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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준비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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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7 23:40 조회 5,84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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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독서는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 괴물한테 요령 있게 잡아 먹히려면 우선 좋은 책을 골라 자리에 차분하게 앉은 후 숨을 고르고 제대로 잡아 먹힐 준비를 해야 한다.
“없는 책이 너무 많다”는 우리 학교 도서실의 전체 도서는 12,000권이 넘는다. 이렇게 책이 많은데 “읽을 책이 당최 없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은 날마다 도서실에 들러 서가를 휘돌며 책 껍데기라도 살피는 학생이거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대형 서점 신간 코너를 둘러볼 여유를 가지고 있는 부모를 가진 학생이거나, 초등학생 특유의 ‘나는 특별하거든’ 증상을 앓고 있는 학생이다.
학생들이 뜸한 시간에야 책 모퉁이 헤진 곳이 보이고, 빽빽하게 꽂힌 책들 중 제자리를 못 찾은 책이 보이면특집서 그중 나도 읽고 싶은 책들을 들춰 볼 틈을 낼 수 있으니 나는 매일 아침 7시, 학교 보안관이 현관을 아직 열지 않았을 때 학교에 도착한다. 그 시각에 유일하게 열려 있는 급식실 문을 통해 도서실에 들어오면 나의 금쪽같은 시간이 채 30분도 지나기 전에 위풍당당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나를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니 바로 도서실 옆 반의 성준이다. 성준이는 2013년 독서왕이지만 책을 읽을 때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읽지 않는 이상한 버릇을 가졌다. 책의 대출 권수는 반에서 가장 많은 학생인데 독촉장도 반에서 가장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내가 늘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성준이는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21』의 126쪽 태양 그림을 눈여겨보다가 ‘동그란 태양을 중심으로 같은 거리로 잘랐는데 왜 같은 온도일 태양의 단면이 각각 다른 색깔로 칠해진 건지’ 나도 궁금해지는 의문점을 찾아냈고 후속 시리즈가 새로 나왔을 때 나에게 제일 먼저 정보를 흘리면서 남은 예산 채우기 위해 급박했던 수서 작업에 톡톡히 보탬을 줬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책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활용성, 제본 상태 등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조건에 다 포함된다. 흥미만 끄는 책은 학생들의 눈길을 끌다 말 것이니 그 손길이 오래 뻗치지 않을 것이다. 내용과 제본의 튼실함을 보는 눈은 학생들도 가지고 있기 마련이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내용과 외형 모두 튼실한 책이다. 요즘은 좋고 튼실한 책들이 참으로 많이 쏟아져 나온다. 도서실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그 예산을 잘게 쪼개 한 해 한 번의 수서 기회를 학기당 한 번 정도로 나누어 책을 사들이는 것도 요령이다. 맛있는 음식을 쳐다보면서 ‘나 언제 저거 먹을 수 있나’ 희망을 품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꿈꾸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아이들은 지친다. 어느 정도 입 안에 군침이 모아졌을 때 기대했던 책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펼쳐놔 주어야 한다.
자, 괴물에게 잡아 먹힐 준비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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