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을 ‘교육전문도서관’으로 만들자 -침투하라! 수업 한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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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7 14:12 조회 7,429회 댓글 0건본문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거나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운동을 하는 분들은 대개 일반 교사와 학생 들이 쉬는 때가 주 활동 시간입니다. 도서관담당자들은 보통 점심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또 수업이 끝나길 기다려 왔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도서관에 올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의 하나인 점심시간이 10분 늘어난다면 도서관담당자는 환호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 명이라도 더 도서관에 올 테니까요.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잠시 쉴 틈 없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이어질 때 도서관담당자는 절망합니다. 지금껏 그렇게 저도 사서교사가 어찌할 수 없는 정규 수업 외의 틈새 시간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도서관담당자들은 빡빡한 학교 생활의 일상에서 아이들의 수업 외 틈새 시간을 노려 도서관을 학생들의 일상에 침투시키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들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행사를 열어 상품권을 주기도 하고, 사탕을 주기도 하고, 그럴듯한 상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을 이 세상 어디보다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온갖 기기들을 모아 놓고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해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틈새 시간에 학생들을 도서관에 오게 하고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들기 위해 별별 짓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성질이 급한 도서관담당자는 수업이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다가 심지어 수업시간 중에 명사를 초청해 희망하는 학생들은 잠시 수업을 빠지고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도록하여 교사들의 수업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때론 작가 초청강연 같은 문화행사를 마련해도 매번 방과 후에, 심지어 보충수업까지 끝나길 기다린 이후에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미 학원이나 기존 프로그램에 매여 있는 학생들을 구걸하다시피 해서 도서관행사의 자리를 채워 넣기도 했습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숨통을 틔우자
그것도 성에 차지 않을 때 사서교사들은 다른 교사들의 수업시간을 빌려서 도서관에 대한, 책 읽기에 대한 수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예 직접 재량이나 진로활동 등의 수업을 맡아서 정기적으로 교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그런 수업은 여러 학급을 할 수도 없었고 학생들도 수업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인 저를 기대하지도 기뻐하지도 환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은 동료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얼마나 고군분투하겠는지를 생각하게 했고 그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없을까 하는 측은지심을 발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사들에게 1년에 단 몇 시간만큼은 아이들과의 주의 집중 실랑이를 중단하고, 즉 교사주도적인 학습을 잠시 멈추고 아이들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게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단원이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일일이 다 설명하지 말고, 도서관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관련 자료를 찾아 읽고 발표까지 하게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현재의 여건에서 교사와 학생 들의 숨통을 터주면서 저는 저대로 더 이상 틈새 시간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른바 도서관 프로젝트 학습입니다. 학생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수업을 도서관 활용 및 독서와 연관시키지 않고는 학교도서관의 활동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바뀌었다, 교사들도 바뀌었다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이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 여러 시행착오들이 있을 겁니다. 일반 교과교사들은 이것도 수업인가 스스로 걱정도 할 것입니다. 도서관 수업 때마다 그토록 평화롭던 도서관이 어지럽혀지고 곧이어 학생들이 몰려오는 쉬는 시간이 연이어 이어질 때는 내가 왜 이런 것을 하자고 했을까 후회하는 적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의 관찰과 증언에 의하면 수업시간에는 고개를 꾸벅이며 졸던 아이들아이들이 도서관에서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자신들에게 탐구 주제의 선택권이 쥐여지고 그 주제에 대한 다소 거칠고 불친절한 안내만을 받을 뿐이지만, 과제와 관련한 자료를 스스로 찾게 했을 때 아이들은 활력을 보였습니다. 얼굴에서는 보다 생기가 돌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사의 눈길을 피해가며 딴짓을 꿈꾸는 아이들도 많지만, 친구들끼리 주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고 할 때는 생기가 돕니다. 때론 어떻게 하느냐며 징징거리면서도 생각을 하고 움직이고 책을 찾아 읽고 자판을 두들기며 검색하고 입력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검색해도 된다고 하자마자 거침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손으로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고, 조그마한 핸드폰 자판을 찍어서 메모를 저장하곤 합니다. 책의 내용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기도 합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PPT를 만듭니다. 사진도 효과가 지나치지 않게 적절하게 잘 사용합니다. 언제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아마 대부분 스스로 터득했겠죠. 더 놀라운 것은 발표까지도 잘합니다. 물론 누구는 정리한 것을 보고 간신히 읽기도 하고 앞을 똑바로 못 쳐다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이런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홈쇼핑을 많이 보았는지 쇼호스트 저리 가라 설득력 있게 발표를 합니다.
아이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 해 전 아이들보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활동, 자기 발표에 훨씬 능숙하고 덜 부끄러워합니다. 선생님들도 바뀌었습니다. 집중이수가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교원평가가 선생님들을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먼저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어려운 수업의 개선책을 도서관에 와서 찾으려 하고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수업을 많이 고민합니다.
교과교사 수업에 도서관이 쓰이게 하라
이제 저는 더 이상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행사를 할 때는 늘 단골들 위주로 옵니다. 어쩌다 교실에 들어가면 도서관에 한 번도 오지 않는 학생을 만나곤 하지만, 교사들의 수업을 도서관에서 진행하게 하면 모든 아이들이 와서 책을 뒤적거리게 됩니다. 물론 이런 수업을 도우려면 힘이 들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합니다. 중간중간 후회도 합니다. 그냥 제 발로 오는 아이들만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에 만나면 될 것을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그래도 동료 교사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도서관 수업의 주제와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하는 과정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학교 아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 힘을 빌리지 않고 친구들과 의논하면서 한 가지 주제를 탐구하고 정리하여 발표까지 하는 경험을 네다섯 번은 하고 졸업하는 것입니다. 그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서 만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를 ‘학교에서 가르쳐준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학교도서관이 외관상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갖추었다면 이제 교사들의 수업에 도서관이 이용되는 쪽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우선순위를 가져가야 합니다. 특히나 사서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무기계약 이상의 사서라면 도전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줄은 잘 압니다. 그러나 쉬운 것만 하고 쉽지 않은 것은 못한다면 무엇으로 전문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전문도서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학교도서관은 너무도 열악했기 때문에 학교 안의 ‘도서대여점’만으로도 만족하던 때가 있습니다. 최근엔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 수준은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공공도서관이란 의미는 비하적 표현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단순 도서대출만이 아니라 도서관문화가 함께 있는 도서관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학교도서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학교 안의 전문도서관,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전문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라는 기관 안에 있는 전문가들, 즉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을 지원하여 학교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기관의 목표 수행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도서관 서비스, 이것이 교육전문도서관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학교 대부분의 일상 활동인 수업을 도외시하거나 수업이 끝나는 틈새 시간만을 기다려 그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교사들의 수업을 도와 학생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수업이 도서관 덕분에 가능했다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학교도서관은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고 교과서적인 이야기고 한국에선 어려운 먼 미래의 일인가요? 벌써 전에도 노력했지만 안 되던 것인가요? 지금 교육계 특히 학교는 학교도서관이 교육전문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수업 속에 침투하기에 유리한, 급격한 변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수업 혁신, 새로운 학교, 프로젝트 학습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교원평가의 긍정적 영향에 의한 수업개선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학습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어 특성화고, 일반 인문계고까지 각 교과별로 다양한 수업 유형과 수업 주제가 개발,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 풀이나 교과서,참고서 수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주제 선택권을 주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나가게 하기 위한 교수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이 그런 수업을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은 그만큼 ‘축소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도서관이 간신히 도서대여점을 벗어난 수준에 안주하며 틈새 시간만을 기다린다면 특히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본인이 도서관전문가라고, 교육전문가라고 자부하기에는 결정적 한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제가 권하는 서비스는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라는 관점에서도 지역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맞추어 제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물과 기름처럼 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공공도서관 수준에서 학교도서관의 서비스가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들이 먼저 능동적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방향을 바꾸어가지 않는다면, 또 교육현장의 요구에 우리가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에 있어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구성하여 자신의 과제를 즐겁게 완성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이 학교도서관의 최우선적인 존재 의미이지 않겠는가? 침투하라! 교사들의 수업 속으로!!”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거나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운동을 하는 분들은 대개 일반 교사와 학생 들이 쉬는 때가 주 활동 시간입니다. 도서관담당자들은 보통 점심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또 수업이 끝나길 기다려 왔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도서관에 올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의 하나인 점심시간이 10분 늘어난다면 도서관담당자는 환호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 명이라도 더 도서관에 올 테니까요.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잠시 쉴 틈 없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이어질 때 도서관담당자는 절망합니다. 지금껏 그렇게 저도 사서교사가 어찌할 수 없는 정규 수업 외의 틈새 시간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도서관담당자들은 빡빡한 학교 생활의 일상에서 아이들의 수업 외 틈새 시간을 노려 도서관을 학생들의 일상에 침투시키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들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행사를 열어 상품권을 주기도 하고, 사탕을 주기도 하고, 그럴듯한 상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을 이 세상 어디보다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온갖 기기들을 모아 놓고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해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틈새 시간에 학생들을 도서관에 오게 하고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들기 위해 별별 짓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성질이 급한 도서관담당자는 수업이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다가 심지어 수업시간 중에 명사를 초청해 희망하는 학생들은 잠시 수업을 빠지고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도록하여 교사들의 수업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때론 작가 초청강연 같은 문화행사를 마련해도 매번 방과 후에, 심지어 보충수업까지 끝나길 기다린 이후에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미 학원이나 기존 프로그램에 매여 있는 학생들을 구걸하다시피 해서 도서관행사의 자리를 채워 넣기도 했습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숨통을 틔우자
그것도 성에 차지 않을 때 사서교사들은 다른 교사들의 수업시간을 빌려서 도서관에 대한, 책 읽기에 대한 수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예 직접 재량이나 진로활동 등의 수업을 맡아서 정기적으로 교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그런 수업은 여러 학급을 할 수도 없었고 학생들도 수업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인 저를 기대하지도 기뻐하지도 환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은 동료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얼마나 고군분투하겠는지를 생각하게 했고 그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없을까 하는 측은지심을 발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사들에게 1년에 단 몇 시간만큼은 아이들과의 주의 집중 실랑이를 중단하고, 즉 교사주도적인 학습을 잠시 멈추고 아이들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게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단원이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일일이 다 설명하지 말고, 도서관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관련 자료를 찾아 읽고 발표까지 하게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현재의 여건에서 교사와 학생 들의 숨통을 터주면서 저는 저대로 더 이상 틈새 시간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른바 도서관 프로젝트 학습입니다. 학생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수업을 도서관 활용 및 독서와 연관시키지 않고는 학교도서관의 활동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바뀌었다, 교사들도 바뀌었다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이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 여러 시행착오들이 있을 겁니다. 일반 교과교사들은 이것도 수업인가 스스로 걱정도 할 것입니다. 도서관 수업 때마다 그토록 평화롭던 도서관이 어지럽혀지고 곧이어 학생들이 몰려오는 쉬는 시간이 연이어 이어질 때는 내가 왜 이런 것을 하자고 했을까 후회하는 적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의 관찰과 증언에 의하면 수업시간에는 고개를 꾸벅이며 졸던 아이들아이들이 도서관에서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자신들에게 탐구 주제의 선택권이 쥐여지고 그 주제에 대한 다소 거칠고 불친절한 안내만을 받을 뿐이지만, 과제와 관련한 자료를 스스로 찾게 했을 때 아이들은 활력을 보였습니다. 얼굴에서는 보다 생기가 돌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사의 눈길을 피해가며 딴짓을 꿈꾸는 아이들도 많지만, 친구들끼리 주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고 할 때는 생기가 돕니다. 때론 어떻게 하느냐며 징징거리면서도 생각을 하고 움직이고 책을 찾아 읽고 자판을 두들기며 검색하고 입력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검색해도 된다고 하자마자 거침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손으로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고, 조그마한 핸드폰 자판을 찍어서 메모를 저장하곤 합니다. 책의 내용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기도 합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PPT를 만듭니다. 사진도 효과가 지나치지 않게 적절하게 잘 사용합니다. 언제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아마 대부분 스스로 터득했겠죠. 더 놀라운 것은 발표까지도 잘합니다. 물론 누구는 정리한 것을 보고 간신히 읽기도 하고 앞을 똑바로 못 쳐다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이런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홈쇼핑을 많이 보았는지 쇼호스트 저리 가라 설득력 있게 발표를 합니다.
아이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 해 전 아이들보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활동, 자기 발표에 훨씬 능숙하고 덜 부끄러워합니다. 선생님들도 바뀌었습니다. 집중이수가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교원평가가 선생님들을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먼저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어려운 수업의 개선책을 도서관에 와서 찾으려 하고 아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수업을 많이 고민합니다.
교과교사 수업에 도서관이 쓰이게 하라
이제 저는 더 이상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행사를 할 때는 늘 단골들 위주로 옵니다. 어쩌다 교실에 들어가면 도서관에 한 번도 오지 않는 학생을 만나곤 하지만, 교사들의 수업을 도서관에서 진행하게 하면 모든 아이들이 와서 책을 뒤적거리게 됩니다. 물론 이런 수업을 도우려면 힘이 들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합니다. 중간중간 후회도 합니다. 그냥 제 발로 오는 아이들만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에 만나면 될 것을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그래도 동료 교사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도서관 수업의 주제와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하는 과정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학교 아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 힘을 빌리지 않고 친구들과 의논하면서 한 가지 주제를 탐구하고 정리하여 발표까지 하는 경험을 네다섯 번은 하고 졸업하는 것입니다. 그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서 만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를 ‘학교에서 가르쳐준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학교도서관이 외관상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갖추었다면 이제 교사들의 수업에 도서관이 이용되는 쪽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우선순위를 가져가야 합니다. 특히나 사서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무기계약 이상의 사서라면 도전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줄은 잘 압니다. 그러나 쉬운 것만 하고 쉽지 않은 것은 못한다면 무엇으로 전문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전문도서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학교도서관은 너무도 열악했기 때문에 학교 안의 ‘도서대여점’만으로도 만족하던 때가 있습니다. 최근엔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 수준은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공공도서관이란 의미는 비하적 표현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단순 도서대출만이 아니라 도서관문화가 함께 있는 도서관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학교도서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학교 안의 전문도서관,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전문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라는 기관 안에 있는 전문가들, 즉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을 지원하여 학교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기관의 목표 수행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도서관 서비스, 이것이 교육전문도서관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학교 대부분의 일상 활동인 수업을 도외시하거나 수업이 끝나는 틈새 시간만을 기다려 그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교사들의 수업을 도와 학생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수업이 도서관 덕분에 가능했다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학교도서관은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고 교과서적인 이야기고 한국에선 어려운 먼 미래의 일인가요? 벌써 전에도 노력했지만 안 되던 것인가요? 지금 교육계 특히 학교는 학교도서관이 교육전문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수업 속에 침투하기에 유리한, 급격한 변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수업 혁신, 새로운 학교, 프로젝트 학습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교원평가의 긍정적 영향에 의한 수업개선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학습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어 특성화고, 일반 인문계고까지 각 교과별로 다양한 수업 유형과 수업 주제가 개발,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 풀이나 교과서,참고서 수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주제 선택권을 주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나가게 하기 위한 교수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이 그런 수업을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은 그만큼 ‘축소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도서관이 간신히 도서대여점을 벗어난 수준에 안주하며 틈새 시간만을 기다린다면 특히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본인이 도서관전문가라고, 교육전문가라고 자부하기에는 결정적 한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제가 권하는 서비스는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라는 관점에서도 지역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맞추어 제대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물과 기름처럼 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공공도서관 수준에서 학교도서관의 서비스가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들이 먼저 능동적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방향을 바꾸어가지 않는다면, 또 교육현장의 요구에 우리가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에 있어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구성하여 자신의 과제를 즐겁게 완성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이 학교도서관의 최우선적인 존재 의미이지 않겠는가? 침투하라! 교사들의 수업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