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늘의 독서교육]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 그 의미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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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06 16:10 조회 10,541회 댓글 0건본문
이순영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 21세기, 사서교사와 독서교육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시대
1. 21세기, 사서교사와 독서교육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시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21세기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있다. 흔히 ‘산업사회’로 명명되는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 ‘테크놀로지 시대’, ‘디지털 시대’로 불린다. 이 시대에는 디지털 환경에 힘입어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학자 프리츠 마흐럽(Fritz Machlup)의 ‘지식 반감기(half–life of knowledge, 어떤 지식 획득 후 그 지식의 절반이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거나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는데 걸리는 시간)’를 적용해 보면, 최근 심리학 분야의 지식 반감기는 약 5년, 컴퓨터 전문가의 지식 반감기는 약 2.8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상의 지식 정보에도 일종의 유효 기간이 있으며, 과거의 지식이 신지식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가히 지식의 폭발, 지식 쇼크라 할 만하다. 특히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SNS 같은 스마트 환경에서, 형식이 다양하고 유통 속도가 빠르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 분석이 어려운 ‘빅데이터’가 시대를 규정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우리의 삶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과 스마트폰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보급이 빠른 나라이다. 세계 1위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나 전체 국민 수를 넘어선 휴대전화의 보급대수, 청소년의 97% 이상이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일련의 통계치는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1
◆1
방송통신위원회 누리집의 통계 현황에 의하면, 2013년 1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8,311,371명이다. 역시 2013년 1월 말 기준으로 무선 이동통신 가입자는 53,639,633명이며, 스마트폰 가입자는 33,298,440명에 이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신종 전자 기기의 소유나 사용 수준, 새 기기의 구입 속도가 개인의 성향을 설명하는 중요한 코드가 되었다. 나아가 전자 기기에 대한 지식의 양과 사용 능력은 세대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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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누리집의 통계 현황에 의하면, 2013년 1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8,311,371명이다. 역시 2013년 1월 말 기준으로 무선 이동통신 가입자는 53,639,633명이며, 스마트폰 가입자는 33,298,440명에 이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신종 전자 기기의 소유나 사용 수준, 새 기기의 구입 속도가 개인의 성향을 설명하는 중요한 코드가 되었다. 나아가 전자 기기에 대한 지식의 양과 사용 능력은 세대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서 전자 문화 속에서 성장한 이들을 가리켜 ‘born digital’이나 ‘넷 세대(Net generation)’라 한다. 모국어 화자가 말을 하듯이 디지털 언어나 기기를 자유롭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신세대들을 지칭하는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도 이들을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이다. 반면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후천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성세대들은 이와 대비해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로 구분하기도 한다. ◆2
◆2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는 마크 프렌즈키(Marc Prenzky)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이 구분에 의하면 필자는 문자 문화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이민자다. 그리고 현재의 삶의 곳곳에서 나와는 다른 신인류, 즉 디지털 원어민들이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앵그리버드 게임을 하는 생후 17달의 조카나, TV 화면을 스마트패드처럼 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조작하려는 유치원생들, 나와는 달리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으로도 문서를 읽는데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 특히 한 순간도 스마트기기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 하는 대학생들을 볼 때면 이들이 나와는 다른 디지털 원어민임을 인정하게 된다. 흔히 디지털 원주민들은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multi–tasking, parallel processing), 신속한 반응을 추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즐거운 일터에서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 몰입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편의를 잘 이용하는 이들◆3도 있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적응의 속도와 정도를 놓고 갈등하거나 자의나 타의에 의해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 디지털 이탈자나 낙오자도 있다. 디지털 사회 속에서 개인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가정이나 학교, 직장이나 사회 속에서 제약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3
인터넷진흥원의 2012년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만 12세 이상의 응답자 중 78.8%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일상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사회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물론 특정 행위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독서(讀書)’도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인간 행위 중의 하나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현재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인식 속에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존재한다. “책을 읽는다.”는 의미의 ‘독서(讀書)’는 근본적으로 매우 고전적인 용어이다. 독서가 당위(當爲)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차분히 앉아 며칠이고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자의 모습이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밀레니엄을 준비하던 20세기 후반부터 ‘책의 종말’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종이책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회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종이의 사용량은 더 늘고 있다는 반박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혁신이나 테크놀로지, 빠른 변화와 창의성으로 압축되는 디지털 시대와 독서가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시대와 불화하는 독서’를 디지털 원주민들에게 권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우리의 학생들은 과거의 청소년들과는 다르며, 독자로서도 신인류들이다. 또한 교사–학생, 교사–학부모의 관계도 빠르게 재편되어 왔다. 교수학습의 자료와 학교 환경, 학교를 둘러싼 가정과 사회의 독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어찌 보면 디지털 시대는 기존의 인쇄 문화 시대에 독서가 전 사회적으로 보장받던 특권을 상당부분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에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은 아이들, 독서를 더 이상 당위적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독서교육자들은 다분히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이하의 지면에서는 독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교사와 교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의 의미와 방향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독서'의 재개념화 시대
: 인쇄 매체 읽기와 하이퍼텍스트 읽기
독서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독서의 개념과 그 기저 이론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4
◆4
독서의 의미 변화에 대한 논의는 윤준채(2011)에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세 서양에서는 신의 말씀을 적은 성경을 암송하고 그 말씀을 가능한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독서의 개념이었다. 동양에서도 성현의 말씀을 적은 경전을 읽고 평생에 걸쳐 그 의미를 궁구하는 것이 독서였던 시대가 있다.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독서관이다. 반면 요즘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문맹을 막 벗어난 글 깨치기 수준부터 유창하게 읽기, 텍스트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층위에서 독서의 의미를 사용한다. 모든 이들이 ‘독서’라는 말을 하지만, 그 말이 지칭하는 의미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독서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독자가 텍스트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이고 정서적이며 사회적인 활동을 ‘독서(읽기)’로 규정하고 있다.
독서의 의미와 관련된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독서 연구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독서(읽기)’라는 용어가 급변하는 새 시대의 읽기 활동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독서나 작문의 개념을 확장시킨 리터러시(literacy, 문식성(文識性)이나 문해(文解))라는 용어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미래 시대에 합당한 문식성에 대한 탐색은 1996년 제임스 지와 알렌 루크를 비롯한 열 명의 연구자들이 뉴런던그룹을 구성하면서 활성화된다. 이들은 미래 사회에 적합한 문식성을 신(新)문식성◆5이라고 명명하고, 문자 언어와 인쇄 매체 중심의 전통적인 문식성에서 벗어나 의미를 생산하고 재현하는 일체의 기호적 행위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문식성을 기호와 텍스트를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능력으로 설정하였다.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새 시대의 문식성은 문자를 포함해 그림・도식・영상・색채・사진・음악・음성 언어 등 다양한 양식(mode)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중모드/복합양식 텍스트(multimodal texts)에 대한 이해와 생산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21세기의 독서 환경과 문식성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
신(新)문식성 관련된 학술적인 논의는 『문식성교육연구』(노명완・박영목 외, 2008)에 수록된 박영목, 정혜승, 옥현진의 논문들을 참고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매체 환경의 변화’가 개인의 독서 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산되고 유통되는 정보의 양・종류・질・속성도 크게 달라졌다. 인쇄된 텍스트를 읽고 쓰는 활동을 의미하던 전통적인 문식성은, 전자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집단 지성(예: Wiki), 방대한 사이버 공간의 정보를 탐색하는 데 유용한 각종 검색 엔진, 관심 분야의 지식이 내게 오도록 만드는 RSS,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과 같은 매체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나이나 성별, 학벌, 전문성의 제약 없이 자신의 글이나 이미지, 음향, 영상 등을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출판・공유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으며,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는 읽기는 물론 의사소통・오락・학습・일 간의 경계도 모호한 특성이 있다.
둘째,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본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별·가공·관리·생산하는 독서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문식성이 한 편의 글을 꼼꼼하게 잘 이해하는 능력이 핵심적이었다면, 디지털 사회에서는 양식도 다양하고 양도 방대한 정보들을 다루는 문식성, 특히 인터넷 상의 정보인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읽기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쇄 텍스트와 하이퍼텍스트는 많은 특징을 공유하지만 상이한 점도 많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독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순서대로 링크를 선택・이동하면서 정보를 읽는 비선형적(nonlinear) 읽기를 수행한다. 독자들은 하이퍼텍스트 읽기 활동에 있어서 경로와 정보 선택의 자율권이 있다. 이러한 온라인 읽기 활동은 필자가 의도한 정보의 구조와 배열 순서에 상당히 의존하는 인쇄 매체 읽기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자율권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독자가 자신의 독서 과정을 어떻게 조정・통제하는지가 관건이다. 온라인 독서의 특성상, 1)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혹 요인에 걸려 본래의 독서 목적에서 이탈하거나, 2) 반대로 과도한 양의 정보를 다루면서 인지적인 과부하에 걸려 과제 달성에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성공적인 온라인 독서 활동을 위해서는 목적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목적에 따라 자신의 독서 과정을 점검・통제하는 초인지(metacognition) 전략, 유의미한 정보를 선별하는 비판적인 독서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셋째, ‘학교 밖 문식 활동’의 강화이다. 전통적인 문식성은 학교의 국어 교육, 특히 독서와 작문 활동 중심이었다. 반면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문식성은 학교나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인쇄된 텍스트를 읽는 장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가가 늘어나고 디지털 환경이 마련되면서 개인의 문식 활동이나 학습은 학교 밖에서 더욱 풍성하고 실제적이고 역동적인 양상을 보인다. 지역 사회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현실 공간 밖에 존재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식 정보의 산출과 소통이 이 시대의 중요한 문식 활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디지털 환경은 지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이 책을 출판하고 지식을 산출하던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최근에는 ‘1인 출판’이라는 말처럼 누구나 쉽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공간은 ‘해방과 소통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블로그, 메신저, 카페, 트위터 등을 통해 다양한 읽기와 쓰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실・학교・가정에서는 제한되었던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소통, 사회 참여, 다양한 정체성의 구현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청소년 문식성’의 부각이다. 21세기 문식성의 재개념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전통적인 문식성은 텍스트를 많이, 더 높은 수준까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였다. 대체로 어린 학생들의 문식성은 낮고, 어른들은 지식의 양이나 수준, 지식을 다루는 능력 모두 아이들에 비해 우월했다. 학생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른들에게 물었고, 어른들은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권위를 인정받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변화된 문식 환경은 이를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어른들이나 전문가들이 점유하던 지식은 만인에게 공개되었다. 새 시대의 문식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식과 기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전자 정보나 컴퓨터 문식성 측면에서 성인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 그 결과 ‘문자와 인쇄 문화’에서 어른들이 갖고 있던 지식과 권위는 ‘전자 시대’에 합당한 디지털 문식성을 갖춘 청소년들에게 이양되었다. 청소년들은 가장 적극적인 정보통신기기의 소비자로 부각되고 있으며, 디지털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자 문화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경계되던 청소년 독자들의 문화나 목소리(voice)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시대의 청소년 독자들은 다양한 문식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와 공간, 네크워킹을 획득했고, 여러 양식의 정보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산출하고 소통하는 복합양식 텍스트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3.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 : 정보 수집・관리・생산의 ‘학습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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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는 마크 프렌즈키(Marc Prenzky)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이 구분에 의하면 필자는 문자 문화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이민자다. 그리고 현재의 삶의 곳곳에서 나와는 다른 신인류, 즉 디지털 원어민들이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앵그리버드 게임을 하는 생후 17달의 조카나, TV 화면을 스마트패드처럼 손가락으로 ‘터치’하면서 조작하려는 유치원생들, 나와는 달리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으로도 문서를 읽는데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 특히 한 순간도 스마트기기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 하는 대학생들을 볼 때면 이들이 나와는 다른 디지털 원어민임을 인정하게 된다. 흔히 디지털 원주민들은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multi–tasking, parallel processing), 신속한 반응을 추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즐거운 일터에서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 몰입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편의를 잘 이용하는 이들◆3도 있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적응의 속도와 정도를 놓고 갈등하거나 자의나 타의에 의해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 디지털 이탈자나 낙오자도 있다. 디지털 사회 속에서 개인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가정이나 학교, 직장이나 사회 속에서 제약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3
인터넷진흥원의 2012년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만 12세 이상의 응답자 중 78.8%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일상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사회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물론 특정 행위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독서(讀書)’도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인간 행위 중의 하나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현재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인식 속에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존재한다. “책을 읽는다.”는 의미의 ‘독서(讀書)’는 근본적으로 매우 고전적인 용어이다. 독서가 당위(當爲)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차분히 앉아 며칠이고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자의 모습이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밀레니엄을 준비하던 20세기 후반부터 ‘책의 종말’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종이책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회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종이의 사용량은 더 늘고 있다는 반박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혁신이나 테크놀로지, 빠른 변화와 창의성으로 압축되는 디지털 시대와 독서가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시대와 불화하는 독서’를 디지털 원주민들에게 권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우리의 학생들은 과거의 청소년들과는 다르며, 독자로서도 신인류들이다. 또한 교사–학생, 교사–학부모의 관계도 빠르게 재편되어 왔다. 교수학습의 자료와 학교 환경, 학교를 둘러싼 가정과 사회의 독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어찌 보면 디지털 시대는 기존의 인쇄 문화 시대에 독서가 전 사회적으로 보장받던 특권을 상당부분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에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은 아이들, 독서를 더 이상 당위적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독서교육자들은 다분히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이하의 지면에서는 독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교사와 교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의 의미와 방향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독서'의 재개념화 시대
: 인쇄 매체 읽기와 하이퍼텍스트 읽기
독서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독서의 개념과 그 기저 이론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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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의미 변화에 대한 논의는 윤준채(2011)에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세 서양에서는 신의 말씀을 적은 성경을 암송하고 그 말씀을 가능한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독서의 개념이었다. 동양에서도 성현의 말씀을 적은 경전을 읽고 평생에 걸쳐 그 의미를 궁구하는 것이 독서였던 시대가 있다.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독서관이다. 반면 요즘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문맹을 막 벗어난 글 깨치기 수준부터 유창하게 읽기, 텍스트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층위에서 독서의 의미를 사용한다. 모든 이들이 ‘독서’라는 말을 하지만, 그 말이 지칭하는 의미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독서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독자가 텍스트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이고 정서적이며 사회적인 활동을 ‘독서(읽기)’로 규정하고 있다.
독서의 의미와 관련된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독서 연구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독서(읽기)’라는 용어가 급변하는 새 시대의 읽기 활동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독서나 작문의 개념을 확장시킨 리터러시(literacy, 문식성(文識性)이나 문해(文解))라는 용어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미래 시대에 합당한 문식성에 대한 탐색은 1996년 제임스 지와 알렌 루크를 비롯한 열 명의 연구자들이 뉴런던그룹을 구성하면서 활성화된다. 이들은 미래 사회에 적합한 문식성을 신(新)문식성◆5이라고 명명하고, 문자 언어와 인쇄 매체 중심의 전통적인 문식성에서 벗어나 의미를 생산하고 재현하는 일체의 기호적 행위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문식성을 기호와 텍스트를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능력으로 설정하였다.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새 시대의 문식성은 문자를 포함해 그림・도식・영상・색채・사진・음악・음성 언어 등 다양한 양식(mode)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중모드/복합양식 텍스트(multimodal texts)에 대한 이해와 생산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21세기의 독서 환경과 문식성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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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문식성 관련된 학술적인 논의는 『문식성교육연구』(노명완・박영목 외, 2008)에 수록된 박영목, 정혜승, 옥현진의 논문들을 참고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매체 환경의 변화’가 개인의 독서 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산되고 유통되는 정보의 양・종류・질・속성도 크게 달라졌다. 인쇄된 텍스트를 읽고 쓰는 활동을 의미하던 전통적인 문식성은, 전자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집단 지성(예: Wiki), 방대한 사이버 공간의 정보를 탐색하는 데 유용한 각종 검색 엔진, 관심 분야의 지식이 내게 오도록 만드는 RSS,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과 같은 매체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나이나 성별, 학벌, 전문성의 제약 없이 자신의 글이나 이미지, 음향, 영상 등을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출판・공유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으며,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는 읽기는 물론 의사소통・오락・학습・일 간의 경계도 모호한 특성이 있다.
둘째,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본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별·가공·관리·생산하는 독서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문식성이 한 편의 글을 꼼꼼하게 잘 이해하는 능력이 핵심적이었다면, 디지털 사회에서는 양식도 다양하고 양도 방대한 정보들을 다루는 문식성, 특히 인터넷 상의 정보인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읽기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쇄 텍스트와 하이퍼텍스트는 많은 특징을 공유하지만 상이한 점도 많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독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순서대로 링크를 선택・이동하면서 정보를 읽는 비선형적(nonlinear) 읽기를 수행한다. 독자들은 하이퍼텍스트 읽기 활동에 있어서 경로와 정보 선택의 자율권이 있다. 이러한 온라인 읽기 활동은 필자가 의도한 정보의 구조와 배열 순서에 상당히 의존하는 인쇄 매체 읽기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자율권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독자가 자신의 독서 과정을 어떻게 조정・통제하는지가 관건이다. 온라인 독서의 특성상, 1)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혹 요인에 걸려 본래의 독서 목적에서 이탈하거나, 2) 반대로 과도한 양의 정보를 다루면서 인지적인 과부하에 걸려 과제 달성에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성공적인 온라인 독서 활동을 위해서는 목적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목적에 따라 자신의 독서 과정을 점검・통제하는 초인지(metacognition) 전략, 유의미한 정보를 선별하는 비판적인 독서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셋째, ‘학교 밖 문식 활동’의 강화이다. 전통적인 문식성은 학교의 국어 교육, 특히 독서와 작문 활동 중심이었다. 반면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문식성은 학교나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인쇄된 텍스트를 읽는 장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가가 늘어나고 디지털 환경이 마련되면서 개인의 문식 활동이나 학습은 학교 밖에서 더욱 풍성하고 실제적이고 역동적인 양상을 보인다. 지역 사회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현실 공간 밖에 존재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식 정보의 산출과 소통이 이 시대의 중요한 문식 활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디지털 환경은 지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이 책을 출판하고 지식을 산출하던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최근에는 ‘1인 출판’이라는 말처럼 누구나 쉽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공간은 ‘해방과 소통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블로그, 메신저, 카페, 트위터 등을 통해 다양한 읽기와 쓰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실・학교・가정에서는 제한되었던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소통, 사회 참여, 다양한 정체성의 구현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청소년 문식성’의 부각이다. 21세기 문식성의 재개념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전통적인 문식성은 텍스트를 많이, 더 높은 수준까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였다. 대체로 어린 학생들의 문식성은 낮고, 어른들은 지식의 양이나 수준, 지식을 다루는 능력 모두 아이들에 비해 우월했다. 학생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른들에게 물었고, 어른들은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권위를 인정받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변화된 문식 환경은 이를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어른들이나 전문가들이 점유하던 지식은 만인에게 공개되었다. 새 시대의 문식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식과 기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전자 정보나 컴퓨터 문식성 측면에서 성인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 그 결과 ‘문자와 인쇄 문화’에서 어른들이 갖고 있던 지식과 권위는 ‘전자 시대’에 합당한 디지털 문식성을 갖춘 청소년들에게 이양되었다. 청소년들은 가장 적극적인 정보통신기기의 소비자로 부각되고 있으며, 디지털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자 문화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경계되던 청소년 독자들의 문화나 목소리(voice)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시대의 청소년 독자들은 다양한 문식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와 공간, 네크워킹을 획득했고, 여러 양식의 정보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산출하고 소통하는 복합양식 텍스트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3.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 : 정보 수집・관리・생산의 ‘학습독서’
앞서 21세기의 독서는 사회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선별·가공하고 자기 나름의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활동임을 살펴보았다. 2장의 내용이 주로 디지털 환경에서 독서가 갖는 ‘양식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장에서는 이 시대 독서교육의 목표와 지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청소년 독자나 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은 독서 환경이나 독서 활동의 양식적 변화를 먼저 체감할 수 있으나, 사실은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독서교육의 목표나 성격상의 추이가 더욱 근원적이고 중요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앞 장의 논의와 연계해서 학생들에게 인쇄 매체 읽기와 함께 온라인 독서가 중요하다고 할 때, 왜 이러한 독서 활동을 지도해야 하고(독서교육의 목적), 또 어떻게 독서하도록 지도해야 하는가(독서의 방법 지도) 하는 문제가 이에 해당된다.
이런 맥락에서 학교도서관과 교실 수업에서 독서교육을 실행하면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학교의 독서교육은 근본적으로 각 교과의 학습을 돕고 나아가 학생들 스스로 세상의 정보를 독서를 통해 습득하고 자율적으로 목표에 맞는 독서 활동을 운용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개념이 교과 독서(content area reading)와 학습 독서(reading to learn)이다. 교과 독서는 말 그대로 개별 교과의 내용 학습과 연계된 독서 활동을 의미하고, 기본적으로 학습 독서의 성격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사회, 가정, 예술 등 각 교과 내용과 연관된 다양한 텍스트(인쇄+온라인)를 읽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 각 분야의 지식을 담고 있는 정보 텍스트를 읽고 생산하는 능력은 학교의 각 교과 학습 성취에 필수 요건이다. 교과 독서는 교과별로 학습 수준이 심화되는 중등 학습자에게 더욱 중요한 활동이며, 최근에는 교과 독서와 교과 작문, 그리고 이를 합친 ‘교과 문식성(content area literacy)’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독서는 국어과에서 담당하는 교육 내용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때 독서의 대상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인 경우가 많았고, 독서의 목적도 작품 감상이나 인성・정서 함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독서의 영역을 축소시킨다. 독서는 근본적으로 텍스트에서 의미(지식)를 구성하는 고도의 사고 작용으로, 모든 독서 활동은 일종의 지식 습득(학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 특히 내용 교과의 학습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독서 능력은 곧 학습 능력이기 때문에 적절한 독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는 학습 부진을 거쳐 학습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높아진다. 학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독서가 각 교과 학습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2011년에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독서 정책도 ‘교과 독서 중심의 수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과 독서나 학습 독서에 대한 관심은 독서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기반을 둔 것이다. 독서는 목적이나 대상이나 독서 활동의 수준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독자의 이미지는 여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이러한 독서는 일반적으로 독자의 즐거움과 만족(reading for pleasure)을 목적으로 하며, 여가 활동으로 수행되고, 활동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그래서 ‘취미 독서’나 ‘자유 독서’라 불린다. 이때 텍스트는 독자가 좋아하는 책으로 대체로 평이한 내용의 문학 작품이 많다. 자유 독서는 독서 후에 일반적으로 특별한 후속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 성인들이 여가 시간에 수행하는 독서나 어린 독자들이 수행하는 독서 활동이 이에 해당된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동기 유발과 독서 습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 독서를 강조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학교도서관과 교실 수업에서 독서교육을 실행하면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학교의 독서교육은 근본적으로 각 교과의 학습을 돕고 나아가 학생들 스스로 세상의 정보를 독서를 통해 습득하고 자율적으로 목표에 맞는 독서 활동을 운용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개념이 교과 독서(content area reading)와 학습 독서(reading to learn)이다. 교과 독서는 말 그대로 개별 교과의 내용 학습과 연계된 독서 활동을 의미하고, 기본적으로 학습 독서의 성격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사회, 가정, 예술 등 각 교과 내용과 연관된 다양한 텍스트(인쇄+온라인)를 읽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 각 분야의 지식을 담고 있는 정보 텍스트를 읽고 생산하는 능력은 학교의 각 교과 학습 성취에 필수 요건이다. 교과 독서는 교과별로 학습 수준이 심화되는 중등 학습자에게 더욱 중요한 활동이며, 최근에는 교과 독서와 교과 작문, 그리고 이를 합친 ‘교과 문식성(content area literacy)’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독서는 국어과에서 담당하는 교육 내용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때 독서의 대상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인 경우가 많았고, 독서의 목적도 작품 감상이나 인성・정서 함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독서의 영역을 축소시킨다. 독서는 근본적으로 텍스트에서 의미(지식)를 구성하는 고도의 사고 작용으로, 모든 독서 활동은 일종의 지식 습득(학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 특히 내용 교과의 학습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독서 능력은 곧 학습 능력이기 때문에 적절한 독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는 학습 부진을 거쳐 학습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높아진다. 학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독서가 각 교과 학습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2011년에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독서 정책도 ‘교과 독서 중심의 수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과 독서나 학습 독서에 대한 관심은 독서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기반을 둔 것이다. 독서는 목적이나 대상이나 독서 활동의 수준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독자의 이미지는 여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이러한 독서는 일반적으로 독자의 즐거움과 만족(reading for pleasure)을 목적으로 하며, 여가 활동으로 수행되고, 활동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그래서 ‘취미 독서’나 ‘자유 독서’라 불린다. 이때 텍스트는 독자가 좋아하는 책으로 대체로 평이한 내용의 문학 작품이 많다. 자유 독서는 독서 후에 일반적으로 특별한 후속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 성인들이 여가 시간에 수행하는 독서나 어린 독자들이 수행하는 독서 활동이 이에 해당된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동기 유발과 독서 습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 독서를 강조하게 된다.
반면 상위 학년의 독자들이나 성인들에겐 다른 종류의 독서 활동이 강조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습 독서이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은 전 연령대의 학생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교육적인 차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유 독서에 있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강조하는 독서의 핵심은 각 교과 내용을 공부하는 교과 독서나 학습 독서다. 교과 독서는 기본적으로 학습 독서이며, 전문 독서이며, 지식을 이해하고 다루고 생산하는 적극적인 독서 활동이다. 학교의 교과 독서 활동이 대학이나 사회생활에서는 전문 독서나 직무 독서로 이어진다. 텍스트도 문학 텍스트보다는 사회・과학・예술 등 각 분야의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 텍스트(informational text)가 일반적이다. 중등 학습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글을 폭넓게 읽고,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중등 진학 후 독서 능력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독자들은 자유 독서에서 학습 독서로의 이양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교과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독서=자유독서’라는 왜곡된 인식을 재편하여 자유 독서와 학습 독서의 균형을 확립하고 나아가 중등에서 요구되는 학습 독서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 독서 활동은 차시 단위로 짧은 텍스트를 제공해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는 활동이나,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수합해 탐구활동을 수행하도록 기획하는 것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각각의 텍스트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기존에 학습한 내용과 연계해서 이해하고, 읽은 내용과 관련해서 협의하고, 탐구 주제와 관련하여 산출물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Reading–Talking–Writing/Presenting : 읽고 말하고 표현하기)은 모두 학습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서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와 협업을 통한 학습 독서 활동도 강조되고 있다. 교실 내에서 조각글을 활용하는 소박한 수준부터 교과 담당 교사와 사서교사가 적극적으로 교과 독서용 텍스트를 선정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이때 교사가 교과서 외에 제공하는 텍스트는 반드시 책 단위일 필요는 없다. 서책이나 웹페이지의 일부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무조건 독서를 하라고 강조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의미를 갖는 어떤 활동을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도록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교과 독서 활동을 통해 우리의 학습자들이 일반 수업과 동떨어진 독서 활동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독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2장에서 논의하였듯이 우리의 청소년 독자들이 변화하는 디지털 문식 환경을 고려하여 다양한 분야의, 또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들을 다루고 새로운 지식 정보를 산출하는 독서 능력을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문헌
노명완・박영목 외(2008), 『문식성교육연구』, 한국문화사.
윤준채(2011), 독서 개념에 대한 은유적 이해, 『독서교육의 이해(노명완 외 저)』, 한우리북스.
이순영(2011), 읽기 연구의 최근 동향과 과제
: 국내・외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구를 중심으로, 『한국어문교육』 10호, 211–340.
인터넷진흥원(2012). 『2012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요약 보고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조병영(2012), 청소년 독자의 인터넷 독서 전략에 관한 문헌 연구, 『국어교육학연구』44집, 483–515.
학습 독서 활동은 차시 단위로 짧은 텍스트를 제공해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는 활동이나,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수합해 탐구활동을 수행하도록 기획하는 것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각각의 텍스트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기존에 학습한 내용과 연계해서 이해하고, 읽은 내용과 관련해서 협의하고, 탐구 주제와 관련하여 산출물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Reading–Talking–Writing/Presenting : 읽고 말하고 표현하기)은 모두 학습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서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와 협업을 통한 학습 독서 활동도 강조되고 있다. 교실 내에서 조각글을 활용하는 소박한 수준부터 교과 담당 교사와 사서교사가 적극적으로 교과 독서용 텍스트를 선정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이때 교사가 교과서 외에 제공하는 텍스트는 반드시 책 단위일 필요는 없다. 서책이나 웹페이지의 일부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무조건 독서를 하라고 강조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의미를 갖는 어떤 활동을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도록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교과 독서 활동을 통해 우리의 학습자들이 일반 수업과 동떨어진 독서 활동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독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2장에서 논의하였듯이 우리의 청소년 독자들이 변화하는 디지털 문식 환경을 고려하여 다양한 분야의, 또 다양한 양식의 텍스트들을 다루고 새로운 지식 정보를 산출하는 독서 능력을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문헌
노명완・박영목 외(2008), 『문식성교육연구』,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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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영(2011), 읽기 연구의 최근 동향과 과제
: 국내・외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구를 중심으로, 『한국어문교육』 10호, 211–340.
인터넷진흥원(2012). 『2012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요약 보고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조병영(2012), 청소년 독자의 인터넷 독서 전략에 관한 문헌 연구, 『국어교육학연구』44집, 483–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