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부모들의 입과 몸이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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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09 19:30 조회 6,100회 댓글 0건본문
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최근 책 읽기를 강조하고 학교도서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널리 확대되고 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부족한 사서교사와 사서의 공백을 메우고 도서관 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책 대출·반납이나 새 책 구입, 책 정리 같은 단순한 도서관 업무를 보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고민하고 제도 마련을 요구했던 학부모 명예사서들도 있었다. 이런 활동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져 학교도서관 환경을 좋아지게 만들고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만들고 제도 마련에 힘을 실어 왔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도서관이 없었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다. 교실 두 칸 크기의 학교도서관에는 책이 꽤 많았다. 이만 권이나 되는 책을 꽂기 위해 도서관의 절반 이상을 서가로 활용했다. 도서관은 2층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어서 늘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는데 책을 빌려 가거나 아이를 기다리며 혹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들이었다. 당시 학교에는 사서교사도 사서도 없어서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도서관을 운영했다. 학생수가 700여 명이었는데 도서관 명예 사서가 60여 명이었으니 학부모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 학부모 명예사서 60여 명은 요일별로 당번을 정해서 하루에 두 사람씩 돌아가면서 도서관 업무를 하였다. 요일 간사를 정해서 요일별로 명예사서 모임을 운영하고, 전체 운영은 임원들과 요일 간사들이 진행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책 대출 반납과 정리뿐 아니라 새 책 구입과 도서바자회와 도서관에서 매주 두 번씩 책 읽어 주기를 하고 도서관을 청소하고 꾸미는 일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근처의 시립도서관보다 깨끗하고 좋은 책과 신간을 손쉽게 구해 볼 수 있었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사서가 없던 시절에는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학교에 비정규직 사서가 배치되면서 학부모 명예사서와 협력하여 도서관 활동이 활발해진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학부모 명예사서를 없애거나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교육과 공부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을 처음 경험하는 학부모 명예사서는 학교에 도서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하고 너무 좋아한다. 도시의 외진 곳에 있는 도서관을 독서실 삼아 다녔던 경험 탓에 학교도서관 환경이 좀 열악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교 건물 맨 위층에 도서관이 있어도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낡고 어두운 환경은 책을 보관하기 위해 필요하고 오래된 책 냄새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과 도서관 활동에 대한 기대가 다르므로 학교도서관의 의미와 역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고 도서관 활동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명예사서 기본교육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학교 교육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도서관을 통해 배우고 익히면서 도서관에 익숙하게 되고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평생교육의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교육과정에 통합하여 운영해야 할 몫이 더 크다. 학교도서관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관심 있는 학생들만 찾아오는 방식이라면 도서관을 외면하는 학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다니는 누구나 학교도서관을 이용하게 하려면 도서관 교육이 교육과정에 통합되어 도서관이 익숙한 학생뿐 아니라 도서관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도서관과 친해지도록 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평생 책 읽기가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학부모 명예사서의 대부분은 학부모로서 학교 운영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학교도서관의 의미를 잘 알고 있거나 학교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면서 이런 꿈을 꾸게 되기도 하지만 주어진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모 명예사서 중에는 여러 해를 이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 가면 거기에서도 활동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면서 학교도서관의 중요함을 알고 보람을 느끼는 경우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학부모 명예사서가 교육을 통해 도서관의 의미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아야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도 그 즐거움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책 읽어 주기를 하는 학부모 모임이 늘고 있는데 연수를 통해 책 읽어 주기의 즐거움과 효과를 알게 되면 해 보려는 학부모들이 모인다. 또 막상 하다보면 어려움이 생기고 지속하기 어려운데 이때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람을 나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다른 경험을 참고하기 위해 책을 함께 보거나 강의를 듣는 등 공부 모임을 운영하면 좋다. 책 읽어 주기는 초등학교 저학년뿐 아니라 고학년으로 갈수록 스스로 책 읽는 학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도 필요하다. 생각이 깊어지는 사춘기(思春期)에는 짧은 명언들도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시기에 시나 그림책을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면 생각을 깊어지게 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이런 경험을 나누어 알게 되면 공교육을 통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널리 퍼질 수 있다.
일상의 작은 의문이 도서관을 발전시켰다
딱딱한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책을 읽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배를 깔고 누워서 보거나 소파에 편하게 기대고 앉아서 보게 된다. 책 읽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책 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조차도 나무 아래 가장 편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일상의 경험이 학교도서관을 북카페 같이 편해서 가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딱딱한 의자 대신 소파가 들어오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공간을 만들었다.
예쁜 공간을 연출하려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생겼는데 초등학교 도서관에 바닥부터 천정까지 책꽂이를 만들기도 했다. 손이 닿지 않을 뿐 아니라 눈길 두기 힘든 곳에 있는 책을 보기는 힘들다. 예전에 도서목록서랍을 뒤져서 책을 고르던 시절에는 필요한 책을 찾아 공부하듯 읽었지만 이제는 유람하듯 책장 사이를 거닐다가 마음 가는 책을 뽑아서 읽는다. 초등학생의 책 읽기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높이의 책장에 책을 꽂아두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책을 대출해 가는 횟수가 다르다.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이 반영되지 못하는 건 도서관 리모델링에 도서관 운영자들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리모델링이나 서가 등 물품을 구입하고 배치할 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한두 사람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용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오랜 경험이 여러 사람의 경험과 시선을 당하지 못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폭넓은 경험과 다양한 생각이 도서관 운영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평소에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다양한 경험이 모아지고 서로 교류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반영되는 경험이 별로 없었다. 학부모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한데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점, 불편한 점,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학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을 나누어 생각하고 제안하는 경험이 쌓이면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을 능동적으로 하게 되고 도서관도 불편한 점이 개선되어 좋은 환경이 된다.
백문百聞이而 불여일견不如一見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사서가 있더라도 문화를 만드는 일에는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 교육이 잘 이루어지려면 이미 그런 곳에서 생활하면 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아침에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가족 모두 책을 읽고 학교에 오면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다 책을 읽는다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환경이라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선생님도 부모님도 책을 읽으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즐겨 읽지 않는다. 학교도서관에서조차 교사나 사서는 업무에 바빠서 책을 읽거나 학생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거나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하기 힘들다. 아이의 초등학교도서관의 모습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이 많았다는 거다. 책 반납 대출을 하면서 짬짬이 책을 읽고 있는 학부모 명예사서가 있었고 도서관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혹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 때로는 아빠들이 있었다. “이게 좋은 거니까 해!”라고 할 때 “좋으면 자기가 먼저 하지.”라고 반발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교육은 하라고 시키는 말만으로 안 된다. 즐거운 경험과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라는 말보다 책을 읽는 문화가 절실하다. 도서관에 북적북적(BOOK積) 책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북적대면 좋겠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와 학교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고, 학부모들이 부모교육과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이용하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게 될 것이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이런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꼭 필요하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지금의 학부모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왕(君)이 없는 시절이었지만 여전히 왕을 높여 부르고 교사와 부모를 왕처럼 높이 모셔야 한다고 하고 교사와 학생은 왕과 신하의 관계처럼 수직관계였다. 그래서인지 학부모가 되고도 교사와 수직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상호존중을 넘어 아이를 담보로 한 갑을관계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기보다 담당교사가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초등학교의 높은 책장에 대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의아해 했지만 정작 교장 선생님은 그런 의견을 전해 듣지 못했다. 교장이니까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하거나 학교에 전문가가 많으니 알아서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지도 의견을 내지도 않는다. 학부모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하여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학교에 반영되도록 학교에서 구조를 만들고 운영하면 좋겠지만 학교와 교사 역시도 이런 경험이 적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요구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도서관에 관해서는 교장, 교감보다 학부모 명예사서가 현장 활동가이며 이용자로서 경험이 많으므로 주기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도서관 운영에 관한 결정을 도서관운영위원회가 하도록 하여야 한다.
도서관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려야
한 번은 도서바자회에 왔던 아버지 한 분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바자회 수익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물었다. 그런데 학부모 명예사서 임원들조차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뭐 그런 걸 따지냐며 얼버무렸다. 그 학부모는 더 이상 묻지는 않았지만 학교운영을 신뢰하기 어려웠을 거다. 학부모로서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묻지 않아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수익사업이라면 미리 수익금 사용계획을 알려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좋은 뜻을 공유하도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 학교에 필요한 일손을 돕는 정도는 환영하지만 운영을 함께하고 제안하고 요구하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사람이 모이면 잡음이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잡음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 잡음이 바로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다. 다양한 요구와 제안을 서로 조율해 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모든 사업을 공개하는 곳에서 불합리한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시끌벅적한 민주주의가 도서관에서 실현되면 좋겠다.
학교 공개수업을 다녀왔는데 아이가 그건 교사의 평소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집에 손님이 오면 내 말과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평소에도 이런 모습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면 좋겠지만 마음과 달리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는 데 익숙해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는 노력은 훨씬 더 쉽다. 이런 약간의 긴장감이 피로가 아닌 활력소가 되어 도서관 문화를 바꾸어 가길 바란다.
학교도서관은 해야 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이다. 계약직 사서가 대부분이고 대출과 반납 업무만으로도 바쁜 학교도서관의 상황을 고려하면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은 기본적으로 도서관의 숨통을 틔워준다. 학교도서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는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이 적다. 그나마도 책 반납과 대출 같은 단순 업무만 정해진 시간에 와서 하고 갈 뿐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뭔가 일을 자꾸 자꾸 하고 싶어지도록 학교가 학부모를 반기고, 명예사서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말문을 터주면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최근 책 읽기를 강조하고 학교도서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널리 확대되고 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부족한 사서교사와 사서의 공백을 메우고 도서관 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책 대출·반납이나 새 책 구입, 책 정리 같은 단순한 도서관 업무를 보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고민하고 제도 마련을 요구했던 학부모 명예사서들도 있었다. 이런 활동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져 학교도서관 환경을 좋아지게 만들고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만들고 제도 마련에 힘을 실어 왔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도서관이 없었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다. 교실 두 칸 크기의 학교도서관에는 책이 꽤 많았다. 이만 권이나 되는 책을 꽂기 위해 도서관의 절반 이상을 서가로 활용했다. 도서관은 2층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어서 늘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는데 책을 빌려 가거나 아이를 기다리며 혹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들이었다. 당시 학교에는 사서교사도 사서도 없어서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도서관을 운영했다. 학생수가 700여 명이었는데 도서관 명예 사서가 60여 명이었으니 학부모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 학부모 명예사서 60여 명은 요일별로 당번을 정해서 하루에 두 사람씩 돌아가면서 도서관 업무를 하였다. 요일 간사를 정해서 요일별로 명예사서 모임을 운영하고, 전체 운영은 임원들과 요일 간사들이 진행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은 책 대출 반납과 정리뿐 아니라 새 책 구입과 도서바자회와 도서관에서 매주 두 번씩 책 읽어 주기를 하고 도서관을 청소하고 꾸미는 일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근처의 시립도서관보다 깨끗하고 좋은 책과 신간을 손쉽게 구해 볼 수 있었다.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사서가 없던 시절에는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학교에 비정규직 사서가 배치되면서 학부모 명예사서와 협력하여 도서관 활동이 활발해진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학부모 명예사서를 없애거나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교육과 공부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을 처음 경험하는 학부모 명예사서는 학교에 도서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하고 너무 좋아한다. 도시의 외진 곳에 있는 도서관을 독서실 삼아 다녔던 경험 탓에 학교도서관 환경이 좀 열악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교 건물 맨 위층에 도서관이 있어도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낡고 어두운 환경은 책을 보관하기 위해 필요하고 오래된 책 냄새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과 도서관 활동에 대한 기대가 다르므로 학교도서관의 의미와 역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고 도서관 활동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명예사서 기본교육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학교 교육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도서관을 통해 배우고 익히면서 도서관에 익숙하게 되고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평생교육의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교육과정에 통합하여 운영해야 할 몫이 더 크다. 학교도서관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관심 있는 학생들만 찾아오는 방식이라면 도서관을 외면하는 학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다니는 누구나 학교도서관을 이용하게 하려면 도서관 교육이 교육과정에 통합되어 도서관이 익숙한 학생뿐 아니라 도서관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도서관과 친해지도록 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평생 책 읽기가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학부모 명예사서의 대부분은 학부모로서 학교 운영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학교도서관의 의미를 잘 알고 있거나 학교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면서 이런 꿈을 꾸게 되기도 하지만 주어진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모 명예사서 중에는 여러 해를 이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 가면 거기에서도 활동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면서 학교도서관의 중요함을 알고 보람을 느끼는 경우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학부모 명예사서가 교육을 통해 도서관의 의미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아야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도 그 즐거움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책 읽어 주기를 하는 학부모 모임이 늘고 있는데 연수를 통해 책 읽어 주기의 즐거움과 효과를 알게 되면 해 보려는 학부모들이 모인다. 또 막상 하다보면 어려움이 생기고 지속하기 어려운데 이때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람을 나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다른 경험을 참고하기 위해 책을 함께 보거나 강의를 듣는 등 공부 모임을 운영하면 좋다. 책 읽어 주기는 초등학교 저학년뿐 아니라 고학년으로 갈수록 스스로 책 읽는 학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도 필요하다. 생각이 깊어지는 사춘기(思春期)에는 짧은 명언들도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시기에 시나 그림책을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면 생각을 깊어지게 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이런 경험을 나누어 알게 되면 공교육을 통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널리 퍼질 수 있다.
일상의 작은 의문이 도서관을 발전시켰다
딱딱한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책을 읽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배를 깔고 누워서 보거나 소파에 편하게 기대고 앉아서 보게 된다. 책 읽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책 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조차도 나무 아래 가장 편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일상의 경험이 학교도서관을 북카페 같이 편해서 가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딱딱한 의자 대신 소파가 들어오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공간을 만들었다.
예쁜 공간을 연출하려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생겼는데 초등학교 도서관에 바닥부터 천정까지 책꽂이를 만들기도 했다. 손이 닿지 않을 뿐 아니라 눈길 두기 힘든 곳에 있는 책을 보기는 힘들다. 예전에 도서목록서랍을 뒤져서 책을 고르던 시절에는 필요한 책을 찾아 공부하듯 읽었지만 이제는 유람하듯 책장 사이를 거닐다가 마음 가는 책을 뽑아서 읽는다. 초등학생의 책 읽기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높이의 책장에 책을 꽂아두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책을 대출해 가는 횟수가 다르다.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이 반영되지 못하는 건 도서관 리모델링에 도서관 운영자들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리모델링이나 서가 등 물품을 구입하고 배치할 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한두 사람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용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오랜 경험이 여러 사람의 경험과 시선을 당하지 못한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폭넓은 경험과 다양한 생각이 도서관 운영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평소에 학부모 명예사서들의 다양한 경험이 모아지고 서로 교류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반영되는 경험이 별로 없었다. 학부모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한데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점, 불편한 점,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학교의 지원이 필요한 것을 나누어 생각하고 제안하는 경험이 쌓이면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을 능동적으로 하게 되고 도서관도 불편한 점이 개선되어 좋은 환경이 된다.
백문百聞이而 불여일견不如一見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사서가 있더라도 문화를 만드는 일에는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 교육이 잘 이루어지려면 이미 그런 곳에서 생활하면 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아침에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가족 모두 책을 읽고 학교에 오면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다 책을 읽는다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환경이라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선생님도 부모님도 책을 읽으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즐겨 읽지 않는다. 학교도서관에서조차 교사나 사서는 업무에 바빠서 책을 읽거나 학생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거나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하기 힘들다. 아이의 초등학교도서관의 모습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이 많았다는 거다. 책 반납 대출을 하면서 짬짬이 책을 읽고 있는 학부모 명예사서가 있었고 도서관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혹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 때로는 아빠들이 있었다. “이게 좋은 거니까 해!”라고 할 때 “좋으면 자기가 먼저 하지.”라고 반발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교육은 하라고 시키는 말만으로 안 된다. 즐거운 경험과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라는 말보다 책을 읽는 문화가 절실하다. 도서관에 북적북적(BOOK積) 책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북적대면 좋겠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와 학교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고, 학부모들이 부모교육과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이용하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게 될 것이다. 학부모 명예사서는 이런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꼭 필요하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지금의 학부모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왕(君)이 없는 시절이었지만 여전히 왕을 높여 부르고 교사와 부모를 왕처럼 높이 모셔야 한다고 하고 교사와 학생은 왕과 신하의 관계처럼 수직관계였다. 그래서인지 학부모가 되고도 교사와 수직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상호존중을 넘어 아이를 담보로 한 갑을관계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기보다 담당교사가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초등학교의 높은 책장에 대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의아해 했지만 정작 교장 선생님은 그런 의견을 전해 듣지 못했다. 교장이니까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하거나 학교에 전문가가 많으니 알아서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지도 의견을 내지도 않는다. 학부모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하여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학교에 반영되도록 학교에서 구조를 만들고 운영하면 좋겠지만 학교와 교사 역시도 이런 경험이 적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요구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도서관에 관해서는 교장, 교감보다 학부모 명예사서가 현장 활동가이며 이용자로서 경험이 많으므로 주기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도서관 운영에 관한 결정을 도서관운영위원회가 하도록 하여야 한다.
도서관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려야
한 번은 도서바자회에 왔던 아버지 한 분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바자회 수익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물었다. 그런데 학부모 명예사서 임원들조차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뭐 그런 걸 따지냐며 얼버무렸다. 그 학부모는 더 이상 묻지는 않았지만 학교운영을 신뢰하기 어려웠을 거다. 학부모로서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묻지 않아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수익사업이라면 미리 수익금 사용계획을 알려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좋은 뜻을 공유하도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 학교에 필요한 일손을 돕는 정도는 환영하지만 운영을 함께하고 제안하고 요구하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사람이 모이면 잡음이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잡음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 잡음이 바로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다. 다양한 요구와 제안을 서로 조율해 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모든 사업을 공개하는 곳에서 불합리한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시끌벅적한 민주주의가 도서관에서 실현되면 좋겠다.
학교 공개수업을 다녀왔는데 아이가 그건 교사의 평소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집에 손님이 오면 내 말과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평소에도 이런 모습으로 아이들과 생활하면 좋겠지만 마음과 달리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는 데 익숙해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는 노력은 훨씬 더 쉽다. 이런 약간의 긴장감이 피로가 아닌 활력소가 되어 도서관 문화를 바꾸어 가길 바란다.
학교도서관은 해야 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이다. 계약직 사서가 대부분이고 대출과 반납 업무만으로도 바쁜 학교도서관의 상황을 고려하면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은 기본적으로 도서관의 숨통을 틔워준다. 학교도서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는 학부모 명예사서 활동이 적다. 그나마도 책 반납과 대출 같은 단순 업무만 정해진 시간에 와서 하고 갈 뿐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학부모 명예사서들이 뭔가 일을 자꾸 자꾸 하고 싶어지도록 학교가 학부모를 반기고, 명예사서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말문을 터주면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