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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한 학기 한 권 읽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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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9-08 11:16 조회 11,199회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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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반기면서도
걱정하는 이유
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아이들이 어릴 때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는 일이 꽤 잦았다.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책을 다 읽어 주지 못했다. 몇 권 읽고는 목이 아프다거나 할 일이 있다며 읽기를 중단하곤 했다. 밤에는 책을 읽다가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이 드는 때도 많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 주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걸 보면 아이들은 책을 참 좋아한다. 책에 관한 나쁜 기억이 쌓이지 전까지는.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책을 안 읽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보다 고학년 아이들이 책을 덜 읽고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책을 더 안 읽는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점점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중학생 네 명 중에 한 명이, 고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독서교육을 예전보다 많이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서교육을 받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책을 안 읽는 학생이 많아지는 건 독서교육의 아이러니다. 책 읽기는 평생 스스로 배우는 바탕이다. 학교 독서교육을 통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들어간 것은 한 학기에 책 한 권조차 읽지 않는 학생들에게, 경쟁교육 탓에 책 읽을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준다는 의미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아이들이 이 시간에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 읽기를 권하고 가르칠 때 책 읽기의 본질인 자유로운 책 읽기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는 것과 관련한 나쁜 기억이 학교교육을 통해 쌓이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움을 참고 견뎌야만 하는 지겨운 공부가 아니라, 재미있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위로 받고 용기를 얻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 책 읽기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이란 걸 경험하면 좋겠다.
그런데 이제 학교 수업 시간에 책 읽기를 가르친다니 반가운 한편 걱정도 인다. 책 읽기의 본질인 자유로운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 말이다. 읽을 책을 고르는 것부터 책을 읽는 과정,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표현하는 것까지 모두 가르치고 학습할 텐데 ‘자유로운 책 읽기’를 침해하지 않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학교교육은 수업 계획, 실행, 평가가 모두 교사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은 교사가 만든 틀 안에서 약간의 의견을 보태거나 몇 가지 중에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정하고 배울 방법을 계획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학습 계획과 실행이 교사 중심이다 보니 평가도 그럴 수밖에 없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수업 계획 예시를 보니 책을 고르는 활동을 2차시 동안 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고 아무 책이나 읽을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 학교는 교사나 학생들이 선택하거나 권하는 책을 참고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자유를 침해당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필독목록이나 권장도서목록 혹은 베스트셀러 때문에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잃거나 더 다양한 책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금서와 불온서적을 말하고 빨갱이 논란을 부추기고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고소 고발을 난발하고 있다. 특히 학교와 출판사는 좋은 책과 나쁜 책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있고, 학년이나 나이별로 읽을 책을 나누고 있다. 책 읽기를 권하는 교사의 피드백이 이런 편견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미 어른인 교사와 부모들은 오랜 시간 동안 금서와 필독을 당연시한 시대를 살아왔고, 학생과 자녀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며 자유로운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책에서 주제와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평가를
염두에 둔 수업에서 책 읽기의 본질을 실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한가지 책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읽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국어과 교사들을 만났다. 학생들이 같은 책을 읽어야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통해 학생들이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저도 모르게 몸에 밴 검열의 문화를 벗어던질 수 있다면 좋겠다. 책 읽기를 통해 양심의 자유를 누리고 사상의 자유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고른 책을 읽음으로써 존중받는 경험을 해 보길 바란다. 그것이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라이트노벨이든, 글이 많든 적든, 읽다가 덮어버리고 다른 책으로 옮겨 가든, 띄엄띄엄 건너뛰며 읽든 그 선택을 존중받아 보는 것에서 책 읽기를 시작하길 바란다.
오랫동안 책 읽기는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낯섦을 만나는 책보다 자신이 공감이 잘되는 책을 고르고, 책 읽기를 통해 합리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자신이 원래 가진 신념을 합리화하는 책 읽기에 우리는 더 익숙하다. 또 책과 관련한 불평등한 환경도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제 책 읽기를 학교라는 공공의 영역으로 끄집어내면서, 아무에게도 침해 받지 않았던 권리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간섭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평가를 해야 하는 교과로 편입되는 데에는 걱정이 앞선다. 책 읽기를 점수로 환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여러 가지로 경험했기 때문에 점수로 서열화하지 않는 책 읽기를 제안하고 싶다. 학교교육이 가르쳐주지 못한 자유로움과 주체성을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얻었다. 이번 책 읽기가 교과로 들어가면서 본래 책 읽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 학기 한 ‘시집’ 두텁게 읽기
이야기 넘치는 교실, 시로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방법
조연수
수원 남창초 교사
 
문학을 가르치는 이유
‘남의 해석을 외우는 수업’, 무엇에 대한 대답일까? 우리 학교 신규 선생님에게 학창시절 고등학교 국어 수업은 어땠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문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12년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읽기’를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마다 사고력이나 언어 사용 능력이 높아졌을까? 문학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됐을까?
얼마 전 종영된 한 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학이라는 건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 보는 것이기에 다양한 감수성을 개발하는 데 문학 작품이 쓰여야 한다.”라고 말이다. 이런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놓여 있다. 작품의 일부분만 실린 지문을 읽고, 그마저도 성취 기준으로 쪼개진 조각만을 만지작거리다 독서 골든벨 같은 정답 찾기 문제 풀기로 끝내지 않는 수업을 해 보자는 것이다. 한 학기에 한 권이라도 우리 학교,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고르고 어떻게 수업할지를 협의하며 일단 수업을 해 보라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시작하면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절대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교사 자신이 변하고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변화를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 그리고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기록해 줄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교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교실로 들어온 시집
그림책을 읽어 주는 선생님은 많이 봐 왔다. 동화를 읽어 주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도 자주 봤다. 나 역시 교육과정의 빈틈을 이용하거나 재구성하여 수업을 해왔다. 그러나 시 수업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부지런한 선생님들이 공유해 주는 시 모음을 출력해서 같이 읽고 공책에 적어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대학원의 과제를 하기 위해 저녁에 대학원생들끼리 모여 각자 동시집을 들고 자유롭게 읽기 시작했다. 각자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가 나오면 읽어 주고, 그러다가 서로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와 관련된 각자의 이야기들도 풀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 날 수업 시간, 각자 고른 시를 낭송하고 왜 그 시를 선택했는지 발표를 들었다. 같은 시집을 읽은 동기가 발표할 때 나와 같은 시를 고르면 반갑고, 달라도 ‘아, 저 시를 저런 이유로 골랐구나.’ 싶은 생각에 내가 고르지 않던 시를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다른 시집을 고른 동기가 시를 낭송하면 ‘저 시집도 읽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과도 이렇게 시집으로 수업해 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 네 권씩 시집을 구입해 달라고 신청을 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도서관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시집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시인들은 시를 쓸 때 시어 하나, 행갈이 하나, 연의 구분, 심지어 쉼표 하나도 고민하며 시를 쓴다. 그리고 시가 들어갈 집을 어떻게 만들까를 두고 편집자와 작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 시가 담길 책의 크기, 질감, 표지, 시와 어울릴 그림들도 시를 더욱 시답게 만들어 줄 수 있기에, 교과서나 유인물로 시를 만나는 것과는 문학적 체험 자체가 달랐다.
시집으로 수업 준비하기
시집으로 수업할 때는 적어도 한 모둠 정도는 같이 볼 수 있도록 4권의 복본을 학교도서관에 준비하면 좋다. 대신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내기보다는 몇 권의 시집을 읽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그러면 반 아이들이 3~4권의 시집을 공통으로 읽는 경험을 갖게 되어 다양한 시적 취향이나 공통의 시적 취향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다 읽고 난 후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을 투표하여 작가와의 만남이나 후속 수업을 계획해 볼 수도 있다.
한 권의 시집으로 수업할 때도 시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고 낭송하는 기본 과정은 같다. 그러나 한 권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니만큼 시집에 있는 시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두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시가 나오면 그림이나 만화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몸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도 뽑아보고, 같은 학년과 함께 진행하는 수업이라면 우리 학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뽑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학교도서관에 학생 수만큼 책을 준비해 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래서 대개 한 권으로 수업을 할 땐 작가와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책으로 수업하고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사인 받는다고 하면 학부모들도 별 거부감 없이 책을 사 주시는 경우가 많다.
수업 계획하기
2016년 2학기에 앞서 아이들과 시집을 읽어 보는 수업을 계획했다. 한 권으로 자세히 읽기보다는 여러 시집들을 읽으며 다양한 시를 맛보게 하고 싶었다. 먼저 학교도서관에 준비된 시집들 가운데 어떤 시집이 좋을지 같이 읽어 보며 고른 뒤 수업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세웠다. 처음에는 네 권 정도 읽을 계획이었는데, 두 반 아이들 모두 한 권만 더 읽자는 의견이 많아 다섯 권을 읽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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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는 아이들
아래는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저마다의 가정으로 보냈던 글이다. 다시 읽어도 그때 우리 반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시 수업이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1학기 때와 2학기 들어 잠시 시 맛보기 수업이 있었는데 작년부터 시집 읽기를 수업시간에 접했던 아이들이라 시를 무척 좋아해요. 좋아하는 시, 좋아하는 시집이 있을 정도입니다. (중략) 시집을 보고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나 저 시집 읽었었는데~” 하며 반가워합니다.”
“시 고르기 시작을 했어요. 5개의 붙임 종이를 주고 고르게 하는데, 5장을 다 썼는데 또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면 앞에 붙였던 시 가운데 한 가지를 포기하든지, 지금 만난 시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 선택의 순간이 시 감상 수업의 정점입니다. 아이들이 한 장만 더 달라고 애원하지만, 선생님이 절대 줄 수 없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고민하다가 힘들게 말합니다. “선생님, 제가 큰 결심을 했어요. 하나를 포기했어요. 으~” 하고 말예요.”
“스스로 고른 시를 시 날개에 옮기고, 정성껏 시를 옮겨 쓰고 뒷장에는 이유를 적어 발표하며 낭송을 합니다. 이번 주까지 세 권의 시집을 만나고 헤어졌는데 헤어질 때 인사를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시집을 꼭 끌어안고 우는 소리를 하며 칠판에 내놓습니다. 사고 싶은 시집들도 늘어나고요. 외워서 부모님께 들려주고 싶은 시도 생깁니다. 다음 주까지는 시 수업이 진행됩니다. 수학 단원을 변경하여 5단원 표와 그래프를 먼저 공부하는데 시 수업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반이 뽑은 시, 우리 반이 뽑은 시집을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며 선정하려고 합니다. 투표 결과로 내년 작가와의 만남 때 모실 작가를 정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의 가정에 보냈던 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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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업이 모두 끝나고 며칠이 지나 한 아이가 말을 건넨다.
“선생님, 오늘 저 행복한 날이에요.”
“왜? 무슨 좋은 일 있어?”
“네. 오늘 『까만 밤』이랑 『글자동물원』이 도착하거든요. 할머니가 선물을 주신다고 해서 시집을 사달라고 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시집을 사고 그 일로 행복해 할 수도 있다니… 더구나 그 아이는 무엇이든 하기 싫어하는, 무기력증이 조금 있는 남자아이였다. 열심히 시를 고르고 긴 시를 골라 종이를 덧대어 가며 옮겨 쓰고 말을 걸어오던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시를 좋아하게 됐구나 싶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이 3학년이 되었다. 가끔 사서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떤 책을 주로 빌려가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사서선생님께서 참 기분 좋은 말을 해 주셨다.
“선생님, 우리 학교 애들은 시집을 잘 빌려가요. 시 수업을 해서 그런가 시집을 골라서 책상에 앉아 읽기도 하고요. 왜 빌려가는지 물어보니 집에서 옮겨 적으려고 가져간대요. 어른들도 잘 안 읽는 시집을 우리 애들은 읽네요. 참 놀라워요.”
 
아이들은 이번 가을에 시인을 만난다. 투표에서 『글자동물원』이 ‘우리 학년이 뽑은 시집’으로 선정되어 이안 시인을 만나기로 했다. 2학기에 3학년 선생님들은『글자동물원』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계신다. 그래서 8월엔 이안 시인이 하는 연수를 직접 듣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설레며 기다리고 아이들은 다시 시집을 읽으며 작가를 만날 생각에 설렌다.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도 교실에 꽂힌 동시집을 몇 번씩 다시 읽는다. 얼마 전엔 『냠냠』을 골라 가는 아이를 보고 이 동시집을 읽으려고 그러냐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제가 좋아하는 시집이에요. 엄청 재밌어요.”
아이들이 시집을 자주 읽는다는 건 자기 안에 든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시인들의 노력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아이들이 시로 읽으며 시인의 마음을 시나브로 닮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시를 읽으며 행복해지면 좋겠다. 시인의 마음을 닮아 세상을 새롭게, 따뜻하게 그리고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온작품읽기’로 꽃피우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기호 3번 안석뽕』 수업 사례를 중심으로
진현 화성 제암초 교사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한 학기 한 권 읽기
그리고 온작품읽기

올해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었다. 국어 교과에서는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1학년의 한글 교육이 중점적으로 확대되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독서 단원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내용이, 5학년과 6학년은 연극 단원이 새로 생겼다.
나는 국어 수업 시간에 ‘온작품읽기’1)를 통해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교과서의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온전한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 읽고 감상문 써서 제출해라.”라고 그냥 던져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어 수업 시간에 학급 전체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나누는 뜻 깊은 경험이다.
‘온작품읽기’를 할 때 어떤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선생님이 어린이 책을 찾아 읽으며 작품을 즐기고 작품을 읽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이때 같은 학년 교사들과 ‘함께 읽기’ 공동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 전에 교사들이 함께 읽기를 통해 읽기 전, 읽기 중, 읽기 후 활동을 계획하고 생각을 나눈 뒤 수업을 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한 수업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읽을까?’를 고민한다면 ‘책 읽어 주기’를 추천한다.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읽어 주기’를 하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또한 교사의 유의미한 발문을 통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 향상을 도울 뿐 아니라, 평생 독자로 이끄는 가장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그저 자연스레 책을 읽어 주면 눈을 빛내며 귀 기울이는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또 읽어 주세요.”라는 말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문학작품 읽기
문학을 통한 읽기는 예술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텍스트를 읽는 데 강력한 바탕이 된다. 모든 ‘읽기’는 결국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본질은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고 삶은 이야기이며, 결국 예술 작품을 읽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온전한 문학작품 읽기’를 하면 ‘삶 읽기, 삶 나누기, 삶 느끼기’를 교육의 내용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온전한 문학작품 읽기’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의 삶을 보듬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소개할 사례는 장편동화 온작품읽기를 실천한 내용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기호 3번 안석뽕』 수업 이야기2)
첫 번째, 읽기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5학년 1학기 9단원. ‘추론하며 읽기’에서 『기호 3번 안석뽕』으로 온작품읽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진형민 작가의 장편동화로 평범한 주인공이 전교 임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이야기와 재래시장 근처에 대형 마트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이다. 책을 받자마자 아이들이 “와, 진형민 작가 책이다.” 하고 말한다. 나는 우선 작가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으로 읽기의 호기심을 이어갔다.
“우리가 진형민 작가의 책을 읽은 게 몇 번째인가요?”
“세 번째요!”
“세 권의 표지를 보면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 뭘까요?”
“표지가 다 노란색이에요~”
“노란색은 어떤 느낌이 들어요?”
“밝아요.” “힘이 솟아요.”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은 우리가 세 번째 읽는 진형민 작가의 책인데 실제로는 작가가 쓴 첫 번째 책이랍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 제목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미루어 짐작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기호 3번에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거요. 학생이 하는 선거니까 학급 임원 선거나 전교 임원 선거일 것 같아요.”
“안석뽕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요?” 하고 묻자 “이름이요.” “별명일 거예요.”라는 의견이 나왔는데 한 아이가 이름에 ‘뽕’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별명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안석뽕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위인이 누구일까요?”라고 질문하자 ‘안석봉, 심석봉’ 등의 이름이 나오다가 누군가가 ‘한석봉’이라고 이야기했다. ‘한석봉’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니 ‘글 쓰는 것과 떡 써는 어머니’라고 한 아이가 설명을 했다.
 
1)『 이야기 넘치는 교실,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북멘토, 2016
2) 2017년 제암초등학교 5학년 1반 수업 실천 일기에서 발췌
 
 
두 번째, 표지 그림 보며 유추하기
아이들과 표지 그림을 보며 유추하기를 이어갔다. “누가 주인공일까?”에 대한 물음에 아이들은 맨 앞에 흰색 후드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안석뽕’일 것이라고 답했다. 표지 그림에서 느낌이 좀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묻자 양복 입고 팔짱 낀 애’라고 다들 가리킨다. 뭔가 샘내는 것 같다고 한다. 뒤표지 그림도 읽었다. 발차기 하는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자, “세레모니 같다.” “힘찬 느낌이 든다.”라고 한다. 읽기 전 마지막 질문으로 차례를 보면서 추론하기를 했다. 차례를 하나 하나 읽은 후에는 제목이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이라면서, 한 아이가 선거 기간이 일주일이어서 일주일 동안 있던 일에 대해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면서 술술 말한다. 칠판에 정리한 내용을 공책에 옮겨 적기를 하고 ‘1장. 다짜고짜 금요일’을 읽어 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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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돌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하기
3장부터는 한 명씩 돌아가며 읽기를 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삽화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삽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그림 찬찬히 읽기를 시도했다. 13쪽의 후보 등록서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찾아 조조와 기무라가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22쪽의 선거 유세 장면에서 ‘서영지’ 찾기를 하고 ‘안석진’의 얼굴빛이 빨간 이유를 함께 유추해 보았다.
선거 이야기와 함께, P-MART와 문덕시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사회 시간에 배운 경제 단원과 연결 지었다. 자유와 경쟁이 우리나라 경제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그럼 P- MART를 만드는 건 자유이고 문덕시장과 경쟁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시장 바로 옆에 마트가 생기는 건 공정한 게 아닌 것 같다고 해서 ‘공정하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이 공평하게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덩치 큰 사람과 덩치 작은 사람이 책을 똑같이 5권씩 나르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하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문학작품은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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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을 다 같이 읽었다. “하이야! 허이야!”를 외치며 『기호 3번 안석뽕』함께 읽기를 마치고, 다시 읽기를 하면서 질문 거리를 찾았다. 읽기 전 단계에서 읽기 중 단계까지 6차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네 번째, 질문 나누고 책으로 묶기
그 다음에는 인물, 사건, 인물의 성격, 인물의 심리, 모르는 낱말에 대한 질문을 만들었다. 일제고사, 삼재, 삶아먹으나 구워먹으나, 사사건건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 나와서 낱말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야유를 보내면서 지금은 일제고사가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아이들이 답했다. 질문 만들기와 질문 주고 받기에 두 시간이 필요했다. 질문을 만들어서 붙이면 모둠별로 질문지를 가져가서 분류하여 정리하고, 모둠에서 자신들의 질문을 묻고 다른 모둠 친구들이 이야기 나누기를 했다. 활발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조용히 묻어가려는 아이들도 있어서 둥그렇게 앉아서 다 돌아가며 말하기를 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활동으로 글쓰기를 했다. 글쓰기의 형식은 『기호 3번 안석뽕』을 다 읽은 후 감상을 시로 쓰기, 인물에게 편지 쓰기,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주장 글쓰기, 감상과 느낌을 쓰는 감상 글쓰기 가운데 선택하여 각자 글을 쓰고 우리 반의 여섯 번째 책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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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읽으며 이야기꽃 피는 교실 만들기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삶의 면면을 이해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공동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자신의 생각을 살찌우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이해하게 되면서 생각의 폭을 넓게 한다. 또, 아이들은 작품과 대화하고 친구들과 교사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공통의 경험을 통해 일체감과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시간이 수업 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소통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온작품읽기’, 함께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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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학 교과 독서 수업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를 통해 실천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김현민 이천 다산고 물리교사
 
 
정규 수업시간에 진행하는 책 읽기 수업
과학은 자연 현상과 사물의 원리와 법칙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관찰하고, 규칙을 발견한다. 실험을 통해 검증하여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과학적’이라는 말에는 ‘합리와 논리’가 포함된다. ‘합리와 논리’가 유지되려면 전체적인 맥락과 더불어 특정 부분을 살펴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관찰하고 설명하기, 원리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과학과 기술을 우리 삶과 연결하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무엇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 과학 교육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독서는 생각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읽기를 넘어 쓰는 경험, 말하는 경험은 학생들을 ‘지식의 생산자, 재구성자’로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려면 자료를 찾아야 하고, 관련 지식을 폭넓게 살피면서 생각해야 하며,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다. 모든 학생들이 통합과학, 통합과학 실험, 통합사회, 한국사를 필수로 배운다. 그리고 국어 교과에는 교사가 선택한 한 학기에 한 책을 읽고 수업을 진행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교육과정으로 명시되어 교과서의 단원으로 편성됐다. 과학 교과에 한 학기 한 책 읽기가 교육 과정에 편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물론 현재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도 그 근거가 명시돼 있다.
‘모두가 함께한다’=‘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한 학기 한 권을 읽는 수업은, 한 학기 한 가지 주제나 현상을 깊이 있게 사색하고 폭 넓게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수업이다. ‘수업시간에 한다.’라는 것은 ‘모두가 함께한다.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모두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각 교과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과정 또는 꼭 익혀야 하는 능력이나 길러야 하는 감각이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수업 시간에 구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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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여 타자와 소통하는 것은 가장 오래된 배움의 방식이자, 기본적인 학습이다. 주당 수업 수가 많은 교과는 1시간 정도, 또는 매 수업에서 10~20분 정도의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당 수업 수가 적은 교과는 지필고사 이후 대여섯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그 과정을 살피고 도와주어야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함께 독서의 과정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산출물(활동지)을 꼼꼼히 읽는 것은 교사의 과제다. 아이들의 글을 읽는 것은 한 인격체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과정이자, 그 삶을 읽는 시간이며 아이의 마음으로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활용하여 이끌었던 물리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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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기획
물리I 교과 2단원은 ‘물질과 전자기장’ 학습으로 시작한다. 발전의 원리인 전자기 유도는 4단원 에너지에서 핵 발전과 여러 가지 발전, 전기 에너지의 이용과 이어진다.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 자원을 얻는 방식에 따라 마을 형태와 생활 방식이 달라진다. 대규모 발전소의 건설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는데, 이 문제의 중심에는 ‘핵 발전’이 있다. 이 단원을 학습하는 동안 전기 에너지를 얻는 원리와 방식을 이해할 뿐 아니라,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생각하기 위해 아이들과 이와 관련된 책을 함께 읽었다.
핵에너지와 관련된 열일곱 개 종류의 책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다.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제출하고 발표하게 했다. 이 수업을 교내 대회로 확장하여 ‘핵에너지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동기 부여와 핵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를 함께 읽고, 전문가 토론 방식으로 독서토론을 3차시 동안 진행했다. 이후에, 각자 책을 읽고 글 쓰는 활동을 진행했다.
 
수업 진행
수업은 아래와 같이 독서토론과 모둠별 포스터 발표 두 가지 수업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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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활동: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1차시 책의 1강을 모두 함께 읽었다. 한 단락씩 돌아가며 읽고, 중간 중간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생각거리를 제시하며 읽었다. 수업용 마이크를 준비해 읽는 사람이 들고 읽게 했다. 읽을 순서가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마이크가 있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2차시 칠판에 제목을 써 주고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읽도록 했다. 30~40분 정도의 읽기 집중 시간을 주고, 각자 내용을 정리하도록 했다.
•3차시 우선 같은 내용을 읽은 학생들끼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리하도록 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 다른 내용(2~5강)을 읽은 4명을 한 모둠으로 만들어 서로가 이해한 부분을 설명하도록 했다.
책 고르기: 지식의 경계 넓히기
첫 시간은 책을 선택하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열일곱 개 종류의 책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구경할 시간을 준다. 이후 교사가 책을 들면, 읽고 싶은 학생들이 손을 든다. 손을 든 학생이 책 권수보다 적으면 그대로 책을 나누어 주고, 책이 모자라면 뽑기를 하여 해당 책을 뽑은 학생이 우선 책을 갖고 가게 했다. 가져간 책은 읽어 보고 합이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책으로 바꾸었다.
책을 선택하고 5차시에 걸쳐 책을 읽으며, 핵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3명이 한 모둠이 되어 30분간 자신이 선택한 책을 정독하고, 20분간 자신이 읽은 내용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책 읽는 마지막 시간은 글의 개요를 작성하고 한두 문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 수업시간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 포기하지 않게 된다. 시간이 여유가 된다면, 한 시간을 온전히 글쓰기 시간으로 구성해도 좋다.
학생들이 제출한 글은 모둠 친구들과 돌려 읽게 하여 1차 피드백을 받고, 교사가 2차 피드백을 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책을 읽는 과정, 1차 제출본, 최종 제출본을 각각 평가해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성장과정을 과목별 세부능력 평가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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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 포스터 발표 수업
3인으로 구성된 모둠이 교과 내용의 10가지 소단원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2차시에 걸쳐 포스터 자료를 제작한다. 3차시에 걸쳐 포스터 발표를 진행한다. 첫 시간에 A 학생이 발표를 하면 B, C 학생은 다른 모둠의 포스터 부스를 돌며 설명을 듣는다. 두 번째 시간엔 B가 발표를 하고 A, C 학생이 설명을 듣는다. 셋째 시간엔 C 학생이 발표를 하는 동안 A, B 학생이 포스터 부스를 돌며 설명을 듣는다. 모두가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방식이라 무임승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설명을 위해 만드는 포스터는 과학실 벽면에 부착하되, 각 반에 같은 주제를 모아서 함께 붙여 준다. 다른 반 친구가 작성한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설명을 할 때 다른 반 친구의 포스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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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마무리 그리고 유념해야 할 것들
기말고사를 마친 후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발표를 준비한다. 각 반에서 희망하는 학생들이 발표하여, 학생들의 호응이 좋은 8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한다. 이렇게 예선을 거쳐 선발된 8명이 1, 2학년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 같은 독서수업 과정이 지속되려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지치지 않아야 한다. 교사가 검토하고 반응할 과제의 양이 스스로 감당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때, 결과보다는 학생들의 삶과 성장을 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학생의 책 읽기 습관과 책의 수준·정서가 맞지 않으면 학생이 지친다. 그래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게 하고 일정 기간 동안 책을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백을 주는 것이 좋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되, 교과에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고 있으며, 내용이 적합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규 교과 시간 중에 경험하게 되는 독서토론 수업은 기초 학습이 안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에게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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