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선정한 2013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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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8 00:28 조회 8,633회 댓글 0건본문
어린이 문학
어린이 문학 분과에서는 우리 동화, 외국동화, 동시, 옛이야기, 어린이 문학 관련 서적들을 다룬다. 그중 지난해 나온 책 중에 눈길이 갔던 책을 세 권만 이야기하자면, 어린이 문학 관련 서적으로 『이오덕 일기』, 동화 중에 『나쁜 학교』, 동시에서 『나는 못난이』다. 우리 동화를 고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까지 올해의 책은 당연하게 우리 동화 중에서 골랐었다. 우리 동화에 대한 선정 위원들의 애정 어린 격려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격려를 보내기를 주저할 만큼 우리 동화의 질이 떨어졌다. 세 권 중에 올해의 책으로 서정홍의 동시집 『나는 못난이』를 선택하였다. 그의 시는 쉽다. 하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오래 생각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느낀 것만을 언어로 정확히 표현한다. 잘난 척을 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린이 책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읽었으면 싶은 책이다. 어린이에게 다가가려면 이런 마음이어야 한다. 김혜원 학교도서관문화살림어린이 그림책
2013년에도 여전히 국내 그림책은 지나치게 친절했다. 열린 결말은 자칫 미완으로 보일 수도 있는 반면, 독자를 서사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그림책들 대부분이 결말은 물론 독자가 깨닫고 느껴야 할 부분까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림책 독자층이 넓어졌다는 일각의 진단은 그저 마케팅 전략일 뿐이다. 그림책의 독자를 미숙하기만 한 아이들로 여기는 태도가 결과물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까닭이다. 해서, 특별한 결론도 설명도 없이 아이인 채로 겪어야 했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의 일면을 소소한 일기 형식으로 묶어낸 『오늘은 5월 18일』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다. 외국 그림책 속 아이들은 대체로 인류 사회의 부족함 없는 한 일원으로서 존중과 보살핌을 충분히 받고 있었다.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마티아스 피카르의 『해저 탐험』에서 장르적 책임감과 실험적 가치를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2013년을 마무리한다.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어린이 인문・사회・예술・문화
2013 어린이 인문 분과 올해의 책으로 『너구리 판사 퐁퐁이』, 『순분씨네 채소가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를 선정했다. 『너구리 판사 퐁퐁이』는 근래에 만난 책 중 가장 흥미로웠다. 실제 대법원 판례를 친근한 동물들의 이야기로 바꾸고, 만화를 삽입하여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한 점, 법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법의 기본 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선정 이유이다. 법 관련 책이 꽂히는 서가는 아이들이 가장 찾지 않는 곳 중 하나인데, 이제야 손때를 좀 탈 수 있을 것 같다. 『순분씨네 채소가게』는 ‘일’은 곧 내 삶이며, 나와 가족과 마을이 모두 하나처럼 어울려 살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짧은 글과 정감 어린 그림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는 어린이에게는 낯선 회의철학에 관한 책이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이를 과학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삽화를 통해 쉽게 보여 주고 있다.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 꼭 한 번 만나봐야 할 책이다.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어린이 자연・과학・환경・생태
2013년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해였다. 통합교과의 등장으로 지식의 전달보다는 하나의 주제에 따른 다양한 맥락의 이해 교육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통합교과에 대한 출판계의 이해 부족으로 단순히 관련 주제와 비슷한 외국 도서를 번역하여 출판하는 경향이 보였으나, 제대로 기획된 우리 과학책들도 많이 출판되어 반가웠다. 『인간의 오랜 친구 개』는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분야의 다양한 시선으로 개를 다뤘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통합교과를 보충하는 교양도서로서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여겨진다. 더불어 정확한 참고자료와 시각자료 덕분에 독자들의 궁금증 해결에도 도움이 되겠다. 또, 우리 것을 소재로 한 책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그동안 우리 옛 과학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지난해는 우리 주변의 자연으로 이야기를 만든 책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거문오름의 동굴들』과 『줄장지뱀이랑 숨바꼭질했지』를 우리 것을 잘 활용한 대표적 도서로 뽑아본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그 호기심은 주변을 관찰하는 힘에서 나온다. 올해에는 우리 주변과 생활에서 발견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박영민 서울 신정초 사서교사
청소년 문학
여러 선생님들과 1년 동안 마음으로 품었던 책들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눴다. 문학성, 진정성, 사회에 대한 인식, 자의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 각자가 가지고 있는 추천도서를 고르는 기준과 거기에 부합되는 책 목록을 언급하면서 의견을 모아 봤다. 많은 후보 중에서 선생님들의 의견이 일치한 책은 『그치지 않는 비』와 『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만남』과 『벙커』다. 『벙커』는 청소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나가는 과정을 담았고, 한강 다리 아래 ‘벙커’라는 비밀스런 장소를 설정해 미스터리 요소를 잘 녹여내서 문학성을 유지하면서도 가독성을 높였다. 10월호 ‘독자가 만난 작가’에서 추정경 작가를 만나 글의 구상에서 창작까지 글에서 말하려는 작가의 생각을 들었다. 젊지만 생각이 깊고 꼼꼼하게 연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독자를 행간에 머물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치지 않는 비』나 시인을 이토록 깊게 사랑하고 현대시와 고전시를 넘나들면서 아름다운 시어가 탄생하기까지 시인의 영화 같은 삶을 재현해 낸 『시인의 가슴을 물들인 만남』 역시 ‘올해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청소년 인문・사회
지난해 청소년 인문 분야에서 두드러진 건 인권과 심리이다. 학교폭력 및 사회적인 불안감의 팽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 중 두 권이 인권과 평화에 관한 책이다. 『서울대 인권수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권 침해에 관한 학생들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평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는 꼭 필요하지만 멀게만 느껴진 평화라는 개념이 사실은 우리 주변의 폭력과 다툼에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 평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는 점에서 선생님들의 표를 얻었다. 두 권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제를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개념을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는 여행대안학교 학생들이 낯선 곳에서 깊이 있는 여행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선생님들의 호평을 받았다. 청소년 인문 분야의 책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새해에는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문도서가 더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호은 의정부 경민여중 전문상담교사
청소년 자연・과학・환경・생태
어떤 분야든 지식을 얻으려면 관찰을 해야 한다. 관찰은 눈, 코, 입, 손, 머리, 다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록하는 행위는 필수다. 머리로만 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머리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고 이를 조직화해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과학자의 관찰노트』는 과학교사들이 기다리던 참신한 책이다. 기존의 교양과학 책이 과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이 책은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환경 분야에서는 『고릴라 이스마엘』을 선정했다. 이번이 세 번째 번역본이다. 미국에서 많이 읽혔다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히라는 법은 없지만, 책의 높은 완성도에 비하면 널리 읽히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도 컸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읽기 쉽게 번역된 것 같다. 수학 분야는 『시네마 수학』을 선정했다. 스토리텔링이 대세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책에도 스토리텔링이 적용된다. 스토리텔링은 사고력을 키워준다. 억지로 수학 지식을 아이에게 집어넣으면 PISA에서 1등을 할 수 있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없어진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같은 재미있는 수학책은 왜 안 나올까? 이 책은 이에 대한 대답이다. 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청소년 예술・문화・체육・만화저마다 표정이 다른 책들을 모아놓고 비교우위를 논한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 될 수 있다. 소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어떤 책의 절대적 가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 년 동안 선정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깨닫지 못했던 어떤 내면의 기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지난해 검토한 많은 책 중에서 선정한 세 권의 책에서 재발견한 것은 ‘소통’이다. 일기장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와 살아있는 아들이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비올리스트가 교감하며 연주를 한다. 도시에서 마을 살이를 꿈꾸는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립공간과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용공간’을 통해 마음에 공유지를 만들어냈다. 세대가 다르고, 코드가 다르며, 생각이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록해 주는 일이야말로 책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함께 사는 사회의 바람직한 가치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각각의 책들은 꽤 닮았다. 올해에는 소개하지 못해 안달이 나는 책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행복한 아이러니를 꿈꾼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