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들의 독서를 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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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6:54 조회 9,674회 댓글 0건본문
찬 찬 히 많 이 읽 자 !
독서 일반을 논하는 ‘독서론’이 이론비평이라면 눈에 보이든 암묵적으로든, 어떤 독서론을 활
용한 서평은 실제비평이다.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한국출판마케팅연
구소, 2003)는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을 한 권에 담았다. 1부 「종이성채에 사로잡힌 책벌레」는
독서론을 엮었고, 2부 「내 영혼을 비춘 작은 불빛들」은 서평을 모았다.
책에 대한 책은 이제 너무 많다 싶을 정도다. 서평집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독서론의 숫자
또한 적잖다. ‘독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쓴 책(책 서평 모음이나 독서일기와는 좀 다른)’ 12
권을 꼽기엔 부족함이 없다.
‘독서론’은 독서일반론과 독서방법론으로 나뉜다. 독서일반론을 다룬 고전은 아직 못
봤다. 독서방법론의 고전으로는 에밀 파게(Emile Faguest, 1847~1916)의 『독서술(L’ Art de
Lire)』(이휘영 옮김, 서문당, 1972/구자성 옮김, 박영사, 1974)과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
렌의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How to Read a Book)』(독고 앤 옮김, 멘토, 2000)을 들 수 있
다. 앞으로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A History of Reading)』(정명진 옮김, 세종서적,
2000)와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Ex Libris)』(정영목 옮김, 지호, 2001)가 독서일반론
‘현대의 고전’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나는 다독多讀과 속독速讀에 대해 엇갈린 생각을 갖고 있
다. 책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빨리 읽는 것을 선호하진 않는다. 속독에 회의
적이다. 찬찬히 많이 읽자!
‘독서론’의 저자는 전문 독서가와 작가로 양분할 수 있다. 작가는 책을 많이 읽는 직업이어
서 이러한 구분은 다소 임의적일 수 있다. 『독서력讀書力』(황선종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9)
의 사이토 다카시는 다재다능한 저자다. 『독서의 즐거움(The Well Educated Mind)』(이옥진 옮
김, 민음사, 2010)의 수전 와이즈 바우어는 “저술가이자 교육자, 소설가”다. 『창조적 책읽기, 다
독술이 답이다』(김경균 옮김, 추수밭, 2010)의 마쓰오카 세이고는 ‘편집공학編輯工學자’다.
『소설처럼(Comme un Roman)』(이정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4/문영훈 옮김, 산호,
1995)의 다니엘 페나크와 『책을 읽는 방법』(김효순 옮김, 문학동네, 2008)의 히라노 게이치로
의 작품은 우리말로 꽤 옮겨졌다. 흔치 않지만 단행본 독서에세이는 훌륭
한 ‘독서론’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산문선 『책에 미친 바보』
(권정원 편역, 미다스북스, 2004)는 그런 드문 예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
의 기술』(김지선 옮김, 뜨인돌, 2006)은 이에 버금간다. 김열규의 『독서讀
書』(비아북, 2008)와 정은숙의 『책 사용법』(마음산책, 2010) 또한 주의를
요한다.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책 사용법』ㅣ정은숙 지음ㅣ마음산책ㅣ2010.06.20
정은숙은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민음사, 1994)와 『나만의 것』(민음사, 1999)을 펴낸 시인이
다. 또한 정은숙은 편집론 『편집자 분투기』(바다출판사, 2004)를 쓴 에디터다. 무엇보다 정은숙은
독서가다.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는 누가 시키지 않은 ‘전작全作’이라는 점부터 대단하다.
“책에는 체제가 꼭 있어야 하고 실제로 들어 있다. 체제의 성격은 속도라는 측면에서 보아 느리
고, 속성으로 보아 견고하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본다. 믿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속독은 책
의 속성을 거스르는 행위다. “책을 쓰는 일은 힘이 들지만, 힘들여 쓴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쉽
다. 그저 제대로 책을 사용하면 되니까.” 책 읽는 수고는 책 쓰는 노고에 비할 바 아니다. 물론 정성
껏 읽은 책만 내 것이 된다. “책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우리를 억압하는 책이 전혀 없는 건 아
니다. 나는 그런 책들 정말 싫다.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하찮게 생각하고 멀리
한다. 멀리하기 때문에 책의 사용이 더 어려워진다. 일단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
를 좁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디지털 혁명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책에 관한 아날로그적
독서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노학자의 열정적 독서, 독서론
『독서』ㅣ김열규 지음ㅣ비아북ㅣ2008.09.05
Ⅰ . 「서書_책, 내게로 오다」는 국문학자 김열규의 독서자서전, “책 따라 한평생”이다. 그는 빅토
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로 눈물을 배우고 『이솝 우화』로 웃음을 익힌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한
장면은 그에게 더욱 각별하다. “높은 산속에서 요양소 생활을 하던 결핵 환자 몇 사람이 작은 모임
을 연다. 어슴푸레 등을 밝힌 작은 방, 테이블에 둘러앉은 그들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축
음기로 틀어놓고는 일종의 심령술에 도취했다. 그들 앞에 놓인 작은 공이 이름이 불리는 사람들
앞으로 차례차례 옮겨가는 그 신비로운 대목을 읽으면서 대학 신입생인 나는 신비주의자가 되었
다.” 김열규가 반세기에 걸쳐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 것은 어머니의 「언문 제문諺文 祭文」과
여러 문학 작품의 영향이 컸다. 홀연히 낙향을 결심했을 때는 소로의 『월든』을 길잡이 삼는다.
Ⅱ. 「독讀_읽기의 소요유逍遙遊」는 그의 독서론이다. 먼저 꼼꼼하게 읽는다. “온 마음을 바쳐서
몰입해야 한다. 그러면서 낱말 하나하나 따져야 하고 줄마다 의미를 캐내어야 한다. 그러니까 ‘꼼
꼼 읽기’를 해야 한다.” 꼼꼼 읽기는 영문학의 대가 F. R. 리비스(Leavis)가 말한 ‘클로즈 리딩(close
reading)’과 통한다. 꼼꼼 읽기가 밀착 읽기가 될 때 “책읽기는 수수께끼 풀이가 되기도 하고, 가시
밭길 헤치기가 될 수도 있다.”
오직 책 보는 일만 즐거움으로 삼은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ㅣ이덕무 지음ㅣ권정원 편역ㅣ미다스북스ㅣ2004.02.07
규장각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서울대고전간행회, 1966)에서 가려 뽑아 우리말로 옮겼다. 이덕
무는 호號가 많다. 10여 개나 된다. 그중에서 금욕적인 성품을 상징하는 ‘청장관靑莊館’, 자신의 깨끗
한 성품을 반영한 ‘아정雅亭’, 마음을 물처럼 잔잔하고 거울처럼 맑게 한다는 뜻의 ‘형암炯菴’이 널
리 알려져 있다. ‘간서치看書痴’는 형암의 별명으로 ‘책에 미친 바보’를 말한다. 다음은 스스로 지은
「간서치전看書痴傳」의 일부다.
“목멱산 아래 어리석은 사람 하나가 살았다. 말씨는 어눌하고, 성품은 졸렬하고 게을러 세상일을 알지 못하였으며, 바둑이
나 장기 같은 잡기는 더더욱 알지 못하였다. 남들이 욕을 하여도 변명하지 않았고, 칭찬을 하여도 잘난 척하지 않았으며, 오직
책 보는 일만을 즐거움으로 삼았기에 춥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병드는 것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략) 사람들이 그
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看書痴)’라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형암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렇다.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
는 것이다.” 책을 보는 방법은 엄격했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간을 배정한 다음 정한 시간을 넘겨가면서 더 읽어도 안 되고 덜 읽
어도 안 된다.” 어릴 때 글 읽기를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아침에 배운 사오십 줄을 저녁까지 다섯 차례로 나눠 열 번씩 읽었다.
읽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 ‘철저히’ 안내
『독서의 즐거움』ㅣ수전 와이즈 바우어 지음ㅣ이옥진 옮김ㅣ민음사ㅣ2010.03.26
“사실 독서는 훈련이다.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거나 명상하거나 발성 연습하는 것과 비슷하다.
능력 있는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뒤뜰을 뛰어서 가로지를 수 있지만,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내미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마라톤에 무작정 도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소설·자서전·역사서·희곡·시, 이렇게 다섯 분야 고전 155편의 ‘실독實讀’을 토대로 저자
나름의 독서법을 제시한 이 책은 읽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철저히’ 안내한다. 먼저 이해(문
법)와 평가(논리), 의견 표현(수단) 단계를 통과해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선 2부의 주제별
로 정리된 독서 목록으로 넘어간다. 독서 목록에서 이전 독서는 다음 책의 바탕이 되고, 이후의 독
서는 이전의 내용을 보강하고 명료하게 해준다.
수전 와이즈 바우어에게 속독은 능사가 아니다. 정보 수집과 ‘독서’는 별개의 작업임을 전제로 본격
적인 독자는 엄청난 정보량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흡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지향하는 이상향
이 다른 곳에 속도 윤리를 이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는 고전을 스스로 깨우치는 ‘고된’ 지름길
이자 일종의 저항이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
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왜 독서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
『독서력』ㅣ사이토 다카시 지음ㅣ황선종 옮김|웅진지식하우스ㅣ2009.08.24
교육심리학자 사이토 다카시(齋藤孝)가 펴낸 책의 한국어판은 다종다양하다. 그중 『세계사를 움
직이는 다섯 가지 힘』(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의 주가가 요즘 가장 높다. 이를 뒤따르는 『독서
력』은 “왜 독서를 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독서력’이란 “독서가 습관화된 힘”을
의미한다. ‘독서경험’의 관점에서 설정한 ‘독서력’의 기준은 “문고본 100권과 신서본 50권”이다.
‘문학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을 읽었으면 독서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훈련 효과를 고려해 “제
대로 된 책 100권”을 4년 안에 읽는 게 바람직하다. 엄밀하게 4년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5년이
라도 상관은 없지만 10년은 너무 길어 해이해지기 십상이다.”
독서는 신체적 행위다. 책을 읽으려면 최소한의 체력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서는 전형적인
정신적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독서는 고도로 지적인 행위인 동시에 신체적
인 행위다. 눈을 움직이며 책장을 넘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 내어 읽는다. 장시간의 독서에는
일정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 계속 앉아 있
을 수가 없어 독서를 방해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축적
된 독서량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책을 읽는가? 독서가 “자아 형성을 위한 양식”이자 “커뮤
니케이션 능력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책과 독서에 대한 다양한 물음과 답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ㅣ마쓰오카 세이고 지음ㅣ김경균 옮김ㅣ추수밭ㅣ2010.03.04
이 책은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독서 방법으로서 ‘다독술’이란 무엇인지? “‘다독多讀’과 ‘소독少
讀’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독을 하다 보
면 자연스럽게 다독으로 발전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독에 의해 소독의 의미가 더 깊어질 수 있
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
는 다양한 독서법을 존중한다. “근독筋讀, 잡독雜讀, 난독亂讀, 한독閑讀, 뭐든지 좋습니다.”
-‘하찮은 책’은 피하고 ‘좋은 책’만 만나려는 생각은 좋지 못한가요? “책을 만나는 것은 원래 게임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이어 가도 좋습니다만, 모든 책을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양분하려는 실
수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역시 스스로 내게 맞는 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군요? “‘좋은 책’을 만날 타율은 아무리 높아도 3
할 5푼 정도면 좋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보통은 2할 5푼 정도입니다. 타율을 올리기 위해 억지로
‘하찮은 책’을 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삼진을 당하거나 그냥 보내는 편이 좋습니다. 자꾸 헛방망이
질을 하면서 상대를 칭찬하는 게 오히려 더 좋습니다.” 고전이 절대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뒤 덧붙인 마쓰오카 세이고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책에는 정장도 캐주얼도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한 ‘슬로 리딩’
『책을 읽는 방법』ㅣ히라노 게이치로 지음ㅣ김효순 옮김ㅣ문학동네ㅣ2008.03.14
사회가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만큼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
어야 한다.” 일본 문학계의 ‘신성新星’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독서 지론이다. “반反 ‘속
독’이라는 의미를 지닌 ‘지독遲讀’은 야마무라 오사무(山村修)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마
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송태욱 옮김, 샨티, 2003)은 썩 괜찮은 독서산문집이다.)
이를 구체화한 슬로 리딩은 “한 권의 책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것이다.
책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과 노력에서 독서의 즐거
움을 발견하는 책읽기 방법”이다. “속독 후에 남는 것은 단순히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렇기 때문
에 슬로 리딩이란, 바꿔 말하면 득을 보는 독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항상적恒常的 과잉공급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려면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히라노 게이치로의 주장이다. 슬로 리
딩은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닌 사람뿐만 아니리 본질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그것은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 매뉴얼 고전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ㅣ모티머 J. 애들러·찰스 반 도렌 지음ㅣ독고 앤 옮김ㅣ멘토ㅣ2000.01.15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 매뉴얼의 고전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독서 기술’은 “읽을 수 있는 활자들 외에는 어떤 것도 이해
할 수 없을 때,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정신 활동능력만 가지고 그 정신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책 읽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려면 독서 수준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독서에는 4가지 수
준이 있다. “종류라고 하지 않고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 종류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수
준은 높은 수준이 낮은 수준을 포함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제1수준은 기초적
인 읽기다. “이 수준을 거치면 적어도 문맹을 벗어나 글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독서의 제2수
준은 살펴보기다. 여기선 시간을 강조한다. “이 수준의 독서를 할 때 독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에 일
정한 분량을 읽는다.” 독서의 제3수준은 분석하며 읽기다. 제1수준과 제2수준의 책읽기보다 복잡
하고 조직적이다. 분석하며 읽기에선 책을 읽으며 많은 질문, 체계적인 질문들을 해야 한다. 독서
의 제4수준은 통합적인 읽기다.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인 책읽기 유형이다. 읽는 내용이 비교적 쉽
고 단순해도 책 읽는 사람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독서의 4가지 수준을 중심으로 책 잘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 대한 책’의 진수
『서재 결혼 시키기』ㅣ앤 패디먼 지음ㅣ정영목 옮김ㅣ지호ㅣ2001.12.17
앤 패디먼(Anne Fadiman)은 유명짜한 독서 가문의 일원이다. 『일생의 독서계획(The Reading of
the Plan for the Life)』(김주영 옮김, 태학당, 1995)을 짠 클리프턴 패디먼(Clifton Fadiman)은 그녀의
아버지다. (아래는 최근 출간된 필자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5』에서 가져왔음)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의 진수다. 그녀의 자투리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극지방 탐험 관련서들을
다룬 대목에서 어니스트 섀클턴의 이름을 접한 반가움이란. 책은 “기우뚱한 물건을 받칠 때, 문이
바람에 닫히지 않게 괼 때, 풀이 잘 붙도록 눌러놓을 때, 울퉁불퉁한 양탄자를 펼 때” 큰 쓸모가 있
다. 정말이지 “헌사를 달고도 헌책방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은 얼마나 우울한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정치가 윌리엄 에워트 글래드스턴이 남다른 애서가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안다. “정말로 자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숨이 붙어 있는 한 책을 자신의 집으로 안
내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을까?” 또 글래드스턴은 이렇게 썼다. “책은 반드시 책장
에 넣어야 한다. 책장은 반드시 집에 보관해야 한다. 집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서재는 반드시 먼
지를 털어 주고, 배치를 해 주고, 분류를 해 주어야 한다. 얼마나 고된 일, 그러나 기분 나쁘지 않은
고된 일이 눈앞에 보이는지!”
헤르만 헤세가 권하는 진지한 책읽기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ㅣ헤르만 헤세 지음ㅣ김지선 옮김ㅣ뜨인돌ㅣ2006.10.28
헤르만 헤세의 본격 독서론. 책·독서·문학에 관한 헤세의 글을 모았다. 거듭 읽기를 강
조한 것을 빼고는 헤세의 독서관이 내 평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반가웠다. 이마저 내
가 같은 책을 두세 번 읽는 경우가 드물다는 독서습관을 가졌을 뿐이지 나도 거듭 읽기
의 중요성은 인정한다. 헤세의 독서체험에 바탕을 둔 세계문학 도서목록은 동서양 고
전을 망라한다. 첫 단추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 가장 오래 간다’는 정신사의 원칙에 따라 성서, 우
파니샤드를 간추린 『베단타』, 불경, 『길가메시』 서사시, 『논어』, 『도덕경』 등에다 장자의 우화 같은
‘인류가 보유한 문헌의 기본화음’들이 꿴다. 헤세는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슬금슬금 끼워 넣는 일은 삼간다.
헤세는 진지한 책읽기를 주문한다. “독서로 정신을 ‘풀어놓기’보다는 오히려 집중해야 하며, 허
탄한 삶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거짓 위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독서는 우리 삶에 더 높고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는 책의 가치를 따질 때, 그 책의 유명세나 인기도
에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수준 높은 ‘독서훈련’은 오직 양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울러
넓고 얕게 읽기보다는 좁고 깊게 읽기를 바란다. 원제목(Die Welt der B cher)을 그대로 풀어 ‘책(독
서)의 세계’라고 하는 게 옳다. (<한겨레> 2006년 11월 17일자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를 간추림)
독서에 대한 내용이 풍부한 아주 매력적인 책
『독서의 역사』ㅣ알베르트 망구엘 지음ㅣ정명진 옮김ㅣ세종서적ㅣ2001.01.31
알베르트 망구엘은 책을 읽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여긴다.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파
악하려고 가슴 졸이며 사건과 인물을 추적하는 방법과 신중하게 탐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2세
기에 확립된 인식론적 독서법, ‘가장 최근의 텍스트는 그 앞의 텍스트에 담긴 내용을 모두 포함하
는 것으로 짐작되어 그 전의 텍스트를 대체한다’는 법칙은 그에게 진실일 때가 드물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다 보면 ‘텍스트’라는 어휘로는 정확히 정의되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고, 자라나고, 뿌리내렸다.
하나의 텍스트를 회상함으로써, 한때 손에 쥐었던 책을 떠올림으로써 독서가는 또 다른 책이 될 수 있었다. 또한 해석, 주
석, 주해, 요지 설명, 연상, 반론, 상징적・우화적 의미 등은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독서가에게서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
기 혼자 이용할 목적으로 귀중한 필사본들을 수집한 최초의 독서가였다.
내용이 풍부한 아주 매력적인 책인 『독서의 역사』에서 알베르트 망구엘은 아르헨티나의 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맺은 인연을 소개한다. 16세가 되던 1964년,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피그말리온 서점 알바 자리를 얻는다. 서점을 찾은 보
르헤스의 부탁으로 망구엘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보르헤스한테서 강한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
망구엘은 캐나다에 정착했다.
독서론의 으뜸이요, ‘본좌 ’
『소설처럼』ㅣ다니엘 페나크 지음ㅣ이정임 옮김ㅣ문학과지성사ㅣ2004.04.20
독서론의 으뜸이요, ‘본좌’다. 200쪽 남짓한 문고판이지만 전체에 필적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2010년 6월 18일 펴낸 초판 12쇄는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니 더할 나위없다. 어디를 펼쳐도 공감
백배다. “책이란 우리의 아들딸이나 청소년들이 설명하라고 씌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면’ 읽
으라고 씌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178쪽) “그리고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179쪽)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는 독서 권리장전 10가지를 제시하는데 여기선 지면관계상 첫 번째 ‘책
을 읽지 않을 권리’만 살핀다.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는 페나크의 독서 권리장전 열
번째에 놓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매일같이 일상 속에서 책을 읽지 않을 권리를 누리고 있다. 우
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사실이라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훌륭한 책과 텔레비전의
저질 영화 가운데에서 선택되는 쪽은 언제나 어김없이 후자다.”
앞서 다니엘 페나크는 요즘 젊은이들이 책읽기를 안 좋아한다하여 이를, 흔히 말하듯, 전적으
로 텔레비전・학교・시대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텔레비전이 보상
이라는 지위로 격상됨에 따라, 당연히 독서가 억지로 해야 할 고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은” 우리에게서 나온, 우리 스스로의 발상이었다. 한국어판 초역(1995)에선 이 책이 정말 좋다는
점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
독서 일반을 논하는 ‘독서론’이 이론비평이라면 눈에 보이든 암묵적으로든, 어떤 독서론을 활
용한 서평은 실제비평이다.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한국출판마케팅연
구소, 2003)는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을 한 권에 담았다. 1부 「종이성채에 사로잡힌 책벌레」는
독서론을 엮었고, 2부 「내 영혼을 비춘 작은 불빛들」은 서평을 모았다.
책에 대한 책은 이제 너무 많다 싶을 정도다. 서평집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독서론의 숫자
또한 적잖다. ‘독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쓴 책(책 서평 모음이나 독서일기와는 좀 다른)’ 12
권을 꼽기엔 부족함이 없다.
‘독서론’은 독서일반론과 독서방법론으로 나뉜다. 독서일반론을 다룬 고전은 아직 못
봤다. 독서방법론의 고전으로는 에밀 파게(Emile Faguest, 1847~1916)의 『독서술(L’ Art de
Lire)』(이휘영 옮김, 서문당, 1972/구자성 옮김, 박영사, 1974)과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
렌의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How to Read a Book)』(독고 앤 옮김, 멘토, 2000)을 들 수 있
다. 앞으로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A History of Reading)』(정명진 옮김, 세종서적,
2000)와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Ex Libris)』(정영목 옮김, 지호, 2001)가 독서일반론
‘현대의 고전’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나는 다독多讀과 속독速讀에 대해 엇갈린 생각을 갖고 있
다. 책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빨리 읽는 것을 선호하진 않는다. 속독에 회의
적이다. 찬찬히 많이 읽자!
‘독서론’의 저자는 전문 독서가와 작가로 양분할 수 있다. 작가는 책을 많이 읽는 직업이어
서 이러한 구분은 다소 임의적일 수 있다. 『독서력讀書力』(황선종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9)
의 사이토 다카시는 다재다능한 저자다. 『독서의 즐거움(The Well Educated Mind)』(이옥진 옮
김, 민음사, 2010)의 수전 와이즈 바우어는 “저술가이자 교육자, 소설가”다. 『창조적 책읽기, 다
독술이 답이다』(김경균 옮김, 추수밭, 2010)의 마쓰오카 세이고는 ‘편집공학編輯工學자’다.
『소설처럼(Comme un Roman)』(이정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4/문영훈 옮김, 산호,
1995)의 다니엘 페나크와 『책을 읽는 방법』(김효순 옮김, 문학동네, 2008)의 히라노 게이치로
의 작품은 우리말로 꽤 옮겨졌다. 흔치 않지만 단행본 독서에세이는 훌륭
한 ‘독서론’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산문선 『책에 미친 바보』
(권정원 편역, 미다스북스, 2004)는 그런 드문 예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
의 기술』(김지선 옮김, 뜨인돌, 2006)은 이에 버금간다. 김열규의 『독서讀
書』(비아북, 2008)와 정은숙의 『책 사용법』(마음산책, 2010) 또한 주의를
요한다.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책 사용법』ㅣ정은숙 지음ㅣ마음산책ㅣ2010.06.20
정은숙은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민음사, 1994)와 『나만의 것』(민음사, 1999)을 펴낸 시인이
다. 또한 정은숙은 편집론 『편집자 분투기』(바다출판사, 2004)를 쓴 에디터다. 무엇보다 정은숙은
독서가다.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는 누가 시키지 않은 ‘전작全作’이라는 점부터 대단하다.
“책에는 체제가 꼭 있어야 하고 실제로 들어 있다. 체제의 성격은 속도라는 측면에서 보아 느리
고, 속성으로 보아 견고하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본다. 믿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속독은 책
의 속성을 거스르는 행위다. “책을 쓰는 일은 힘이 들지만, 힘들여 쓴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쉽
다. 그저 제대로 책을 사용하면 되니까.” 책 읽는 수고는 책 쓰는 노고에 비할 바 아니다. 물론 정성
껏 읽은 책만 내 것이 된다. “책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우리를 억압하는 책이 전혀 없는 건 아
니다. 나는 그런 책들 정말 싫다.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하찮게 생각하고 멀리
한다. 멀리하기 때문에 책의 사용이 더 어려워진다. 일단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
를 좁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디지털 혁명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책에 관한 아날로그적
독서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노학자의 열정적 독서, 독서론
『독서』ㅣ김열규 지음ㅣ비아북ㅣ2008.09.05
Ⅰ . 「서書_책, 내게로 오다」는 국문학자 김열규의 독서자서전, “책 따라 한평생”이다. 그는 빅토
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로 눈물을 배우고 『이솝 우화』로 웃음을 익힌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한
장면은 그에게 더욱 각별하다. “높은 산속에서 요양소 생활을 하던 결핵 환자 몇 사람이 작은 모임
을 연다. 어슴푸레 등을 밝힌 작은 방, 테이블에 둘러앉은 그들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축
음기로 틀어놓고는 일종의 심령술에 도취했다. 그들 앞에 놓인 작은 공이 이름이 불리는 사람들
앞으로 차례차례 옮겨가는 그 신비로운 대목을 읽으면서 대학 신입생인 나는 신비주의자가 되었
다.” 김열규가 반세기에 걸쳐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 것은 어머니의 「언문 제문諺文 祭文」과
여러 문학 작품의 영향이 컸다. 홀연히 낙향을 결심했을 때는 소로의 『월든』을 길잡이 삼는다.
Ⅱ. 「독讀_읽기의 소요유逍遙遊」는 그의 독서론이다. 먼저 꼼꼼하게 읽는다. “온 마음을 바쳐서
몰입해야 한다. 그러면서 낱말 하나하나 따져야 하고 줄마다 의미를 캐내어야 한다. 그러니까 ‘꼼
꼼 읽기’를 해야 한다.” 꼼꼼 읽기는 영문학의 대가 F. R. 리비스(Leavis)가 말한 ‘클로즈 리딩(close
reading)’과 통한다. 꼼꼼 읽기가 밀착 읽기가 될 때 “책읽기는 수수께끼 풀이가 되기도 하고, 가시
밭길 헤치기가 될 수도 있다.”
오직 책 보는 일만 즐거움으로 삼은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ㅣ이덕무 지음ㅣ권정원 편역ㅣ미다스북스ㅣ2004.02.07
규장각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서울대고전간행회, 1966)에서 가려 뽑아 우리말로 옮겼다. 이덕
무는 호號가 많다. 10여 개나 된다. 그중에서 금욕적인 성품을 상징하는 ‘청장관靑莊館’, 자신의 깨끗
한 성품을 반영한 ‘아정雅亭’, 마음을 물처럼 잔잔하고 거울처럼 맑게 한다는 뜻의 ‘형암炯菴’이 널
리 알려져 있다. ‘간서치看書痴’는 형암의 별명으로 ‘책에 미친 바보’를 말한다. 다음은 스스로 지은
「간서치전看書痴傳」의 일부다.
“목멱산 아래 어리석은 사람 하나가 살았다. 말씨는 어눌하고, 성품은 졸렬하고 게을러 세상일을 알지 못하였으며, 바둑이
나 장기 같은 잡기는 더더욱 알지 못하였다. 남들이 욕을 하여도 변명하지 않았고, 칭찬을 하여도 잘난 척하지 않았으며, 오직
책 보는 일만을 즐거움으로 삼았기에 춥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병드는 것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략) 사람들이 그
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看書痴)’라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형암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렇다.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
는 것이다.” 책을 보는 방법은 엄격했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간을 배정한 다음 정한 시간을 넘겨가면서 더 읽어도 안 되고 덜 읽
어도 안 된다.” 어릴 때 글 읽기를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아침에 배운 사오십 줄을 저녁까지 다섯 차례로 나눠 열 번씩 읽었다.
읽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 ‘철저히’ 안내
『독서의 즐거움』ㅣ수전 와이즈 바우어 지음ㅣ이옥진 옮김ㅣ민음사ㅣ2010.03.26
“사실 독서는 훈련이다.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거나 명상하거나 발성 연습하는 것과 비슷하다.
능력 있는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뒤뜰을 뛰어서 가로지를 수 있지만,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내미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마라톤에 무작정 도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소설·자서전·역사서·희곡·시, 이렇게 다섯 분야 고전 155편의 ‘실독實讀’을 토대로 저자
나름의 독서법을 제시한 이 책은 읽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철저히’ 안내한다. 먼저 이해(문
법)와 평가(논리), 의견 표현(수단) 단계를 통과해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선 2부의 주제별
로 정리된 독서 목록으로 넘어간다. 독서 목록에서 이전 독서는 다음 책의 바탕이 되고, 이후의 독
서는 이전의 내용을 보강하고 명료하게 해준다.
수전 와이즈 바우어에게 속독은 능사가 아니다. 정보 수집과 ‘독서’는 별개의 작업임을 전제로 본격
적인 독자는 엄청난 정보량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흡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지향하는 이상향
이 다른 곳에 속도 윤리를 이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는 고전을 스스로 깨우치는 ‘고된’ 지름길
이자 일종의 저항이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
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왜 독서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
『독서력』ㅣ사이토 다카시 지음ㅣ황선종 옮김|웅진지식하우스ㅣ2009.08.24
교육심리학자 사이토 다카시(齋藤孝)가 펴낸 책의 한국어판은 다종다양하다. 그중 『세계사를 움
직이는 다섯 가지 힘』(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의 주가가 요즘 가장 높다. 이를 뒤따르는 『독서
력』은 “왜 독서를 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독서력’이란 “독서가 습관화된 힘”을
의미한다. ‘독서경험’의 관점에서 설정한 ‘독서력’의 기준은 “문고본 100권과 신서본 50권”이다.
‘문학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을 읽었으면 독서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훈련 효과를 고려해 “제
대로 된 책 100권”을 4년 안에 읽는 게 바람직하다. 엄밀하게 4년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5년이
라도 상관은 없지만 10년은 너무 길어 해이해지기 십상이다.”
독서는 신체적 행위다. 책을 읽으려면 최소한의 체력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서는 전형적인
정신적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독서는 고도로 지적인 행위인 동시에 신체적
인 행위다. 눈을 움직이며 책장을 넘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 내어 읽는다. 장시간의 독서에는
일정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 계속 앉아 있
을 수가 없어 독서를 방해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축적
된 독서량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책을 읽는가? 독서가 “자아 형성을 위한 양식”이자 “커뮤
니케이션 능력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책과 독서에 대한 다양한 물음과 답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ㅣ마쓰오카 세이고 지음ㅣ김경균 옮김ㅣ추수밭ㅣ2010.03.04
이 책은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독서 방법으로서 ‘다독술’이란 무엇인지? “‘다독多讀’과 ‘소독少
讀’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독을 하다 보
면 자연스럽게 다독으로 발전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독에 의해 소독의 의미가 더 깊어질 수 있
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
는 다양한 독서법을 존중한다. “근독筋讀, 잡독雜讀, 난독亂讀, 한독閑讀, 뭐든지 좋습니다.”
-‘하찮은 책’은 피하고 ‘좋은 책’만 만나려는 생각은 좋지 못한가요? “책을 만나는 것은 원래 게임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이어 가도 좋습니다만, 모든 책을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양분하려는 실
수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역시 스스로 내게 맞는 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군요? “‘좋은 책’을 만날 타율은 아무리 높아도 3
할 5푼 정도면 좋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보통은 2할 5푼 정도입니다. 타율을 올리기 위해 억지로
‘하찮은 책’을 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삼진을 당하거나 그냥 보내는 편이 좋습니다. 자꾸 헛방망이
질을 하면서 상대를 칭찬하는 게 오히려 더 좋습니다.” 고전이 절대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뒤 덧붙인 마쓰오카 세이고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책에는 정장도 캐주얼도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한 ‘슬로 리딩’
『책을 읽는 방법』ㅣ히라노 게이치로 지음ㅣ김효순 옮김ㅣ문학동네ㅣ2008.03.14
사회가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만큼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
어야 한다.” 일본 문학계의 ‘신성新星’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독서 지론이다. “반反 ‘속
독’이라는 의미를 지닌 ‘지독遲讀’은 야마무라 오사무(山村修)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마
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송태욱 옮김, 샨티, 2003)은 썩 괜찮은 독서산문집이다.)
이를 구체화한 슬로 리딩은 “한 권의 책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것이다.
책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과 노력에서 독서의 즐거
움을 발견하는 책읽기 방법”이다. “속독 후에 남는 것은 단순히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렇기 때문
에 슬로 리딩이란, 바꿔 말하면 득을 보는 독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항상적恒常的 과잉공급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려면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히라노 게이치로의 주장이다. 슬로 리
딩은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닌 사람뿐만 아니리 본질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그것은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 매뉴얼 고전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ㅣ모티머 J. 애들러·찰스 반 도렌 지음ㅣ독고 앤 옮김ㅣ멘토ㅣ2000.01.15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 매뉴얼의 고전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독서 기술’은 “읽을 수 있는 활자들 외에는 어떤 것도 이해
할 수 없을 때,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정신 활동능력만 가지고 그 정신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책 읽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려면 독서 수준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독서에는 4가지 수
준이 있다. “종류라고 하지 않고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 종류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수
준은 높은 수준이 낮은 수준을 포함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제1수준은 기초적
인 읽기다. “이 수준을 거치면 적어도 문맹을 벗어나 글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독서의 제2수
준은 살펴보기다. 여기선 시간을 강조한다. “이 수준의 독서를 할 때 독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에 일
정한 분량을 읽는다.” 독서의 제3수준은 분석하며 읽기다. 제1수준과 제2수준의 책읽기보다 복잡
하고 조직적이다. 분석하며 읽기에선 책을 읽으며 많은 질문, 체계적인 질문들을 해야 한다. 독서
의 제4수준은 통합적인 읽기다.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인 책읽기 유형이다. 읽는 내용이 비교적 쉽
고 단순해도 책 읽는 사람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독서의 4가지 수준을 중심으로 책 잘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 대한 책’의 진수
『서재 결혼 시키기』ㅣ앤 패디먼 지음ㅣ정영목 옮김ㅣ지호ㅣ2001.12.17
앤 패디먼(Anne Fadiman)은 유명짜한 독서 가문의 일원이다. 『일생의 독서계획(The Reading of
the Plan for the Life)』(김주영 옮김, 태학당, 1995)을 짠 클리프턴 패디먼(Clifton Fadiman)은 그녀의
아버지다. (아래는 최근 출간된 필자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5』에서 가져왔음)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의 진수다. 그녀의 자투리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극지방 탐험 관련서들을
다룬 대목에서 어니스트 섀클턴의 이름을 접한 반가움이란. 책은 “기우뚱한 물건을 받칠 때, 문이
바람에 닫히지 않게 괼 때, 풀이 잘 붙도록 눌러놓을 때, 울퉁불퉁한 양탄자를 펼 때” 큰 쓸모가 있
다. 정말이지 “헌사를 달고도 헌책방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은 얼마나 우울한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정치가 윌리엄 에워트 글래드스턴이 남다른 애서가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안다. “정말로 자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숨이 붙어 있는 한 책을 자신의 집으로 안
내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을까?” 또 글래드스턴은 이렇게 썼다. “책은 반드시 책장
에 넣어야 한다. 책장은 반드시 집에 보관해야 한다. 집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서재는 반드시 먼
지를 털어 주고, 배치를 해 주고, 분류를 해 주어야 한다. 얼마나 고된 일, 그러나 기분 나쁘지 않은
고된 일이 눈앞에 보이는지!”
헤르만 헤세가 권하는 진지한 책읽기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ㅣ헤르만 헤세 지음ㅣ김지선 옮김ㅣ뜨인돌ㅣ2006.10.28
헤르만 헤세의 본격 독서론. 책·독서·문학에 관한 헤세의 글을 모았다. 거듭 읽기를 강
조한 것을 빼고는 헤세의 독서관이 내 평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반가웠다. 이마저 내
가 같은 책을 두세 번 읽는 경우가 드물다는 독서습관을 가졌을 뿐이지 나도 거듭 읽기
의 중요성은 인정한다. 헤세의 독서체험에 바탕을 둔 세계문학 도서목록은 동서양 고
전을 망라한다. 첫 단추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 가장 오래 간다’는 정신사의 원칙에 따라 성서, 우
파니샤드를 간추린 『베단타』, 불경, 『길가메시』 서사시, 『논어』, 『도덕경』 등에다 장자의 우화 같은
‘인류가 보유한 문헌의 기본화음’들이 꿴다. 헤세는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슬금슬금 끼워 넣는 일은 삼간다.
헤세는 진지한 책읽기를 주문한다. “독서로 정신을 ‘풀어놓기’보다는 오히려 집중해야 하며, 허
탄한 삶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거짓 위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독서는 우리 삶에 더 높고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는 책의 가치를 따질 때, 그 책의 유명세나 인기도
에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수준 높은 ‘독서훈련’은 오직 양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울러
넓고 얕게 읽기보다는 좁고 깊게 읽기를 바란다. 원제목(Die Welt der B cher)을 그대로 풀어 ‘책(독
서)의 세계’라고 하는 게 옳다. (<한겨레> 2006년 11월 17일자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를 간추림)
독서에 대한 내용이 풍부한 아주 매력적인 책
『독서의 역사』ㅣ알베르트 망구엘 지음ㅣ정명진 옮김ㅣ세종서적ㅣ2001.01.31
알베르트 망구엘은 책을 읽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여긴다.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파
악하려고 가슴 졸이며 사건과 인물을 추적하는 방법과 신중하게 탐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2세
기에 확립된 인식론적 독서법, ‘가장 최근의 텍스트는 그 앞의 텍스트에 담긴 내용을 모두 포함하
는 것으로 짐작되어 그 전의 텍스트를 대체한다’는 법칙은 그에게 진실일 때가 드물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다 보면 ‘텍스트’라는 어휘로는 정확히 정의되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고, 자라나고, 뿌리내렸다.
하나의 텍스트를 회상함으로써, 한때 손에 쥐었던 책을 떠올림으로써 독서가는 또 다른 책이 될 수 있었다. 또한 해석, 주
석, 주해, 요지 설명, 연상, 반론, 상징적・우화적 의미 등은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독서가에게서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
기 혼자 이용할 목적으로 귀중한 필사본들을 수집한 최초의 독서가였다.
내용이 풍부한 아주 매력적인 책인 『독서의 역사』에서 알베르트 망구엘은 아르헨티나의 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맺은 인연을 소개한다. 16세가 되던 1964년,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피그말리온 서점 알바 자리를 얻는다. 서점을 찾은 보
르헤스의 부탁으로 망구엘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보르헤스한테서 강한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
망구엘은 캐나다에 정착했다.
독서론의 으뜸이요, ‘본좌 ’
『소설처럼』ㅣ다니엘 페나크 지음ㅣ이정임 옮김ㅣ문학과지성사ㅣ2004.04.20
독서론의 으뜸이요, ‘본좌’다. 200쪽 남짓한 문고판이지만 전체에 필적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2010년 6월 18일 펴낸 초판 12쇄는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니 더할 나위없다. 어디를 펼쳐도 공감
백배다. “책이란 우리의 아들딸이나 청소년들이 설명하라고 씌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면’ 읽
으라고 씌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178쪽) “그리고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179쪽)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는 독서 권리장전 10가지를 제시하는데 여기선 지면관계상 첫 번째 ‘책
을 읽지 않을 권리’만 살핀다.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는 페나크의 독서 권리장전 열
번째에 놓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매일같이 일상 속에서 책을 읽지 않을 권리를 누리고 있다. 우
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사실이라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훌륭한 책과 텔레비전의
저질 영화 가운데에서 선택되는 쪽은 언제나 어김없이 후자다.”
앞서 다니엘 페나크는 요즘 젊은이들이 책읽기를 안 좋아한다하여 이를, 흔히 말하듯, 전적으
로 텔레비전・학교・시대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텔레비전이 보상
이라는 지위로 격상됨에 따라, 당연히 독서가 억지로 해야 할 고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은” 우리에게서 나온, 우리 스스로의 발상이었다. 한국어판 초역(1995)에선 이 책이 정말 좋다는
점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