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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문학과 성장소설의 시대별 인식 - 근대 이후 작품에 담긴 청소년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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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31 16:35 조회 12,8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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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년문학과 성장소설
일반적으로 청소년과 성장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청소년은
성장의 문제가 중요한 개념 범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청소년’이란 말은
근대 산업자본주의가 도래하고 계층이 분화되면서 나타난 용어라 할 수 있다. 근대 이
전의 사회는 모계중심 사회였고, 이 시대는 모계에 의존하는 유아 시기와 모계에서 벗
어나는 성인 시기로 뚜렷하게 구별되었다. 그런데 근대 이후 산업자본주의의 등장으로
모계사회라는 공동체 기반이 해체되었고, 개별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가 나타나
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등장으로 자아 정체성의 문제는 더욱 강조되었
고, 어린이와 성인 사이의 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하나의 이행기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학술적으로 청소년이라는 용어는 1904년 미국의 심리학자 홀의 『청소년기』란 책에서
유래하고 있다.1) 여기서 청소년기란, 유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자아
형성의 시기라고 정의한다. 이 시기는 자아정체성의 혼란과 정신적, 신체적, 심리적 변
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기라는 말은 처음부터 ‘성장’이라는 문제와
직접·간접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문학이 성장소설이라는
말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하는 말이다.

성장소설의 개념은 1774년 프리드리히 폰 블랑켄부르크가 『소설시론』이라는 책에서 처
음 언급했다. 그는 “성장소설은 장르개념이 아니라, 이상적 유형에서 출발하며, 주인공
의 내면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2)고 말한다. 성장소설은 한 개인사의 문제를 중심
으로 기술되는 내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장소설의 주인공은 당연히 작가의
분신이 되어야 하며, 어떤 작가든지 성장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진
실하게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성장소설은 한 인간을 키운 비밀스런
이야기가 자서전 아닌 소설로 쓰인 것이다. 성장소설은 그 주인공이 아무리 객관화되었
다고 해도 그 인물을 구성하는 소재의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근대사회는 자신의 문제를 고백할 만한 상황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근대 초기
의 보수적 유교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을 솔직히 드러낼 수 없었으며, 특히 일제강점기는
식민지 궁핍화 정책과 우민 정책, 언론의 탄압으로 주인공의 점진적인 인격 형성을 다
루는 성장소설은 나올 수 없었다.3) 그만큼 한국 근대문학은 성장소설이 싹틀 수 있는 상
황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한국 근대문학에서 성장소설이라
할 만한 것은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황순원의 「소나기」 정도뿐이
다. 이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서구의 자전적 성장소설에 견줄 만한 작품이 없었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자전적 성장소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근대 산업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던 1980년대 이후의 일이었다.

청소년문학이 성장소설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문
학은 성장담론보다는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의 지평 속에 존재한다.”4)라고 말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청소년문학에서 성장담론을 무작정 제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장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의 주인공이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사
건을 중심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1) 최배은, 「한국근대 청소년소설의 형성연구」, 숙명여대대학원 석사논문, 2004, 25쪽. 2) 이보영, 진상범, 문석우,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청예원, 1999, 46~48쪽. 3) 이보영, 앞의 책, 288쪽. 4) 청소년소설의 개념을 정리한 최배은에 따르면 청소년소설이란, “청소년기(13~18세)의 삶이나 관심을 제재 및 주제로 하여, 청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서술로 되어 있는 소설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청소년을 독자로 전제하고 창작된 소설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창작되지 않았더라도 그 제재 및 주제, 서술이 청소년이 읽기에 적합하면 청소년소설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다(최배은, 앞의 논문, 47~48쪽).

이런 성격을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이 청소년문학이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청소
년소설을 교양소설, 성장소설, 교육소설, 입사소설(Initiation novel)이라 부르기도 한
다.5) 어떻든 청소년문학은 ‘성장’, ‘각성’, ‘형성’이라는 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문학에 나타난 성장소설의 경우는 시대별로 다른 인식을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
국권회복의 시대였다는 점에서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아발견의 계기를 신교육을
통한 자아성취를 성장의 주요한 동인으로 생각했다. 반면에 해방 후의 격동기와 1960
년대까지 성장소설 주인공들은 한국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스스로 사회에 적응해
가는 생존 전략이 성장의 동인이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경제개발계획으로
급변하는 근대화의 물결 속에 있었다. 이 시대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학교나 가정, 사
회에서 자아정체성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2000년대 이후 물질적 풍요가 지
배하고, 개인주의 경향이 농후해지면서 청소년문학이라는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과 성장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 시대 성장소설은 이전의 성
장 동인과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갔다. 청소년과 성장의 문제가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했
지만, 무엇보다 청소년문학이 성장소설이라는 고전적 담론을 벗어나면서 새로운 청소
년문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2. 일제강점기와 성장소설
일제강점기는 외부로는 국권상실이라는 충격에 놓여 있었으며, 내부로는 근대 자유주
의 사상의 도입으로 일어나는 혼란의 충격 속에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백성들
은 국권회복 운동과 근대 사상의 도입에 관심을 기울였다.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나라 잃은 백성의 처지에 놓인 대부분의 민중들은 살아갈 길이 막막했던 시대였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 성장담론은 대부분 교육, 민중의식 고취와 같은 목적론이 강조될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민족의 정서는 전통가치관과 근대가치관이 뒤섞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족중심주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5) 김명순, 「청소년 소설의 문학적 성격과 문제점」『현대문학이론연구』 제36집, 2009, 신아출판사. 이 밖에도 성장소설을 지칭할 수 있는 말로 이니시에이션 스토리(Initiaion story), 형성소설(The Novel of Formation), 각성소설(The Novel of Awake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남미영, 「한국 현대 성장소설 연구」, 숙명여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2). 6) 『소년』 융희 2년 11월 1일, 1권 1호.

이런 시대적 여건 때문에 일제강점기 작가의 내면을 지배한 의식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
로 나아갔다. 하나는 망국의 충격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수치심을 극복하는 민족의 각성
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구 열강이나 일본에 의해 유입된 근대 의식에 대한 자각이었다. 신
소설 작가 이인직의 『혈의누』, 『모란봉』 같은 작품에서 드러난 신교육에 대한 열망, 이광
수의 『무정』에 나타난 민족 계몽운동은 이러한 차원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청소년문학과 성장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난 것일까. 최남선은
「소년」에서 청소년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지력(智力)을 통해서 나라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6) 일제강점기 나라가 위기 상황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지혜로운 역량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제강
점기의 시대를 반영하는 성장소설들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
라,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
기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이 시대를 이끌 자원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성장
의 주요한 동인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청소년이라는 뚜렷한 개념은 형성되
지 않았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목적의식은 무엇보다 뚜렷했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성장담론을 잘 보여주는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이주홍의 『아름다운 고
향』(창비, 1981)에 나오는 현우와 김하기의 『식민지 소년』(청년사, 2007)에 나오는 덕
경이를 들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발표된 작품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주홍의 『아름다운 고향』은 일제강점기의시대적 상황을 극복하는 청소년들의 삶의 의
지를 잘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탈향과 귀향이라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으
며, 고향을 떠나거나 돌아오면서 청소년들이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
제와 맞서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한 인물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당대 청소년들의
시대적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주인공 현우는 3.1만세 사건에 연루되어 죽게 되는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 아
버지의 죽음은 어린 현우에게 나라 잃은 백성의 고통을 깨닫게 하고, 그런 체험을 겪으
면서 현우는 민족이 무엇인지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읍내에 사는
독립운동가 집안의 친구를 통해서 독립의식에 눈뜨게 되고, 마을의 훈장 어른인 죽당
선생을 통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는 소년 현우에서
일제에 맞서는 청년 현우로 이어지는 성장담론의 중심에는 민족의 각성과 교육을 통한
민족의 계몽과 같은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중의 핍
박받는 삶과 그 고통 속에서 성장해가는 소년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김하기의 『식민지 소년』은 말 그대로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한 소년의 일대기를 통해서
민족의 수난사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부친이 겪은 일제강점기의 체험
을 소재로 한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덕경이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보편적 인물
이지만, 그 인물에 투영된 일제강점기의 현실은 당대 청소년들의 현실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난 덕경이는 그 현실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의지
를 보인다. 국권 상실의 비애를 온 몸으로 겪게 되었지만, 그 현실 속에서 덕경이는 열심
히 공부해서 민족을 계몽하는 훌륭한 교사가 되려고 한다. 주인공 덕경이는 일제강점기
성장담론인 민족의 현실 극복과 민족의 계몽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을 무엇보다 잘 보
여주고 있다.

물론 이 두 작품을 통해서 일제강점기 청소년의 성장인식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이 두 작품에 나타난 청소년 주인공들의 시대 인식에서 당시 청소
년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
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청소년들의 성장에 직접 영향을 끼친 것은 나라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은 독립과 교육, 민족과 같
은 시대적 소명 의식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인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우리 민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일제강점
기 청소년들의 성장 의식은 개인의 발전보다는 나라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무엇
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3. 한국전쟁과 성장소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 되자 우리 민족은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것은 자주
독립국가로서의 위상과 그에 걸맞은 민족중흥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
한 민족적 과제를 앞에 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민족 분단으로 이어지고, 첨예
한 이념 대립의 양상을 띠면서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치르게 되었다. 이 때문
에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자기 고백의 성장소설
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해방 후 일어난 분단과 전쟁은 우
리 문학에 또 다른 외상(外傷)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 청소년문학은 부재의 상황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른들의 이념문제
가 살육의 현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대 소년소녀들은 전쟁의 참혹상에 희생되거
나 살육의 현장에 무자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분단과 한국전쟁은 이 땅의 청소
년들에게 처절한 생존투쟁만 남겨주었던 것이다. 한국전쟁과 함께 이어지는 이 시대의
성장소설에 나타난 주인공들은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고,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는 치
유의 방법을 선택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숱하게 많지만, 그중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장
소설로는 윤정모의 『전쟁과 소년』(푸른나무, 2003), 권정생의 『초가집이 있던 마을』(분
도출판사, 1985), 『몽실 언니』(창작과비평사, 1984), 『점득이네』(창비, 1990), 이주홍의
『피리부는 소년』(산하, 1994)을 들 수 있다.

윤정모의 『전쟁과 소년』은 소년 필동이가 전쟁의 와중에서 담선이라는 인민군 대장의 딸
과 함께 우정과 사랑을 키워간다는 이야기다. 전쟁의 상황 속에서 필동이는 생명의 소중
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상
황을 그리면서도 그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국군과 인민군의 총격전으로
죽어간 인민군 시체를 확인하는 정도의 장면이 노출되어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전쟁
의 비극적 상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대신에 필동이와 담선이가 만나서 들
판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전쟁의 반대편에 있는 평화로운 풍경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전쟁은 청소년들을 스스로 성장하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동이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담선이의 고통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이해한다. 필동이 아버지도 국
군으로 징집되어서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인민군
으로 나간 담선이의 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담선이 어머니는 인민군으
로 전쟁에 참여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동안에 죽고, 담선이 아버지는 국군과
총격전을 치르는 도중에 죽고 만다. 필동이는 스님과 함께 담선이 아버지를 묻으면서
자신의 처지가 담선이의 처지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동이는 전쟁과 더불
어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소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권정생의 『초가집이 있던 마을』, 『몽실 언니』, 『점득이네』는 한국전쟁의 비극적
체험을 담은 연작소설이다. 특히, 『몽실 언니』와 『점득이네』는 개인의 체험을 통해서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는 성장소설이다. 이 두 작품은 전쟁의 체험을 소재로 한 성장소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윤정모의 『전쟁과 소년』은전쟁의 참혹상을 슬쩍
비껴가고 있지만, 전쟁의 참혹한 상황을 직간접으로 적시하고 있다. 전쟁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전쟁의 상황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도 사실적으로 드러
나 있어서 전쟁과 성장이라는 문제의식을 단단하게 묶어내고 있다.

『몽실 언니』는 해방 후 일어난 격동의 순간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겪었던 소녀의
일대기를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장담론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
혀서 자신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여성들의 삶이 소녀 몽실이로부터 어른 몽
실이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몽실이로 상징되는 한 개인의 성장담론
을 넘어서 근대 여성들의 성장담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몽실 소녀에서 몽실
언니로 마지막에 엄마 몽실이가 되기까지 스스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삶은 눈물겨운 우
리 근대사와 맞물려 있다. 근대 이후 격동기를 겪으면서 성장해야 했던 우리 시대 청소년
의 삶이 몽실이라는 전형적 인물 속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전쟁과 성장이
라는 한 시대의 성장담론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해방 후부터 1960년대까
지의 청소년들의 삶이란 『몽실 언니』의 주인공 몽실 언니와 같이 억척같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장담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점득이네』의 점득이도 몽실 언니와 같은 성장담론을 보여준다. 점득이네는 일제강점
기 때 농사지을 땅을 찾아 만주로 갔지만 궁핍한 생활에 시달린다. 해방이 되어 조국으
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소련군에게 막혀버린다. 아버지는 월강을 하다가 소련군의 총알
에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는 미군의 폭격 때문에 죽고, 이 폭격 때 점득이는 두 눈을 잃
고 만다. 점득이는 고아원에 가지만, 그곳에서도 원장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다. 점득이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은 분단과 전쟁의 과정을 겪었던 소년소녀들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희망이라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길뿐이었다.

이주홍의 『피리부는 소년』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의 와중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부모를
만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울에 살던 영구는 대전 부근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고, 부산 근교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마음씨 좋은 할머니를 만나 살아간다.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던 영구는 할아버지의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할머니 집을 떠
나 부산으로 온다. 영구는 부산에서 소매치기의 꼬임에 빠져들지만, 가까스로 빠져나
와 친구의 도움으로 가족을 만난다. 소설의 여러 군데에서 작위적인 부분이 드러나지
만, 전쟁의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소년들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영구는 우연한 상황에서 호인(好人)들의 도움을 받아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이 과
정을 통해서 스스로 성장해 간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그 시대 성장소설의 주제의식
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은 성장소설의 새로운 담론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전쟁을 겪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이
후 윤정모의 『전쟁과 소년』에서 보여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과 우정, 권정생의
『몽실 언니』와 『점득이네』, 이주홍의 『피리부는 소년』에 나타난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담
은 새로운 성장소설이 나타난 것이다. 이 시대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무엇보다 현실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공통의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4. 자본주의 시대 성장소설
해방과 전쟁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소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
부흥 시대에 해당하는 1970년대 이후 농촌공동체가 해체되고, 산업자본주의 시대가 시
작되면서 도시노동자가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이주한 근로자들이거나, 농
촌에서 상경한 시골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산업자본주의 시대 새로운 문화 계층을 이루
는 세대들이었으며, 이른바 ‘학원시대’를 대표하는 청소년들이었다.

이 시대 청소년문학은 도시를 중심으로 서서히 정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성
장소설은 새로운 국면을 띠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비로소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나타
났으며, 어린이와는 다른 개념으로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상용되기 시작했다. 아동문학
가 이원수는 청소년은 “나라의 꽃, 가정의 희망”이라고 전제하면서 청소년의 개념을 다
음과 규정하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 중에서 지력의 발달이 뛰어나 영리하고 이해득실에 판단력이 대단한 사람이 많다. 낡은 풍습을
과감하게 박차고 새로운 세계의 새 풍습을 만들려 하며,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자기의 위력
을 내보이려고도 한다. 이러한 것을 인간의 한 발전 상태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이러한 청소년들의 의
식은 민족의 발달에 연유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7)



이원수가 밝히고 있는 청소년의 실체는 청소년들의 역할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청소년
들은 민족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들어서 그 실체를 밝히고 있다. 청소
년들은 지력이 발달하고 영리하기는 할지라도 민족의 발달에 연유하지 않으면 올바른
청소년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적 차원의 청소년을 바탕으로 그는 청소
년문학을 ‘소년소설’이라는 장르 개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원수는 아동문학을 동화
로 보고, 청소년문학은 동화와는 다른 장르인 ‘소년소설’로 보고 있다. 그는 ‘소년소설’
은 “동화의 시성(詩性)과 상징성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의 인간을 그리는 산문 문학의 대
표적인 것으로 앞으로 아동문학에 있어서도 가장 넓고 깊은 무대와 감을 가지는 장르로
서 존재할 것이다.”라고 전제하면서 ‘소년소설’은 “⑴ 반드시 필연적인 것으로 표현되어
야 한다. ⑵ 아동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아동의 바른 성장을 돕는 배려 아래서 씌
어져야 한다. ⑶ 소년, 소녀가 어떻게 생활하며 어떻게 곤란을 극복하고 옳은 것을 찾아
나가는지를 보여 주는 아동상이 뚜렷이 새겨져야 한다. ⑷ 어디까지나 리얼한 표현을
가져야 한다.”8)고 말하고 있다.

이원수의 청소년문학은 성장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로 현실을 드러내는 소설이어
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문학을 소년소설이라는 장르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
지만, 소재의 현실성과 다양성을 청소년문학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도 의미 있는 발언
이다. 이는 청소년문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옥수의 『내 사랑, 사북』(사계절, 2005)은 중3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80년 사북탄광노동항쟁이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사북탄광노동항쟁에 참가한 탄광노동자들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
의 순수한 첫사랑이다. 사회적 문제의식과 함께 눈뜨는 수하의 첫사랑은 자아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탄광노동항쟁이라는 특수한 주제 속에 나타난 청소년들의 성장담
론은 교육, 계몽과 같은 목적의식에 따른 성장담론이나, 분단과 전쟁으로 주어진 운명
적 삶의 극복과 같은 성장담론과는 달리 주인공이 스스로 자각해가는 성장소설이다. 수
하는 정욱이를 알면서 사북탄광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광
노동항쟁에 뛰어든다. 그것은 역사와 시대를 피상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가 일어나는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수하는 정욱
이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것이다. 이 소설은 순애
보와 같은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녹아 있는 사랑을 추구한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소년들의 위상이나, 해방 후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세
계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최시한의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문학과지성사, 1996)은 당대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고발한 성장소설이다. 1980년대는 군사정부 시절이었고, 교사들이 노동권을 주장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대의 학교는 균제와 자율이 상충(相衝)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시대에
이 소설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학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퇴
를 하고 가출을 하는 등 당대의 청소년들이 어떤 성장통을 겪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
고 있다. 이 작품은 서간체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서구 성장소
설의 전형적 방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이러한 형식적 측면에서 돋보일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청소년들의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 성장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5. 최근의 성장소설
최근 청소년문학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내적 성장뿐만 아니라
외적 성장까지 동시에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 청소년문학은 새로운 문화 현상
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소년 작가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고, 청소년문예
지까지 청소년문학의 부흥에 한몫을 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나타난 청소년문학은 다
양성의 측면에서 이미 청소년문학이 성장소설이라는 등식을 벗어나 있으며, 비록 청소
년들의 성장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종래의 자전적 성장담론을 벗어나 있다. 외
국 청소년소설에서 나타난 자아정체성의 확인과 같은 청소년들의 의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동성애, 임신과 같은 어른들의 문제까지 스스럼없이 다루고 있다.
청소년문학에서 성장의 문제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 전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박상률의 『봄바람』(사계절, 1997)은 최근 청소년문학에서 성장을 다룬 대표 작품으로
뽑을 수 있다. 열세 살 섬마을 소년 훈필이가 10대 소년으로 겪었던 희망과 좌절을 사실
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은 20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방황과 돌아옴의 과정
을 그리고 있다. 개인의 문제에 깊이 빠진 채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청소년들의 고
통과 힘겨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시대의 이념에 부합하거나 시대에 맞서면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갔던 성장소설과는 그 맥락을 달리한다.

김려령의 『완득이』(창비, 2008)는 자기만의 문제에 빠진 성장소설과는 또 다른 측면의
성장담론을 보여준다. 학교 선생님, 주변 인물, 가족을 통해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다.
자아의 발견은 국가나 사회, 혹은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
다. 이 소설은 ‘데미안’ 식 자아발견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아를 찾아간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최근 성장소설 중에서도 색다르게 읽힌다.


완득이 가족은 정상적인 가족구성원이 아니다. 완득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보통 사람
들과는 다르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엄마, 춤꾼 난쟁이 아버지, 언어 장애인 삼촌, 옥탑
방 생활과 같은 특별한 상황뿐이다. 욕을 잘하는 동주 선생님, 킥복싱을 좋아하는 완득
이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엮어내는 이야기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인
물들의 관계가 갈등에서 화해로 이어지면서 서로 성장해가는 데 있다. 욕을 잘하는 담
임선생님의 변화, 난쟁이 아버지의 변화, 베트남 출신 엄마의 귀가, 댄스 교습소를 차려
서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완득이의 가족은 모두 변화의 과정을 보인다. 청소년 주인공
완득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완득이 주변의 인물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완득이』가 최근 청소년문학에서 나타난 성장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
여준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금이의 『유진과 유진』(푸른책들, 2004)도 특별한 성장소설이다. 유치원에서 원장에
게 성추행을 당한 두 명의 유진이가 청소년이 되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추행의 상처
를 극복해 나가는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작은 유진을 통해서 큰 유진을 보고 큰 유진을 통해서 작은 유진을 본다.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유아 성추행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성장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청소년들의 자아발견을 의미 있게 다
루고 있다. 여행을 통해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은 성장소설의 일반적 경향이라 할 수 있
지만, 어른들의 무관심과 관심, 어른들의 폭력이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보
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성장소설과는 다르게 읽힌다.

이 밖에도 많은 성장소설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위기
철의 『아홉 살 인생』과 같은 교훈적 성장소설도 있으며,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와 같은 비극적 역사를 극복하려는 성장소설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의 청소년문학에서
성장을 다룬 소설들은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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