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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와 노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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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5:09 조회 9,8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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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은 참으로 가까운 친구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시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특히 시는 내 생활의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내가 쓰는 공책, 연습장, 책갈피, 책받침에까지
시와 그림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또 내
마음에 와 닿는 시는 편지지에 옮겨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했고, 일기장에 써서 소중히 간직하
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받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액자는 그 당시일기장과
함께 3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다.

중학교 때 어떤 남학생에게 6개월 정도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매주나에게 시가 담긴
편지를 가명으로 보내고 주소도 남기지 않았던 그 아이는 자기가 고등학생이며 불치병에
걸렸다고 했다. 유치환의 <깃발>이라는 시로 시작되었던 그 아이의 편지는 결국은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나죽거든, 사랑하는 이여>라는 시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남들이 보면 참 유치한
이야기이고 옛날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지만 어린 나에게는 모든 게 진실로 여겨졌다.
그 애가 꼭 병을 고쳐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를 만날 수 있기를 종이학을 접으며 빌었지만
마지막 시 이후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 애가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첫 번째로 보내온 시, 유치환의 <깃발>을 고등학교에 가서배울 때 나는 참 많이
아팠다. 편지가 끊어지고 한참 뒤였지만, 깃발로 표현된 이상의 좌절에서 그 아이의 삶에 대한
의지와 고뇌와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의 시작이었다.
장난으로 보낸 편지였다고 하더라도 나를 시를 좋아하는 국어교사로 만들어 준시발점에는
분명히 그 남학생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시를 가슴으로 느끼기 전에 머리로 외우기 때문에 시를 어렵고 재
미없다고 느낀다. 실제로 중학교 아이들은 시 단원을 가장 어려운 단원으로 여긴다.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 시를 느끼라고 강요하고, 외우게 하고, 표현 방법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인지 알려준 다음 문제를 풀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운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과장법 등은 시를 시답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
는 표현 방법이 아니라 시험문제에 자주 나오는, 외워야만 하는 지겨운 표현 방법일
뿐이다. 시어의 아름다움을 찾기도 전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야 하고, 어떤 시어
와 같은 의미인지, 중요한 시어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 시 단원은 다른 단원에 비해
밑줄도 많고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도 많고 별표도 많다. 예습을 해온 아이들은 자
랑스레 책을 내놓는데 한 쪽 분량밖에 안 되는 짤막한 시를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 놓
았는지 아이들의 책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프다.

교사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시가 가장 섬세한 인간의 감정표현이라
는 것을 알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아이들이 가슴으로 느끼게 하기 어렵다면 조
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국어교사의 역할이기에 아이들과 시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해 보았다.

중학교 교사인 나는 아이들과 다양한 것을 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학
교에서 문예사조를 공부하고 시평을 해보고 소설 감상을 써보긴 했지만 학생들과 재
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적은 없다. 나 혼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
주변 선생님들과 의논하면서 하나씩 시작해 보았다.



시와 노니는 몇 가지 방법
시감상하기
교과서에 실린 시만 접해본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시를 찾아오라고 하면 보통 서너 줄
로 된 짧은 시를 찾아온다. 선생님이 혹시라도 찾아온 시를 외우라고 할까봐, 또 그 시
를 이용해서 무슨 활동을 할까봐 기를 쓰고 짧은 시만을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
는 아이들에게 시를 제공한다. 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100편 같은 곳에 단골로 나
오는 시들을 주지만 오래된 작품들은 뺀다. 계절과 그 달의 행사를 고려해서 아이들
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시를 골라주고 읽게 한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
긋고 이유를 써보게 한다. 말로 하라면 못하는 아이들이 글로 쓰라고 하면 참 잘 쓴다.
은근히 발표를 시켜주길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매우 솔직하다. 잘 쓴 아
이들의 글을 읽을 때는 감탄사도 연신 터져 나온다. 물론 이 활동은 교과서에서 시 수
업을 할 때에도 똑같이 진행된다.



두어 달 정도 시를 접해보았다면 이번엔 시화를 만들어 볼 차례다. 창의성이 없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지만 다른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A4종이에 마음에 드는 시를 옮겨 적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종
이 아랫부분에는 이 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 또는 이 시의 감상을 쓰게 한다. 다 만든 후
에는 모든 작품을 교실 벽에 붙여 서로 볼 수 있게 한다.

자작시쓰기
10월이 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축제가 열린다.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시화전
인데, 공부 잘하고 글 잘 쓰는 아이들에게 시화를 준비해오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엄연한 차별이다. 공부를 잘 못하거나 글을 못 쓰는 아이들은 시화전에 작품을
출품할 기회도 없단 말인가? 이런 현실을 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진도를 빨리 나간 후에 일주일 정도 시 쓰기 수업을 한다. 멋진
말만 늘어놓는 시가 아니라 생활에서 나온 시를 쓰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 활동을 열
심히 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시 중에서 잘 된 작품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를 쓴다는 것
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일기장에 대부분 시를 썼다. 짧게, 그리고 빨리 일기장을 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
겠지만 우리가 아이였을 때에는 모두 시인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첫 번째 시간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일기 형식으로 쓰게 한다. 꼭 그때의 감정
상태를 자세히 쓰게 한다. 두 번째 시간에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일기를 시로 바꿔보는 활동을 시작한다.(날씨가 좋으면 학교 앞 공원으로 나가
기도 하지만 한 시간 나들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 하
는 시간이 이 시간일 것이다.

일기를 시로 바꾸고 나면 한 번 정도 나에게 시를 보여주고 고쳐 쓰기를 해야 한다.
물론 이때 교사의 지나친 개입은 아이들의 시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직접 써주
기 보다는 어떤 분위기로 써야 할지, 어떤 단어가 적당할지 함께 의논한다. 한 반에 40
여 명의 학생들의 시를 한 번 이상 봐야 하기 때문에 교사도 힘든 시간이다. 어떤 시는
잘 고쳐지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고쳐야할지 막막한 시도 있다. 이런 시는 다음 시간
으로 보류한다.

세 번째 시간도 역시 고쳐 쓰기다. 이번 시간까지 두 번 이상 고쳐 쓰기를 해야만 시
를 완성할 수 있다. 물론 이 시 쓰기는 수행평가의 일부이기 때문에 교사인 나는 아이
들이 몇 번 검사를 받았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아이들의 아픔이 나타나 있는 시를 만나면 그 시를 쓴 아이들과 상담을 하기도 한
다. 작년에는 학교 옆 공원에서 시 쓰기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 두 명을 차례로 불러 이
야기를 나눴다. “시에 나타난 너는 참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씩씩하게 학
교에 다녔느냐, 힘들지는 않았냐.”라는 내 질문에 아이가 엉엉 우는 바람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울면서 자기 이야기를 마친 그 아이는 자신의 답답함
을 알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나에게 고마워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옆에 앉아 아이
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 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이럴 때 나는 내가 국어교사인 것이 그
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이들의 글 속에는 아이들의 삶이 들어 있다는 것을 국어 교사
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고쳐 쓰기까지 마친 아이들은 연습지에 자신의 시를 옮겨 적어보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연습한다. 아이들이 쓴 시는 모두 A4 종이에 시화로 만들어 교실 또는 복도 벽
에 붙여둔다. 학년말 학급 문집에도 싣는다. 물론 잘 한 작품은 학교 축제 때 액자로 만
들어 전시한다. 올해는 A4 종이를 반으로 자른 크기에 그려서 학급마다 게시판을 마
련해 전시할 계획이다.





시로 소설만들기
시를 읽어보면 시인이 어떤 상태인지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구체적이지 않은 그 영
상들을 하나로 모아 소설로 만드는 작업을 해본다. 중학교 아이들과 하는 작업이어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긴 어렵고 장난으로 쓰는 남학생들도 있지만 한 편의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해준다.

이형기의 <낙화>를 중심으로 이 활동을 했다. 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들어가
기 전에 시를 읽고 시 속의 화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화자의 성별, 나이, 직업,
사는 곳, 입고 있는 옷, 이 시를 쓰게 된 동기 등을 간단히 쓰게 한 뒤 구체적인 소설 쓰
기로 들어간다. 두세 시간 쓰고 나면 각자가 쓴 작품을 나에게 메일로 보내게 하고 받
은 파일은 수정을 거쳐 학년말 학급문집에 싣는다. 처음으로 자기 글이 활자화된 책
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학급문집이 나오면 40여 권의 문집을 펼쳐놓고 자신의 소설이
있는 부분에 사인을 하게 한다. 학급 아이들 모두 자기 것을 포함한 작가의 친필 서명
이 담긴 책들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낭송하기
시낭송 축제라는 행사를 알게 되면서 아이들과 어떻게 시를 재미있게 낭송하게 할 수 있을
까 고민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을 따라 시낭송회에 따라 다닌 기억이 있는 나로서
는, 아이들이 내가 받았던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도 계속 가지고 있었
다. 그래서 올해는 시낭송 축제를 학교의 공식 행사로 열기로 국어과 교사들과 협의했다.
학급 내 예선을 거쳐 학교 전체 행사로 시낭송 축제를 열 것이다. 주로 시에 관심 있는 여
학생들이 분위기 있는 시낭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남학생들은 시를 좋아하지 않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를 노래로도, 랩으로도, 연극으로도, 춤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열심
히 홍보했는데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만 모여 있는지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시낭송 예선을 한다고 공고한 후에는 낭송할 시를 찾아오게 하
고 어떤 시를 낭송할지 시인과 제목, 음악 제목을 쓰게 했다. 숙제는 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아이들이 많은 학급은 도서관에 데려가서 시집이나 인터넷을 찾아보게 했
다. 수업시간을 이용해 연습할 시간도 10~20분 정도 줄 계획이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려는 아이들이 많아 꼭 사전 점검을 하는 편이다.

학교 시낭송 행사에 학생들에게 시낭송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재능 있
는 아이들을 모아서 특별한 시낭송을 기획했다. 음악교사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우리 학교
에는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로 앙상블을 구성하고 노래를 잘 하는 학생
에게 시를 낭송하게 할 계획이다. 시낭송 후에는 앙상블팀의 반주에 맞춰 낭송했던 시를 노
래로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런 계획을 말했을 때 아이들은 멋지다고 하면서
도 우리가 직접 작곡을 해야 하냐고 당황하며 물어왔다. 작곡은 아이들로서는 불가능한 일
이라 안치환, 백창우, 나팔꽃 등 기존 가수들이 노래로 만든 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함께 연
습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협동하는 즐거움을 맛 볼 것이고 관람을 한 아이들도 새로운 경험
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행사는 올해보다 훨씬 풍성한 잔치가 될 것을 기대한다.



시낭송 UCC 만들기
소설을 읽고 줄거리와 감상을 UCC로 만드는 작업은 하고 있었지만 시낭송을 UCC로
제작할 생각은 못하다가 올해 독서 토론반 아이들과 시작해보았다. 스스로 이해해야
만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시를 읽고, 해석하고, 열심히 자기들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어떤 작품을 만들든 이런 토론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도 하게 되었다. 모둠별로 UCC 제작 계획을 세우게 하고 한 시간 정도 함께 만
들 시간을 준 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서 제출하게 했다. 이런 활동이 수행평가라는
강제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노래듣기, 시 노래콘서트 참여하기
10월에 인천에서 안치환의 정호승 시노래 콘서트*가 열린다. 학생들을 데리고 갈 계획을 세운
후 아이들이 시 노래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시 노래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은 후 듣는 동안 떠오른 사람을 종이에 적고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쓰기,
이 노래에 어울리는 그림 그리기(배경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
이들을 위해 그림을 글로 표현하게도 했다.), 노래 선물하기, 음식으로 표현하기 등의 활동을
했다. 그냥 듣고 웃기만 한 시 노래도있었다. 처음에는 자기들이 듣던 노래와는 다른 시
노래에 “이게뭐예요?”, “이상해요.”, “어느 시대 노래예요?” 등등 부정적인 질문을 하던 아이들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계속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은 익숙해진 듯하다.

시 노래 작업을 마친 후에는 노래로 만들기 전의 시를 인쇄해서나눠주고 뒷장에 붙이게
한 다음(이 시마저 쓰라고 하면 아이들의 원성이 높아진다.),
두세 명이 낭송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아직은 몇 번 하지 않은 수업이지만 아이들
이 듣는 유행가 외에 이런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아이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시노래 콘서트에 갔다 와서 더 많은 아이들이 시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정말 좋겠다.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 -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저녁 8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뉴스, 연극, 노래, 광고, 만화만들기
중학교 2학년 서동요를 공부할 때 했던 것들이다. 물론 서동요는 배경 설화가 있어서
만들기가 쉽기도 했지만 처음 해보는 활동이라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 이런 활동을
할 때마다 아이들의 창의력에 놀란다. 똑똑한 아이들을 멍청하게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서동요의 중요 부분을 뉴스 기사로 만들어서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고 기자가
사건을 취재해서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해보았다. 한 시간 만에 계획하고 연습까지
한 거라 어설픈 점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다음번에 한다면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뉴스
를 영상으로 넣어서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뉴스와 비슷하긴 하지만 서동요의 배경설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으로 만들었
는데 남학생들은 약간의 개그와 무술을 곁들여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선화공주
입장에서, 서동 입장에서, 또 선화공주의 부모님 입장에서 기존 가요를 개사하여 인
물별 주제가를 만들어 보았다. 여학생들은 감미로운 발라드를 주로 불러 감동을 선사
했다. 홈쇼핑 진행자가 되어 서동요와 관련 있는 제품을 판매해보기도 했다. 백제지
역 여행 상품권, 마, 황금, 무술학원 등이 홈쇼핑 상품으로 등장하여 재미를 주었다.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찾기
교과서에 있는 글을 배우는 건 그 글이 제일 좋은 글이라서가 아니라 기본이 되는 글
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교과서 속의 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과서로 수업을 했
다면 이젠 다른 작품들로 눈을 돌릴 차례다.

중학교 2학년 1학기에 배우는 박목월 시인의 <가정>을 읽고 아버지 입장에서 또
아이들 입장에서 편지나 일기를 쓰고 발표한 후 모둠별로 같은 주제를 가진 다른 시,
뮤직비디오, 짧은 영상, 수필 등을 찾아 발표하게 했다. 모방시를 쓴 모둠도 있었다. 작
품들은 다양했고 감동적이었다.

아버지의 사랑과 책임감이 주로 드러난 이 시와 비슷한 시 중에서 학생들은 김현
승의 <아버지의 마음>을 가장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노래로는 <아버지>라는 제목
으로 싸이, 이승기, 인순이, 데프콘의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찾았다. GOD의 <어머님
께>를 찾은 아이들도 있었다. 영상은 주로 <지식채널e>에서 찾았는데, 가난하고 어려
운 시의 분위기 때문인지 대부분 IMF시절 아버지들의 아픔을 다룬 작품을 찾아 발표
했다. 수필은 영상으로 보여줄 수 없기에 복사해서 나눠주고, 모둠별로 학생들이 나
와서 음악과 함께 각자 맡은 부분을 읽었다. 평소와는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로 글을
읽는 시간이었다. 수필 내용을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한 모둠도 있었는데 작품 속 인
물들과 인터뷰까지 진행하여 글과 감동을 함께 전했다.



시 수업은 세상에 대한 저항이다
이런 수업을 하고 나면 좋아하는 아이들보다 볼멘소리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성적
이 좋은 아이들 중에도 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왜 이런 시 수업을 계속 하
고 있을까? 물론 재미있어서다.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고 하는 아이들도 재미있다. 아
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연구하고 발표할 때의 모습이 예뻐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을 점수 기계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학교교육이 모두 대학입시에 목을 매고 그쪽으로만 달려간다. 예체능 교육은 이
제 점수화하지도 않는다. 음악, 미술, 체육을 그저 즐기라는 바람직한 이유에서 시작
된 현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수업이 돼 버렸다.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이제는 한 학기에 여덟 과목만 선택하게 되어 있다. 과목시
간의 가감도 가능해졌다.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은 주요 교과와 그렇지 않은 교과를 잘
골라낸다. 어느 시간에 더 집중해야 자기에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점수 따기 기계가 되지 말라고 한다. 인간적인 사
람이 되라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시’다. 내가 하는 시 수업은 경쟁과 점수
따기만을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저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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