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행! 세상은 열린 도서관이 되다] 문학과 맛으로 느끼는 ‘벌교’ 여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5 14:08 조회 8,196회 댓글 0건본문
김용찬 순천대 국어교육과 교수
벌교는 행정구역상으로는 보성군에 속해 있지만,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과 이웃한 자그마한 고장이다. 아마도 벌교를 대표하는 단어는 ‘꼬막’과 ‘태백산맥’일 것이다. 넓은 갯벌에서 채취하는 꼬막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은 이 고장의 대표적인 ‘맛’이며, 이곳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언제부턴가 벌교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 되었다. 꼬막은 모래나 개펄에 주로 서식하는 돌조갯과의 일종으로, 벌교가 주요 산지이다. 제철인 겨울에 가장 많이 나지만, 어느 식당엘 가더라도 벌교에서는 사시사철 꼬막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담고 있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전라남도 벌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좌・우익의 갈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지난 2007년 ‘태백산맥문학관’이 건립되어 문을 열었는데, 이후부터 벌교는 ‘꼬막’과 ‘태백산맥’의 고장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문학관은 벌교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제석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2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전시실과 도서대여실 등이 있다. 문학관의 우측으로 작품의 첫 부분에서 정하섭이 어둠을 틈타 찾아드는 ‘현부자집’이 위치하고 있으며, 문학관과 현부자집 사이에 무당 ‘소화의 집’이 소설의 내용에 맞추어 새로이 건립되었다. 그리고 읍내에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거리’가 조성되어, 거리 곳곳에 작품과 관련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안내 표지를 따라 문학관과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을 돌아보며, ‘태백산맥 문학 답사’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관의 1층에는 작가 조정래의 각종 취재 자료와 16,500매에 달하는 육필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되어 있는 작가의 취재 노트를 보면서,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일부 우익 단체의 고발에 의해 검찰 수사로 이어진 작가와 『태백산맥』에 관한 기사와 각종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어,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관의 옥상에서 벌교의 전경을 바라보며, 작품의 배경을 훑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는 벌교에 살고 있는 몇몇 뜻있는 이들에 의해, 매월 1회씩 ‘소설 태백산맥으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현부자집을 비롯한 소설 속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에, 소설의 내용을 각색하여 상황극으로 공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체험 프로그램이 개최되는 일자에 맞추어 답사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학관과 현부자집을 둘러본 후, 지금은 어린이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회정리 교회’와 ‘자애병원’을 거쳐 ‘김범우의 집’을 답사할 수 있다.
읍사무소에서 ‘문학거리’를 접어들면, 일본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금융조합’ 건물을 만나게 된다. 벌교초등학교 옆에 있는 보성여관은 등록문화재 132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소설에서는 ‘남도여관’으로 그려지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로, 검은 판자를 두른 목조 2층 건물로 되어 있다. 여관 1층 입구는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고,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방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2층은 벽이 없이 문짝만으로 구획된 다다미가 깔린 넓은 방이 있으며,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꼬막으로 만든 각종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소설 『태백산맥』 현장의 답사를 마친 후, 이곳에서 ‘보성 녹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일정을 정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벌교 답사를 하기 전에, 혹은 마친 후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답사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상의 답사를 마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읍사무소 오른편에 위치한 부용산 자락에 세워져있는 박기동의 ‘부용산 노래비’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지금도 한영애나 안치환 등에 의해 불리는 ‘부용산’은 교사였던 박기동이 24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누이동생을 그리며 썼던 시에, 작곡가 안성현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이후 한국 전쟁 당시 작곡가가 월북하고 이 노래가 빨치산들의 애창곡이 되면서, 나중에는 작가가 사상성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한다. 분단국가에서 행해진 ‘사상 논쟁’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었던, 두 작품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과 노래 ‘부용산’의 배경이 되는 고장이다.
벌교는 행정구역상으로는 보성군에 속해 있지만,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과 이웃한 자그마한 고장이다. 아마도 벌교를 대표하는 단어는 ‘꼬막’과 ‘태백산맥’일 것이다. 넓은 갯벌에서 채취하는 꼬막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은 이 고장의 대표적인 ‘맛’이며, 이곳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언제부턴가 벌교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이 되었다. 꼬막은 모래나 개펄에 주로 서식하는 돌조갯과의 일종으로, 벌교가 주요 산지이다. 제철인 겨울에 가장 많이 나지만, 어느 식당엘 가더라도 벌교에서는 사시사철 꼬막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담고 있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전라남도 벌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좌・우익의 갈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지난 2007년 ‘태백산맥문학관’이 건립되어 문을 열었는데, 이후부터 벌교는 ‘꼬막’과 ‘태백산맥’의 고장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문학관은 벌교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제석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2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전시실과 도서대여실 등이 있다. 문학관의 우측으로 작품의 첫 부분에서 정하섭이 어둠을 틈타 찾아드는 ‘현부자집’이 위치하고 있으며, 문학관과 현부자집 사이에 무당 ‘소화의 집’이 소설의 내용에 맞추어 새로이 건립되었다. 그리고 읍내에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거리’가 조성되어, 거리 곳곳에 작품과 관련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안내 표지를 따라 문학관과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을 돌아보며, ‘태백산맥 문학 답사’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관의 1층에는 작가 조정래의 각종 취재 자료와 16,500매에 달하는 육필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되어 있는 작가의 취재 노트를 보면서,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일부 우익 단체의 고발에 의해 검찰 수사로 이어진 작가와 『태백산맥』에 관한 기사와 각종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어,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관의 옥상에서 벌교의 전경을 바라보며, 작품의 배경을 훑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는 벌교에 살고 있는 몇몇 뜻있는 이들에 의해, 매월 1회씩 ‘소설 태백산맥으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현부자집을 비롯한 소설 속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에, 소설의 내용을 각색하여 상황극으로 공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체험 프로그램이 개최되는 일자에 맞추어 답사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학관과 현부자집을 둘러본 후, 지금은 어린이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회정리 교회’와 ‘자애병원’을 거쳐 ‘김범우의 집’을 답사할 수 있다.
읍사무소에서 ‘문학거리’를 접어들면, 일본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금융조합’ 건물을 만나게 된다. 벌교초등학교 옆에 있는 보성여관은 등록문화재 132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소설에서는 ‘남도여관’으로 그려지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로, 검은 판자를 두른 목조 2층 건물로 되어 있다. 여관 1층 입구는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고,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방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2층은 벽이 없이 문짝만으로 구획된 다다미가 깔린 넓은 방이 있으며,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꼬막으로 만든 각종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소설 『태백산맥』 현장의 답사를 마친 후, 이곳에서 ‘보성 녹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일정을 정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벌교 답사를 하기 전에, 혹은 마친 후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답사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상의 답사를 마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읍사무소 오른편에 위치한 부용산 자락에 세워져있는 박기동의 ‘부용산 노래비’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지금도 한영애나 안치환 등에 의해 불리는 ‘부용산’은 교사였던 박기동이 24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누이동생을 그리며 썼던 시에, 작곡가 안성현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이후 한국 전쟁 당시 작곡가가 월북하고 이 노래가 빨치산들의 애창곡이 되면서, 나중에는 작가가 사상성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한다. 분단국가에서 행해진 ‘사상 논쟁’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었던, 두 작품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과 노래 ‘부용산’의 배경이 되는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