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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창의력과 인성을 키우는 애니메이션 2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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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5 22:37 조회 13,6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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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니 메 이 션 을 바 라 보 는 또 다 른 시 선 이 필 요 하 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포되는 애니메이션 현황을 보면 미국과 일본의 애
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방학 특수를 겨
냥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이 독식해왔고, 2000년 일본에 문화
개방을 하면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이 가세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 <미녀야 야수> 등의 히트작을 내놓고 개봉 후 DVD와 음반을
출시해 각 가정과 도서관에 침투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원전 동화나 역사와는 다
르게 해피엔딩을 맞고(인어공주, 포카혼타스), 진취적 여성상을 보여주는 듯하다가도
결국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는 수동적 여성상을 보인다(미녀와 야수, 뮬란). 또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고 제3세계의 문명을 비하했다는 비판에도(알라딘, 라이온 킹), 많
은 학부모들은 ‘꿈과 용기를 주는 디즈니’라는 자체 홍보용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
이를 데리고 극장에 가고, 디즈니가 유도하는 동선에 따라 캐릭터 인형을 끼워 파는 맥
도날드 해피밀을 사주고,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많은 상품과 DVD를 구매해왔다.
과연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고전인가? ‘클래식’이라는 말은 디즈니가 자사의 상
품을 홍보하는 문구일 뿐, 디즈니가 유포하는 가부장적이고 비민주적 가치관이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람직한가 하는 물음과 대답은 수용자인 우리
가 따지고 판단할 문제다.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뒤로 미룰지라도 일단 디즈니의
편식만은 막아보자는 생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추천작 선정에 의도적으로 배제
했다. 이미 대중에게 널리 유포된 지브리 혹은 디즈니-픽사 작품 또한 가급적 제외했
다. 대신 디즈니라는 거대 복합미디어그룹의 물량 공세에 밀려 단관 개봉 혹은 영화
제에서 소개되었던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이란 출신의 작가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모았고 장르별로 우리 애니메이션을 한 편 이상 소개했다.
정체성과 자존감, 성장의 비밀을 깨닫게 하는 성장 애니메이션 5편,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역지사지의 감
정을 느끼고 인권·평화감수성을 일깨우는 인권 애니메이션 5편, 21세기 들어와 더욱 위기감과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환경·생태 관련 애니메이션 5편, 마지막으로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과거를 반추하고 새로운 좌표를
제시할 역사·미래SF 작품 5편 등 총 20편의 애니메이션을 추려보았다. 기본적인 영화 정보와 줄거리 소개 외에도,
문학작품 등 원작이 있는 경우엔 원작자 정보와 함께 영화의 메시지라 할 수 있는 키워드와 선정 이유를 덧붙였다.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다. 창의력 넘치는 시각 예술이자 문학과 영화를 대체하는 또 다른
텍스트이다. 부족하지만 여기에 소개한 메뉴를 가지고 창의적 읽기를 병행하여 작품(애니메이션)의 생략된 빈자
리를 책읽기와 박물관 답사 혹은 현장 탐방으로 확장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성과 공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닌 새로운 밥상을 차려주는 일은 바로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달려 있다.




동화의 전형이 이야기꾼의 아이디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영화 만드는 과정을 재치 있
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수작. 3인의 브레인스토밍으로 변주되는 ‘왕자와 공주’서사는 <공주와 다
이아몬드>, <마법사와 소년>, <여왕과 무화과>, <노인과 도둑>, <여왕과 조련사>, <왕자와 공주> 등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 흔히 그림자 애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큰 재미.
각각의 단편이 다루고 있는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프린스(공주/마녀/노파/여왕 : 여
자)와 프린세스(왕자/소년/도둑/조련사 : 남자)가 주인공. 아니마(남성성)와 아니무스(여성성)의 대
립과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고정된 성역할 관념을 꼬집고 뒤집어보게 유도할 수 있다.



주인공 키키는 마녀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 태어난 혼혈 마녀. 열세 살 되는 해에 부모를 떠나
스스로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등 ‘마녀 수행’을 해야 한다. 북유럽의 항구 도시에 정착해
택배로 생계를 이어가던 키키는 점차 마법이 약해지고 빗자루를 부러뜨리는 등 위기를 맞이하지만 숲에
서 만난 멘토 우슐라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는다. 비행선 사고로 위험에 처한 소년을 구하겠다는 일념으
로 빗자루 대신 청소용 대걸레를 타고 정신 집중을 한 결과 키키는 다시 나는 능력을 회복한다.
성장의 열쇠는 바로 자신을 믿는 것임을 시사하는 <마녀배달부 키키>는 개봉 당시 페미니즘 영화
로 홍보됐을 정도로 소녀의 혹독한 성장통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소녀의 성장담은 미
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관된 주제로, <백설공주>(1937) 이후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
주>(1989)에 이르기까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이어가던 디즈니 공주 캐릭터에 일침을 가한 작품이다.



나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는 금별을, 반대의 경우엔 회색 벌점을 붙여 최
고금별상과 꼴찌상을 정한다. 어리바리한 행동 때문에 수많은 회색 벌점을 받고 늘 자신이 바보
같다 자책하며 자신 없어하던 펀치넬로는 루시아라는 소녀를 만나 변화한다. 금별도 회색점도 붙어있지
않아 마을에선 왕따 취급을 당하지만 당당한 소녀는, 금별이나 회색점은 그것이 중요하다 느끼는 사람
들에게만 붙여지는 것이라는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너는 특별하단다>는 그림책 작가 맥스 루케이도가 지은 어린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
이션으로 ‘나는 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한
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알려주는 애니메이션으로 경쟁과
평가 속에 짓눌려 자신의 가치를 잊고 사는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원작은 1986년 미국에서 발간된 알스버그의 그림책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소년이 북극행 특급열차(폴라 익스프레스)에 탑승해 또래 아이들을 만나 모험
과 우정을 나누면서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던 말을 되새기고 온다는 내용이다. ‘의심쟁이’ 주인공은 믿음
(BELIEVE), 외톨박이 소년은 의지(DEPEND ON), 나서기 좋아하는 ‘잘난척쟁이’는 지식(LEARN), 사려 깊
은 ‘생각쟁이’ 소녀는 지도력(READ)이라는 단어를 티켓에 받아온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오즈처럼 폴라 익스프레스의 차장이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들에
게 내재된, 그러나 2% 부족한 단어를 티켓에 써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특히 용기와 지혜, 따뜻
한 마음을 두루 갖춘 인물을 흑인 소녀로 설정한 것은 산타클로스를 백인 남성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보
상이 아닌가 싶다. 영화 제작을 맡은 톰 행크스는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차장 역뿐 아니라 주인공 소년,
소년의 아버지, 산타클로스, 떠돌이 유령 등 1인 5역의 목소리와 몸짓 연기(퍼포먼스 캡처)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여우비는 21세기 우리나라에선 희귀종이나 다름없는 여우로, 부모 없이 혼자 크는 존재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함께 인간을 피해 움집에서 살고 있는데, 아지트인 움집은 인간 사냥
꾼의 눈을 피하는 방공호인 셈. 그런데 우연히 시골에 놀러온 10대 소년 소녀들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의
동요를 겪는다. 여우비는 고양이, 사람(엄마와 소녀), 나비 등으로 변신하는데 이는 구미호의 둔갑술을 따
온 것일 수도 있고, 사람으로 변한 여우비의 사춘기적 성향, 즉 변화무쌍한 성장을 암시한다.
앞선 문명이라 여겨졌던 외계 생명체가 어수룩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외계인과 왕따, 자폐아를 비
슷한 수준으로 보는 등 고정관념을 뒤엎는다. UFO의 불시착이 시공간적 오류라면, 부적응은 늦
되는 것 혹은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앞선 문명과 늦되는 아이
를 동일 선상에서 파악한 것은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하나 차이, 혹은 평가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원제는 ‘동경대부(Tokyo Godfathers)’였으나 국내에 개봉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다. <세 남자와 아
기 바구니>의 일본판이라고나 할까? 엄밀히 말해 두 남자와 한 소녀가 대부 노릇을 한다. 알코올
중독자 긴, 가출 소녀 미유키, 여장 남자 하나는 노숙자 신세로 크리스마스에 쓰레기를 뒤지다 갓난아기
를 발견한다. 모성애 넘치는 하나는 이 아이는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며 긴과 미유키를 설득하여 아이
를 기른다. 이 이상한 유사가족은 아기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실낱같은 단서 하나를 갖고 동경 거리를 헤
매며 우연과 반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을 맞는다.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로 주목받은 콘 사토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사회적으
로 소외된 캐릭터인 길거리 홈리스를 세상에서 가장 빛나고 정겨운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절망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존재를 돕게 되면서 각자 외면해온 과거와 마주하
고, 그로 인해 사랑과 행복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진솔한 가족 사랑을 다루면서
도 혈연주의의 끈끈함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리쿠와 마녀>,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선보인 프랑스의 미셸 오
슬로 감독이 최초로 도전한 3D 애니메이션. 피부색은 다르지만 형제처럼 지내던 아주르와 아스
마르가 성장하여 어둠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전설의 요정 ‘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어려
서부터 두 사람을 쌍둥이처럼 기르던 유모는 비둘기 전령에게 묻은 피를 보고, “피는 똑같이 붉은 색이라
누가 다쳤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매력적인 아주르와 아스마르 캐릭터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경쟁과 견제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다양
한 색깔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대안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외에도 유모 제
난, 이방인 크라우푸 그리고 “내가 어린 게 못마땅한가요?”라고 묻는 당돌한 샴수사바 공주 등 독특한 조
연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서로 다른 상황과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공존과 상생이라는 21세기
의 화두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폐증을 지닌 중년 남자 맥스와 이마에 배냇점을 지니고 태어나 왕따를 당하는 소녀 메리. 그들
의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호주 멜버른 교외에 사는 외로운 소녀 메리와 뉴욕
에 살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유태인 맥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낙오자, 혹은 자신이 낙오
자라는 사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무채색 화면에 담
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알코올 중독, 정신 장애, 자살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끄집
어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독 아담 엘리엇의 펜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해서 화제를 모았다. 감
독의 분신이기도 한 메리가 성숙함에 따라 감독은 자신이 즐겨 다뤄왔던 주제, 즉 ‘서로를 인정하
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며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함께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어
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철
학적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애인 차별을 다룬 <낮잠>(유진희), 왕따 문제를 다룬 <동물농장>(권오성), 여성의 차별을 그린
<그 여자네 집>(김준 외 5인의 프로젝트 팀) 외에도 외모 차별을 독특한 형식으로 그려낸 <육다골
대녀肉多骨大女>(이애림), 외국인노동자 차별을 다룬 <자전거 여행>(이성강) 그리고 학생 인권에 대해 우화
적으로 다룬 <사람이 되어라>(박재동) 등 여섯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별 이야기>는 2003년 <여섯 개의 시선>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인권 애니메이션이
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별에 대해 각각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별별 이야기’라는 이름이 붙여
졌다. 여섯 편의 옴니버스 작품이 다루고 있는 차별의 주제가 다르니(別) 선택적으로 <여섯 개의 시선> 혹
은 <별별 이야기 2>에 담긴 같은 주제의 작품들과 엮어 보여주면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다.



<별별 이야기 2>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인권영화*로 시각장애인을 다룬 <세
가지 소원>(안동희 외), 남성 콤플렉스를 지적한 <아주까리>(홍덕표), 출산과 육아 문제를 응시한
<아기가 생겼어요>(이홍수 외), 다문화가정 이야기를 다룬 <샤방샤방 샤랄라>(권미정), 중층의 차별을 다
룬 <메리 골라스마스>(정민영) 그리고 성적 소수자를 다룬 <거짓말>(박용제) 등 여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
되어 있다. <거짓말>은 계약 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진실을 지켜내는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으로 <별별 이야기 2>가 12세 이상 관람가로 판정받게 한 원인 제공을 한 작품이다.
특히 <메리 골라스마스>는 백화점 산타클로스 선발 대회에서 진짜 산타 노릇을 하던 경력자들은
미끄러지고 무늬만 산타인 능력 없는 가짜가 산타로 선발된다는 내용을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담
았다. 흔히 주류라 일컬어지는 백인, 남성, 표준어를 쓰는 사람과, 비장애인과 대비되는 소수자 즉 흑인,
여성, 사투리를 쓰는 사람, 장애인을 산타로 등장시켜 외적 기준과 통념을 중시하는 세태와 사회적 소수
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주는 수작이다.


소설가 장 지오노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사람과 자연을
함께 파멸시키는지, 거꾸로 ‘나무를 심은 사람’에 의해 죽은 자연이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 실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삼았으며, 사람들의 분별없는 욕망으로
폐허가 된 마을, 나무를 마구 베어 황량한 바람만 불어대는 버림받은 땅이 묵묵히 나무를 심는 일에 열중
한 한 노인의 작은 실천으로 인해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프레데릭 백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영상시로 다시 태어난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
으로 어떻게 수십 년간 죽어있던 자연이 되살아나 생명의 땅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성스러운 행동을 통해 사람이 얼마나 신과 가까이 닮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강과
산이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현실에서, 되살림과 헌신의 의미가 한층 더 장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배경이 된 세인트로렌스 강은 인디언들이 ‘위대한 강(맥도구악)’이라고 부르며 조화롭게 살던 강
이었지만, 16세기 이후 제국주의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강의 자원과 생물이 멸종되는 불행이 닥친
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오염물이 흘러들면서 숨 쉴 수 없게 돼 버린 강, 다리 밑을 흐르는 폐수가 클
로즈업되다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전환되는 일출 광경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수면은 강의 포용력과 생명력, 재생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고인의 유작이 된 〈위대한 강〉은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세인트로렌스 강의 장대한 역사를 역동
적인 장면 전환과 다채로운 화면으로 구성해내는 한편 환경 보존의 염원과 문명 비판 정신을 담
아냈다. 1987년에 만들어진 〈나무를 심은 사람〉이 ‘실천’으로써 환경에 접근한 것이라면, 1993년에 선보
인 〈위대한 강〉은 환경 파괴, 생태 보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 교육 텍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너구리를 의인화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에 맞선 너구리들의 치열한 생존 투쟁을 우화적으로
그렸다. 너구리들은 도쿄 개발 계획인 ‘뉴타운 프로젝트’에 대항하고자 변신술을 이용한 게릴라
작전으로 개발 공사를 막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너구리 변신학을 집대성한 요괴대작전을 실행한다. 이
작전으로 인간들이 너구리에 대한 경외심을 품도록 함으로써 뉴타운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려 하지만 결
과적으로 재미난 구경거리로만 남는다. 너구리들의 모든 저항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들의 주특기인 변신
술로 적당히 인간에 동화되거나 너구리의 본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일본 개봉 당시 <라이온 킹>을 누르고 흥행 1위에 오를 정도로 오락적 재미 또한 풍부하다. 시골
극단의 변사 같은 너구리 내레이터의 해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우화 같은 작품으로,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교육적 측면에 치중했던 반면 다양한 캐릭터의 너구리
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탐욕에 일침을 가한 작품이다.



날 때부터 튀는 행동으로 왕따가 되어 마을에서 쫓겨난 멈블은 영적 지도자를 자처하는 라몬을
통해 빙하 건너편에 ‘외계인’(섬멸자,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고기의 감소로 펭귄
사회는 물론 남극 전체 생태계가 위협을 받자, 멈블은 죽음을 무릅쓰고 빙하 절벽을 뛰어내려 외계인을
만나러간다. 파도에 휩쓸려 해안가를 표류하다 동물원에 보내진 멈블은 자신의 주특기인 탭댄스로 언론
의 주목을 받고 마침내 남극으로 돌아온다. 멈블은 혼신의 힘을 다한 발구르기(탭댄스)로 평소 멈블을 못
마땅하게 여기던 원로 펭귄과 남극에 도착한 외계인 탐사대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물론 섬멸자로 불리
는 인간, 특히 강대국의 정치가나 자본가의 변덕에 따라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겠지만…….
펭귄을 통해 인간 세계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꼬집는 작품으로 <로렌조 오일>, <꼬마 돼지 베이브>
등 휴머니티 가득한 영화를 감독한 조지 밀러가 총 감독, 제작에 나선 작품으로 뮤지컬 애니메이
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피 피트’란 탭댄스를 잘 추는 주인공 펭귄의 별명이자 영화의 주
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말로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 즉 갓 태어난 펭귄의 남다른 성장과 정체성 찾기라는
큰 주제와 더불어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간을 외계인으로 설정해 생태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시골길 돌담 구석에 홀로 남겨진 어린 강아지 똥은 작은 참새와 조그만 흙덩이마저도 하찮게 보
는 여리고 쓸모없는 존재다. 말동무를 해주던 흙덩이도 떠나고 추운 겨울을 외롭게 보내던 강아
지 똥은 봄이 되어 암탉과 병아리 가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강아지 똥을 무시한
다. 비오는 봄날 자신의 곁에서 싹이 돋는 민들레를 발견하고 별 같은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를 부러워하
며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 자책한다. 하지만 민들레는 자신이 고운 꽃을 피우기 위해 강아지 똥의 도움
이 필요하다 말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에 감격한 강아지 똥은 기꺼이 민들레꽃의 거름이 되어 노
란 꽃을 피워낸다.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 『강아지 똥』을 원작으로 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이루마가 음악을 맡
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언젠가는 귀하게 쓰일 것이라
는 진리를 잘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불의 발견, 똥, 사냥, 동굴, 지진, 발명, 얼음낚시 등 원시시대 생활과 관련된 열세 개의 에피소드가
일종의 시트콤 형식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번개가 떨어져 우연히 불을 발
견하는 장면이나 공룡과의 싸움, 회오리바람, 지진,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와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
노라면, 다소 과장이 있긴 하지만 풍부한 상상력으로 까마득한 구석기 시대 인류의 생활사를 상상해볼
수 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진흙 인형으로 표현하고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화산이 터질 때 진짜 물로 장면을 연출해 해 화제를 모았다. 30개국에서 개봉되어 세계적 히
트를 기록했으며 BAFTA(최고 어린이 프로그램상) 등 수많은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작품
성을 인정받았다.



“나는 죽었다.”라는 유령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태평양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군의
폭격으로 집과 어머니를 잃은 쿄타와 세츠코 남매가 주인공이다. 생활고 때문에 친척들의 냉대가
심해지자 남매는 집을 나와 컴컴한 방공호에서 생활한다. 오빠 쿄타는 어린 동생 세츠코를 위해서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죽음을 무릅쓰고 빈집에 들어가 식량을 훔쳐낸다. 그러나 영양실조로 극도로 쇠약해진
세츠코는 사라져가는 반딧불처럼 세상을 뜨게 되고 머지않아 교타도 뒤를 따른다.
전쟁 중 부모를 여의고 살아남은 남매가 굶주림 끝에 쓸쓸하게 목숨을 잃어가는 슬픈 내용을 담
은 애니메이션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의 삶을 설득력 있게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타지에 능숙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비해 리얼리티 표출에 정평이 나있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으로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 그 중에서도 어린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의 샤 정권과 이슬람혁명 그리고 모든 것을 황폐화시킨 이라크와의 전쟁,
억압하는 정권이 통치하는 이란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한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
를 흑백의 화면에 담아낸 작품이다. 위대한 왕의 후손이자 마르크스주의자임을 자부하는 이란의 한 소
녀가 지적이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 자신과 조국에 대한 증언으로, 아이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혁명과
영웅, 사회 계급의 폭력,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이란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하도록 돕
는다. 특히 현대사 속에서 개인의 삶은 그 사회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제국의 수도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래픽 소설로, 먼저 출간한 『페르
세폴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상인 하비상과 전미도서협회의 알렉스상,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의 알프-아르상 등을 수상했다. 마르잔 사트라피의 개인적 체험을 넘어 보편적 감동을 담
고 있어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도 비교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는 빈센트 파로노드
와 함께 제작했으며 2007년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을 포함, 전 세계 주요 영화제 12개 부문에서 수상하
며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월ㆍE(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는 쓰레기통이 돼버린 지구를 청소하는
임무가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700년간 임무에만 충실하던 월ㆍE는 혼자 놀기의 달인으로 어
느 날 BnL사에서 지구에 보낸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편 이브가 월·E가 발견한 풀포
기를 보고하려고 귀환하려 하자 월·E 또한 이브를 따라 우주선에 오른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호화함선
엑시온호에 타고 있는 29세기 사람들은 자동화된 레일에서 손 하나 까딱 앉고 오뚝이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결국 사람들은 로봇 월·E의 출현으로 지구에 먼지(땅, 흙)가 존재하고 광합성이 가능한 환경
으로 회복된 것을 알고 지구로 귀환하여 해피엔딩을 맞는다.
<월ㆍE>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우주에 남겨진 가장 인간
적인 존재가 결국은 한 기계’라는 콘셉트에서 왔다고 한다.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와 함께 모든
소통을 컴퓨터로만 하는 미래를 보면 섬뜩해지지만, 우리는 기술(기계 혹은 로봇)을 도구 삼아 인간이 아
닌 존재들과도 공존하며 미래 사회를 가꾸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베이비토피아란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유전자를 선택하여 인공으로 아이를 낳게 하는 연구소
이름이다. 어느 부부든 돈만 있으면 아이의 성별, 피부색, 혈액형은 물론 아이큐, 성격, 직업 성향
까지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가 출시(?)되면 육아 로봇을 선택하여 함께 데려갈 수 있다. 마
이클 잭슨을 복제한 쾌활한 로봇, 마릴린 먼로를 복제한 섹시한 로봇도 있지만 결국 브람스의 자장가를
부르는 모성애 넘치는 로봇 유모가 선택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에게 정성과 사랑을 쏟는 로봇 유모
를 더 따르자 이를 질투하는 엄마에 의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결국 부부는 자연의 아이를 임신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학생들의 창작물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문제의식은 물론 창의력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2002 제4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대상,
2003 독일 베를린 청소년 미디어영화제 은상을 수상했다. 미래 사회 직업인으로서, 또 부모로서 살아갈
우리 학생들이 일과 사랑이라는 화두를 놓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출발한 픽사는 1997년 <토이스토리>부터 디즈니와 손잡고
일했다. 당시 애니메이션업계에서 디즈니의 위치를 반영하듯, 디즈니는 다섯 편의
영화와 캐릭터의 모든 판권을 독점하고 이윤의 10~15%를배급료로 챙겼으며 마침내
2006년 픽사를 자회사로 사들였다. <토이 스토리 1, 2>,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카>, <월·E>에 이어 2009년
열 번째 작품인 <업>은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2009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0년 여름엔 <토이 스토리3>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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