 가볍게 할 수 있는 토론은 쉬는 시간이었다. 제한 시간 10분. 토론 책은 학생들이 반납한 책, 토론 주제는 사실(내용 확인) 질문에서 방법이나 이유를 가지고 짧고 굵게 얘기해 볼 수 있다. 처음 질문을 받아본 학생들은 친구들과 같
이 있어도 대답을 제대로 못했지만 몇 번 질문을 받아본 학생들은 질문 하나에도 10분이 부족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쉬는 시간에 간단한 자극을 준 뒤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CA시간, 독서 시간 등을 활용하면 자극받았던 학생
들은 부담 없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조금씩 훈련된 학생들은 토론과 말하기를 좋아하게 되어 소크라테스처럼 즉흥 토론이 가능하게 된다. 일전에 5명이 즉흥적으로 토론한 적이 있었다. 토론 주제는 없었고, 책 또한 사전에 안내 없이 그 자리에서 토론하고 싶은 책을 골라서 토론하기로 했다. 이때 즉흥적이지만 학생들이 모범적으로 토론 책을 골라서 차근차근 읽으며 토론할 거란 위험한 선입견이 생겼다. 선입견을 가지고 개입을 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던 학생들의 흥미를 꺾었고,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정답을 찾기
위해 말문을 닫았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같이 이야기 듣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서로가 재미있었고, 도중에 다른 주제도 이야기를 했었지만 기다리다 보니 학생들 스스로 책에 대한 주제와 본질에 접근하게 되었다.
또 다른 성과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를 따라 도서실을 방문했던 학생의 경우었다. 그 학생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학생들과 함께 분위기에 휩쓸려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다가 토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도 정규 모임으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학생들을 믿고 선입견에서만 벗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언제 어디서든 토론을 하고 즐기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즉흥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의 소감
“찬반토론을 할 때보다 더 넓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제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폭 깊게 이야기한다면, 좀 더 질적으로 높은 얘
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토론에서는 제가 찬성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반대가 되어서 내 주장이 아닌 그냥 습득한 지식을 이야기했었는데, 토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지식과 재미를 느꼈어요.”
다음은 학생들과 함께 토론 시간에 나눴던 이야기다. “자신이 직업을 즐겨야만 좀 더 잘할 수 있다. 행복한 일이 많지 않으면 그 일에 열중하지 못한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행복하지 않으면 금방 질리게 된다. 자신의 일은 매일 똑같이 무한
반복되는 일일 수도 있기에 무한반복이 되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즐기는 것이다. 천재보다, 노력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자가 이긴다. 우리는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
 
독서와 토론을 하며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고, 세상이 발전되면서 행복을 자연스럽게 느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주객 전도가 되어버린 것 같다. 경쟁식 토론(디베이트)과 비경쟁식 토론(토의)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서로 다른 의견
을 취합하는 과정이다. 경쟁식 토론은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정반합의 과정이기에, 자칫 말꼬리 잡는 형식으로 변질되어 마지막 단계인 ‘합’을 도출하는 지도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주어진 논제에 대한 정답을 찾는 훈련보다 학생들을 믿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즐기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고 의견을 교류하면서 필요하다면 찬반 토론까지 나아갈 수 있는 비경쟁식 토론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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