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행! 세상은 열린 도서관이 되다] 여행을 부르는 책 -알짜 여행자 20인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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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6 15:45 조회 9,317회 댓글 0건본문
모두 어딘가로 떠난다. 목적지는? 멀고도 가까운 곳, 닮고도 다른 곳, 잘 알고도 모르는 곳, 사람들 사이사이, 마음의 안과 밖…… 왜 떠나지? 낯선 풍경에 취해서, 어색한 삶을 헤아리려고, 떠날 수 없던 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비우고 채우려고, 그냥 좋아서…… 떠나는 목적지도 이유도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무언가 누군가에 닿는다. 이러한 떠난 곳에서의 만남에 관한 기록들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고 추천한다. 이 책들, 떠나고 싶음의 절정에서 떠날 수 있으면 슬쩍 따라가도 괜찮겠고, 떠날 수 없다면 미리 찜하는 데 써도 좋겠다.
『길 위의 풍경』
김병용 지음|엘도라도|2009
예전엔 왜 몰랐을까. 요즘 들어 생긴 즐거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걷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전주한옥마을에서 완주 송광사까지 28킬로미터 가량을 걸었다. 부러 모자도 쓰지 않고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무더위를 즐겼다. 편하고 빠른 여행은 결코 추억도 그리움도 선물해 주지 않는다. 길을 걷기 전에도 길을 걷고 나서도 소설가 김병용이 발품으로 쓴 『길 위의 풍경』을 읽었다. 내가 아직 걷지 못한 백제의 길과 금강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섬진강과 지리산의 땀내가 나는 매혹적인 풍경을 내 안에 들일 수 있었다.
박성우 시인
『그랜드 투어』
설혜심 지음|웅진지식하우스 2013
백여 년 전만 해도, 여행은 귀족 자제나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열아홉 남짓, 교육을 마무리 지을 무렵 유럽의 귀족 자제들은 ‘세상이라는 큰 책’을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랜드 투어란 귀족 자제들이 했던 ‘교육이 있는 여행’이다. 지금의 수학여행과 어학연수의 뿌리는 그랜드 투어에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기대했던 바와 실제 효과는 늘 다른 법이다. 질풍노도의 나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객지 생활은 시간 낭비와 타락이었을 뿐이다. 물론, 여행 경험을 야무지게 즐기며 인생의 깊이를 틔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여름방학,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시기다. 생각 없는 여행은 일상의 일탈에서 그친다, 옛 사람들의 경험담만큼 좋은 충고는 없다. 여행의 즐거움과 교훈이 오롯이 담긴 『그랜드 투어』를 보며 마음을 다독일 일이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소설가의 여행법』
함정임 지음|예담|2012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건만, 떠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둘이 아니다. 떠날 수 없다면 대리만족이라도 얻어야겠으나 그 또한 마땅치 않다. 이런 이들에게 소설가 함정임의 『소설가의 여행법』은(제법) 안성맞춤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등 60여 편의 소설 속 장소와 작가와 작품들이 태어나 지금도 여전히 숨을 쉬는 곳으로 안내하며, 작품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동시에 문학의 시공간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일일이 찾아다닌 현장 사진을 바탕으로 때론 로맹 가리와 함께 페루로, 때론 헤밍웨이와 함께 킬리만자로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고두고 여행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장동석 북 칼럼니스트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창비|2005
다른 이의 경험과 감정을 따라 읽어야 하는 여행서가 식상하다면 홍은택의 미국 여행기를 추천한다. 흔히 미국여행을 떠올리면 자유의 여신상, 밤을 잊은 뉴욕 거리, 서부 지역의 광활한 산맥이 그려진다. 홍은택은 미국의 맨얼굴을 보기 위해 맥도날드 1호점, 월마트 본사, 버려진 대평원 농장 등을 여행하며 지역에 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을 만났다. 그가 발로 뛴 곳들은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레드 아메리카’로 알려진 지역이다. 보통 공화당은 잘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표하지만 정작 그 지역은 대부분 농촌이거나 쇠락한 공장지대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는 미국의 경제성장 이면에 자리 잡은 그림자와 세계화에서 밀려나는 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이경 『희망을 찾아 떠나다』 저자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전영우 지음|운주사|2011
해운대는 드넓은 백사장에다 동백나무와 두충나무, 소나무와 전나무 등으로 싱싱하고 푸른 동백섬 숲과 곰솔이라고도 부르는 해송,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 사스레피나무가 우거진 달맞이길 숲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다. 숲은 누구나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다. 6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는 범어사의 천연기념물인 등나무숲은 휘황한 여행지와 달리 고요 속의 삼매를 체험하게 한다. 내면의 휴식과 위안을 구하는 분들께 전통 경관과 자연 유산에 긴 세월의 역사성이 더해진 절집 숲을 소개하는 책을 권한다.
김정숙 서울 전동중 국어교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7』
유홍준 지음|창비|1993~2012
여행을 떠나기 전, 책으로 먼저 갈 곳을 만나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요즘은 여행 관련 책들이 많이 있어서 좋다. 그런 중에 어떤 책이 좋을까 고르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한 권 추천을 한다면 아무래도 유홍준 선생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선택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여행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 모습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굳이 어떤 책 한 권을 읽기보다는 도서관에 가서 여행 책이 가득한 서가를 쭉 둘러보고 이 책 저 책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지 않을까 한다.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
『어느 소녀의가출 일기』
마릴린 해리스 지음|김난희 옮김
중원문화|2012
이 책은 불행한 가정생활을 참지 못하고 가방 하나만 들고 목적지도 없이 히치하이킹으로 미국에서 캐나다까지 여행을 하는 한 소녀의 여정이 일기형식으로 쓰인 글이다. 소녀는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들을 접하며 삶에 대해 깊게 깨닫기 시작한다. 삶과 죽음은 같은 의미를 가지며, 많은 고통이 있을지라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생소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렇듯 여행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생소함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삶의 소중함에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희 그림 작가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
청미래|2011
알랭 드 보통이 사랑의 폐부를 모두 들춰내버렸듯 여행에 대한 그의 기술도 다르지 않다. 내가 여행을 욕망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 그러나 결코 얻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그는 친절하고도 예민한 목소리로, 하얀 태양 아래서 한 겹씩 잔인하게 벗겨내며, 우리 앞에 널어놓는다. 그것은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결국 코를 들이대고 정체를 파악해내고 싶은 미지의 냄새처럼 나를 자극한다. 이 책은 덮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종류의 의심이 들게 한다. ‘나는 왜 습관처럼 여행을 원하는 것일까? 그 욕망은 내 안에서 온 것일까?’ 의심이 나쁜 것일까? 절대로 아니다. 나는 의심하지 않은 것을 사랑해본 적이 없다.
강소희 카피라이터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김남희, 쓰지 신이치 지음
문학동네|2013
<천천히 가요>란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천천히 가요, 우리들 분명 만날 거예요. 천천히 가요, 걸어서 가요.”라고 읊조리는 이 노래와 어울리는 여행 책이 있다. 이 책은 한국의 여행작가 김남희와 일본의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가 1년간 부탄과 일본, 한국의 여러 마을들을 여성과 남성, 한국인과 일본인의 시선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천천히, 걸어서 다닌 그들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길을 잃거나 기차를 놓치는 실수투성이 여행도 ‘어쩔 수 없지’ 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게 될 것이다. 여행지에서만 잠시 누리는 여유로움이 아닌, 일상으로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진짜 여유로움을.
홍주리 학교도서관저널 기자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김영사|2002
여행을 하는 여행자란 무엇인지 나에게 가르쳐준 책이다. 나는 유독 인도라는 나라에 갖는 환상이 있다. 물론 위험하고, 사람도 많은데다 열악하기까지 해서 마음 단단히 먹고 가도 당연히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건 어렸을 때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잘 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 결코 내가 본 게 전부가 아니었던 영성의 나라 인도.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예상할 수 없는 뜻밖에 일들, 그곳에서 홀로 하는 여행. 아무리 무질서해도 문제없다는 그 나라를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어졌다. 오로지 여행자로서.
곽푸른하늘 가수 겸 작곡가
『세계를 더듬다』
제이슨 로버츠 지음|황의방 옮김
까치|2007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다. 사람들은 단순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 멋진 경험을 즐긴다. 경험이라고 말하는 것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풍경을 눈으로 보는 것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1800년대를 살았던 제임스 홀먼은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임에도 전 세계 거의 200개 문화권을 누비며 여행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편한 교통수단도 없이 걷거나 대중교통만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소비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행은 다른 곳, 예를 들면 외국에 가서 돈을 쓰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세계를 더듬다』는 진짜 여행이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려준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주인장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리오넬 오귀스트 외 지음
고정아 옮김|효형출판|2006
군 제대 몇 개월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스케치북이 없어 공책을 펴 놓고 지도를 그려가며 여행 계획을 짰다. 배를 타고 중국으로, 인도로, 이란으로, 터키로, 유럽으로, 그리고 아프리카로…. 그렇게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했다. 글쓴이들은 에코토이라는 자동차를 타고 여행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요즘은 관광을 주로 하지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하지는 않는다. 환경과 사람을 주제로 여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고마웠다. 무엇보다 글이 술술 읽힌다는 미덕이 있다.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도 이런 여행을 꼭 하고 싶다.
박규섭 보편적인여행잡지 제작팀
『로드스쿨러』
고글리 지음│또하나의문화│2009
‘길이 학교고 삶이 텍스트인 아이들의 파란만장 삽질만발 탐구생활’이란 부제를 달고 여행을 통해 삶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책상에서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들을 길 위에서 스스로 배워가는 아이들의 작업을 엮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을 여행이라 하지만, 이들 탈학교 학생들에겐 일상이 여행이 된다. ‘로드스쿨링’이란 배움의 방식을 선택하고 나서 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불안한 마음과 걱정, 남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게 잘못 된 것일지 모른다는 고민, 사회적 차별에 따른 애환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책을 통해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한 아이들의 배우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인문 서울관광고 사서교사
『언제나 여행처럼』
이지상 지음│중앙북스│2010
‘정상’ 궤도를 이탈한 삶에 대한 부담감과 공포, 나이 서른을 먹어도 제 구실 못하는 무능하고 모자란 인간이라는 패배감 속에서 그 어떤 것도 열망하고 희망하지 못하며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무기력하기만 했던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나만 홀로 방황하는 것만 같은 고립감으로 외로웠는데 책을 읽고 ‘혼자가 아니야’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적잖은 용기를 얻었다. 인생을 살며 나 스스로 풀지 못한 문제에 기가 막힌 해답을 제시해주는 해설서 같은 게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진 않지만, 적어도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은 있다. 『언제나 여행처럼』은 바로 그런 책이다.
김기민 성북동 여행카페
‘티티카카’ 운영자
『LOVE&FREE』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차수연 옮김
동아시아|2002
이 책은 신혼여행으로 2년간 세계 일주를 떠난 부부의 여행기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고 소름이 돋았다. 앉은 자리에서 세 번을 정독하고 나서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열정을 되찾았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갈 용기가 생겼다. 『LOVE&FREE』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 무거운 고민으로 놓게 되는 책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줬고, 그 영향으로 우리 부부도 세계 일주를 계획하게 되었다.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면 『LOVE&FREE』를 읽어보라구!”
이민기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딜쿠샤’ 운영자
『사계절, 전라도』
최상희 지음|북노마드|2011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상상 속의 여행은 유럽이나 미국 등 거창한 해외여행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번쯤은 우리가 마주할 여행이란 녀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까이 있기에 가보지 못했던 곳, 누군가의 고향이자 일상인 곳에 대해서 말이다. 『사계절, 전라도』는 우리 일상에 흩어져 있는 여행의 공간들을 담아낸다. 작가 최상희는 곁에 있어서 더 소홀했던, 그저 우리나라 어디쯤으로 여겨졌던 전라도를 촘촘하게 걷는다. 고향인 전주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여행하는 대목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언제나 곁에 두었기에 지나쳤던 아름다움, 사계절 아름다운 그 곳, 우리의 전라도다.
김민채 북노마드 편집자,
『더 서울』 저자
『부산가자』
김정원 지음|TERRA|2013
여름 휴가 시즌이면 많은 인파가 모이는 부산! 젊은 청춘들의 열정은 해운대 파도 속에서 식히고 연인들의 사랑은 광안대교와 함께 빛난다.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호강시켜주는 맛집들의 향연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부산을 부적이며 시끄럽다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바다로 향하는 태종대에서의 발걸음과 풍경소리 가득한 범어사, 온몸으로 달빛샤워할 수 있는 문탠로드 등은 남녀노소 모두의 즐거움이 된다. 190페이지가량의 여행 책이지만 5월의 주꾸미처럼 알차고 1+1처럼 실속 있다. 다 읽고 나면 외치게 된다. “부산 가자!”
한아름 인천 서창도서관 사서
『뉴욕 100배 즐기기』
홍수연, 홍지윤 지음
알에이치코리아|2013
정말 어떤 곳에 갈 예정이라면, 개인적으로 에세이나 여행담 형식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이란 있는 그대로의 그곳을 타인의 생각과 감정으로 거르지 않은 채 즉흥적인 내 느낌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용적인 정보에 충실한 여행서가 좋다. 정보를 바탕으로 헤매지 않아 여유롭게 많은 감정을 담아 올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특히 여러 미술관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지도가 미리 보면서 동선을 짜고 시간을 절약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뉴욕은 컨템포러리의 메카가 아니던가. 보고 느껴야 할 방대한 현대 미술작품을 하나라도 빼먹고 싶지 않다면 디테일한 정보를 놓치지 말 것.
임지원 팝아티스트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김이경 옮김
서해문집|2008
일본의 무대미술가인 세노 갓파는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이제부턴 전부 다 인도식으로 하겠다.”라고 다짐하고는 왼손으로 뒤처리를 하고, 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고,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감행한다. 늙어서까지 호기심 때문에 고생을 한다며 자조적으로 주절거리는 중년 남자의 캐릭터는 여행기를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든다. 그의 편견 없는 호기심 덕분에 현지인에게 들은 인도의 문화나 카스트 제도의 이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의 풍물과 건축물, 자신이 묵었던 호텔방과 기차 객실 등을 그린 세밀화는 어떤 컬러 사진보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놀랍게도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건 1985년이다.
오효영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편집자
『아프리카 트렉』
알렉상드르 푸생, 소냐 푸생 지음
백선희 옮김|푸르메
신혼부부였던 이들은 아프리카를 체험하기 위해 2001년 1월1일부터 3년에 걸쳐 동아프리카지구대를 따라 걸었다. 최남단 희망봉에서 시작해 이스라엘의 티베리아 호수까지 1만4000km를 걸었는데 이 책에는 희망봉에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까지 7000km의 여정을 담았다. 567페이지의 두꺼운 이 책을 밤새워 읽으며 이들의 아프리카 여행에 동참했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 이후 내가 읽은 최고의 여행서이다. 나도 오래전, 아프리카 종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카이로에서 희망봉까지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내 여행은 이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었다.
노인 : 왜 걷는 거요?
우리 : 당신들을 보려고요.
노인 : 왜 차로 가지 않는 거요?
우리 : 차로 가면 당신들을 보지 못할 테니까요. –본문 중에서
이해선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