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가가니 다가오더라 나의 도서관 엄마들, 아이들, 교사들 - 도서관에서 그대는 누구를 만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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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4:01 조회 7,325회 댓글 0건본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 보러 가는 길에 들렸어요.”
장바구니에서 반납 도서를 건네시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선생님, 교실 청소하러 왔는데 조금 일찍 왔네요. 커피 한잔 마시고 가도 되죠?”
웃으며 도서실 문을 열고 같은 반 학부모들에게 자랑스럽게 도서실을 소개하신다.
이렇게 학부모들에게 도서실 문턱이 낮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는 학부모 책 읽어주기 활동인 ‘동화엄마’가 큰 역할을 했다. 우리 학교의 ‘동화엄마’는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 횟수와 장소는 다르지만 매주 1회씩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하여 ‘동화엄마’들이 각 학급에서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다.
책 읽어주기 활동은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학부모에겐 보람되고 아이들에겐 유익한 활동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한 학년 8학급을 시작으로 5년이 지난 지금은 전 학년의 51학급으로 확대하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1주일에 1회라는 잦은 횟수와 각 학급의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학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매년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부모와 담임선생님의 협조로 전 학급으로 확대되고 진행되어 다른 학부모들에게 학교 도서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고, 같은 지역 다른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의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학부모와 눈 맞추며 수다 떠는 일
그러나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동화엄마’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나온 것들에는 활동도서 선정, 아이들 집중시키기, 담임선생님의 반응 등 몇몇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든 것은 ‘동화엄마’는 다른 학부모 단체에 비해 단합이 너무 잘된다는 것이다. 즉 ‘동화엄마’들의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얼핏 들으면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동화엄마’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고 ‘동화엄마’ 활동에 참여하였지만 기존 ‘동화엄마’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지난 활동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처음 ‘동화엄마’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관리자와 담임선생님들을 설득하여 열 명의 학부모로 시작하였다. 도서실에 오순도순 모여서 그날의 활동에 대한 반성과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면서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시작하여 ‘동화엄마’가 되기까지 사서인 나를 비롯하여 창단 멤버들의 사이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관계는 세월이 한 해, 한 해 흐르며 각별함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새로 시작하는 엄마들은 끼리끼리 똘똘 뭉친 ‘동화엄마’들을 주위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학부모 단체에 비해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지라 부담감을 덜자는 생각에 ‘동화엄마’ 활동 후의 토론 및 정리 시간 참여를 자율적으로 했던 것이 관계 맺기 어려움의 원인이라 생각되어 ‘동화엄마’들끼리의 관계 맺기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물론 ‘동화엄마’ 활동에 필요한 다른 활동(예를 들면 선정 도서에 대한 토론과 활동에 대한 반성의 시간)에 소홀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였다. 그 방법의 하나로 각 학년별로 활동도서 선정과 정보 교환을 위한 소모임을 갖게 되었고, 그동안 소홀히 한 자신을 반성하며 학년별 모임에 참여해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년 학부모 총회 때마다 ‘도서실 문턱은 높지 않다’, ‘도서실에는 딤임선생님과 상담하러 오시는 게 아니다’, ‘트레이닝복 같은 가볍고 편한 복장으로 오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렸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반응은 빨리 나타났다.
이제는 학부모들과 함께 수다 떠는 시간도 내 업무의 일부분이 되었다. 여기서의 ‘수다’는 사전적 의미의 수다가 아닌 학부모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는 관계 맺기의 수단이다. 사서인 나와 학부모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다. 이로 인해 학교도서관의 문턱은 낮아졌고 ‘동화엄마’의 활동 하나하나가 ‘동화엄마’가 아닌 학부모들을 학교도서관으로 이끌어주는 끈이 되었다.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떻게 변했을까? 처음 학교도서관에 와서 학부모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려웠지만, 학부모보다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더 급급했다. 쉬는 시간마다 몰려드는 아이들로 인해 대출・반납 업무를 하기에도 벅찼다. 매달 있는 도서실 행사를 통해서 아이들 관심을 도서실로 갖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점심시간만이라도 사서 데스크를 벗어났다. 서가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서가를 재정렬하여 도서실 질서를 유지하고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점심시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책을 보고 있는 내 주위에 웅성웅성 모여 궁금해하기만 했던 아이들이 “선생님, 무슨 책 읽으세요?” 하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내 주위에 앉아 내가 읽어주는 책을 같이 보면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으면 다른 책을 읽어달라며 서가에서 책을 빼오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는 아이들과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역시 어른 아이를 떠나서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그 공통의 관심사를 학교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장에서 벗어나 교류의 장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 도서관에서 함께 수업해요
학교도서관은 학교에 있는 도서관인만큼 교수 학습을 위한 장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학교도서관은 어떠한가? 학기 초에 한 번의 도서실 이용수업을 한 후에는 교사들은 도서실 이용수업을 단순한 독서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교가 대부분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 학교처럼 멀티미디어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학교도서관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 학교도서관은 정보검색을 위한 컴퓨터도 없고, 모둠학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열람석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더욱 도서실 이용수업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편리함을 위해 발전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들면서부터 친한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비롯한 학교 행사(과학의 날, 한글의 날 등)를 도서실에서 하도록 유도하였다. 초기에는 교실을 이동해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자칫 산만해질까 꺼렸지만 나의 도움에 점점 수월하게 수업을 진행해나갔고 나 역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4학년이 도서실에서 ‘정보 찾기’ 수업을 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친분이 있는 4학년 선생님께 먼저 다가갔다. 이번엔 수업 지도안을 작성하여 정식으로 제안을 하였다. 이에 선생님은 수락을 하였고 흔쾌히 한 차시의 수업 시간을 나에게 내주셨다. 그리고 동학년 선생님들께 도서실 이용수업과 사서의 협조에 대한 장점을 많이 설명해주셨다. 실은, 살짝 소문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의뢰가 계속 이어졌다. ‘사서에게 수업을 전가하는 게 아닌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는 말자’ 생각하고 한 학급씩 진행하였다. 물론 선생님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는 꼭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독서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교사들과는 열린 교육을 위한 협력을 하며,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활동의 장이다. 그리고 이용자에게 재충전을 위한 레크리에이션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이라 하면 책을 읽는 정적인 장소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용자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떠할까? 학부모, 학생, 교사 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는 나에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리에겐 학교도서관이라는 아주 유혹적인 매력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학교도서관이라는 강한 매력을 활용하고 공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