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은 베이스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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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8:57 조회 7,675회 댓글 0건본문
2006년, 지금부터 불과 5년 전 나는 학교도서관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학교도서관 서비스의 블루오션’이란 제목으로 도서관계의 한 간행물에 투고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분위기는 이러했다.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 지원하기도 급급한데 무슨 문화예술교육까지 한다는 거야? 학교도서관의 문화예술교육이란 뭔가 생뚱맞고, 배부른 도서관이나 하는 것으로 취급되던 때였다.
그러나 나는 학교도서관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고 리모델링이 되지 않았어도, 책이 제대로 없어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영화를 틀어줄 수 있다면, 음악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서관은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제는 학교도서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학교도서관 서비스가 질적으로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어느 학교도서관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자. 그림책 읽어주기, 작가초청강연, 원화전시회, 영화상영, 북아트 하기, 작은책 만들기, 독후화 그리기, 시낭송축제, 도서관음악회, 인형극, 책 UCC, 빛그림 공연, 그림책 슬라이드, 문학기행 등등 도서관마다 깊이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학작품, 영화, 미술, 음악 등 문화예술 영역을 체험하고 표현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다 갖고 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도서관 활성화란 관점에서 도서관 행사란 이름으로, 가만히 앉아서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런저런 문화행사와 체험활동으로 책과 도서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행사나 이벤트를 벌여왔다. 이제는 똑같은 도서관 행사라고 할지라도 그 접근 관점을 도서관의 이용 실적을 높이는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부는 잘하는 학생이지만 학업 부담에 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주는 관점에서 또 반대로 여러 지역적, 가정환경적인 한계로 문화예술 경험에서 소외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도서관 행사는 문화적 도전과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만 지원하는 곳이 아니다
최근 학교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이 일제히 이렇게 바뀌었다. 교육청 가운데는 광주시교육청만을 제외하고, 단위학교에선 일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을 제외하곤 거의 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란 이름 아래 도서관리 프로그램이며 도서관 홈페이지며 검색기능 등이 종속되거나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학교도서관 담당부서는 거의 일률적으로 연구부 또는 인문사회부에 속해 있으며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는 국어과 교사들이 학교도서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학교도서관이 오로지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환경으로만 인식되고 그 위상이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도서관 행사마저 독서퀴즈대회, 독서골든벨, 다독자표창 등등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외워서 평가받거나 수행평가 등과 연계되는 따위 경쟁을 유발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학교도서관 행사가 교과와 연계되는 것은 좋지만, 깨어 있는 학교도서관 담당자라면 도서관이 또 하나의 지식 암기와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의 장이 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 담당자들은 대학입시와 연계시키는 독서활동을 그토록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 직접 하기 힘들면 연결해주라
이미 학교도서관에서 직접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하나하나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개설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라. 지역사회에는 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자치단체나 소속기관의 이름으로 개설되고 진행된다. 그리고 그것을 학교에 홍보하기 위해서 많은 공문과 전자문서를 보낸다. 그러나 그런 안내들은 학교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수업 내용을 전달하기도 버거운 일반 교사들에겐 하나의 잡무이고, 그것 말고도 정말 많은 문화행사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특히 사서나 사서교사는 이런 프로그램 중에서 일반 학생들 또는 특정 학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챙겨서 그 학생에게 연결시켜주면 된다. 음악회, 미술전시회, 각종 공연행사 등등에 적합한 학생을 연결시켜주라. 사서란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이 업이고, 그것이야말로 직업적 희열이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을 문화예술인들과 만나게 하자
이 사회에는 문화예술적인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학부모들만 해도 배우가 있을 수도 있고 화가나 사진작가, 디자이너, 연주가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분들 중에는 기꺼이 학교에 나와 한두 시간, 아니면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주실 분들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것을 ‘재능기부사업’이란 이름으로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업무 역시 일반 교사들에겐 하나의 잡무다. 교육감이 바뀌어서 벌이는 또 하나의 전시행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서나 사서교사들에겐, 도서관 철학의 입장에선 이런 재능기부사업은 본질적이고 고유한 서비스이다. 정보와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잘 모집하여 이런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은 바로 정보중계자인 도서관인, 사서들 본연의 업무인 것이다. 이런 연결을 체계적으로 소신 있게 지속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학교에는 없다. 바로 사서와 사서교사가 기꺼이 도서관의 본질적 서비스로 받아들이고 꿰차길 바란다.
특별활동과 동아리활동을 주목하고 소통하라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수서하다 보면 교과학습과 연계된 책, 과학, 인문사회 분야의 책에 치우치게 되는 수가 많다. 특정 동아리나 특별활동반에서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가 쉽다. 또 예술관련 동아리 학생들이나 지도교사는 일반적으로 자신들은 도서관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도서관에 자료 구입 요구를 잘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연극, 사진, 음악, 디자인, 영화 등 주로 예술분야의 일반적 자료를 보강하고 연극반이나 영화제작반에서 필요로 하는 희곡이나 시나리오 대본을 구입한다면, 합창곡집이나 교향악 등의 악보를 구입해준다면, 독특한 현대작가의 사진집과 화집들을 구입해 놓는다면, 평소에 관련 동아리의 활동을 세심하게 보고 구성원들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지원한다면….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나 종사자들이 도서관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고, 그 자료를 통해서 도서관이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예술 활동을 더욱 풍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이 당대의 문화예술 자료를 수집, 보전하여 후대의 문화 창조에 공헌하는 일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바로 여기 나의 학교도서관에서 진행돼야 하는 일인 것이다. 사서와 사서교사는 스스로 알아서 도서관을 잘 찾는 책 좋아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노래와 춤과 그림에 꽂혀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그 학생들의 지도교사와 대화하며 도서관 서비스를 개발할 일이다.
문화예술적 시각으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을!
요즘 지역사회나 자치단체의 변화 요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공공도서관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많이 앞서가고 있다. 심지어 학술정보서비스를 주업무로 하는 대학도서관도 문화기획팀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이런 도서관과 문화기관의 행사나 프로그램 등을 보면 벤치마킹하여 학교도서관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이 보인다.
잘 못 찾겠으면 거꾸로 인력과 예산을 갖고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지역사회 문화기관 단체에 역으로 제안을 해봐도 된다. 그곳은 진행할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오게 할지, 특히 청소년들이나 어린이가 올 수 있을지 그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경우도 많다. 학교의 공식 결제라인인 특별활동부나 행사 담당자에게 제안했다가 냉담한 거절이나 의례적인 홍보 안내 외에는 받은 적이 없어서 기획을 접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학교도서관의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조정해보자. 즉 책만 사지 말고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강사 초청비, 행사비의 비중을 늘려야 하고 학교도서관의 부분적인 리모델링을 통해서 도서관 안에서 간단한 공연이나 강연 등이 원활하도록 음향, 조명, 무대 등을 재구성할 필요도 있다. 관련 비품이나 장비, 기기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단계적으로 도서관 운영예산으로 확보해서 집행할 필요가 있다.
힘들 때는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기억하라
도서관인 윤리선언 제4조에는 ‘자아성장’이란 머리글 아래에 “도서관인은 부단한 자기개발을 통하여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문명과 더불어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새로운 서비스를 늘 요구받는다. 지금 시대는 학력증진, 자기주도적 학습 못지않게 문화적 감수성을 갖길 원하고 또 요구받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가 성장하고 문화적 욕구가 커짐에 따라 또 우리의 학교가 입시 위주의 풍토에서 학습, 학력 중시의 폭풍우가 몰아칠수록 더욱 학교도서관은 문화예술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도서관에 종사하는 담당자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마인드나 경험이 전혀 없을 수 있다. 우리가 정책 담당자들에게 도서관 마인드와 경험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이때 다시 도서관인 윤리선언의 구절을 되새기며 우리 먼저 스스로 문화예술적인 체험과 소양을 키우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시회와 음악회에, 지역사회의 여러 문화행사장에 달려가자. 그럴 시간도 없다면 서점이나 공공도서관의 잡지 코너를 주목하자. 거기엔 다양한 문화예술의 움직임과 경험을 빠른 시간에 살펴보고 체득할 만한 정보들이 있다. 그러면서 나를 성장시키자.
무엇보다 문화예술 행사는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나는 지난 여름방학 때 다른 특별활동 학생들이 잘 하는 것을 벤치마킹하여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모양의 천연비누 만들기를 하며 무척 즐거웠다. 이번 도서관 축제에는 나만의 책 만들기와 나만의 책갈피, 나만의 명함 만들기에 더해 책 천연비누라는 도서관 무기를 하나 더 마련하여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더불어 즐거울 참이다.
그러나 나는 학교도서관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고 리모델링이 되지 않았어도, 책이 제대로 없어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영화를 틀어줄 수 있다면, 음악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서관은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제는 학교도서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학교도서관 서비스가 질적으로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이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어느 학교도서관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자. 그림책 읽어주기, 작가초청강연, 원화전시회, 영화상영, 북아트 하기, 작은책 만들기, 독후화 그리기, 시낭송축제, 도서관음악회, 인형극, 책 UCC, 빛그림 공연, 그림책 슬라이드, 문학기행 등등 도서관마다 깊이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학작품, 영화, 미술, 음악 등 문화예술 영역을 체험하고 표현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다 갖고 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도서관 활성화란 관점에서 도서관 행사란 이름으로, 가만히 앉아서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런저런 문화행사와 체험활동으로 책과 도서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행사나 이벤트를 벌여왔다. 이제는 똑같은 도서관 행사라고 할지라도 그 접근 관점을 도서관의 이용 실적을 높이는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부는 잘하는 학생이지만 학업 부담에 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주는 관점에서 또 반대로 여러 지역적, 가정환경적인 한계로 문화예술 경험에서 소외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도서관 행사는 문화적 도전과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만 지원하는 곳이 아니다
최근 학교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이 일제히 이렇게 바뀌었다. 교육청 가운데는 광주시교육청만을 제외하고, 단위학교에선 일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을 제외하곤 거의 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란 이름 아래 도서관리 프로그램이며 도서관 홈페이지며 검색기능 등이 종속되거나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학교도서관 담당부서는 거의 일률적으로 연구부 또는 인문사회부에 속해 있으며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는 국어과 교사들이 학교도서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학교도서관이 오로지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환경으로만 인식되고 그 위상이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도서관 행사마저 독서퀴즈대회, 독서골든벨, 다독자표창 등등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외워서 평가받거나 수행평가 등과 연계되는 따위 경쟁을 유발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학교도서관 행사가 교과와 연계되는 것은 좋지만, 깨어 있는 학교도서관 담당자라면 도서관이 또 하나의 지식 암기와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의 장이 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 담당자들은 대학입시와 연계시키는 독서활동을 그토록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 직접 하기 힘들면 연결해주라
이미 학교도서관에서 직접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하나하나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개설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라. 지역사회에는 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자치단체나 소속기관의 이름으로 개설되고 진행된다. 그리고 그것을 학교에 홍보하기 위해서 많은 공문과 전자문서를 보낸다. 그러나 그런 안내들은 학교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수업 내용을 전달하기도 버거운 일반 교사들에겐 하나의 잡무이고, 그것 말고도 정말 많은 문화행사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특히 사서나 사서교사는 이런 프로그램 중에서 일반 학생들 또는 특정 학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챙겨서 그 학생에게 연결시켜주면 된다. 음악회, 미술전시회, 각종 공연행사 등등에 적합한 학생을 연결시켜주라. 사서란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이 업이고, 그것이야말로 직업적 희열이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을 문화예술인들과 만나게 하자
이 사회에는 문화예술적인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학부모들만 해도 배우가 있을 수도 있고 화가나 사진작가, 디자이너, 연주가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분들 중에는 기꺼이 학교에 나와 한두 시간, 아니면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주실 분들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것을 ‘재능기부사업’이란 이름으로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업무 역시 일반 교사들에겐 하나의 잡무다. 교육감이 바뀌어서 벌이는 또 하나의 전시행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서나 사서교사들에겐, 도서관 철학의 입장에선 이런 재능기부사업은 본질적이고 고유한 서비스이다. 정보와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잘 모집하여 이런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은 바로 정보중계자인 도서관인, 사서들 본연의 업무인 것이다. 이런 연결을 체계적으로 소신 있게 지속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학교에는 없다. 바로 사서와 사서교사가 기꺼이 도서관의 본질적 서비스로 받아들이고 꿰차길 바란다.
특별활동과 동아리활동을 주목하고 소통하라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수서하다 보면 교과학습과 연계된 책, 과학, 인문사회 분야의 책에 치우치게 되는 수가 많다. 특정 동아리나 특별활동반에서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가 쉽다. 또 예술관련 동아리 학생들이나 지도교사는 일반적으로 자신들은 도서관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도서관에 자료 구입 요구를 잘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연극, 사진, 음악, 디자인, 영화 등 주로 예술분야의 일반적 자료를 보강하고 연극반이나 영화제작반에서 필요로 하는 희곡이나 시나리오 대본을 구입한다면, 합창곡집이나 교향악 등의 악보를 구입해준다면, 독특한 현대작가의 사진집과 화집들을 구입해 놓는다면, 평소에 관련 동아리의 활동을 세심하게 보고 구성원들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지원한다면….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나 종사자들이 도서관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고, 그 자료를 통해서 도서관이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예술 활동을 더욱 풍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이 당대의 문화예술 자료를 수집, 보전하여 후대의 문화 창조에 공헌하는 일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바로 여기 나의 학교도서관에서 진행돼야 하는 일인 것이다. 사서와 사서교사는 스스로 알아서 도서관을 잘 찾는 책 좋아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노래와 춤과 그림에 꽂혀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그 학생들의 지도교사와 대화하며 도서관 서비스를 개발할 일이다.
문화예술적 시각으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을!
요즘 지역사회나 자치단체의 변화 요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공공도서관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많이 앞서가고 있다. 심지어 학술정보서비스를 주업무로 하는 대학도서관도 문화기획팀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이런 도서관과 문화기관의 행사나 프로그램 등을 보면 벤치마킹하여 학교도서관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이 보인다.
잘 못 찾겠으면 거꾸로 인력과 예산을 갖고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지역사회 문화기관 단체에 역으로 제안을 해봐도 된다. 그곳은 진행할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오게 할지, 특히 청소년들이나 어린이가 올 수 있을지 그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경우도 많다. 학교의 공식 결제라인인 특별활동부나 행사 담당자에게 제안했다가 냉담한 거절이나 의례적인 홍보 안내 외에는 받은 적이 없어서 기획을 접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학교도서관의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조정해보자. 즉 책만 사지 말고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강사 초청비, 행사비의 비중을 늘려야 하고 학교도서관의 부분적인 리모델링을 통해서 도서관 안에서 간단한 공연이나 강연 등이 원활하도록 음향, 조명, 무대 등을 재구성할 필요도 있다. 관련 비품이나 장비, 기기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단계적으로 도서관 운영예산으로 확보해서 집행할 필요가 있다.
힘들 때는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기억하라
도서관인 윤리선언 제4조에는 ‘자아성장’이란 머리글 아래에 “도서관인은 부단한 자기개발을 통하여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문명과 더불어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새로운 서비스를 늘 요구받는다. 지금 시대는 학력증진, 자기주도적 학습 못지않게 문화적 감수성을 갖길 원하고 또 요구받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가 성장하고 문화적 욕구가 커짐에 따라 또 우리의 학교가 입시 위주의 풍토에서 학습, 학력 중시의 폭풍우가 몰아칠수록 더욱 학교도서관은 문화예술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도서관에 종사하는 담당자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마인드나 경험이 전혀 없을 수 있다. 우리가 정책 담당자들에게 도서관 마인드와 경험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이때 다시 도서관인 윤리선언의 구절을 되새기며 우리 먼저 스스로 문화예술적인 체험과 소양을 키우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시회와 음악회에, 지역사회의 여러 문화행사장에 달려가자. 그럴 시간도 없다면 서점이나 공공도서관의 잡지 코너를 주목하자. 거기엔 다양한 문화예술의 움직임과 경험을 빠른 시간에 살펴보고 체득할 만한 정보들이 있다. 그러면서 나를 성장시키자.
무엇보다 문화예술 행사는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나는 지난 여름방학 때 다른 특별활동 학생들이 잘 하는 것을 벤치마킹하여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모양의 천연비누 만들기를 하며 무척 즐거웠다. 이번 도서관 축제에는 나만의 책 만들기와 나만의 책갈피, 나만의 명함 만들기에 더해 책 천연비누라는 도서관 무기를 하나 더 마련하여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더불어 즐거울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