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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SF 정주행(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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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7-02 14:53 조회 5,4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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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세계로의 초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 관장
 
 
SF란 무엇인가?
 SF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판타지와 일맥상통하지만, 판타지가 꿈에 가까운 이야기라면 SF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상상, 즉 과학적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판타지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자유롭게 모험하는 이야기가 많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마음대로 마법을 쓰고, 변신하며 다른 세계로 날아가기도 한다. SF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하늘을 나는 빗자루는 어떻게 날아다니며, 마법이 실현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며 상상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실현한다.
 사람들은 대개 SF가 어렵다고 한다. SF에는 복잡하고 기묘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로봇의 인권이나 초인의 고뇌 그리고 가상현실 속의 자아처럼 뭔가 심각하고 진지한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학적 상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복잡할 필요는 없으며, 진지하고 심각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령 가상현실 게임을 무대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가상현실의 원리를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으며, <쥬라기월드 2>에서처럼 유전 공학의 기술을 일일이 소개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게이머들이 협력해서 세상을 구하고, 공룡들과 함께 공존하며 활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다. ‘만약에 ∼한다면, ∼하지 않을까?’ 과학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이처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다양한 가능성이 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SF의 재미이자 특징이다.

SF를 보는 방법
 과학적인 상상은 SF를 만들어내는 원천인 동시에 SF를 어렵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많은 사람이 과학은 과학자만 하는 것이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설사 과학이 어렵다고 해도 SF를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다. SF는 ‘과학’이 아니라 ‘상상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SF에선 현재 과학으로 가능한 일만 나오지 않으며, 과학을 배우지 않아도 SF를 보거나 만들 수 있다. 타임머신이 앞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미지수임에도 우리는 <백 투 더 퓨처> 같은 작품을 SF라고 부른다. 방사능으로 인해 <고질라> 속괴물로 변하거나, <헐크>의 주인공처럼 초능력을 얻는 것도, 초능력 그 자체도 과학적으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SF로서 즐긴다.<인터스텔라>나 <마션>처럼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충실히 만든 영화에서도 오류는 존재한다. 가령, 한 사람이 화성에서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션>에서는 갑자기 밀려온 폭풍으로 부러진 부품 때문에 주인공이 다치지만, 화성은 공기 밀도가 낮아서 아무리 바람이 빨라도 부품이 부러질 수는 없다. 재채기의 풍속이 태풍보다 크지만, 위력은 약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위해 일부러 무시했다고 한다.) 물론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현대 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SF에 있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지가 아니라, 이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리는 시공을 초월하는 가족의 사랑에 감동받으며, <마션>에서는 화성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조차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나아가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SF는 독특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그것이 곧 과학 그 자체를 뜻하지 않는다. SF를 보려고 과학을 배울 필요는 없으며, 과학적으로 말이되는지 아닌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좋은 SF는 <마션>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렇듯, 복잡한 설명 없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SF를 볼 때 필요한 것은 “과학적으로 말이 안 돼!”라고 딴죽을 거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그 작품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이를 통해 주인공들이 처한 독특한 상황을 이해하며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라는 놀라움을 맛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떤 상상이건 황당하다고 무시하지 않고 그 안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SF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상상의 저편을 넘어서- SF 활용하기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SF에 담긴,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완벽한 과학은 아니지만, 뭔가 그럴듯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가능성을 전하고 상상하는 힘을 안겨 준다. 우리는 영화 <투모로우>처럼 불길한 미래를 보여 주는 작품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깨닫거나, <마션>을 보며 언젠가 화성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악몽을 떨쳐내고자 노력하게 된다. SF가 ‘미래를 예견한다’라고 말하는 건 바로 그런 힘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힘을 키우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SF 작품을 보는 게 좋을까? 처음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을 통해 SF에 익숙해지는 게 좋겠지만, 만화나 소설 같은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소설에는 영상물에서 등장하는 멋진 장면은 담겨 있지 않지만, 그만큼 문장을 통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영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그 세계의 설정을 이해하고 더욱 깊이 파고드는 맛도 있다. 멋진 영상은 우리를 쉽게 끌어들이지만, 그 영상에만 몰입하다 보면 그 이상의 상상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내게 맞는 속도로 차근차근 문장을 읽으면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상상을 펼쳐낼 수 있다.
 SF소설을 처음 접한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마션>처럼 영화의 원작소설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미처 담아내지 못한 작가만의 다양한 상상을 통해 영화의 재미도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테니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펼치는 것을 권한다. 대개 소설 쪽이 내용이 더 풍성한 만큼, 소설을 먼저 보면 뭔가 빠졌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좋은 영화라면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로써 즐거움을 주게 마련이지만 말이다.)
 다만, SF소설을 보면서 ‘뭔가를 배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SF는 과학책이 아니며,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SF소설은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상상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작품이다. SF 속의 세세한 설정이나 이론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 한 것이 아니며, 정확한 숫자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적당히 넘어가면서 상상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SF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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