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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읽고 싶은 책,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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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5 21:54 조회 10,2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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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서 책이란?
|이소영|
오늘은 여러분들과 책과 독서, 독서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우선 내 인생에서 책은 무엇이며,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각자 이야기를 해보죠.
|한대헌| 우리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어려운데, 책은 이러한 것들을 보충해 준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접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의 삶을 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한나| 책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는 순간순간의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을 들 수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집안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어요. 솔직히 청소년기에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어렵잖아요. 친구에게 말할 수는 있지만 친구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얘기하기에는 힘이 들기도 하고요. 또, 그 순간순간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근데, 그럴 때마다 책을 통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힘을 내기도 했고요.

|황선재| 책이 현재 인생의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성장소설을 보면 좋은 사례들이 있잖아요. 밤이 되면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에 현재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거든요. 또,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요. (웃음)

|박가영| 저는 책을 통해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알 수 있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외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은데 학생이니까 쉽게 해외에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 여러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또,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성장소설을 보면서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의 삶에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박경남| 저한테 책은 친구예요. 외로울 때에 도움을 받은 경험도 있고, 정서적인 면에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제 꿈은 드라마작가인데요, 책을 통해서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어요. 또, 책을 읽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고,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소영| 혹시 외로울 때 도움이 됐던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박경남| 제가 한창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엄마와 많이 다퉜거든요.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든 책이 『작가사냥』이라는 책인데,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영원히 펜을 놓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그 책이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혼자 외로웠을 때 힘을 많이 줬어요.
|권혁준| 저는 책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고, 또 바쁠 때에는 책 읽을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삶에 여유를 갖게 하니까, 책은 여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민| 책은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전환이 되고, 지식도 얻고, 재미도 주고, 심심풀이도 되니까요.

|조정은| 저는 성장소설을 즐겨 읽는데요, 가영이가 말한 것처럼 미혼모나 어려운 가정의 친구들을 책을 통해 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지금의 저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됐어요.
|양소은| 책은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가르쳐 준 또 다른 선생님 같아요. 저는 장르 불문하고 제목을 보고 끌리면 바로 읽는 편인데, 예를 들어 『살아 있음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읽고 사지 장애인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저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이소영|
다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학교에서 독서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한나| 학교에서 필독서를 몇 가지 정해놓고 정해진 기간 안에 읽어야 하거나, 학교 시험에 나오면 점점 읽기 싫어졌어요.
|조정은| 저도 중학교 때 필독서가 시험마다 항상 있었거든요. 너무 읽기 싫어서 안 읽고 시험 본 적도 있어요.
|이소영| 그럼, 주변 친구들을 보면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모두들| 아니요.

|한대헌| 친구들이 시험 끝나고 나면 도피 비슷하게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시험은 끝났고 공부하기는 싫고 하니까 시간 때우기로요. 시험 전까지만 해도 대출 반납이 거의 없는데, 시험 직후에는 확 몰려요.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고요.
|이소영| 여고에서는 어떤 책이 많이 읽히나요?
|박경남| 소설을 주로 읽어요. 또, 저희 학교가 전 과목에서 30퍼센트를 수행평가로 하거든요. ‘윤리와 사상’이나 ‘사회문화’ 같은 과목에서 어떤 책을 정해서 그 책을 읽고 원고지 600~800자를 쓰는 논술 수행평가를 하는데, 그런 책들은 도서관에 거의 없어요. 학교에서 정한 ‘권장하는 도서 목록’에 속한 23종의 책들도 많이 빌려가고요.

|이소영| 남녀공학에서는 어떤 장르가 많이 나가나요?
|조정은| 강풀 만화요.
|이상민| 강풀 만화도 그렇지만, 『묵향』이 제일 잘 나가요.
|정한나| 여자애들은 일본소설을 주로 많이 읽고, 판타지 소설, 그리고 강풀 작가의 만화나 <마음의 소리> 같은 웹툰도 많이 나가더라고요. 재미 위주로 찾게 되니까요.
|조정은| 강풀의 『아파트』가 최고예요. 축제 때마다 순위를 매기는데, 매년 1위를 했어요. 빨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많이 빌리는 거죠. 선생님들도 만화 자주 빌려보세요.

|이소영| 만화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의 시선은 어떤 것 같아요?
|황선재| 안 좋죠.
|박가영| 공부 안 하고 노는 것처럼 생각하세요.
|이소영|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데, 선생님들은 좋게 보지 않으시잖아요. 그런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읽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양소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걸 따질 필요 없이 자신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강압적으로 하면 오히려 책읽기가 싫어질 것 같아요.
|박가영| 꼭 재미만 있고 웃기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셔서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판타지라는 장르에는 재미를 위한 책들이 많긴 하지만, 책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재미를 느끼는 것도 나름대로 중요한데, 공부나 교육만 생각하시니까 그런 부분을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아요.

|박경남| 저희 반에서 오늘 어떤 학생이 만화책을 갖고 왔는데, 선생님이 그걸 보시더니 압수는 안 하겠지만 처벌 대상이라고 하셨어요. 책 읽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시면서, 책을 읽을 바에야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하시거든요.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정한나| 저는 고3을 지나올 때 책을 못 읽는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읽고 싶은 책이 있지만, 우선 책을 읽으면 심하게 눈초리를 주시고, 그런 시선들이 있기 때박경남문에 읽을 수 없게 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10권 넘게 쌓아 놓고 읽었어요.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 그리고 읽을 권리
|이소영|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박가영| 네. 아무래도 좀 달라요. 읽고 싶은 책은 자신의 흥미에 따라 고를 수 있는데, 읽어야 하는 책은 학교에서 정해 놓은 것이니까 교육에는 좋을지는 몰라도 저희의 흥미를 끌지는 못하거든요.

|조정은| 저는 읽고 싶은 책이 읽어야 할 책으로 가게 돼요. 읽다 보면 책에 관심이 가고, 권장도서 목록을 보면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박경남| 제가 읽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이 되는 건, 제목이든 표지든 보고 골라서 읽었을 때 100퍼센트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읽어야 하는 책은 기한이 정해져 있거나 의무감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억압감이 더 하게 느껴져요.

|한대헌| 책을 고르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는 딱 틀을 정해버리니까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소영| 권장도서와 읽고 싶은 책이 같이 놓여 있다면, 무엇을 먼저 읽게 될 것 같아요?
|모두들| 읽고 싶은 책 먼저요.

|이소영| 그렇다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걸 방해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조정은| 저희 학교는 그렇지 않지만 친구의 학교 얘기를 들어 보면,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는 도서관이 하나의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의 흥미를 끌만한 책들보다는 유명한 작가의 문학 작품이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책들만 있어서 자주 가지 않게 되는 것 같거든요. 또, 선생님들이나 엄마의 시선도 그런데요, 자습실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들께서는 공부를 안 하고 논다고 생각하시는 게 정말 싫어요. 공부할 걸 다 하고 책을 보는 건데도 그 시간에 공부를 하라고 하시거든요.

|정한나| 입시와 학원도 그렇고 어른들의 편견이라는 게, 정은이도 말했듯이 책을 읽는 걸 논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소설에서도 분명 얻을 수 있는 게 있는데 그런 부분은 무시하시고, 공부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에 많이 답답함을 느꼈어요. 학원 숙제가 밀려 있거나 입시에 대한 부담이 있으면 시간에 쫓기게 되고 책 읽을 시간도 없어지고요. 또, 억지로 쓰는 감상문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아요.
|이상민| 저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해서 여러 책들을 읽고 싶은데 학교 스케줄이 많고, 또 읽을 시간이 생긴다고 해도 그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공부를 하니까 내가 책을 읽으면 공부에서 뒤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문제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 읽을 시간에 공부를 하지” 하는 선생님들의 시선이 가장 커요. 저희 집은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분위기라 집에서는 안 그런데, 학교에서는 책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이 판타지 소설인줄 아시고 무슨 책을 읽는지 보신다고 갑자기 가져가서 뒤적거리세요. 매번 그러시니까 책 읽기에 방해를 받게 되고, 그러고 나면 읽고 싶지가 않아져요.

|황선재|
보통 책을 읽는 동안 집중을 하게 되면 친구들의 시선은 어느 정도 극복이 되는데, 선생님들의 편견과 시선은 도저히 극복이 안 돼요. 특히 상민이가 말한 것처럼 집중해서 읽고 있는 중간에 빼앗아 가시거나 하면 더 그렇고요.
|한대헌| 책을 읽으려고 해도 주위의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그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니까 읽기가 힘들게 돼요. 쉬는 시간에 책을 좀 읽으려고 해도 운동장을 방불케 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이거나 다들 늘어져서 자는 분위기니까 그 속에서 책을 잡고 집중해서 읽기는 정말 힘들어요.







|조정은| 맞아요. 짧은 쉬는 시간에 읽기도 그렇고, 도서관에 내려갔다 오는 거리도 너무 멀어요.
|양소은| 저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책 읽기를 방해하는 것이 수행평가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라고 생각해요. 이미 꽉 차 있는 지하철 안에 무작정 밀어 넣다 보니 넘치게 되고, 그러다보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서를 빼버린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미 할 일이 너무 가득 들어차 있으니까요.
|박가영| 저희 학교는 이번에 ‘국어생활’과 ‘문학’ 과목에서 독후감 수행평가를 했거든요.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보시는 거고 수행평가에 반영되다 보니까,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감상한 게 맞나 하는 불안감도 들어서, 솔직히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도 찾아보게 되고, 그 사람들의 감상 위주로 포장해서 쓰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책을 읽고 진정으로 느끼고 즐기는 게 쉽지 않았어요.

|박경남| 시험공부, 학원 숙제, 아르바이트, 부모님, 독후 활동처럼 책 읽기를 방해하는 것들은 정말 많은데요, 전 책 두께도 그래요. 저희 동아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 권의 책을 돌려가면서 독서 노트에 기록을 하는 독서 마라톤을 해요. 근데 책 두께가 법전 같은 책을 만나면 앞이 정말 캄캄해져요. 일주일 내에 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읽기도 싫어지고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게 되거든요. 또, 제 주변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가정형편이 꼭 나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님이 밀어주지 않는 경우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거든요. 자기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거나 사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니까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말한다
|이소영|
다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대해서 알고 있죠? 이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경남| 초등학생인 동생이 에듀팟과 비슷한 독후활동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독후감 쓰기 같은 다양한 활동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재밌게 하더니, 요즘에는 엄마가 강요도 하시고 포트폴리오가 중요시 되니까 부담이 되나 봐요. 강요만 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책을 읽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관리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한나| 저는 논술이나 입학사정관제를 많이 치러봤는데, 독서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으로 읽은 책을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정말 제대로 읽었느냐가 중요한 거죠. 여러 권을 읽었다고 늘어놓는 것, 머릿속에 남지 않는 독서는 아무 소용없는 거거든요. 강제적으로 많은 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한 권을 제대로 읽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상민| 저 역시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 가 안 그래도 입시경쟁이 심한데 독서를 입시형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책은 내면으로 읽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강요에 의해서 줄거리 몇 줄에 가식적인 느낌을 몇 줄 쓰게 되면 책에 재미를 못 붙일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책과 함께해야 할 시간이 길어야 할 텐데 그게 점차 줄어들 거란 생각도 들고요. 책을 즐겁게 읽을 시간 말이죠.
|한대헌| 저도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책을 읽을 때는 어느 정도 흥미를 갖고 읽게 되는데, 독서를 대학 입시와 연결을 시키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되니까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한창 꿈을 키워나가고 놀아야 할 아이들부터도 정해진 도서를 숙제처럼 읽게 될 테고, 입시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될 거예요.

|박가영| 일단 책을 읽게 한다는 시도는 좋지만, 그걸 정말 누가 썼는지도 확실치도 않고, 대학 입시와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학원에서 가르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책을 읽는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읽을 뿐, 정작 우리가 느끼고 싶은 것들을 책에서 느낄 수도 없게 될 거예요. 쓰다보면 정말 가식적으로 되는 걸 느꼈던 게, 저 역시도 책을 읽으면서 졸거나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었는데, 대학 입시를 위한 거니까 잘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과는 상관없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이렇게 변했다는 내용을 만들어서 쓰게 됐어요.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책읽기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 같아요.
|양소은| 이 제도를 만든 것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책을 안 읽으니까 이렇게라도 책을 읽게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할까를 고민하고 방법을 생각해야지 이런 제도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바라는 책 읽는 환경
|이소영|
다른 학생들도 여러분처럼 느끼는 게 비슷할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이 어떻게 변하면 좋을까요? 어떤 환경이라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양소은| 저는 학교에서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주면 좋겠어요. 책 읽을 시간이 쉬는 시간이나 시험 끝나고 나서 밖에 없으니까 차라리 책 읽는 시간이 생기면 여유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상민| 맞아요. 학교에서 강제로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니까 그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박경남| 학교 도서관에는 책들이 대부분 한꺼번에 들어오고, 너무 늦게 들어오잖아요. 서점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몇 권이라도 자주 들여와서 좀 더 많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조정은| 저는 맨발의 도서관을 만들면 좋겠어요. 냄새는 좀 나겠지만. (웃음) 그만큼 편한 공간이었으면 해요. 저희 학교 도서관은 서가 앞에 소파와 책상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운동장이나 도서실 말고는 갈 데가 없잖아요. 공부할 때마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데 책 읽을 때에도 그런 곳에 앉아 있기 싫을 것 같아요. 편하게 아빠다리 하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에 있으면 좋겠어요.

|황선재| 저는 공간도 정말 좁지만, 가장 먼저 도서실 위치부터 바꾸면 좋겠어요. 저희는 도서실 위치가 교실과 동떨어져 있는 1층이거든요. 3년 내내 위치도 잘 모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소영| 그러면, 도서실 위치가 어디면 좋을까요?
|황선재| 정중앙이요. 학교가 6층이면 3층 정도? 금방 갖다 올 수도 있고요. 또, 교실 4칸 정도의 큰 크기였으면 좋겠어요.
|조정은| 저희 학교는 도서관 크기는 커요. 그런데 제교실은 4층이고 도서관은 1층에 있어서 거리가 멀어요. 예전에는 교실 앞에 있는 빈 공간에 책을 좀 나뒀었는데, 몇몇 아이들 때문에 책이 파손이 되는 바람에 결국 없어져서 정말 아쉬웠어요. 교실 가까운 곳에 미니 서가를 만드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저희 학교에서는 책읽기 행사를 많이 하는데요. 교문에서 판넬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홍보도 하고, 독서 서약이라는 걸 해서 vip로 등급을 올려 주는 것도 해요. 매달 추천도서 목록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그 책에 대한 독서 퀴즈를 맞히면 경품도 주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많이 찾아오게 되죠. 관심도 많고요.







함께 만들어가는 책 읽는 일상
|이소영|
여기 모인 학생 대부분이 도서부 활동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 나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학생 신분인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조정은| 저희 학교는 ‘밤샘 책읽기’라는 게 있어요. 1박 2일 동안 학교에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는 행사인데, 보통 1박 2일로 어디 놀러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별로 안 좋게 보시잖아요, 그런데 학교 도서부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고 하면 좋은 취지라고 허락을 해주세요. 저희가 이 활동을 할 때 단순히 책만 읽는 게 아니라 마인드맵 그리기처럼 독서 활동도 많이 하거든요. 이런 걸 통해서 학생들이 책을 스스로 찾아서 읽게 되고 재밌게 읽으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경남| 저희 학교는 11월이 되면 각 부서마다 학예 발표를 해요. 저희 도서부에서는 ‘공포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재미있게 귀신의 집도 하고요. 또, ‘손안애愛서’라고, 책 읽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서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추첨해서 선물을 주는 행사도 해요. 그런데, 이 행사를 하고 나서 도서관 대출이 정말 많이 늘어나더라고요. 이렇게 도서부에서 자발적으로 캠페인도 열고, 책 제목을 가지고 스피드 퀴즈도 하고, 학교 차원에서 밤샘 책읽기도 하거든요. 이런 많은 활동들이 책을 읽는 걸 재밌다고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이소영| 그럼, 어른들의 시선과 편견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박가영| 어른들에게 저희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시도록 권유하고 싶어요. 그러면 저희가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른들에게 저희가 추천하는 권장 도서 목록처럼요. (다들 웃음)
|이상민| 일단 처음에는 좋은 책, 어른들에게도 잘 알려진 책들을 읽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후에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는 걸로 옮겨가는 거예요. 저는 제가 책을 직접 고르고, 엄마와 돌려 읽기를 하거든요.

|박경남|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까 공부는 다 하고 책을 읽느냐는 잔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데, 스터디 플래너처럼 저희가 공부한 걸 직접 보여드리고 나서 당당하게 책을 읽으면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조정은| 저는 불편한 시선을 피해서 도서실에 자주 가서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해요. 사서 선생님께서는 책 읽는 걸 뭐라고 하시지 않잖아요. (웃음)
|이소영| 오늘 이 자리는 정말 심각한 이야기를 참 신나게 할 수 있었던 자리 였습니다! 교육을 받는 대상이지만, 이들에게도 책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풀어놨던 것 같습니다. 또 지금 현 입시제도가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을 막고 머리만 크게 하고 있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네요. 오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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