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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집]평가 너머를 위하여 학교도서관 평가의 오늘과 내일 - 두 분의 장관에게 띄우는 편지 - 성장과 지원을 위한 ‘ 전국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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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7:02 조회 6,8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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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 교육과학기술부장관님!
학교도서관에서 바라보는 빨간 단풍과 청명한 하늘이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습니다. 매년 9월은 ‘독서의 달’이라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들에게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특히 2012년은 정부가 ‘국민독서의 해’로 지정하여 더욱 풍성한 독서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했습니다. 학교도서관의 독서행사가 풍성하고, 산과 들에서는 농사의 풍성함과 여유로움이 세상을 들뜨게 하는 가을입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가을은 대한민국의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게는 또 다른 설렘과 긴장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전국도서관운영평가」의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다섯 번째인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평가임과 동시에 사서교사의 도서관 발전을 위한 노력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위상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결과는 전국의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들에게 명예를 선물하고, 때로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장관님! 대한민국 사서교사들은 마법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거나 20년 심지어 30년이 넘은 낡은 책들이 방치된 먼지투성이 창고를 최신 시설과 신간도서들로 꾸미고, 어린 학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서교사 모두는 학교도서관이 어린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고, 지식정보사회의 학교교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목표가 무엇이고, 목표수준에 얼마만큼 도달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제시하는 학교도서관의 기준은 도서대여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목표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는 사막에서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여행자와 같은 처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의 사서교사에게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명분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시설, 인력, 장서,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한 학교도서관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선물입니다
저에게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2008년 11월의 어느 날 깜짝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학교도서관의 일이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부산한 일상이고, 그날도 독서수업과 아이들의 대출도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에 든 전화기의 목소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이며, 본교 도서관이 「전국도서관운영평가」에서 국무총리상 수상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도서관통계 작성을 위해 제출했던 자료가 떠올랐습니다. 통계 작성을위해 제출한 자료가 평가를 위한 자료가 되었던 것입니다. 벼락처럼 깜짝 선물로 다가온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이후 사서교사로서 저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고, 부족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고마움의 대상이며 동시에 나태함을 감시하는 파수꾼 같은 존재로 곁에 있습니다.

2003년 시작된 ‘학교도서관 활성화사업’ 이후 학교도서관의 환경은 급격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최신 시설과 쾌적한 인테리어, 그리고 새로 구입한 책들이 학교도서관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는 외면의 변화에 한정되었으며, 내용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도서관의 환경개선을 추진했지만, 학교도서관 활성화의 궁극적인 목표와 실천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서교사 개개인이 환경을 개선하고, 장서를 확충하고,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지만 도서관이 어떤 수준에 있고, 장단점이 무엇인지는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객관적인 근거와 기준이 없기에 학교 관리자에게 환경, 장서 등의 개선사항을 요구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를 통해 학교도서관의 시설, 인력, 장서, 운영 등 모든 측면에 있어 국가적 수준에서의 위치와 개선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개선사항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서관 공간의 확충을 분명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국도서관운영평가」의 결과를 통해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들은 존재감을 인정받고, 역량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장관님들께 사서(교사)로서 「전국도서관운영평가」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첫째, 평가에 참여하는 학교도서관의 비율이 20%가 되지 않는다는 점, 둘째, 평가의 결과가 학교도서관 운영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 셋째, 먼저 제시한 문제들의 근본적원인인 학교도서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참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국가적 차원의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학교도서관의 평가 참여율은 14.9%에 불과합니다(전국 11,461개교 중 1,707교 참가). 평가의 목표가 학교도서관의 현황과 실태를 측정함에 있다면 모든 학교도서관이 평가에 참가할 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학교도서관의 평가 참여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입니다. 평가에 참여하는 학교도서관은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이거나, 환경과 운영에 있어 자신이 있는 경우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학교도서관의 실태가 통계에 있어 더욱 중요하며, 평가에 참여함으로써 개선을 위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학교도서관의 참여를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우수한 학교도서관에 대한 포상과 격려의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태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국가적 차원의 도서관정책수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학교도서관의 평가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는 2011년까지 네 차례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평가의 결과로서 운영평가 결과보고서가 작성되고 있습니다. 운영평가 결과보고서는 평가 참여율, 참여기관들의 장서, 시설, 운영 내용에 대한 통계자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계자료에 대한 해석과 발전방향에 대한 지침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과보고서는 평가에 참여한 학교도서관의 현재 수준을 알려주며,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결과보고서는 개별기관에 보급되지 않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는 평가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평가의 목적은 실태를 파악함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개선함에 있을 것입니다. 평가가 우수한 기관에 대한 포상만이 아니라 참여한 기관들에게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평가결과가 교육부는 물론 각교육청 및 학교에 제공되고,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장 및 관리자들이 학교도서관에 대한 객관적 자료로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지표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국가위원회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장관님 또한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및 각 교육청이 「전국도서관운영평가」의 결과를 외면하는 것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에 무관심한 것인지 궁금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측정함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단순한 측정의 역할이 아니라 교육당국의 참여를 통해 문제점의 인식 및 개선을 위한 지원이 병행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길들여 주세요, 기꺼이 견디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도서관에 있어 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어느 한쪽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자녀에 무관심하고 외면하면 자녀는 상처받고 성장의 힘을 상실하게 됩니다. 생 텍쥐페리의『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스스로를 길들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길들임에는 책임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길들임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고,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은 길들여 짐을 감히 요구합니다. 인간과 사회는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는 아무도 없는 별에서 ‘가로등을 관리하는 사람’과 같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이 있어야 하기에,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중심이며 문화의 핵심임을 믿기에 묵묵히 학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학생과 교사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도록 학교도서관을 지켜왔지만 외롭습니다. 길들여지고 싶지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기에 관계를 형성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학교도서관의 문을 열고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은 오늘도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심과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님!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 수준별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을 구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이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고, 중심이 되어야만 합니다. 교사 중심의 교육이 아닌 학교도서관 중심의 교육만이 해답입니다. 모든 학교도서관이 「전국도서관운영평가」에 참여하고, 평가의 결과는 학교도서관 환경개선 및 지원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수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게는 격려와 포상을 제공하고, 미흡한 학교도서관에는 적절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원이 제공되어야할 것입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교육적 측면의 측정이 부족하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체적인 ‘학교도서관 평가’ 실시를 제안합니다. 우리 사서 교사들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고,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 드립니다. 또한 학교도서관의 환경 및 교육적 기능을 측정하는 어떤 평가체계도 기쁘게 수용할 것임을 밝힙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게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평가의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도서관활용수업과 장서 등의 측정에 있어 질적인 측면이 고려되지 못하고 단순히 양적인 측면만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점입니다. 학교도서관의 현실과 교육적 측면을 반영한 평가지표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평가의 결과가 포상에 그치며 환경의 개선 및 발전에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한계입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평가의 결과가 학교도서관 현장에 반영되며 발전을 위한 자극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강제적 방안이 반드시 모색되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의 서가와 열람실을 찾은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교육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과 희망의 길을 책에서 찾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더 많은 책과 사서교사의 더 많은 조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학교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과제 작성을 위한 조언과 자료를 안겨주고 싶습니다.

학교도서관이 학교교육을 위해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풍성한 수업을 위해 고민하는 교사에게 연구자료가 가득한 책들을, 사춘기의 학생들과 부딪히며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문학과 함께하는 휴식을, 새로운 형식의 수업을 시도하는 교사에게는 디지털 환경의 수업자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학교도서관은 학교교육의 중심이고 싶습니다. 힘든 일이지만 기꺼이 감당하기를 희망합니다. 「전국도서관운영평가」가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 들의 이런 바람을 담아낼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강원도 횡성 산골의 사서교사 김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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