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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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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3 23:15 조회 16,5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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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스스로 책 읽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우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은 참 어렵다. 아이들은 책을 읽기에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정기고사 때마다 성적이 오르지 않
으면 학원을 갈아치우고,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만을 중시하는 이 조급한 교육시스템에서 시
간이 없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찾기 힘들다. 잠깐 틈이 날 때, 책보다 TV와 인터넷 게임으로 머리를 식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탐구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과, 조용히 책을 읽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이 먼저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인터넷에 독후활동을 올리고 결국그것을 대학 입시에 활용하게 하는 것 따위를 독서교육 지원이라 한다면 정신적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책읽기마저 평가의잣대로 수량화해서 또 다른 입시의 굴레로 만들고, 독서 관련 사교육 업체의 배나 불리는 효과(?)밖에는 기대할 게 없다.
박혜경. 서울 경인고 국어교사

“강압적인 독서가 아니라 평생 함께할 친구 같은 독서 문화가 됐으면…”
독서는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틀에 퍼즐을 맞출 때처럼 퍼즐 조각을 가지고 이리저리 맞춰보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책을 찾고 생각을 완성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올해 입학사정관제와 논술고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사교육을 받기 어려웠고,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그런 제가 글을 쓰면서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 할 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하게 해오던 독서였다. 그런데 이런 독서마저 의무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관리를 받게 된다면 사교육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저처럼 집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이 밤새 맘에 드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두근거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는 설렘을 알지 못하고 독서를 그저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끼게 될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강압적인 독서가 아니라 평생 함께할 친구 같은 독서 문화가 만들어졌으면좋겠다.
정한나. 서울관광고등학교 3학년

“책 읽기의 진정한 의미를 잊게 만들 것”
아이가 책을 읽는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권정생이 쓴 『몽실언니』를 읽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이는 아무 말도 없다. 진짜 좋은 책을 읽고 난 뒤에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달 독서퀴즈를 통해 만난 『몽실언니』는 시험 전에 숙제로 문제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리고 답을 외워야 했다. 중요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 중심내용과는 거리가 먼 내용까지 모두 문제가 되고 외워야 하는 것이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으로 남을 책이 힘든 숙제가 되고 괴로운 시험이 되었다. 게다가 상을 받고 받지 않는 아이로 나뉘면서 아이는 헷갈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책이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살아가면서 계속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시험 보면 버려지는 문제집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아이는 몸으로 배운다. 숙제하듯이 하는 독후감쓰기, 시험 보는 독서퀴즈 등 독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모두 모아 만들었다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학생까지 책을 억지로 많이 읽힐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나고 느끼고 생각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자율적인 자기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많이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책 읽기의 진짜 의미를 잊게 만드는 독서교육지원종합시스템은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김지연. 서울 숭례초 학부모

“왜 독서이력을 나라에서 관리해야 하는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강원도 선도요원으로 발탁(?)되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이다. 3차에 걸친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이 시스템의 좋은 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 나쁜 점만 눈에 띄었다. 한 사람의 독서이력을 초등학교부터 대학, 성인에 이르기까지 관리해준다는 시스템의 취지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걸 나라에서 관리해야 하는 거지?'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자신만의 독서기록을 하고 있을 테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검사 받는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강원도는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하여 올해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보류했다. 좀 더 확실한 대안 없이 무작정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는 여전히 동의하기가 어렵다.
이현애. 원주여고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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