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2012 올해의 책]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뽑은 2012 올해의 책 - 어린이·청소년 책 분야별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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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0 17:44 조회 10,256회 댓글 0건본문
좋은 책을 읽을 아이들의 권리, 좋은 책을 권할 어른들의 의무. 이러한 가치를 충족시
키기 위해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
회는 꾸준히 새 책들을 살피고 다달이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다양한 책을 고르게 소
개하기 위해 영역을 세분화하여 8개 분과
로 나뉘어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
에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560여
권이 도서추천위원들의 꼼꼼한 검토를 거
쳐 소개되었다. 모든 추천도서는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추천이 되었다. 그중 남다른 의미를 지닌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을
각 분과별로 한 권씩 선정했다. 이 분야별 한 권의 책의 의미를 읽어낸다면 이 시대가
바라는 책,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지음|비룡소
2012년에 출간된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 중에, 낮은 학년 책으로 유은실의 『내 머리에 햇살 냄새』(비룡소), 가운데 학년 책으로 한윤섭의 『우리 동네 전설은』(창비), 높은 학년 책으로 이현의 『나는 비단길로 간다』(푸른숲주니어)가 눈에 띄었다. 이 세 작품은 각자의 개성이 강해 어느 하나를 올해의 책으로 뽑는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해 보일 지경이다. 유은실의 작품은 캐릭터가 선명하고 저학년 아이들의 마음을 매우 잘 읽어내고 있다. 한윤섭의 작품은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적절해서, 독특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독자들의 시선을 한 곳에 모으게 하는 힘이 있다. 이현의 작품은 우리 동화의 시선을 넓게 확장해서 그 지평을 넓혔다.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작가가 없다.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내 머리에 햇살 냄새』을 선택했다. 그것은 작품의 우열이라기보다, 거의 명맥이 끊어져가는 저학년 동화에 끊임없는 애정을 쏟아내는 작가에 대한 격려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지음|책읽는곰
『장수탕 선녀님』을 처음 봤을 때 모래 속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실, 일 년 내내 아이들이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책을 찾아 헤맸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조금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쁜 것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선녀할머니의 몸매와 주인공 덕지의 얼굴 변화는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그림책이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인상적이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목욕탕이라는 소재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은 첫 페이지의 목욕탕 입구 사진을 보며 과거에 온 가족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동네 목욕탕에 가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냉탕과 온탕을 누비다 때를 민 후 벌게진 모습으로 요구르트나 바나나우유를 먹던 기억이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목욕탕에서 온갖 놀이에 열중하다가 시원한 음료수로 목마름을 달래는 기본 수순은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다만 목욕탕과 음료수의 종류가 다양해졌을 뿐이다. 아이의 동심과 상상을 흰 눈처럼 맑고 재치하게 표현했다는 점, 시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지음|김지안 그림|글로연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고 그 진위와 가치를 증명한 과정, 마침내 외규장각 의궤를 우리나라로 가져오기까지 박병선 박사의 노력에 감동했다. 도서관의 역할을 그저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곳 정도로 여기는 우리사회에 문화유물의 보존과 가치창출이라는 보다 큰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린 점도 의미가 있다. 공지희 작가가 직접 박병선 박사를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그분의 육성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저자는 동화작가다. 추천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칫 구술자 본인의 관점에만 치우친 서술이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우려를 했다. 다양한 참고문헌을 함께 소개했더라면 이런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박사의 연표와 저서는 책 뒷부분에 실었지만 직지과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보도자료와 참고문헌 등이 골고루 제시되지 않았다. 어린이 인문분과 추천위원 대부분이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다. 같은 사서로서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박사의 이야기에 더욱 매료된 점도 없지 않다. 서울 삼광초 사서
『암탉, 엄마가 되다』
김혜형 글・사진|김소희 그림|낮은산
우리가 담당하는 ‘과학’은 듣기만 해도 서늘하다. 책도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읽고 나니 웃음이 나는 책이 나타났다. 2012년 어린이 과학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암탉, 엄마가 되다』이다. 이 책은 시골집에서 닭과 병아리를 3여 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생태 다큐멘터리이다. 사람이 닭의 입장에서 쓴 것이 아니라 닭의 행동을 관찰하여 기록한 내용이라 바로 옆에서 닭들을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일상은 같고,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다른 것처럼 등장하는 닭과 병아리들은 같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매일 새롭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닭의 습성에 대해 알 수도 있다. 2012년 어린이 과학, 특히 생태 분야의 책들은 아픔을 함께 느끼고 나누고 치유해 나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수려한 것이 선정의 주요 이유이지만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지켜보며 공감하는 능력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것도 또 다른 주요한 이유다. 박영민 서울 정목초 사서교사
『1945, 철원』
이현 지음|창비
1945년부터 1947년까지 철원을 주요 공간으로 양반집 계집종 경애, 공산주의자 도련님 기수, 양반집 콧대 높은 딸 은혜, 경성 출신의 모던 보이 제영이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꼼꼼한 준비로 제 모습을 갖춘 등장인물과 사건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독자를 자연스럽게 그 시대로 끌어들여 그들의 꿈에 동참시킨다. 370쪽이 넘는 긴 이야기에도 유지되는 긴장감과 깔끔한 문장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자살 등 자극적인 소재에서 벗어난 점도 칭찬거리다. 어쨌거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질 거라는 대책 없는 믿음으로 산다는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덴동어미전』(박정애, 한겨레)과 『가시고백』(김려령. 비룡소)도 올해의 책 후보였다. 가사문학인 ‘덴동어미전’에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진 화전놀이 이야기는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한 게 장점이었다. 『완득이』로 우리에게 기대를 주는 김려령 작가의 『가시고백』은 사춘기 혼란을 가족, 친구와의 소통으로 해결하는 전개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눈에 띄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광장시장 이야기』
김종광 지음|샘터
청소년 인문・사회 분과에서 신간 추천도서를 선정할 때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옳을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필요로 할지, 또 읽고 이해할지. 2012년에도 어른들의 책에서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골라내야 하는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독서이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덕인지 ‘청소년을 위한…’의 타이틀을 걸고 만들어진 책이 제법 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청소년들을 위한 알차고도 쉬우면서 재미있는, 유익한 인문학 책은 만나기 쉽지 않았다. 아쉽다. 올해의 책 후보에는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정여울, 이순)과 『광장시장 이야기』(김종광, 샘터)가 거론 되었다. 문학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멘토링을 해 준다는 점과 책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경술국치 직전부터 현재까지 광장시장에서 살아왔고, 현재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팩션의 형식으로 풀어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광장시장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은 표를 얻었다. 2013년에도 책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시간 서점에서 방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어른들을 위한 책이 있는 코너가 아닌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좋은 책 중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는 행복한 한 해가 되는 꿈을 꾸어본다.
이호은 의정부 경민여중 한문교사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최종욱 지음|반비
올해의 책 선정은 정말 고민이 많았다. 우선 국내 작가를 중심으로 뽑는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고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저자들의 책들이 예년과 비슷한 구성이 많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환경책은 김성호의 『나의 생명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이 우선 추천됐는데, 재작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기준에 의거 제외됐다. 다음으로 추천된 책이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이대철, 시골생활)다.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인에 의해 이룬 성과를 기록한 책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에 저자의 성과를 이어 받아 전국적으로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미래세대인 청소년이 에너지 절약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에 다들 공감했다. 과학책은 선별한 끝에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로 정했다. 과학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의사라는 직업을 잘 소개해줬고 특히 동물과의 감성적인 교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정가네 소사1~3』
정용연 지음|휴머니스트
꾸준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서평위원이 뽑은 2012 올해의 책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포털엔진이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낸 책,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인도의 미술책, 작고한 예술가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구술 총서, 그리고 20세기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디자인 업계의 라이벌, 그리고 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통한 논리적 사유부터 색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까지.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진 성장에세이 『별이 빛나는 밤』(지미 리아오, 씨네21북스)이나 학교연극에 주목한 『학교에서 연극하자』(구민정・권재원, 다른) 등 청소년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은 책들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최종 선정된 『정가네 소사』는 개인사이면서 가족사, 그리고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를 그려냈다는 점과 가족 간의 소통에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뜻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고 본다. 소개된 모든 책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선 ‘올해의 책’으로 손꼽힐 수 있다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을 확인하며 당신에게 이 한 권을 다시 건넨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키기 위해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
회는 꾸준히 새 책들을 살피고 다달이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다양한 책을 고르게 소
개하기 위해 영역을 세분화하여 8개 분과
로 나뉘어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
에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560여
권이 도서추천위원들의 꼼꼼한 검토를 거
쳐 소개되었다. 모든 추천도서는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추천이 되었다. 그중 남다른 의미를 지닌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을
각 분과별로 한 권씩 선정했다. 이 분야별 한 권의 책의 의미를 읽어낸다면 이 시대가
바라는 책,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지음|비룡소
2012년에 출간된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 중에, 낮은 학년 책으로 유은실의 『내 머리에 햇살 냄새』(비룡소), 가운데 학년 책으로 한윤섭의 『우리 동네 전설은』(창비), 높은 학년 책으로 이현의 『나는 비단길로 간다』(푸른숲주니어)가 눈에 띄었다. 이 세 작품은 각자의 개성이 강해 어느 하나를 올해의 책으로 뽑는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해 보일 지경이다. 유은실의 작품은 캐릭터가 선명하고 저학년 아이들의 마음을 매우 잘 읽어내고 있다. 한윤섭의 작품은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적절해서, 독특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독자들의 시선을 한 곳에 모으게 하는 힘이 있다. 이현의 작품은 우리 동화의 시선을 넓게 확장해서 그 지평을 넓혔다.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작가가 없다.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내 머리에 햇살 냄새』을 선택했다. 그것은 작품의 우열이라기보다, 거의 명맥이 끊어져가는 저학년 동화에 끊임없는 애정을 쏟아내는 작가에 대한 격려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지음|책읽는곰
『장수탕 선녀님』을 처음 봤을 때 모래 속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실, 일 년 내내 아이들이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책을 찾아 헤맸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조금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쁜 것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선녀할머니의 몸매와 주인공 덕지의 얼굴 변화는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그림책이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인상적이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목욕탕이라는 소재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은 첫 페이지의 목욕탕 입구 사진을 보며 과거에 온 가족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동네 목욕탕에 가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냉탕과 온탕을 누비다 때를 민 후 벌게진 모습으로 요구르트나 바나나우유를 먹던 기억이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목욕탕에서 온갖 놀이에 열중하다가 시원한 음료수로 목마름을 달래는 기본 수순은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다만 목욕탕과 음료수의 종류가 다양해졌을 뿐이다. 아이의 동심과 상상을 흰 눈처럼 맑고 재치하게 표현했다는 점, 시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지음|김지안 그림|글로연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고 그 진위와 가치를 증명한 과정, 마침내 외규장각 의궤를 우리나라로 가져오기까지 박병선 박사의 노력에 감동했다. 도서관의 역할을 그저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곳 정도로 여기는 우리사회에 문화유물의 보존과 가치창출이라는 보다 큰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린 점도 의미가 있다. 공지희 작가가 직접 박병선 박사를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그분의 육성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저자는 동화작가다. 추천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칫 구술자 본인의 관점에만 치우친 서술이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우려를 했다. 다양한 참고문헌을 함께 소개했더라면 이런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박사의 연표와 저서는 책 뒷부분에 실었지만 직지과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보도자료와 참고문헌 등이 골고루 제시되지 않았다. 어린이 인문분과 추천위원 대부분이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다. 같은 사서로서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박사의 이야기에 더욱 매료된 점도 없지 않다. 서울 삼광초 사서
『암탉, 엄마가 되다』
김혜형 글・사진|김소희 그림|낮은산
우리가 담당하는 ‘과학’은 듣기만 해도 서늘하다. 책도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읽고 나니 웃음이 나는 책이 나타났다. 2012년 어린이 과학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암탉, 엄마가 되다』이다. 이 책은 시골집에서 닭과 병아리를 3여 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한 생태 다큐멘터리이다. 사람이 닭의 입장에서 쓴 것이 아니라 닭의 행동을 관찰하여 기록한 내용이라 바로 옆에서 닭들을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일상은 같고,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다른 것처럼 등장하는 닭과 병아리들은 같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매일 새롭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닭의 습성에 대해 알 수도 있다. 2012년 어린이 과학, 특히 생태 분야의 책들은 아픔을 함께 느끼고 나누고 치유해 나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수려한 것이 선정의 주요 이유이지만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지켜보며 공감하는 능력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것도 또 다른 주요한 이유다. 박영민 서울 정목초 사서교사
『1945, 철원』
이현 지음|창비
1945년부터 1947년까지 철원을 주요 공간으로 양반집 계집종 경애, 공산주의자 도련님 기수, 양반집 콧대 높은 딸 은혜, 경성 출신의 모던 보이 제영이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꼼꼼한 준비로 제 모습을 갖춘 등장인물과 사건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독자를 자연스럽게 그 시대로 끌어들여 그들의 꿈에 동참시킨다. 370쪽이 넘는 긴 이야기에도 유지되는 긴장감과 깔끔한 문장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자살 등 자극적인 소재에서 벗어난 점도 칭찬거리다. 어쨌거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질 거라는 대책 없는 믿음으로 산다는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덴동어미전』(박정애, 한겨레)과 『가시고백』(김려령. 비룡소)도 올해의 책 후보였다. 가사문학인 ‘덴동어미전’에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진 화전놀이 이야기는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한 게 장점이었다. 『완득이』로 우리에게 기대를 주는 김려령 작가의 『가시고백』은 사춘기 혼란을 가족, 친구와의 소통으로 해결하는 전개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눈에 띄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광장시장 이야기』
김종광 지음|샘터
청소년 인문・사회 분과에서 신간 추천도서를 선정할 때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옳을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필요로 할지, 또 읽고 이해할지. 2012년에도 어른들의 책에서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골라내야 하는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독서이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덕인지 ‘청소년을 위한…’의 타이틀을 걸고 만들어진 책이 제법 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청소년들을 위한 알차고도 쉬우면서 재미있는, 유익한 인문학 책은 만나기 쉽지 않았다. 아쉽다. 올해의 책 후보에는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정여울, 이순)과 『광장시장 이야기』(김종광, 샘터)가 거론 되었다. 문학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멘토링을 해 준다는 점과 책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경술국치 직전부터 현재까지 광장시장에서 살아왔고, 현재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팩션의 형식으로 풀어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광장시장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은 표를 얻었다. 2013년에도 책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시간 서점에서 방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어른들을 위한 책이 있는 코너가 아닌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좋은 책 중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는 행복한 한 해가 되는 꿈을 꾸어본다.
이호은 의정부 경민여중 한문교사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최종욱 지음|반비
올해의 책 선정은 정말 고민이 많았다. 우선 국내 작가를 중심으로 뽑는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고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저자들의 책들이 예년과 비슷한 구성이 많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환경책은 김성호의 『나의 생명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이 우선 추천됐는데, 재작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기준에 의거 제외됐다. 다음으로 추천된 책이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이대철, 시골생활)다.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인에 의해 이룬 성과를 기록한 책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에 저자의 성과를 이어 받아 전국적으로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미래세대인 청소년이 에너지 절약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에 다들 공감했다. 과학책은 선별한 끝에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로 정했다. 과학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의사라는 직업을 잘 소개해줬고 특히 동물과의 감성적인 교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정가네 소사1~3』
정용연 지음|휴머니스트
꾸준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서평위원이 뽑은 2012 올해의 책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포털엔진이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낸 책,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인도의 미술책, 작고한 예술가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구술 총서, 그리고 20세기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디자인 업계의 라이벌, 그리고 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통한 논리적 사유부터 색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까지.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진 성장에세이 『별이 빛나는 밤』(지미 리아오, 씨네21북스)이나 학교연극에 주목한 『학교에서 연극하자』(구민정・권재원, 다른) 등 청소년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은 책들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최종 선정된 『정가네 소사』는 개인사이면서 가족사, 그리고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를 그려냈다는 점과 가족 간의 소통에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뜻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고 본다. 소개된 모든 책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선 ‘올해의 책’으로 손꼽힐 수 있다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을 확인하며 당신에게 이 한 권을 다시 건넨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