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 청소년 책 결산 좌담 - 도서추천위원회 청소년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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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8 00:19 조회 7,928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 선생님들은 매달 추천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분야별 새로 나온 책을 검토한다. 2013년 한 해 동안 출간된 대부분의 청소년 책을 살펴봤던 선생님들의 생각에, 교육 현장에서 겪은 아이들의 독서 현실을 포개어 ‘청소년의 책 읽기’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청소년들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도서추천위원 청소년 분과 참석자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이무현 의정부 경민여중 역사교사
이호은 의정부 경민여중 전문상담교사
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이무현 의정부 경민여중 역사교사
이호은 의정부 경민여중 전문상담교사
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2013년 청소년 책 분야별 흐름
왕지윤 선생님들께서는 2013년 한 해, 추천도서 선정을 위해 각 분야의 책을 꾸준히 검토하셨는데요, 우선 각 분야별 지난해 책들의 경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왕지윤 선생님들께서는 2013년 한 해, 추천도서 선정을 위해 각 분야의 책을 꾸준히 검토하셨는데요, 우선 각 분야별 지난해 책들의 경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이호은 청소년 인문 분야는 청소년의 심리를 다룬 책들이 매달 출간되었어요. 청소년 자살이나 학교폭력이 자꾸 이슈가 되다 보니까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심리 관련 책은 청소년들의 심리를 단순히 어루만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심리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조금 더 분석적으로 접근한 책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전반적인 심리에 대해 다룬 책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다룬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의 언어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어렵지 않게 쓴 책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4살부터 형법이 적용이 되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맞춰진 형법을 다룬 책도 많이 나왔는데, 아이들에게 법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 법의 적용을 구체적인 판례나 사례를 통해 알려 주는 책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외에 책을 소개하는 책이라든지, 토론 수업을 위한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동소이하고, 소개하는 책에 대한 수준이나 서평의 편차도 커서 청소년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글쓰기 관련 책은 예년에 비해 빈약했던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 기사쓰기나 논술쓰기를 비롯한 다양한 글쓰기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지난해는 권수도 줄고 눈에 띄는 책도 없더라고요. 철학책도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철학자에 대해 다루는 시리즈 이외에는 대체로 너무 어렵거나 일반화된 책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조금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서 책이 나오면 좋겠는데 철학이라는 분야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마땅한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지난해에는 국내 유명 저자의 책도 많이 나왔고, 다양한 시각으로 철학에 접근한 번역서들이 많았는데, 그런 책들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는지 2013년에는 그런 책조차도 많지 않았습니다. 노동에 관한 책들도 꾸준히 나왔는데, 아이들에게 꼭 이런 걸 생각하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생길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청소년용으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시도는 좋지만 완급조절이 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포장된 세상을 보여 주자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실을 부각시키면 오히려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게 좌절감과 피로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왕지윤 교과서가 바뀌면서 고전 요약까지는 아니지만 동・서양 고전 책들을 소개한다거나 인문학을 권장하는 책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호은 개론적인 차원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어요. 철학 분야에서 그런 시도들이 계속 있기는 했습니다. 특히 동양 철학을 많이 다루는 책이 많았는데, 주로 공자와 장자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동양 철학에 대한 관심을 고전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서 출판사에서 시도를 한 것 같은데, 사실 읽어 보면 전체적인 개요를 소개하거나 해설을 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동양 철학의 본질을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탐색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왕지윤 진로와 관련된 책들은 어떤가요?
이호은 진로 관련 책도 예전보다 더 풍성해졌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교육 현장에서도 각 학교에 진로 선생님이 배치되면서 진로에 관한 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진로 책은 이전에 쏟아져 나온 책들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간략하게 소개하거나, 유명한 인사들의 진로 찾기를 담거나, 특정 직업을 선택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진로 관련 책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특징적인 부분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추천도서로 선정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조금 더 특화된 진로 책이 출간되면 좋겠어요.
왕지윤 이무현 선생님은 역사 관련 책을 관심 있게 보셨을 것 같은데, 눈에 들어왔던 책은 없나요?
이무현 답사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짚는 책, 특정 분야의 사람들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왔어요. 좀 아쉬운 건 중학생이 읽을 만한 역사책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거예요. 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는 되지만 쉽게 이해를 해서 학습에 접목시킬 만한 책은 부족했어요. 여전히 학생들의 어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책들이 많았어요.
왕지윤 인문 분과는 워낙 다루는 분야가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청소년 문학 분야에 대해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이찬미 예전보다 폭력이나 성을 다룬다든지하는 자극적인 소재는 약간 줄어든 것 같아요. 아주 없는 건 아니었는데 조금 덜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성장 문제를 다루되 새로운 소재랑 결합한 책들도 꽤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요즘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전원생활이라든가 텃밭을 가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제 치하나 6.25 시기의 학생 이야기, 분단 및 통일을 다룬 책 등이요.
"중학생이 읽을 만한 역사책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는 되지만 쉽게 이해를 해서
학습에 접목시킬 만한 책은 부족했어요. 여전히 학생들의
어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책들이 많았어요."
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는 되지만 쉽게 이해를 해서
학습에 접목시킬 만한 책은 부족했어요. 여전히 학생들의
어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책들이 많았어요."
김광재 지난해는 다루는 소재가 확장이 됐어요. 그리고 표현 방법이 많이 세련되진 것 같아요. 청소년 문학으로 나온 책들의 종수가 굉장히 많고, 다양해졌어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문학이 훨씬 많이 출간이 되고 있는데, 저희가 추천도서로 선정한 책은 외국 작품이 더 많은 걸 보면 그 이유를 한번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청소년 문학이 외국작품에 비해 소재나 표현 방법, 문학성에서 좀 부족한 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에는 창비나 사계절출판사 같은 굵직굵직한 출판사에 나온 청소년 문학이 쟁쟁했다면, 2013년에는 소소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책을 검토하고 추천할 때는 몰랐는데 정리하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왕지윤 지난해 청소년 과학 분야의 경향을 들어볼까요?
이수종 일단은 여전히 별, 진화론에 대한 책이 강세예요. 특히 진화론은 눈에 띌 정도로 꾸준해요. 뇌과학에 대한 책도 꽤 보였어요. 새로운 경향이라면 지구계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책들이에요. 지구과학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책들이 좀 나왔어요.
과학 분야에서 눈여겨본 책은 『과학자의 관찰노트』예요. 이 책은 굉장히 분석적인 책인데 보면서 과학자의 태도에서 이런 감수성을 키울 수 있구나 싶었어요. 청소년이 읽어도 충분히 훌륭해요. 무언가를 관찰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을 가르쳐 주거든요.
수학 분야는 역사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시네마 수학』이라는 영화를 통해 수학의 이해를 높이는 책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국내 수학 교양 저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아요.
환경에 관한 책은 예전에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이 꾸준히 나왔는데 지난해는 분석적이고, 구조에 관해 다룬 책이 눈에 띄더라고요. 먹을거리나 공유지에 관한 책은 청소년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은 어찌 보면 전문서 같기도 한데 읽어 보면 내용도 참신하고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읽을 만한 책이 대체로 번역서라는 거죠.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의 실정에 맞는 구조에 관해서 쓴 청소년을 위한 책이 나오면 좋겠어요.
과학 분야에서 눈여겨본 책은 『과학자의 관찰노트』예요. 이 책은 굉장히 분석적인 책인데 보면서 과학자의 태도에서 이런 감수성을 키울 수 있구나 싶었어요. 청소년이 읽어도 충분히 훌륭해요. 무언가를 관찰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을 가르쳐 주거든요.
수학 분야는 역사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시네마 수학』이라는 영화를 통해 수학의 이해를 높이는 책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국내 수학 교양 저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아요.
환경에 관한 책은 예전에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이 꾸준히 나왔는데 지난해는 분석적이고, 구조에 관해 다룬 책이 눈에 띄더라고요. 먹을거리나 공유지에 관한 책은 청소년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은 어찌 보면 전문서 같기도 한데 읽어 보면 내용도 참신하고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읽을 만한 책이 대체로 번역서라는 거죠.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의 실정에 맞는 구조에 관해서 쓴 청소년을 위한 책이 나오면 좋겠어요.
왕지윤 청소년 예술 분과는 다루는 분야가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사진, 디자인 등 좀 많은 편인데 두드러진 건 이러한 예술을 만화나 일러스트를 접목해서 내용을 쉽게 풀어내려는 책들이 많았다는 것이에요.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나 『비 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처럼 큰 흐름을 단순히 표로 정리하거나 서술식으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나 그림을 통해서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음악, 미술, 영화 분야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다만 참신한 접근 대신에 흥미로운 개론서에 그치는 경향이 있어 책들 사이에 변별력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습니다. 건축 분야의 경우 예년에는 건축순례 형태의 답사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난해는 주거의 개념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입주자의 철학이나 시선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 형태의 책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데, 가령 사진의 경우 사진집이나 사진 기술을 담는 책, 여행이나 고백의 형태를 띠고 시적인 여운을 주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캘리그래피 관련 도서들이 유독 많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용서 느낌으로 만들어지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의 읽기는?
어떤 책을 권해야 할까?
왕지윤 선생님께서 가르치는 아이들은 저널에서 추천하는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어떤 책을 권해야 할까?
왕지윤 선생님께서 가르치는 아이들은 저널에서 추천하는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이무현 솔직히 말하면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저희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 아이는 별로 없었어요. 저희는 수준이 맞다 생각하고 추천하는데 아이들은 인문학을 어려워하고 별로 관심도 없어요. 중3 학생들인데도 굉장히 어려워해요. 어휘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조금 어렵다 싶으면 일단 접고, 쉬운 책을 읽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나 판타지나 무협지를 많이 읽더라고요.
박혜경 제가 학교 도서지도 담당이라서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선생님들이 추천한 책들을 골라 목록을 작성해요. 그런데 인문 책들은 정말 어려워요. 제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는 것 같아요. 그걸 학생들한테 자기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읽으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무현 학교에서 역사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데요,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려고 일단 좀 쉬운 책으로 해보자 해서 소설 『덕혜옹주』를 읽게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1학기 내내 읽는데도 그것조차도 힘들어하더라고요. 2학기에는 저널 추천도서인 『세상을 바꾼 맛』이라는 책을 읽기로 했어요. 이 책은 아이들이 오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어서 재밌겠다 싶어서 읽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한 챕터 읽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1, 2, 3학년 다요. 그래서 재미없냐고 물으니, 정말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이호은 요즘 ‘청소년을 위한’, ‘10대를 위한’ 이런 제목을 단 책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대부분 비슷비슷해요. ‘청소년을 위한’인데 내용을 보면, 왜 아이들이 이런 걸 알아야 하지 싶은 부분도 많아요. 역사는 더 심한 편이구요. 도서를 검토하다 보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책보다 선생님들이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책을 더 살피게 돼요. 그런데 철학, 정치, 경제는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참 어려워요. 가끔 프랑스나 독일에서 청소년들에게 읽힌다는 선거에 관한 책을 동료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에게 소개하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세요. 얇고 삽화도 많아서 수준이 낮아 보이거든요. 그런 책을 우리가 소개했을 때 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얼마나 수서를 할까요? 엄마들이 그 책을 봤을 때 아이들한테 그 책을 사줄까요? 그런 책들은 세련된 삽화에 스토리텔링을 접목시켜 아이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선생님들의 활용도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려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김광재 제가 매달 집에서 선생님들께서 선정한 추천도서를 쭉 살펴보는데, 청소년 문학 이외의 책은 다 어려운 편이더라고요.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책을 골라보는데, 선뜻 손이 가는 책이 없더라고요. 정말 청소년의 눈높이를 잘 맞춘 청소년 책이 별로 없기에 선정의 고충은 잘 아는데 어려운 책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있어요.
왕지윤 저는 그 부분에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책을 선정하는 것은 맞지만, 그러다 보면 다양성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독서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모든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안내를 통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쉬운 책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익숙지 않은 분야에서 새로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광재 어느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 요즘 아이들의 독서 성향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전략적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계획을 짜서 읽어 나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전략적이라기보다 의존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인문서나 과학, 예술 관련 책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문학작품은 아이들이 스스로 골라 읽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스스로 고르는 것을 안 하려고 하고 두려워하죠. 아이들에게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왕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아이들이 읽지 않으면 전시에 불과한 거잖아요. 아이들이 한 권이라도 읽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이호은 저희 집 아이들은 독서 습관이 많이 달라요. 한 명은 독서력이 매우 뛰어나고, 한 명은 독서를 잘 안 해요. 그런데 두 아이 모두 저희가 추천한 책들 중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은 굉장히 재밌게 잘 읽어요. 재밌어 하는 분야는 전문적인 지식이 담긴 내용이라도 읽더라고요. 관심이 없는 분야는 쉬운 책을 줘도 안 읽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선호하는 분야에 따라 독자층이 좀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혜경 아이들이 못 읽는다고 해서 쉬운 책만 선정해서는 안 되는 게 분명해요. 그래도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야 하는데 예술 분야는 청소년 책이 거의 없어요. 저희가 추천도서를 선정할 때도 청소년만 대상으로 하면 소개할 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청소년 책이 아니더라도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이면 선정을 하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서평을 쓰면서도 과연 학생들이 이 책을 읽을까 고민할 때가 있어요.
이호은 예전에 저희 세대가 청소년일 때 『감자』, 『배따라기』, 『상록수』 같은 책을 읽었는데, 실은 이런 책은 청소년 문학이 아니에요. 굉장히 어렵고, 사회 현상을 어둡게 다룬 책들도 많죠. 지금은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른들의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 수준 높은 책을 주면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눈에 맞는 책을 적정하게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독서력을 떨어뜨리는 하향평준화 같은 역효과도 있지 않은가 싶어요.
왕지윤 청소년 문학 분야의 얘기를 들어봤으면 합니다.
이찬미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갑자기 책을 많이 찾아요. 과제 독서죠. 그런데 과제 독서로 내온 책들이 여전히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선집 같은 것이었어요. 그런 책을 선생님이 지정해 주니까 그 책이 학교도서관에도 있을 것 같은데, 공공도서관에 와서 줄을 서서 예약을 하고, 엄마까지 와서 책을 찾는 걸 보면서 선생님들의 역량이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교육과정에서 다루니까 그렇구나 싶지만 놀라기도 해요. 청소년은 도서관에 주로 공부를 하러 오지만, 드물게 책을 읽거나 빌리러 오는 청소년이 있어요. 그럴 때 북트럭에 반납된 손때를 탄 책을 보면 『다이어트 학교』처럼 제목이 끌릴 만하든지, 표지가 재밌어 보인다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정말 소수이긴 한데, 세계문학을 빌리는 청소년도 있어요. 그리고 의외로 청소년들이 베스트셀러는 잘 모르고 잘 안 빌리더라고요.
왕지윤 학생들이 성적 관리나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다양한 책을 읽는다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김광재 저는 중학생 10명과 수업을 해요. 학생들이 저희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제가 소개하는 책들을 수시로 구경을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로그인 하시겠습니까?』와 『로그인 하詩겠습니까2』를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이 책들은 각각 학생들이 쓴 소설과 시를 모아 놓은 작품집인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왕지윤 저는 전문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단연 공포, 추리, 연예물입니다. 제목에 ‘피’나 잔혹한 표현이 들어가 있으면 아이들이 일단 가져가요. 책이 두꺼워도요. 그리고 연애소설이나 추리소설도 좋아해서 항상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내용에 대한 이해나 정보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라는 직감에 의존하는 듯합니다.
2014, 이런 책을 기다린다
왕지윤 2014년에는 이런 책이 나오면 좋겠다거나 이런 책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수종 요즘 과학은 융합이 대세예요. 물론 수업은 여전히 그렇게 안 되지만요. 융합에 관련해서 쉽게 쓴 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저자의 학문적인 내공은 상당해야 하고, 자료수집이 많이 필요하고, 글발도 좀 되어야 할 거예요. 그런 책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계속 나올 거 같아요. 인문학과 관련된 책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괴짜들이 많더라고요. 과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았는데 철학에 관심이 있다든가, 만화를 그리는 사람도 있어요. 앞으로 다양한 책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김광재 청소년 문학 분야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출간되는 시집이 많지 않아 별로 소개를 못 하지만 가끔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 나오면 반가워서 소개를 해요. 에세이도 많이 소개하는 편은 아닌데, 에세이는 부담이 별로 없어요. 인문, 예술, 생태 관련한 에세이도 많잖아요. 우리가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어른이 읽지만 청소년도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이 많은 편이에요.
박혜경 저는 예술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저희가 추천했던 청소년 예술 분과 책을 권하기가 힘들어요. 실기 연습하는 시간이 너무 많고 수업시간에는 엄청 자고. 저는 무용과 담임인데 무용과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무용만 해서 아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 공부 좀 하는 애들만 열심히 듣는데 어쩌다가 오랜만에 수업을 듣게 되면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요. 말하는 단어마다 질문을 해서 수업이 안 될 정도예요. 그래서 책을 권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도 자기 관심분야는 어려워도 보긴 보는데 아이들이 읽을 책이 너무 없는 거죠. 특히 무용 쪽은 너무 어렵고, 학술적인 책만 나와요.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같은 책은 우리 반 애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이었어요. 음악 관련 책도, 우리 학생들이 국악을 전공하니까 한국 음악을 좀 더 가벼우면서 쉽게 소개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예술 전공하는 아이들이 꽤 많아요. 특히 미술 전공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예고에 다니는 아이들, 인문계 다니면서 예대 가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독자를 너무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아이들은 자기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도 있으니까 그 분야의 책은 관심 갖고 읽을 수 있단 말이죠. 출판계에서는 그런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듯해요. 그나마 미술은 학생들이 읽을 만한 대중 교양서가 많은 편인데, 다른 분야는 많이 부족해요.
이무현 저는 담당이 역사여서 그런지, 제대로 고증이 된 역사소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고, 또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 나오기도 하죠. 최근 방영한 인기 사극의 경우 역사를 왜곡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정확한 정사를 바탕으로 고증해서 제작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드라마의 내용을 더 믿어요. 그래서 굉장히 난감해요. 제가 그 내용이 잘못됐다고 해도 아이들은 드라마에 그렇게 나왔다고 하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데, 소설의 형식으로 역사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역사가 수능 필수가 되어서 그런지 역사선생님들이 책을 많이 내더라고요. 한 권 안에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다 다뤄요. 콘셉트는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못하는 걸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데, 읽어 보면 다 그게 그거예요. 심지어 오류도 눈에 띄어서 권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왕지윤 여러 선생님들과 한 해 동안 검토했던 책들을 훑으면서 책과 독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