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 3 - 학생들에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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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2 17:04 조회 7,207회 댓글 0건본문
선생님들마다 규칙 적용이 달라요, 불공평해요!
상담교사로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은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이 선생님들마다 규칙 적용이 달라서 불공평하다고 호소하는 문제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던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감추고 변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학생들을 다루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로 선생님들마다 어디까지가 되는 것이고 어디까지는 안 되는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학생들은 선생님들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면서 교실에서 막가게 될 경우, 피해자는 학급 학생들 전체와 그 학생들의 부모님, 그리고 통제하지 못하는 교사들로 확대됩니다. 학생들의 분노에 선생님들이 감정적으로 휘말릴 경우,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에 더욱 집중하면서 그 학생의 행동을 더 많이 지적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다룰 때 발생하는 문제는 “왜 우리만 뭐라고 하는데요? 다 같이 떠들고 다른 애들도 욕하고 괴롭히는데… 불공평해요! 우리만 차별해요.”라고 불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투덜거리는 학생들은 교사들의 들쑥날쑥한 기준이 만들어내는 틈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자기 맘대로 막가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가 점점 안 통하게 되고 통제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교사들의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들은 상당한 저항감과 불신감으로 버티면서 더 많이 막가기를 선택합니다. 이렇게 교사들의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들은 교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학교 안에서나 방과 후에도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따돌리면서 더욱더 무기력해지는 희생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교실에서 지속적으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는 아이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어느 집단에도 끼지 못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교사가 발견하여 상담을 의뢰하면, 초등학교 과정 내내 괴롭힘이나 따돌림과 관련된 일이 잘 처리된 경험이 없는 피해학생은 어른에 대한 불신과 저항으로 버티면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고 요구합니다. 아니면, 자신이 너무 불쌍하니까 자신에게만 특별한 관심과 기준이 적용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매번 피해를 호소하면서 교사의 관심을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갈등 구조에 놓여 있지 않는 학생들 역시 교실에서 느끼는 불안은 커지지만 이것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불안, 우울, 분노가 결합된 충동적인 폭력사건을 일으키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발생시킵니다.
학교에서의 지도가 어려워지면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려주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교사의 불공정한 기준에 대한 불평을 부모에게 퍼부은 상황이라 학부모도 선생님의 지도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처럼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한 행동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전에 자녀의 말만 듣고 “내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 뭔가 그 이유가 있었을 거야! 상대방도 잘못이 있어. 그 아이가 시비 걸지만 않았어도 우리 아이가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야! 도대체 그 시간에 선생님은 뭐하고 계셨지?” 하며 부모들은 자기 자녀를 위한 합리화에 동조합니다.
아이들이 막가는 이유, 부모가 동조하는 까닭
여기까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는 바로 교사가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이 부모에게 불평할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학생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말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자신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선생님이 학생에게 폭력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대신에 선생님 본인의 기준을 바탕으로 훈계를 하면서 넌 이렇게 잘못 했으니깐 반성하라고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학생들이 선생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선생님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감정적인 반응은 “앗, 우리 선생님은 이럴 땐 이렇게 반응하는구나!”라는 정보를 학생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파악한 선생님의 반응을 다른 친구들에게 순식간에 소문내서 그 반응이 선생님의 약점이 되도록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행동에 대해 교사가 지적하거나 벌을 주려고 하면 버티면서 또래 친구들과 합심해 선생님이 감정적으로 대처하도록 행동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는 자신의 잘못은 쏙 빼고 선생님이 잘 못한 내용만 열심히 전달합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은 학생 지도에도 실패하게 되고, 속상해 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반복됩니다.
교사가 학생이 어떤 문제행동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학부모와의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지만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교사가 말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만 커집니다. 학부모가 대화를 거부하고 비난을 퍼부을 경우 당황한 교사는 자신도 모르게 말실수를 하게 되고 학부모에게 말꼬투리를 잡혀서 민원의 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민원이라는 힘을 등에 업은 학부모들 역시 교사들을 좌지우지하면서 힘겨루기를 합니다.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경우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원망이 커질 대로 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이 뭐하는지 잘 살펴보기만 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처벌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다시는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봐주니까 또 그런 행동을 하지!”라며 학교와 교사들의 잘못을 탓하며 본인 자녀의 행동은 보지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4월 1일자로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기록이 생활기록부에 올라가게 되면서 학부모들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재 학생 지도로 인해 생긴 학부모와의 갈등은 가야 할 방향을 잃어 해결되지 않고 더욱더 많은 어려움과 문제만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통일된 기준과 명확한 규칙이 아이들을 변화시켜
이러한 학교 현실에서 학생을 잘 다루고 학부모들과 잘 소통하여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려면, 선생님들이 단합하여 모두가 똑같이 적용하는 기준, 규칙, 처벌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미 마련된 기준, 규칙, 처벌이 있다면 제대로 잘 활용하고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협력하여 생활지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교사모임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사실, 학생들은 교사의 통일된 기준과 명확한 행동규칙이 늘 적용되면 빠르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자발적으로 상담실에 찾아와 친구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을 상대로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 다음,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 수 있게 질문을 통해 유도해 나갔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행동으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고 그 행동으로 그것을 얻었는지, 아니면 그 행동의 결과로 생겨난 것들 중에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따라온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폭력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나 장난,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행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한 다음 자신이 받게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선생님의 훈계, 학생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 결국 부모님들에게 연락 가서 더 많이 혼나고 학교에서 처벌을 받게 되는 등등의 복잡한 경험이었다고 학생들이 말했습니다. 본인이 원했던 것은 아닌데 자신의 행동의 결과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따라온다는 사실에 아주 많이 놀라워했습니다. 이렇게 자각을 한 경우, 그 학생에게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고 학생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친구관계나 교사와의 관계가 변할 수 있도록 다른 행동을 선택할 거냐는 질문을 던지면 실제로 다르게 행동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갈등이 해소되기 힘든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들이 직접 대면해서 화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충분한 시간과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중립적인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얼마 전, 여학생 집단의 복잡하게 얽힌 따돌림 사건으로 자해소동이 일어난 OO학교에서 담임교사가 두 달 동안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해 힘들어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갈등집단을 따로 만난 후에 서로의 동의하에 오해와 갈등을 풀고 사과를 통한 화해로 문제해결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따르기로 다 같이 합의하고 이것에 대한 문서기록을 남기겠다는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한 다음, 담임선생님과 함께 화해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사과와 화해를 통해 각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자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이 상담 종료 이후의 행동에 대한 실천 약속을 서면으로 받아 두었더니 갈등이 조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화해상담은 집단화된 따돌림, 괴롭힘, 폭력 사건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감정에 얽매여 힘들어하거나 지속적인 갈등에 노출되는 것을 멈추게 해줍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부딪치게 만드는 충동적인 행동이나 감정적인 화풀이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화해상담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규정짓지 않습니다. 사과를 하다보면, 어떤 경우는 교사와 학부모의 시선에는 피해자라고 생각되었던 학생이 실제로는 가해자였기 때문에 사과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화해상담에 참여했던 선생님이 제가 주도한 화해상담을 목격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상담을 해본 결과, 학급에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갈등이 쉽게 조정되었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교사 생활 10년 동안 자신이 한 상담은 자신의 결론을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학생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허용해주니 더 잘 받아들이고 갈등도 더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해본 자각상담기법과 갈등조정을 돕는 화해상담을 교사들과 함께 워크숍으로 진행해본 결과, 교사들이 각자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통일해서 획일화시키고 모두가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론에 근거한 학생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선생님들이 각자의 경험에서 서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더 많은 정보 교환이 일어나자, 자신이 만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습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기준을 가진 다양한 선생님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넘나들면서 맘대로 하는 학생과 그 학생의 말만 듣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들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도 함께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기준을 통일하여 학생들에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교실에서, 수업 안에서 해도 되는 행동이 무엇이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을 했을 때의 처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교사들이 명확하게 기준을 세우고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관된 기준, 정책, 지시 사항들을 만드는 교사모임과 워크숍이 활성화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들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폭력이 난무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무례함에 교사들이 시달리는 학교 현장이 아니라, 교사들이 가진 서로의 기준을 연결하고 자발적인 변화 모임이 활성화되어 교사 본래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평화로운 학교 환경이 조성되길 바랍니다. 선생님들이 그 변화의 시작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