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④도서부 선발·운영 방안 세우기 든든한 동행자들과 더불어 행복하셔요_ 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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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1:56 조회 16,719회 댓글 0건본문
우리에겐 도서관을 해바라기하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새 학기 인사이동과 함께 업무분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담당업무는 ‘학교도서관’이라구요? 순간 하늘이 노랗고, 가슴이 답답하고, 콧날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증상이 생겼다구요? 맞습니다. 학교도서관! 이용자로 도서관을 다닐 때는 지상 최고의 행복 공간이지만 내 일이 되는 순간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곳이 ‘학교도서관’입니다. 사서교사인 저 또한 새 학교로 옮길 때면 어찌할 수 없는 ‘답답증’이 생깁니다. 각 학교마다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방치되어 있는 곳이 바로 학교도서관이지요.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 선생님과 네 번째 학교 이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세 번의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큰 공간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을 선생님 혼자 힘으로 마음에 쏙 들게 재정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동료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도서관을 해바라기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도서관 문만 열려 있다면 언제고 와서 북적북적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저는 매년 어떤 동아리보다도 먼저 ‘도서부’ 선발을 합니다. 체육복 갈아입고 목장갑 끼고 혼자 열심히 번쩍번쩍 윤이 나게 손질하는 도서관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 순대 나눠 먹으며 함께 땀 흘리며 새롭게 정비한 도서관은 의미가 다릅니다. 저마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애착이 생긴 도서관은 활기가 돕니다. ‘도서부’를 어떻게 선발하고 꾸려나갈지 이야기 나눠볼까요?
다른 동아리보다 ‘빨리’ 모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월, 계발활동과 맞물려서 선발하는 다른 동아리보다 빨리 모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번 도서부원이 되면 3년 동안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선택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지요. 학교 게시판을 활용하여 도서부 모집 포스터를 부착하고 도서관에는 가입신청서를 비치해 둡니다.
일정 기간을 두고 신청 학생을 받은 후에는 면접을 통해서 최종 선발합니다. 포항고 청어람
도서부는 현재 5기까지 있기에 2·3학년 선배가 1학년 후배 선발을 위한 면접을 본답니다. 면
접은 ‘동아리 지원서’를 꼼꼼히 읽고 1차 서류심사를 한 후 2차 면접이 이루어집니다. 담당교
사와 잘 지낼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후배의 돈독한 관계도 중요하기에 신입 도서부 선발권을 학생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도서부 선발을 처음으로 하신다
면 당연히 선생님과 마음이 잘 맞는 학생들을 직접 선발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도서부 선발 이후에는 학교도서관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한 교육의 기간을 가집니다. 우선 담
당교사의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신입 도서부원이 익숙해질 때까지 멘토와 멘티를 정해줍
니다. 2학년은 멘토가 되고, 1학년은 멘티가 되어 담당교사가 일일이 챙길 수 없을 때 서로를 챙겨주고 상담도 해주면서 관계가 돈독해집니다. 도서부 교육 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숙지시켜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①청구기회에 대한 이해
청구기호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여 서가배열을 하면 도서관 이용자가 책을 찾을 때 ‘대출가능’
도서이지만 해당 자리에 책이 없는 아주 곤란한 상황이 생깁니다. 청구기호 원리를 정확하게 교육시켜서 서가배열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②도서대출반납프로그램(DLS)에 대한 이해
대출대에 우아하게 앉아서 대출/반납을 해주는 모습이 도서부 지원 학생들의 로망(?)일 것입
니다. 바코드 리더기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컴퓨터에 바코드를 찍어서 대출해주는 모습은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지요. 그러나 도서대출반납프로그램의 정확한 사용방법에 대해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류가 많이 발생합니다. 바코드 리더기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다 대출/반납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대출반납프로그램 화면에서 잘 처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주지시켜야 합니다. 이용자는 분명히 반납을 했다고 하는데 미반납 처리인 상황도 있고, 반납된 도서를 확인해보면 ‘대출가능’ 상태일 때도 많습니다. 또한 이용자에게 자
료대출을 해줄 때 항상 반납기한을 말해주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이용자가 반납
기한을 기억하고 연체하는 경우가 줄어듭니다.
업무분장은 공정하게, ‘따로 또 같이’ 책임감을 갖도록
도서부를 선발하고 기본업무를 익힌 후에는 각자 맡은 일에 애착과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 업무분장을 해줍니다. 전체 도서부 학생들이 다 같이 성실하게 활동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기도 하고, 학교도서관이 좋아서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에 저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업무분장을 해주고 있습니다.
① 구성 회장 1인, 부회장 2인, 수서·정리반, 대출·통계반, 홍보반
② 임무
회장 : 2학년 학생으로 하고, 도서부원의 전체 의사를 물어 투표로 선발
•도서반을 대표하여 회의 주재
•각 반의 역할을 조정
부회장 : 2학년 1명, 1학년 1명으로 도서부원의 투표로 선발
•회장을 보좌하고 각 학년을 대표
수서·정리반
•신착 자료의 정리 - 날인, 책 도장 찍기, 도서 라벨 붙이기, 신착도서코너 정리
•신문, 잡지의 정리
•파손 및 요수리 자료 정비
•도서관 내 컴퓨터, 복사기, 빔 프로젝터 등 전자장비 관리
대출·통계반
•대출기한 경과 이용자에 대한 반납 통지서 발부 및 독촉
•예약 자료 신청서 관리 및 배달
•반별·개인별 우수 이용 통계 관리 - 월별 다독자, 다독반 안내
•구입 희망 도서 배부 및 정리
홍보반
•도서관 소식지 기사 취재 및 편집, 발간 배포
•각종 홍보 자료 작성 및 전시
•자료 전시회 등 학교도서관 행사 준비
위와 같이 각자의 업무를 주고 있지만 같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특히 서가정리, 대출/반납 업무는 각 부서의 학생들에게 전반적인 관리책임을 주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하고 있습니다. 서가정리의 경우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 학생들에게 일정한 분량의 서가를 배정하고 한 달 간격으로 자리 교체를 하며, 대출/반납 업무의 경우도 요일을 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대출/반납만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업무 전
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기회와 문화를 만들어주세요
동아리란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무리’를 의미하지요. 그러나 학교도서관 자원봉사 동아리라고 내내 봉사만 한다면 아이들은 금방 재미없고 지겨워합니다. 이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동아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함께 뜻을 모아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문화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막막한 선생님을 위해서 포항고 청어람도서부와 함께한 소소한 활동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①독서토론 활동
우리 도서부는 독서토론 활동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책 한 권, 혹은 주제 하나씩을 정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지요. 한 번, 두 번 소걸음으로 시작한 토론이 어느새 성장하여 열띤 논쟁을 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토론 시간만큼은 선후배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찬성과 반대의 뜨거운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텔레비전의 ‘100분 토론’ 부럽지 않답니다. 토론할 때 1학기는 선배들이 사회를 보며 이끌어가고, 2학기부터는 전체 학생이 번갈아가면서 사회자 및 역할 분담을 하여 다양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1년쯤 지나면 모든 학생들이 토론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힘을 가지게 되고, 토론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서 다음 토론을 기다리고, 특별히 이슈화하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동아리 게시판에 먼저 주제를 붙여 놓으며 다른 친구들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②문학기행 및 도서부 캠프
‘문학기행’이나 ‘도서부 캠프’라고 하면 학생을 인솔하여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학기행이 학생들과 교사에게 주는 힘이 크기 때문에 한 번쯤 다녀오기를 권합니다. 지난해 10월엔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광야의 시인 ‘이육사’ 선생과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의 흔적을 찾아보고 ‘하회별신굿’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에서 ‘고택체험’을 통하여 우리 문화를 몸으로 체험하는 1박2일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육사문학관에서 시인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와의 만남은 학생들 마음에 특히나 많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1년에 한 번쯤은 이런 활동으로 학생들 마음의 눈을 넓혀주는 것도 좋은 독서교육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③작가 강연회 등 다양한 강연회 참여
도서부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고 활동하는 프로그램 중 그 과정에서 가장 신명나게 하는 것이
바로 작가 강연회입니다. 함께 책을 읽고, 질문거리를 준비하고, 초대장을 만들고, 도서관을 쓸고 닦으면서 내내 싱글벙글 웃음꽃이 핍니다. 2009년에는 ‘정호승’ 시인이 다녀가셨습니다.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대단한 파장을 안겨주었습니다. 텍스트로만 접하던 시가 시인과의 교감을 통해 나의 것이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최규석’ 만화가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교도서관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최규석 만화가의 책은 도서관의 인기도서가 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영화로 세상읽기’라는 주제로 4주에 걸쳐서 영화관련 전문강사를 모시고 특강을 했습니다. 매주 1회씩 함께 단편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참여로 진로직업 교육까지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인근 공공도서관의 인문학 강좌에 도서부 학생들과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류준하, 김난도, 안소영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의 여건상 공공도서관 강좌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④학교도서관 축제와 크고 작은 도서관 행사 준비
3월, 학교도서관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아이들 맞을 행사를 준비하죠? 3월 ‘캔디데이’ 행사부터 시작하여 4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10월 ‘학교도서관의 달’, 방학 중 ‘독서교실’까지… 도서부원들과 준비해야 할 일이 넘쳐납니다. 처음 행사 준비를 할 때는 오리고 붙이는 재미에 즐겁게 준비하던 도서부원들이 끊임없는 일에 어느 날은 행사를 줄이자(?)는 진지한 건의까지 합니다. 그래도 도서관행사를 하나씩 마무리할 때마다 아이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힘듦을 보상해주는지 다음 행사일정을 미리 살펴보며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는 회의도 가집니다. 나눔의 기쁨을 알기 때문에 몸의 고단함을 즐기는 도서부원들입니다.
2012년, 또 한 해가 지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학교도서관은 한마디로 ‘대박’입니다. 이제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제가 없어도 아이들끼리 잘 운영이 될 것 같아서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생깁니다. 도서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출/반납을 하고 서가정리와 도서관 관리를 하고 필요한 것은 저에게 요구합니다. 이제는 신입 도서부원도 저희들끼리 홍보를 하고 면접을 봐서 뽑아 교육까지 하고, 생일파티도 서로 해주며 학교 내 최고의 동아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반이 있듯이 우리는 ‘도서반’의 담임교사입니다. 도서관의 든든한 동행자인 도서부와 함께 학교도서관에서 올해도 모두가 행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