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실용서의 발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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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10-13 16:18 조회 6,031회 댓글 0건본문
작지만 중요한 것들, 실용서에서 발견하다
글쓰기 가이드북을 통해 아이들과 필사 공부하기
박은정 산청 간디학교 사서
삶의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는 책
청소하는 법, 식사 예절, 공공질서, 말하는 법, 책 읽는 법, 글 쓰는 법까지 거의 모든 것은 가르치고 교육해야 하는 것들이지 저절로 타고 나는 것들이 아니다. 매일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겨우 효과가 나타나는 것들이다.
우리 사회에 롤 모델 이야기는 넘치지만, 생활의 작은 영역들이 담고 있는 가치를 조곤조곤 일러주는 가르침은 드물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런 것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는 멋진 꿈이나 스토리텔링이 없다. 그러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
좋은 실용서란 비록 인기는 없더라도 이런 작은 영역들에 꼭 필요한 기술들을 섬세하게 일러주는 책이다. 요리를 취미로 가진 한 친구는 요리의 대가들이 알려주는 작은 팁 한 가지가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들려준 적이 있다. 운동이나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 분야의 대가들이 들려주는 지침 한 가지가 얼마나 요긴한지는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좋은 실용서는 이처럼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여도 배우고 도전하려는 이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것들을 담고 있다.
실용서를 통해 글쓰기가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하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 보면 대체로 속독을 한다. 재미있는 책일수록 빨려 들어서 빨리 읽는다. 책을 안 읽는 아이들도 많은데 열심히 읽고 나서 금세 재밌는 새 책을 붙잡는 걸 보면 기특하다. 하지만 다소 걱정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 읽은 책들이 아이들의 머리에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보면 대부분 기억을 못할정할 정도로, 아이들이 망각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이 많은 책일수록, 아름답고 멋진 장면이 많이 담긴 책일수록 허겁지겁 읽어 버리면 안될 텐데 싶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아이들이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를 고민 하던 끝에 시중에 있는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어 보고 나름대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적용해 봤다. 책 속에 든 가르침을 실제로 적용해 본 사례는 다양할 테지만, 누구든 쉽게 해볼 수 있는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사 관련 책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에게 필사를 가르쳤다. ‘가장 좋았던 문장 열 개’ 쓰기부터 시작하여 ‘기억에 남는 문단’, ‘등장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 ‘친구에게 읽어 주고 싶은 장면’, ‘감동적인 장면’ 식으로 필사의 양을 조금씩 늘렸다.(지식 책의 경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다섯 가지 찾아 쓰기’ 식으로 쓰도록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 다 읽은 책을 뒤적거리는 걸 지루해 했지만, 필사를 해가며 차곡차곡 기록되는 걸 보며 뿌듯해 했다. 또한 쓰기 힘든 독후감 숙제도 필사 노트를 참고하면서 해내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필사는 교사 입장에서도 지도하기가 좋다. 읽을 책, 포스트잇, 노트, 연필, 지우개만 있으면 되기에 수업 준비와 정리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 후, 글쓰기와 같은 독후활동을 시켜보면 “어떻게 써요?” “처음만 알려주세요!” “쓸 말이 없어요!” 등의 짜증 섞인 온갖 말들이 튀어 나온다. 조용히 글 쓰는 아이들까지 “좀 조용히 해라!”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식의 고함을 질러대기 일쑤다. 하지만 필사를 시켜 보면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쓸 문장을 찾아 책을 뒤적거리면서 두 번 세 번 책 내용을 들여다본다. 필사를 빨리 끝낸 아이는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의 글을 쓰기도 한다. 게다가 책을 먼저 읽은 친구들이 필사를 하고 있으면 책을 천천히 읽는 아이도 방해받지 않고 책을 마저 읽어 낸다.
나와 함께 공부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필사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필사는 교사 입장에서도 지도하기가 좋다. 읽을 책, 포스트잇, 노트, 연필, 지우개만 있으면 되기에 수업 준비와 정리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 후, 글쓰기와 같은 독후활동을 시켜보면 “어떻게 써요?” “처음만 알려주세요!” “쓸 말이 없어요!” 등의 짜증 섞인 온갖 말들이 튀어 나온다. 조용히 글 쓰는 아이들까지 “좀 조용히 해라!”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식의 고함을 질러대기 일쑤다. 하지만 필사를 시켜 보면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쓸 문장을 찾아 책을 뒤적거리면서 두 번 세 번 책 내용을 들여다본다. 필사를 빨리 끝낸 아이는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의 글을 쓰기도 한다. 게다가 책을 먼저 읽은 친구들이 필사를 하고 있으면 책을 천천히 읽는 아이도 방해받지 않고 책을 마저 읽어 낸다.
나와 함께 공부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필사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니까 손의 힘이 좋아졌어요.”
“글을 잘 쓰려면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나도 모르게 입으로 천천히 읽으면서 써요.”
“내용을 훨씬 잘 기억하게 되었어요.”
“어려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쉽게 느껴져요.”
“쓰면서 다시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조금 달라요.”
“에이! 내가 쓰면 더 재밌게 쓸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으로 천천히 읽으면서 써요.”
“내용을 훨씬 잘 기억하게 되었어요.”
“어려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쉽게 느껴져요.”
“쓰면서 다시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조금 달라요.”
“에이! 내가 쓰면 더 재밌게 쓸 수 있는데!”
아이들은 남의 글을 베껴 쓸 때 기계적으로 베껴 쓰지 않는다. 아이들은 쓰고싶은 부분(써야 할 부분)을 스스로 선택한다. 쓰면서 단어를 익히고, 문장을 외우기도 하고, 사건을 재구성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글쓰기 힘을 기른다.
아이들과 글쓰기 공부를 하다보면 글쓰기도 악기 연주나 운동처럼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단기간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매일 해나가야하고 오랜 훈련을 통해 몸에 붙는 것임을 매번 깨닫는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일가를 이루려면 훈련과 연습의 시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생략하면 즐거움도 없다. 독서와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읽기와 쓰기의 기초적 토대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책과 글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필사 관련 책을 활용해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었듯이, 실용서는 일상에 필요한 크고 작은 방법들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