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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호아빈에 평화의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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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9 22:49 조회 8,93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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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다. 6월이 되면 학교마다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하여 아이들에게 글짓기와 포스터,
표어를 공모한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 속에서 수많은 죽음들은 쉽게 잊히고 상처는 빠르게
아문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생기는 법. 그 흉터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상처와
닮은 베트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의 충북-청주지회 회원들은 2007년 기금을 모아
베트남 중부지역에 위치한 푸옌성 뚜이호아시 타이화현의 호아빈 마을에 초등학교를 지
었다. 우리나라의 잊혀져가는 민족 예술을 지키려 공연과 전시회를 하며 ‘찾아가는’ 문화
형태를 고민하는 전문 예술인 단체가 무슨 이유로 베트남에 학교를 지어주었을까?

1990년대부터 문화 활동을 하던 민예총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체 차원의 화합을 위
해 국제 교류를 시작했다. 서로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과정은 작품 창작에 자극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충북민예총 차원의 국제교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게 된다. 2003년
교류 대상 지역으로 남미와 동남아 지역이 거론되다가 예산과 거리상의 문제로 동남아를 선
택하게 되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베트남으로 결정된 것은 그간 베트남과 꾸준히 교류해
온 한국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의 소모임 ‘베트남을 생각하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에서 영향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파병으로 발생한 역사적 사안 때문이기
도 했다.

특히 푸옌성은 베트남 전쟁 때 파병된 한국의 백마부대가 주둔하며 전쟁을 치른 곳
으로 베트남 지역민들의 희생이 있었던 지역이다. “과거의 반성과 화해, 새로운 평화 구축이
라는 차원에서 학교 건립에 나섰다.”라는 청주민예총 김명종 사무국장의 말처럼 정치·사
회적 상황을 생각해볼 때 민간단체를 통한 문화예술 교류는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2004년 8월,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예산 지원으로 팜 쑤언 루온(푸옌성 친선조직연합 주
석)과 응우엔 응옥 꽝(문화통신청 부청장, 작곡가)을 초청하여 충북민예총과 푸옌성 문화
통신청 간의 문화예술 교류 협정을 맺었다. 2005년 1월에는 푸옌성에서 세미나를 개최하여
다음 교류 장소와 제반 여건 및 일정을 점검하였다.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충북민예총
회원 27명이 푸옌성을 방문하여 공연 및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베트남 종전 30주년을
기념하여 푸옌성 대축제가 있는 4월 1일에 열린 첫 공연은 2만여 명의 관중 앞에서 우리 문
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의 민화와 서예, 전통의상 및 전통악기를 전시했
던 ‘종전 30주년 기념 푸옌성 엑스포 장’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예총 측
은 학교 건립 후원에 대한 제안서를 받았고, 총 8개 교실 신축에 필요한 건립비(미화 25,000
불) 마련에 나섰다. 한국군에 의해 죽은 사람이 1,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푸옌성
의 학생들을 돌보는 것이 곧 희생자들의 넋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베트남에 짓는 ‘평화’라는 이름의 학교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농촌 마을에 사는 학생들 1천여 명이, 삐걱대는 나무
건물에서 3부제 수업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본 현장은 훨씬 더 열악했다.

비만 오면 질퍽이는 불편한 운동장은 접어두더라도 교실마저 모자라 학교에 오기 위해
3~4킬로미터씩 걷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런 환경에서도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순수한
표정으로 수업 받는 아이들을 보며 충북민예총 회원들은 인도주의적 반성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증축 정도의 작업을 생각하였으나 신축을 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넉넉하지 않은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재능으로 기금 마련전을 열었다. 2005년 11월, 청주시립정보도서관
전시실에서 3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가 열렸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낮
은 가격으로 판매한 판매금을 기부했다. 그리고 12월 청주대학교에서 열린 ‘충북 작고 예
술인 사업’과 하이닉스 문화센터에서 열린 ‘충북 풍물굿 한마당’을 통해 평화학교 건립 취
지를 홍보하고 모금 운동도 펼쳤다. 이렇게 모아진 1차 기금(미화 12,000불)은 푸옌성을
방문한 청주민예총 지부장을 통해 2006년 2월 열린 문화예술 교류에서 전달하였다.

많은 신청 지역 가운데 호아빈이 선택된 것은 여러 신청 지역 중에서도 환경이 가장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시작된 사업은 현지 주민과 푸옌성 정부의 협조 덕분에, 행
정상의 절차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기금 마련을 위한 회원들의 움
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2006년 4월 연세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린 이색적인 출판기념회
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충북민예총에 소속되어 있는 도종환 시인의 시집 『해인으로 가
는 길』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도종환 시인은 ‘시와 노래로 베트남 평화학교 짓기’라
는 공식 명칭을 걸고 출판 후원금과 시집 인세를 후원했다. 그의 취지에 맞게 모든 것을 기
부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행사는 장소와 공연은 물론 음식까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
루어졌다.

회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련한 후원금과 그동안 마련한 2차분 기금(미화 13,000불)
은 2006년 9월 충북을 방문한 푸옌성 사오비엔 예술단에 전달되었다. ‘충북민예총-베트
남 푸옌성 문화예술 교류’의 첫 테이프를 끊은 그들은 총 6회의 공연을 통해 베트남의 민족
음악과 민요, 창작 가무악을 공연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평화, 꿈, 상생’을 주제로 한
국과 베트남 시각예술 교류전을 열어 서예와 미술, 사진 등 50여 점의 작품이 4일 동안 전시
되기도 했다. 초청된 예술단원들은 제천에서 열리는 민족예술제를 관람하고 영동군의 노
근리 양민 학살 현장, 옥천 정지용 문학관, 보은 속리산 법주사 등을 돌아보는 역사 문화 기
행에 참여하여 우리나라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오비엔 예술단과의 문화 교류는 식
민과 전쟁 그리고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두 나라의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슬픔과 아
픔을 예술로 표현하고 희망과 꿈을 작품으로 나타낸 잔치였다.

화해를 넘어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2007년 4월, 호아빈 초등학교 측에서 학교 건립 진행 사진을 보내주었고, 이번에는 충북민
예총 회원들이 5월 푸옌성을 방문하여 건설 현장을 답사하고,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체험
교육 병행 가능성을 점검하였다. 단순하게 건물을 지어주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이것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문화 교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월에 열릴
준공식과 축하공연에 대해 의논하며 새로 지어진 학교를 답사하는 자리에서 부대시설 추
가에 필요한 시설지원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붕괴 위험이 높은 낡은 목조 건물은 깨
끗하게 바뀌었지만 칠판과 책상조차 없는 텅 빈 교실을 보며, 민예총은 기금 마련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계획했다.

호아빈 초등학교에 책걸상 보내주기 기금 마련을 위하여 ‘평화 콘서트-노래로 듣는 시’
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2007년 8월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이 콘서트에서 가수 안
치환과 유열, 법능 스님 등이 노 개런티로 출연하여 자신들의 히트곡을 들려주었고 도종환
시인도 참여하여 호아빈 학교를 소개했다. 입장료는 베트남 학생 두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책
걸상 한 세트 값인 3만원(2명 입장 가능)으로 책정되었는데, 1, 2층 객석 800석이 모두 찼다
고 한다.

콘서트 수익금으로 아이들의 책걸상과 칠판, 기본 집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9월 5일 신축 공사 준공식과 개학식 행사를 했다. 학교 지원 요청이 있은 지 2년여 만
에 이룬 쾌거였다. 과거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실
제로는 조금 달랐던 현지 분위기도, 민간 차원으로는 이례적인 이번 활동으로 조금씩 변화
가 있었다. 교류 중 알게 된 베트남 홍보부장은 자신의 아버지도 사실은 전쟁의 피해자라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개교를 하고 한숨 돌리게 되자 충북민예총 회원들은 한국문화 알리기와 문화 교류라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매 해 교류의 밀도를 높이는 중이다. 2008년 5월
에는 베트남을 방문하여 미술가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판화와 페이스페인팅을 함께 할
수 있는 미술문화 체험교실을 열었고, 어른들을 위해서는 즉석 사진과 영정 사진을 촬영해
드렸다. 10월에는 푸옌성 문화체육관광청 관계자 및 사오비엔 예술단 등 20여 명이 충북
을 방문하여 공연했다. 특히 탈북자와 새터민들의 자녀만 다니는 ‘한겨레 중고등학교’에
서의 공연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09년 역시 6월에는 푸옌성을 방문, ‘제7회 푸옌성 소수민족 축제’에 참가하였고, 11
월에는 청주민예총 주관으로 미술 및 사진 작품을 전시하였다. 호아빈 초등학교를 방문
하여 한국예술가의 창작곡을 베트남 가사로 번역하여 함께 불러보는 노래 교실과, 핸드
프린팅을 이용하여 대형그림 그리기 같은 프로그램은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큰 인기였다. 올해 3월에는 일곱 명의 회원들이 푸옌성을 방문하여 작은 공연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올해 가을에 있는 ‘대충청 방문의 해’와 ‘제천 한방 엑스포’를 맞아 제천과 청주,
옥천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다.



나와 너를 ‘우리’로 만드는 ‘문화’
2004년부터 민간단체로서 행사를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다. 2007년 베트남을
찾았을 당시 도 차원에서 푸옌성과 체결을 맺었으나, 자매결연 전 단계의 협정서여서 현재 여건이 바뀌자
예산 문제로 더나아갈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때 체결이 잘 되었다면 지금의 다문화 문
제와 경제, 관광 등 여러 부분에 대한 접근이 쉬웠을 텐데, 또 문화예술 부분은 민예총과 협
력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본래 의도
와 달리 정지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베트남이 개발되고 있는 요즘 경제적인 접근으로는
농촌 지역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질 것이다.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거라
는 것을 알기에 연계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더 아쉽기만 하다.

문화예술 교류를 하며 느낀 것은, 현 단위로 일정 기간만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다문화다. 행사 후 한국으로 돌아올 때 베트남 책이나 CD를 가
져다가 다문화센터에 보내준다거나 다문화센터와 연계해서 이중 언어의 동화책을 호아빈
학교에 전달하는 등 한글 알리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있다. 컴퓨터 교실도 만들어줬
으니 한국의 풍경이나 동요를 CD로 제작하여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장학
금 제도도 준비했다. 모금을 하거나 기부금을 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모였다고 판단되면 고학년을 기준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
들을 뽑아, 호아빈 초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같이 끌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할 수 있는 한국 유학 프로그램이나 아르바이트 지원
등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청주민예총의 김명종 사무국장은 공연과 전시가 습관화되지 않도록 깊이 있는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낯선 나라의 공연이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우러짐의 계
기가 되는 것을 보며,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인 동시에 역할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문
화를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깊이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드
는 것도 충북민예총이 베트남과 교류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다.

“우리를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된 아이들 중에서 과학도가 나오고 사업가가 나와서 우리
나라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민간 예술 단체의 일이지만 이것도 한류
라면 한류이지 않을까요? 작은 힘이겠지만 그 깊이와 잔잔함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라며 웃는 김명종 사무국장의 미소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배어 나온다.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베트남의 시각이 따스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평화’라는 이름의 호아빈 마을.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평화학교. 이런 작은 움직임에서 시
작하여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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