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 운영 주체의 ‘자리’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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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0 21:40 조회 8,955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의 운영주체로서 학부모
이덕주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어떤 위상과 어떤 역할을 가져야 될 것이며, 또 상대방을 어떻게 존중해주고, 때로는 서로 눈치도 보고 견제도 하고, 어떻게 좋은 관계를 가지면서 서로 합력하여 학교도서관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우선 학부모 명예 사서회가 초등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있고요, 요즘은 중학생에도, 심지어 고등학교에도 있는 곳이 있어요. 이제 교육청 시책이 지역 사회 학부모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며 같이 교육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도서관에서 하시는 명예 사서 활동이란 건 아마 더 계속 활발해지는 게 대세라고 보이는 데요. 이럴 때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는데요. 사서선생님 입장에선 학부모님들이 어떠신가요? 어떤 활동을 해주시나요? 대림중학교는 어때요?
배 수 진 중학교는 학부모님이 안 계시고요, 학생들만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학부모님들, 그 지역 자원을 학교로 끌어들인다고 계속 말씀하시거든요. 특히 저희 학교가 교육복지투자학교라 지역과의 연계를 많이 강조해요. 초등학교에서는 명예사서 어머니들이 안 계시면 도서관이 마비되지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오는데, 책 읽어주는 봉사, 대출반납 업무, 도서정리등등 어머니들이 안 계시면 절대 운영이 안 되거든요.
이미경 저도 처음에는 어머니 명예 사서 없이 일을 했어요. 그때 담당 선생님이 한 명 지원했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안 해주시더라고요. 할 수 없이 일 년을 그냥 저 혼자서 운영을 했는데, 그땐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 다음 해 담당 선생님이 바뀌면서 어머니사서를 모집을 했는데, 마흔 명 가까이 들어오셨어요. 다들 이 일이 뭔지 모르고 들어오신 거예요. 그 당시 너무 어려웠어요. 어머니들과 같이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머니들이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학교에 처음 오신 선생님들이 어머니 사서 조직하는 걸 힘들어하시는 거 같아요.
어머님들 모집하면 그 분들하고 어떤관계를 가져야 할까,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일을 서로 시작해야 될지, 그게 어려워서 아예 만들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봤어요. 저도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도서관이나 책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 분하고 수다를 떠는 거죠.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되는데, 우리도서관은 뭐가 문제다 등. 그런 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의기투합하는 어머님들과 일을 자꾸 만들어 가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가는 동지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아무도 기댈 사람이 없는데 나랑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을만난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 붙잡고 계속 얘기하면서 뭔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어머님들은 없으면 안 되는 분들이에요.
김영석 저 같은 경우에는 4년째 어머님들하고 같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중학교는 어머님들을 모으는 게 힘들어요. 3월에 학부모 총회를 하는데, 그때 영상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오시는 분들이 열 분도 안 돼요. 1년 정도 같이 활동을 하는데, 선생님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머님들이 많이 불편해 하세요. 와서 담임선생님 만나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면서요.
이덕주 그래요? 만남을 연결해 드리는 걸 은근히 바라실 줄 알았는데.
김영석 저도 어머니들이 오시면 담임선생님도 오시라고 하는데, 그러면 무척 어려워하세요. 저는 도서관을 처음 맡으면서 어머님들하고 같이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 어머님 두 분씩 조를 짜서 도서관에 매일 오셨는데, 온종일 얼굴만 보고 있으니까 뻘쭘하더라고요. 어머님들도 불편해 하시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님들이 계속 청소나 책 정리를 하려고 하셨어요. 그러시지 마시라고, 어머님들 일하러 오시라고 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그 다음부터는 어머님들께 일주일에 두번만 오시라고 했어요. 하루는 아이들 그림책 읽어주러 오시고, 또 한 번은 어머님들 회의하러 오시고. 점차 어머니들이 그림책 읽어주기, 독서 모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같은 행사 중심으로 동아리같이 활동하시게 됐어요.
김명 순 대부분의 도서관 담당 선생님들이 학부모명예 사서를 또 하나의 업무로 받아들여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를 경계하는 면이 있어요. 학부모들도 일단 선생들이 수업에 충실해야지 생각하고, 초등학교처럼 다양하게 활동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기에 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 명예사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가 많지않고 운영을 할 경우 학부모 독서 동아리로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저도 매년 어머니들의 동아리를 구성하여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님들이 매주 오셔서 책을 읽고 그러다가 도서관 정리도 해주시지요. 또 어머니를 위해서 강좌도 만들어 운영하면 교장선생님이나 교직원들이 참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이덕주 비슷하게 발전하는 것 같네요. 저희도 고등학교지만 어머님들을 모셨어요. 임원진도 간신히 모집이 되는데 고등학교에서 명예 사서가 오겠나했죠, 정말 몇 분 오셨어요. 몇 분 오셔서 서로 뻘쭘하게 청소만 하고 가시고 했었어요. 그래서 어머님들에게 아예 책임을 드려서 행사를 하시게 했더니 책임감 있게 신나게 준비를 해주셨어요. 작년부터는 어머님들이 오셔서 제게 일만 하시지 말고 함께 책 읽고 수다 떨자고 그래요. 같이 책도 읽고, 애들시험 보는 날 문학 기행도 가고. 이러면서 어머님들하고 유대도 깊어졌어요. 사실 고등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온다고 하면 아이 눈치도 보이고, 어머니들이 선생님들을 어려워하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쨌건 저는 학부모님들께 어머님들이 학교에 자주 왔다 갔다 하시면 학교가 좋아진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들이 도서관에서 책 보는 것 자체도 아이들한테는 교육이라고. 어머님들을 단순 일꾼이 아니라 동지로, 같이 하는 동업자로 그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교사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지연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서와 사서교사를 구분하기 힘들어요. 실제로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
고,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학부모들은 학교에 사서보다 사서교사가 오시기를 바라세요. 이유는 사서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여러 조건상 교장선생님의 눈치를 많이 보세요. 그러다보니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볼까’라는 주인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를 여러 학교 사례에서 많이 들을 수 있어요. 가능하면 일을 만들기보다 조용히 있길 원하시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학부모들은 학교도서관을 위해 사서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덕주 그건 어떻게 보면 사서와 사서교사의 차이라기보다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김지연 예, 지금은 사서와 사서교사의 역할 차이보다는 정규직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활동에 차이를 가져 온다고 봐요. 사서 교사가 공무원 정원제와 관련하여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서선생님들을 정규직으로 모시는 게 책임감을 갖고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덕주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학부모 명예사서는 초·중·고 도서관을 막론하고 잘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학부모님들은 도서관의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동지다. 심지어 계약직 사서선생님들의 마음의 피난처요 동반자가 되기도 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서와 도서관 담당교사의 관계
이덕주 사서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여러 사서 선생님과 함께 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텐데, 사서 선생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3월을 시작을 하면 좋을까요. 특히 학교의 여러 주체들, 교장 선생님이라든가 다른 선생님들,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경험들을 말씀해 주세요.
김명순 저는 도서관 담당 교사이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만 얘기를 해볼게요. 현재 사서 교사 임용이 정원외로 되어 있어 학교로선 혜택이 큰 데다 정규 교사니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사서나 사서보조 선생님들은 교사 자격증이 있건 없건 간에 계약직이죠. 이런 계약직 사서가 오면, 학교에서는 도서관 운영 담당교사를 두기도 하고 아예 사서에게 전담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달라지죠. 학교에서 계약직 사서에게 도서관 이외의 일을 떠넘기기도 하고 일은 많이 하도록 하면서 일에 대한 권한을 안 주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눈치를 보고, 시키는 것만 하게 되니까 재미있는 일을 할 수가 없고, 업무량은 많아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덕주 그럼, 계약직 선생님이 오시면 도서관 담당선생님은 계약직 사서가 사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분이니까 이 분이 도서관을 알아서 잘 꾸려갈거라고 믿고, 알아서 전문성을 발휘해서 하도록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좋은 건가요?
김명순 경우에 따라 다르지요. 현재의 업무 관리 시스템에서는 업무기획과 추진과정이 예산과 밀접하기 때문에 권한을 가진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거기에도 차이가 있는데, 사서에게 그 권한을 안주고 도서관 담당 교사가 운영하게 하면서 그 보조 역할만 하게 하는 학교가 있고, 운영 및 기안 권한을 아예 사서에게 주는 학교가 있는 거예요.
이덕주 이게 마찬가지죠? 사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학부모 명예 사서 어머니들이 없어도 되는 게 아니듯이, 사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도서관 담당 교사가 맘대로 손을 떼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도서관이 활성화 되려면 같이 열심히 힘을 합쳐서 해도 될 둥 말 둥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간단한건데… 이것도 짚고 넘어갈 문제인데요, 소위 말하는 전자 문서 시스템에 들어가서 기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계약직 선생님께 드리는 게 나을까요, 안드리는 게 나을까요? 받는 게 좋으세요, 안 받는 게 좋으세요?
이미경 저 같은 경우는 물품을 급하게 사야할 떼,어떤 책을 살 건지, 어떤 계획으로 얼마를 들여야하는지 서류를 만들어서 담당 선생님한테 결제 받으려고 보내요. 이게 빨리 돼야 해서 선생님을 계속 재촉해요. 근데 선생님 입장도 알겠는 거예요. 선생님도 바쁘시잖아요. 그래도 계속 재촉하고 우는 소리도 해요.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다면 일도 빨리 진행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하죠. 때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서 일이 좀 잘못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해요.
이덕주 저는 좀 의문인 게, 선생님같이 거기 오래계셨고, 소통의 중심인 분에게 왜 권한을 안 주는 거죠?
이미경 사서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희 중에도 권한을 가진 분은 딱 한 분 계세요. 어떤 분들은 부분적으로 갖고 있어요. 저처럼 전적으로 담당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경우도 있어요. 근데 모임에서 경력이 오래됐으니까 요구해보라고 해서 한번 해봤어요. 제가 이런 부분은 하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담당선생님이 그건 제 일인데요, 딱 이러셨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러시는데 그게 어려워요.
배수 진 저는 결제 권한을 아예 통째로 다 받아본 적도 있고요, 선생님처럼 한 번도 결제 권한 없이 문서만 다 작성해서 “선생님, 이렇게 결제 받아주세요.” 이렇게 드린 적도 있어요.
이덕주 어떤 게 더 나으세요?
배수 진 통으로 받는 게 좋죠. 일이 빨리 진행이 되니까요. 그러면 기안 전에 담당부장선생님과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서 기안을 올리게 되고, 결재 전에도 들어가셔서 혹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도 해주세요. 주인의식은 선생님의 열정인 것 같아요. 이미경 선생님은 굉장히 불편하시잖아요. 난 지금 당장 일분일초가 바쁜데, 담당 선생님은 수업도 하시지, 담임도 하시지, 그러면 일단은 종례가끝나야 기안을 가까스로 올리실 수 있으신데, 그것도 애들 와서 상담하고 그러면 하루가 그냥 넘어가버리거든요. 그러면 우리도 굉장히 업무가 많으니까 잊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런 기안권한이 없으니까 엄청 답답하더라고요.
이덕 주 담당교사 입장에서도 기안 권한을 주시면 편하실 텐데. 그리고 그런 배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권한을 드리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그래야 이 선생님 기록과 실적이 남는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도 웬만하면 그런 기안 권한 정도는 드리고 협조를 해주시면 일이 더 효율적일 텐데요. 제가 볼때는 드리는 쪽으로 저희가 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지연 저도 그게 항상 궁금하거든요. 3월에 교장선생님에게서 도서구입비가 책정되었다고 들었는데, 두 달이 다 되도록 도서관에 새 책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명예학부모회에서 이걸 어디에 이야기해야 책이 빨리 들어올까 하고 고민했어요. 제일 먼저 만나기 쉬운 사서선생님에게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사서선생님은 본인이 책을 구입할 권한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웃음) 담당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담당선생님은 늘 바쁘시죠. 수업도 하시고, 담임 일도 하시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도서관에 늘 계시는 사서선생님이나 자주 오는 학생 그리고 명예학부모만큼이나 새 책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지 않으신 것 같아요. 책 구입이 늦어지더라고요. 결국 5월 둘째 주에 책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궁금한데 담당교사와 서서선생님의 역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요?
도서관담당교사와 사서의 역할분담은?
이덕주 담당교사와 사서 선생님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면 좋을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사서 선생님,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담당 교사의 역할이 있는 게 좀 이상적일까요? 사서 선생님들이 좀 말씀해주실까요? 담당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이럴 땐 너무 이런 것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싶은 것도 있고?
배수 진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게 좋은 선생님이 계신 반면,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계시지요. 저는 사소하게 신경을 써 주시는 게 더 좋아요. 혹시나 제가 놓치고 지나칠지 모르는 부분들을 다시 일깨워주시거든요.
이덕주 세부적인 준비를 하는 것은 사서 선생님의 역할, 그럼 담당 선생님은 챙기는 것만 해요?
배 수 진 진행과 홍보는 도서부 학생들과 같이 제가하고요. 담당 선생님은 큰 틀을 보시고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거죠. 도서관 행사를 교직원들에게 홍보하고, 동료 선생님들께 협조를 구하는 일들을 함께 진행하시죠.
이미경 저도 도서 담당 선생님하고 무리 없이 잘 지내왔어요. 근데 제가 좀 아쉽다고 생각을 하는 건, 담당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든지할 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셨으면 좋겠는 거예요. 저는 직원회의도 참석하지 못해요. 오란 말 안하시기도 하고, 뻘쭘하게 갈 수도 없고. 예를 들어 책축제를 한다면 같이 준비해왔고, 기획해왔기 때문에 신나게 홍보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세세하게 내용을 알리고 쿨메신저에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띄우는데 호응이 없을 때가 많은 거예요. 담당선생님은 직원회의라든가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라든가, 우리 도서관에서 이런 걸 하니까 협조 좀 해줘,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하고의 그런 관계, 내가 무언가를 얘기했을 때 어떻게 하면 반응이 올까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요. 저는 그걸 담당 선생님이 해주셔야 하는 게아닌가 생각해요.
이덕주 어쨌든 그런 동료 교사들과의 소통은 사서선생님들이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관리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까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만나는 데도 좀 한계가 있죠, 그래서 담당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김명순 도서관이 어느 특정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이 갖춰줘서 담당 교사가 있거나, 사서가 있거나 없거나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그 매뉴얼대로 움직이게 되면 크게 흔들리지 않거든요.
이덕주 제가 엄청 절망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제가 한 십 년차쯤 됐을 때인데, 제 선배 선생님과 얘길 하다가, “제가 여길 떠나면 여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저는 당연히 다른 사서 교사를 데리고 와야지 할 줄 알았는데, 그 선생님이“점심시간에만 도서관 문을 열면 되지 뭐.”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더라고요. 아, 아직도 멀었구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김지연 저도 그 부분이 제일 가슴 아파요. 학교도서관이 교장선생님이나 담당교사, 사서가 바뀌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게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아직도 현실은 그렇다는 게 문제지요.
학교도서관운영 주체들에게 바란다
이덕주 각자 도서관의 다른 주체들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을 덧붙여주세요.
김지연 어머니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예학부모회는 책을 권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어주며 책읽기를 함께 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이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만나고 누릴 수 있는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러려면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에 관련된 담당교사와 사서교사, 사서선생님, 명예학부모회 그리고 학생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도서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늘 뵙는 사서선생님과 명예학부모가 도서관에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담당선생님과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일이 진행되지 않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덕주 이건 담당 교사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죠.
배수 진 저는 도서관도 학교도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도서관도 재미있는 놀이터처럼 학생들이 올 수 있게 하려면, 계속 누군가와는 이렇게 부딪쳐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딪히는게 내가 아프고 힘드니까 그만 하지 말고, 큰 바윗돌도 계속 부수다보면 모래알로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뚝심 있게 계속 부딪쳐보는 거지요. 오늘 말씀 나눈 것 중에서도 김명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시스템이 확립이 돼서 업무분담도 분명히 되고, 정규직 사서든, 비정규직 사서가 됐든, 계약직이든간에 계속 부딪쳐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명순 학교 도서관 운영은 상당히 큰 살림살이지요. 업무 성격도 전문적이고요. 예산도 많고 일의분류도 많아요. 그러니까 도서관 담당 교사 입장에서는 연간 운영 계획서가 잘 나와야 돼요. 도서관의 한해살이인 연간 계획서는 이미 확정된 예산계획과 맞물려 있어요. 운영계획서 속에 매월 해야 할일이 짜여 있다면 매번 허둥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영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학교의 실정에 맞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달 회의를 하고 준비하는 거예요.
도서관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거지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찾게 되면 독자성과 전문성을갖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서 학교 교직원 전체 회의에 사서가 참여하여 도서관 일을 소개하고 행사도 홍보하면 도서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겠죠. 동료교사들과의 유대와 신뢰를 높이려면 자주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정리하자면 사서가 할 일, 담당교사가 할 일, 학교 차원에서 지원할 일 등을 지금의 담당교사가 나서서 다리 역할을 해줘야 돼요.
김지연 지금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아까 이야기한 도서관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도서관 관련 모임이 정기적으로 잘 이어진다면 직원회의에 담당교사, 사서교사, 사서 모두 다 들어갈 필요 없이 한 분만 들어가셔도 소통이 가능할 것 같네요.
이덕주 실제로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그렇게 구성하는데, 저희 학교가 학부모 명예교사둘, 도서관 대표, 학생회 대표, 그 다음에 부장 선생님 둘, 저, 그 다음 교감,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김지연 저희는 작년에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어 학교도서관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명예학부모 모임을 진행해봤어요. 도서관에 관련한 문제들은 오다가다하면서도 사서선생님이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 된 것은 해결이나 진행에 대한 책임이 떨어져서 좋은 의견들이 묻혀 버리는 것을 많이 봤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는데 진행이 안되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도서관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크진 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 하나씩 해나갔어요. 그러니까 명예학부모들이 즐거워하면서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더욱 관심을 갖더라고요. 모임에서는 문제점만이 아니라 잘 한 것도 자연스레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된 것을 사서와 담당교사 그리고 교장선생님들께도 전달하여 함께 하려는 시도까지 해봤어요.
이미경 사서 모임들을 하다보면 오히려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고, 그런 건 말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해서 무척 안쓰러워요. 처음 사서 일을 하건, 오래된 사서건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도서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거니까 내가 해야 될 일이 많아요. 아무도 나처럼 도서관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내가 하자는 걸 아무도 안할 때는, 내가 움직여야 되고, 내가 막 해달라고 졸라야 되고, 이래야 되는 거잖아요. 열악하더라도 항상 해보자,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했으면 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스템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의 열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이 결국은 사람 문제라는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드는데, 모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는 참 힘든게 많으니까요. 그게 학부모와의 모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서들의 모임일 수도 있고요.
이덕주 이렇게 학교 안 모임의 서로 다른 주체들이 모여서 머리를 일상적으로 맞댈 수 있는 곳이 도서관밖에 없는 거죠.
이미경 그런 모임을 만든 이유가 물론 그런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만나고 하는 게 좋기도 하지만, 힘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학부모가 학교를 자주 왔다 갔다하다 보니까, 학교 시스템이나 선생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이해를 하게 되요. 이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나타났다 하시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시지만, 사실은 학부모가 학교를 자주 오면서 이해하는 부분이 많이 생겨요. 그리고 동시에 더 날카롭게 지적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도서관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세가 되어 있는데, 선생님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으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은 학부모와 선생님이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이덕주 좌담을 하기 전에, 여러 선생님들하고 전화로 인터뷰를 하면서 왔어요. 사서 선생님이었던 분은, 스스로 너무 위축되지 말고, 자신을 비하하지도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담당 선생님이 사서 선생님을 향하는 얘기 중에는 비정규직, 정규직 이런 건 스스로 따지지 말고,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활달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야 일도 배우고 부딪치면서 서로 남는 게 있다고요. “비정규직인 내가 이런 것까지?” 이런 생각을 하면 자꾸 위축되더라 이거죠.
김명순 위축되는 것도 결국 사서들의 의욕과 신념이 결정적입니다. “선생님 제가 이것까지 해야 돼요?”라도 물을 때 사서나 담당교사 서로 길을 잃게 되지요. 사실 우리 일이 어디까지 해야 된다고 정해진건 없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는 여기까지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서나 담당교사모두가 뛰어넘어야 할 숙제입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겠지요.
이덕주 그리고 계약직 사서선생님들은 전자문서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인증서를 달라고 제안 하자는 것과 역시 사서 선생님들은 계약직임을 잊으라는 말도 있었어요. 또 친한 선생님들을 만들라고 했어요. 초등이면 학년별로, 중·고등이면 교과별로 두세 명 이상은 꼭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서 꼭 친해야 된다고요. 비슷한 연배로 하든, 그 선생님의 연구나 자녀를 위한 숙제를 도와주든, 어떤 식으로든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담당 교사들은 계약직 사서에게만 맡기면 안 된다, 그런 큰 일들을 소통하고, 권한도 드려야 되고, 연수도 많이 받으시게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들한테는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회의해서 하시도록 하고, 일정한 권한을 함께 드리면 힘을 합쳐서 우리아이들이 보다 이용하기 좋고 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학교도서관을 만들어 갈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까지 새 학기를 맞아 보다 나은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운영 주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오늘의 이야기와 같이 도서관이 도서관 운영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덕주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어떤 위상과 어떤 역할을 가져야 될 것이며, 또 상대방을 어떻게 존중해주고, 때로는 서로 눈치도 보고 견제도 하고, 어떻게 좋은 관계를 가지면서 서로 합력하여 학교도서관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우선 학부모 명예 사서회가 초등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있고요, 요즘은 중학생에도, 심지어 고등학교에도 있는 곳이 있어요. 이제 교육청 시책이 지역 사회 학부모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며 같이 교육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도서관에서 하시는 명예 사서 활동이란 건 아마 더 계속 활발해지는 게 대세라고 보이는 데요. 이럴 때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는데요. 사서선생님 입장에선 학부모님들이 어떠신가요? 어떤 활동을 해주시나요? 대림중학교는 어때요?
배 수 진 중학교는 학부모님이 안 계시고요, 학생들만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학부모님들, 그 지역 자원을 학교로 끌어들인다고 계속 말씀하시거든요. 특히 저희 학교가 교육복지투자학교라 지역과의 연계를 많이 강조해요. 초등학교에서는 명예사서 어머니들이 안 계시면 도서관이 마비되지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오는데, 책 읽어주는 봉사, 대출반납 업무, 도서정리등등 어머니들이 안 계시면 절대 운영이 안 되거든요.
이미경 저도 처음에는 어머니 명예 사서 없이 일을 했어요. 그때 담당 선생님이 한 명 지원했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안 해주시더라고요. 할 수 없이 일 년을 그냥 저 혼자서 운영을 했는데, 그땐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 다음 해 담당 선생님이 바뀌면서 어머니사서를 모집을 했는데, 마흔 명 가까이 들어오셨어요. 다들 이 일이 뭔지 모르고 들어오신 거예요. 그 당시 너무 어려웠어요. 어머니들과 같이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머니들이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학교에 처음 오신 선생님들이 어머니 사서 조직하는 걸 힘들어하시는 거 같아요.
어머님들 모집하면 그 분들하고 어떤관계를 가져야 할까,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일을 서로 시작해야 될지, 그게 어려워서 아예 만들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봤어요. 저도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도서관이나 책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 분하고 수다를 떠는 거죠.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되는데, 우리도서관은 뭐가 문제다 등. 그런 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의기투합하는 어머님들과 일을 자꾸 만들어 가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가는 동지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아무도 기댈 사람이 없는데 나랑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을만난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 붙잡고 계속 얘기하면서 뭔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어머님들은 없으면 안 되는 분들이에요.
김영석 저 같은 경우에는 4년째 어머님들하고 같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중학교는 어머님들을 모으는 게 힘들어요. 3월에 학부모 총회를 하는데, 그때 영상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오시는 분들이 열 분도 안 돼요. 1년 정도 같이 활동을 하는데, 선생님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머님들이 많이 불편해 하세요. 와서 담임선생님 만나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면서요.
이덕주 그래요? 만남을 연결해 드리는 걸 은근히 바라실 줄 알았는데.
김영석 저도 어머니들이 오시면 담임선생님도 오시라고 하는데, 그러면 무척 어려워하세요. 저는 도서관을 처음 맡으면서 어머님들하고 같이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 어머님 두 분씩 조를 짜서 도서관에 매일 오셨는데, 온종일 얼굴만 보고 있으니까 뻘쭘하더라고요. 어머님들도 불편해 하시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님들이 계속 청소나 책 정리를 하려고 하셨어요. 그러시지 마시라고, 어머님들 일하러 오시라고 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그 다음부터는 어머님들께 일주일에 두번만 오시라고 했어요. 하루는 아이들 그림책 읽어주러 오시고, 또 한 번은 어머님들 회의하러 오시고. 점차 어머니들이 그림책 읽어주기, 독서 모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같은 행사 중심으로 동아리같이 활동하시게 됐어요.
김명 순 대부분의 도서관 담당 선생님들이 학부모명예 사서를 또 하나의 업무로 받아들여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를 경계하는 면이 있어요. 학부모들도 일단 선생들이 수업에 충실해야지 생각하고, 초등학교처럼 다양하게 활동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기에 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 명예사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가 많지않고 운영을 할 경우 학부모 독서 동아리로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저도 매년 어머니들의 동아리를 구성하여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님들이 매주 오셔서 책을 읽고 그러다가 도서관 정리도 해주시지요. 또 어머니를 위해서 강좌도 만들어 운영하면 교장선생님이나 교직원들이 참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이덕주 비슷하게 발전하는 것 같네요. 저희도 고등학교지만 어머님들을 모셨어요. 임원진도 간신히 모집이 되는데 고등학교에서 명예 사서가 오겠나했죠, 정말 몇 분 오셨어요. 몇 분 오셔서 서로 뻘쭘하게 청소만 하고 가시고 했었어요. 그래서 어머님들에게 아예 책임을 드려서 행사를 하시게 했더니 책임감 있게 신나게 준비를 해주셨어요. 작년부터는 어머님들이 오셔서 제게 일만 하시지 말고 함께 책 읽고 수다 떨자고 그래요. 같이 책도 읽고, 애들시험 보는 날 문학 기행도 가고. 이러면서 어머님들하고 유대도 깊어졌어요. 사실 고등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온다고 하면 아이 눈치도 보이고, 어머니들이 선생님들을 어려워하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쨌건 저는 학부모님들께 어머님들이 학교에 자주 왔다 갔다 하시면 학교가 좋아진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들이 도서관에서 책 보는 것 자체도 아이들한테는 교육이라고. 어머님들을 단순 일꾼이 아니라 동지로, 같이 하는 동업자로 그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교사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지연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서와 사서교사를 구분하기 힘들어요. 실제로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
고,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학부모들은 학교에 사서보다 사서교사가 오시기를 바라세요. 이유는 사서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여러 조건상 교장선생님의 눈치를 많이 보세요. 그러다보니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볼까’라는 주인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를 여러 학교 사례에서 많이 들을 수 있어요. 가능하면 일을 만들기보다 조용히 있길 원하시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학부모들은 학교도서관을 위해 사서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덕주 그건 어떻게 보면 사서와 사서교사의 차이라기보다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김지연 예, 지금은 사서와 사서교사의 역할 차이보다는 정규직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활동에 차이를 가져 온다고 봐요. 사서 교사가 공무원 정원제와 관련하여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서선생님들을 정규직으로 모시는 게 책임감을 갖고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덕주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학부모 명예사서는 초·중·고 도서관을 막론하고 잘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학부모님들은 도서관의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동지다. 심지어 계약직 사서선생님들의 마음의 피난처요 동반자가 되기도 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서와 도서관 담당교사의 관계
이덕주 사서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여러 사서 선생님과 함께 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텐데, 사서 선생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3월을 시작을 하면 좋을까요. 특히 학교의 여러 주체들, 교장 선생님이라든가 다른 선생님들,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경험들을 말씀해 주세요.
김명순 저는 도서관 담당 교사이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만 얘기를 해볼게요. 현재 사서 교사 임용이 정원외로 되어 있어 학교로선 혜택이 큰 데다 정규 교사니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사서나 사서보조 선생님들은 교사 자격증이 있건 없건 간에 계약직이죠. 이런 계약직 사서가 오면, 학교에서는 도서관 운영 담당교사를 두기도 하고 아예 사서에게 전담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달라지죠. 학교에서 계약직 사서에게 도서관 이외의 일을 떠넘기기도 하고 일은 많이 하도록 하면서 일에 대한 권한을 안 주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눈치를 보고, 시키는 것만 하게 되니까 재미있는 일을 할 수가 없고, 업무량은 많아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덕주 그럼, 계약직 선생님이 오시면 도서관 담당선생님은 계약직 사서가 사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분이니까 이 분이 도서관을 알아서 잘 꾸려갈거라고 믿고, 알아서 전문성을 발휘해서 하도록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좋은 건가요?
김명순 경우에 따라 다르지요. 현재의 업무 관리 시스템에서는 업무기획과 추진과정이 예산과 밀접하기 때문에 권한을 가진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거기에도 차이가 있는데, 사서에게 그 권한을 안주고 도서관 담당 교사가 운영하게 하면서 그 보조 역할만 하게 하는 학교가 있고, 운영 및 기안 권한을 아예 사서에게 주는 학교가 있는 거예요.
이덕주 이게 마찬가지죠? 사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학부모 명예 사서 어머니들이 없어도 되는 게 아니듯이, 사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도서관 담당 교사가 맘대로 손을 떼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도서관이 활성화 되려면 같이 열심히 힘을 합쳐서 해도 될 둥 말 둥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간단한건데… 이것도 짚고 넘어갈 문제인데요, 소위 말하는 전자 문서 시스템에 들어가서 기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계약직 선생님께 드리는 게 나을까요, 안드리는 게 나을까요? 받는 게 좋으세요, 안 받는 게 좋으세요?
이미경 저 같은 경우는 물품을 급하게 사야할 떼,어떤 책을 살 건지, 어떤 계획으로 얼마를 들여야하는지 서류를 만들어서 담당 선생님한테 결제 받으려고 보내요. 이게 빨리 돼야 해서 선생님을 계속 재촉해요. 근데 선생님 입장도 알겠는 거예요. 선생님도 바쁘시잖아요. 그래도 계속 재촉하고 우는 소리도 해요.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다면 일도 빨리 진행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하죠. 때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서 일이 좀 잘못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해요.
이덕주 저는 좀 의문인 게, 선생님같이 거기 오래계셨고, 소통의 중심인 분에게 왜 권한을 안 주는 거죠?
이미경 사서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희 중에도 권한을 가진 분은 딱 한 분 계세요. 어떤 분들은 부분적으로 갖고 있어요. 저처럼 전적으로 담당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경우도 있어요. 근데 모임에서 경력이 오래됐으니까 요구해보라고 해서 한번 해봤어요. 제가 이런 부분은 하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담당선생님이 그건 제 일인데요, 딱 이러셨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러시는데 그게 어려워요.
배수 진 저는 결제 권한을 아예 통째로 다 받아본 적도 있고요, 선생님처럼 한 번도 결제 권한 없이 문서만 다 작성해서 “선생님, 이렇게 결제 받아주세요.” 이렇게 드린 적도 있어요.
이덕주 어떤 게 더 나으세요?
배수 진 통으로 받는 게 좋죠. 일이 빨리 진행이 되니까요. 그러면 기안 전에 담당부장선생님과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서 기안을 올리게 되고, 결재 전에도 들어가셔서 혹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도 해주세요. 주인의식은 선생님의 열정인 것 같아요. 이미경 선생님은 굉장히 불편하시잖아요. 난 지금 당장 일분일초가 바쁜데, 담당 선생님은 수업도 하시지, 담임도 하시지, 그러면 일단은 종례가끝나야 기안을 가까스로 올리실 수 있으신데, 그것도 애들 와서 상담하고 그러면 하루가 그냥 넘어가버리거든요. 그러면 우리도 굉장히 업무가 많으니까 잊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런 기안권한이 없으니까 엄청 답답하더라고요.
이덕 주 담당교사 입장에서도 기안 권한을 주시면 편하실 텐데. 그리고 그런 배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권한을 드리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그래야 이 선생님 기록과 실적이 남는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도 웬만하면 그런 기안 권한 정도는 드리고 협조를 해주시면 일이 더 효율적일 텐데요. 제가 볼때는 드리는 쪽으로 저희가 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지연 저도 그게 항상 궁금하거든요. 3월에 교장선생님에게서 도서구입비가 책정되었다고 들었는데, 두 달이 다 되도록 도서관에 새 책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명예학부모회에서 이걸 어디에 이야기해야 책이 빨리 들어올까 하고 고민했어요. 제일 먼저 만나기 쉬운 사서선생님에게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사서선생님은 본인이 책을 구입할 권한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웃음) 담당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담당선생님은 늘 바쁘시죠. 수업도 하시고, 담임 일도 하시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도서관에 늘 계시는 사서선생님이나 자주 오는 학생 그리고 명예학부모만큼이나 새 책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지 않으신 것 같아요. 책 구입이 늦어지더라고요. 결국 5월 둘째 주에 책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궁금한데 담당교사와 서서선생님의 역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요?
도서관담당교사와 사서의 역할분담은?
이덕주 담당교사와 사서 선생님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면 좋을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사서 선생님,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담당 교사의 역할이 있는 게 좀 이상적일까요? 사서 선생님들이 좀 말씀해주실까요? 담당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이럴 땐 너무 이런 것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싶은 것도 있고?
배수 진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게 좋은 선생님이 계신 반면,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계시지요. 저는 사소하게 신경을 써 주시는 게 더 좋아요. 혹시나 제가 놓치고 지나칠지 모르는 부분들을 다시 일깨워주시거든요.
이덕주 세부적인 준비를 하는 것은 사서 선생님의 역할, 그럼 담당 선생님은 챙기는 것만 해요?
배 수 진 진행과 홍보는 도서부 학생들과 같이 제가하고요. 담당 선생님은 큰 틀을 보시고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거죠. 도서관 행사를 교직원들에게 홍보하고, 동료 선생님들께 협조를 구하는 일들을 함께 진행하시죠.
이미경 저도 도서 담당 선생님하고 무리 없이 잘 지내왔어요. 근데 제가 좀 아쉽다고 생각을 하는 건, 담당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든지할 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셨으면 좋겠는 거예요. 저는 직원회의도 참석하지 못해요. 오란 말 안하시기도 하고, 뻘쭘하게 갈 수도 없고. 예를 들어 책축제를 한다면 같이 준비해왔고, 기획해왔기 때문에 신나게 홍보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세세하게 내용을 알리고 쿨메신저에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띄우는데 호응이 없을 때가 많은 거예요. 담당선생님은 직원회의라든가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라든가, 우리 도서관에서 이런 걸 하니까 협조 좀 해줘,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하고의 그런 관계, 내가 무언가를 얘기했을 때 어떻게 하면 반응이 올까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요. 저는 그걸 담당 선생님이 해주셔야 하는 게아닌가 생각해요.
이덕주 어쨌든 그런 동료 교사들과의 소통은 사서선생님들이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관리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까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만나는 데도 좀 한계가 있죠, 그래서 담당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김명순 도서관이 어느 특정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이 갖춰줘서 담당 교사가 있거나, 사서가 있거나 없거나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그 매뉴얼대로 움직이게 되면 크게 흔들리지 않거든요.
이덕주 제가 엄청 절망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제가 한 십 년차쯤 됐을 때인데, 제 선배 선생님과 얘길 하다가, “제가 여길 떠나면 여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저는 당연히 다른 사서 교사를 데리고 와야지 할 줄 알았는데, 그 선생님이“점심시간에만 도서관 문을 열면 되지 뭐.”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더라고요. 아, 아직도 멀었구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김지연 저도 그 부분이 제일 가슴 아파요. 학교도서관이 교장선생님이나 담당교사, 사서가 바뀌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게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아직도 현실은 그렇다는 게 문제지요.
학교도서관운영 주체들에게 바란다
이덕주 각자 도서관의 다른 주체들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을 덧붙여주세요.
김지연 어머니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예학부모회는 책을 권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어주며 책읽기를 함께 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이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만나고 누릴 수 있는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러려면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에 관련된 담당교사와 사서교사, 사서선생님, 명예학부모회 그리고 학생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도서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늘 뵙는 사서선생님과 명예학부모가 도서관에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담당선생님과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일이 진행되지 않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덕주 이건 담당 교사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죠.
배수 진 저는 도서관도 학교도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도서관도 재미있는 놀이터처럼 학생들이 올 수 있게 하려면, 계속 누군가와는 이렇게 부딪쳐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딪히는게 내가 아프고 힘드니까 그만 하지 말고, 큰 바윗돌도 계속 부수다보면 모래알로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뚝심 있게 계속 부딪쳐보는 거지요. 오늘 말씀 나눈 것 중에서도 김명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시스템이 확립이 돼서 업무분담도 분명히 되고, 정규직 사서든, 비정규직 사서가 됐든, 계약직이든간에 계속 부딪쳐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명순 학교 도서관 운영은 상당히 큰 살림살이지요. 업무 성격도 전문적이고요. 예산도 많고 일의분류도 많아요. 그러니까 도서관 담당 교사 입장에서는 연간 운영 계획서가 잘 나와야 돼요. 도서관의 한해살이인 연간 계획서는 이미 확정된 예산계획과 맞물려 있어요. 운영계획서 속에 매월 해야 할일이 짜여 있다면 매번 허둥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영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학교의 실정에 맞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달 회의를 하고 준비하는 거예요.
도서관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거지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찾게 되면 독자성과 전문성을갖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서 학교 교직원 전체 회의에 사서가 참여하여 도서관 일을 소개하고 행사도 홍보하면 도서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겠죠. 동료교사들과의 유대와 신뢰를 높이려면 자주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정리하자면 사서가 할 일, 담당교사가 할 일, 학교 차원에서 지원할 일 등을 지금의 담당교사가 나서서 다리 역할을 해줘야 돼요.
김지연 지금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아까 이야기한 도서관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도서관 관련 모임이 정기적으로 잘 이어진다면 직원회의에 담당교사, 사서교사, 사서 모두 다 들어갈 필요 없이 한 분만 들어가셔도 소통이 가능할 것 같네요.
이덕주 실제로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그렇게 구성하는데, 저희 학교가 학부모 명예교사둘, 도서관 대표, 학생회 대표, 그 다음에 부장 선생님 둘, 저, 그 다음 교감,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김지연 저희는 작년에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어 학교도서관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명예학부모 모임을 진행해봤어요. 도서관에 관련한 문제들은 오다가다하면서도 사서선생님이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 된 것은 해결이나 진행에 대한 책임이 떨어져서 좋은 의견들이 묻혀 버리는 것을 많이 봤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는데 진행이 안되면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도서관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크진 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 하나씩 해나갔어요. 그러니까 명예학부모들이 즐거워하면서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더욱 관심을 갖더라고요. 모임에서는 문제점만이 아니라 잘 한 것도 자연스레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된 것을 사서와 담당교사 그리고 교장선생님들께도 전달하여 함께 하려는 시도까지 해봤어요.
이미경 사서 모임들을 하다보면 오히려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고, 그런 건 말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해서 무척 안쓰러워요. 처음 사서 일을 하건, 오래된 사서건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도서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거니까 내가 해야 될 일이 많아요. 아무도 나처럼 도서관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내가 하자는 걸 아무도 안할 때는, 내가 움직여야 되고, 내가 막 해달라고 졸라야 되고, 이래야 되는 거잖아요. 열악하더라도 항상 해보자,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했으면 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스템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의 열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이 결국은 사람 문제라는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드는데, 모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는 참 힘든게 많으니까요. 그게 학부모와의 모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서들의 모임일 수도 있고요.
이덕주 이렇게 학교 안 모임의 서로 다른 주체들이 모여서 머리를 일상적으로 맞댈 수 있는 곳이 도서관밖에 없는 거죠.
이미경 그런 모임을 만든 이유가 물론 그런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만나고 하는 게 좋기도 하지만, 힘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학부모가 학교를 자주 왔다 갔다하다 보니까, 학교 시스템이나 선생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이해를 하게 되요. 이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나타났다 하시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시지만, 사실은 학부모가 학교를 자주 오면서 이해하는 부분이 많이 생겨요. 그리고 동시에 더 날카롭게 지적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도서관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세가 되어 있는데, 선생님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으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은 학부모와 선생님이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이덕주 좌담을 하기 전에, 여러 선생님들하고 전화로 인터뷰를 하면서 왔어요. 사서 선생님이었던 분은, 스스로 너무 위축되지 말고, 자신을 비하하지도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담당 선생님이 사서 선생님을 향하는 얘기 중에는 비정규직, 정규직 이런 건 스스로 따지지 말고,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활달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야 일도 배우고 부딪치면서 서로 남는 게 있다고요. “비정규직인 내가 이런 것까지?” 이런 생각을 하면 자꾸 위축되더라 이거죠.
김명순 위축되는 것도 결국 사서들의 의욕과 신념이 결정적입니다. “선생님 제가 이것까지 해야 돼요?”라도 물을 때 사서나 담당교사 서로 길을 잃게 되지요. 사실 우리 일이 어디까지 해야 된다고 정해진건 없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는 여기까지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서나 담당교사모두가 뛰어넘어야 할 숙제입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겠지요.
이덕주 그리고 계약직 사서선생님들은 전자문서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인증서를 달라고 제안 하자는 것과 역시 사서 선생님들은 계약직임을 잊으라는 말도 있었어요. 또 친한 선생님들을 만들라고 했어요. 초등이면 학년별로, 중·고등이면 교과별로 두세 명 이상은 꼭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서 꼭 친해야 된다고요. 비슷한 연배로 하든, 그 선생님의 연구나 자녀를 위한 숙제를 도와주든, 어떤 식으로든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담당 교사들은 계약직 사서에게만 맡기면 안 된다, 그런 큰 일들을 소통하고, 권한도 드려야 되고, 연수도 많이 받으시게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들한테는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회의해서 하시도록 하고, 일정한 권한을 함께 드리면 힘을 합쳐서 우리아이들이 보다 이용하기 좋고 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학교도서관을 만들어 갈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까지 새 학기를 맞아 보다 나은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운영 주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오늘의 이야기와 같이 도서관이 도서관 운영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