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국영수보다는 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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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7 23:54 조회 6,141회 댓글 0건본문
김경윤 일산 백석중 학부모,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
학교도서관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나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되려면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들여놔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학교도서관에 만화책도 많이 들여놓는다고 한다. 만화책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도 쉽고 편한 것만을 고르는 손길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한편 입시의 연장선에서 학교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히고 감상문을 쓰게 해서 독서기록철에 남기는 일은 담임선생님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의무가 되었다. 그렇게 기록된 독서이력이 대학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거양득이라고 독서도 하고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딴지 걸 이유는 없다. 학창 시절의 독서가 인생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익히 경험한 나로서는, 억지로라도 독서를 권장하는 교육행정에 적극적 찬성은 못하더라도 소극적 인정을 하는 편이다.
문제는 학교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들이 대부분 머리를 쓰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문학작품이나 고전작품들, 그리고 교양서적들은 모두 머리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책이다. 물론 이러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삶이 변한다면 좋겠지만 머리 성장 위주의 공부가 얼마나 인생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어떤 책들이 꽂혀 있나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되려면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들여놔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학교도서관에 만화책도 많이 들여놓는다고 한다. 만화책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도 쉽고 편한 것만을 고르는 손길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한편 입시의 연장선에서 학교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히고 감상문을 쓰게 해서 독서기록철에 남기는 일은 담임선생님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의무가 되었다. 그렇게 기록된 독서이력이 대학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거양득이라고 독서도 하고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딴지 걸 이유는 없다. 학창 시절의 독서가 인생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익히 경험한 나로서는, 억지로라도 독서를 권장하는 교육행정에 적극적 찬성은 못하더라도 소극적 인정을 하는 편이다.
문제는 학교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들이 대부분 머리를 쓰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문학작품이나 고전작품들, 그리고 교양서적들은 모두 머리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책이다. 물론 이러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삶이 변한다면 좋겠지만 머리 성장 위주의 공부가 얼마나 인생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소비의 화신이 된 학생들
국영수를 비롯한 교과 지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쌓은 교양으로 무장된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오면, 온갖 광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소비의 화신이 된다. 학생들에게 생산의 영역은 미지의 세계이다. 옷이 망가져도 바느질 하나 제대로 못하고, 밥을 짓는 법은 영원히 엄마의 몫이다. 음식은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 책상도 책장도 선반 하나도 모두 소비의 대상이다. 그러니 학생들의 관심사는 온통 돈에 집중된다. 공부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삶이 유지되는 소비의 세계에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학생들이 돈을 원하는 대로 벌 수 있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청년실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돈을 찾는 창구는 대부분 부모다. 잘난 부모 만나 잘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못난 부모 만나 못 쓰는 놈도 생긴다. 이렇게 생산 없는 소비가 가족경제를 힘들게 한다. “너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소리는 아이들에게는 저주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기가 축복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그렇게 공부해서 성공하란 법이 없는데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머리 공부 외에는 모든 것을 면제해 준다.
국영수를 비롯한 교과 지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쌓은 교양으로 무장된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오면, 온갖 광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소비의 화신이 된다. 학생들에게 생산의 영역은 미지의 세계이다. 옷이 망가져도 바느질 하나 제대로 못하고, 밥을 짓는 법은 영원히 엄마의 몫이다. 음식은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 책상도 책장도 선반 하나도 모두 소비의 대상이다. 그러니 학생들의 관심사는 온통 돈에 집중된다. 공부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삶이 유지되는 소비의 세계에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학생들이 돈을 원하는 대로 벌 수 있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청년실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돈을 찾는 창구는 대부분 부모다. 잘난 부모 만나 잘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못난 부모 만나 못 쓰는 놈도 생긴다. 이렇게 생산 없는 소비가 가족경제를 힘들게 한다. “너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소리는 아이들에게는 저주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기가 축복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그렇게 공부해서 성공하란 법이 없는데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머리 공부 외에는 모든 것을 면제해 준다.
학교도서관에 생활과 관련된 책을 꽂자
생산 없는 소비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어찌하란 말인가? 가장 궁극적으로는 학교제도가 입시 중심에서 생활교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너무도 장구한 과정이 될 터이니 논외로 하고, 학교도서관에서라도 생산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의식주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소비의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책들이 학교도서관 책꽂이에 꽂혀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옷을 직접 만들거나, 낡은 옷을 세련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든가, 음식을 만드는 책, 채소를 가꾸는 책, 책꽂이나 책장을 만드는 책, 집을 만드는 책 등 생활과 직접 관련된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거기에다 학생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뜨개질이나 재봉기술을 배우면서 만든 작품으로 패션쇼도 하고, 직접 작물을 길러 김장도 해보고, 책꽂이를 만들어 교실에 비치하고, 운동장 구석에 놓을 벤치를 공동으로 제작해본다면 머리 위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몸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생산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가경제가 힘들어지고, 가정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 위주의 삶에서 생산 위주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몸과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세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를 열어나갈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다가올 사회를 살아가려면 그에 적합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해야 할 일도 그러한 몸과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책들을 갖추는 일이다. 내 상상이 너무 과도한가?
생산 없는 소비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어찌하란 말인가? 가장 궁극적으로는 학교제도가 입시 중심에서 생활교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너무도 장구한 과정이 될 터이니 논외로 하고, 학교도서관에서라도 생산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의식주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소비의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책들이 학교도서관 책꽂이에 꽂혀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옷을 직접 만들거나, 낡은 옷을 세련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든가, 음식을 만드는 책, 채소를 가꾸는 책, 책꽂이나 책장을 만드는 책, 집을 만드는 책 등 생활과 직접 관련된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거기에다 학생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뜨개질이나 재봉기술을 배우면서 만든 작품으로 패션쇼도 하고, 직접 작물을 길러 김장도 해보고, 책꽂이를 만들어 교실에 비치하고, 운동장 구석에 놓을 벤치를 공동으로 제작해본다면 머리 위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몸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생산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가경제가 힘들어지고, 가정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 위주의 삶에서 생산 위주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몸과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세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를 열어나갈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다가올 사회를 살아가려면 그에 적합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해야 할 일도 그러한 몸과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책들을 갖추는 일이다. 내 상상이 너무 과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