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아이들이랑 노는 게 내 일이라구!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5-02 14:55 조회 6,543회 댓글 0건

본문

배터리 방전되듯 식어 간 열정
배움은 아이들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와 경쟁 위주 의 학교교육은 더 좋은 대학, 더 높은 연봉의 직 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아이들을 가혹한 경쟁 속에 내몰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강조 되고 있고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 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아이들은 책 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책에 흥미를 갖게 할 것인가’ 다른 사서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나에게도 큰 고민거리이다. 이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권장도서, 추천도서, 다대출자, 도서부, 독서동아리, 책의 날, 독서의 달, 방학 독서교실, 작가와의 만남…. 늘 고민하고, 끊임없이 일을 했 던 것 같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절로 힘도 나고 보람도 느끼고…. 그래서 또 일을 벌이고….
처음엔 그렇게 하나하나 이루어 내는 내가 대견했고, 뿌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열정은 식어 가고, 신이 나 서 벌이던 일들은 매년 하는 관례적인 일들로 변해 갔다. 아이디어는 점점 고갈되어 갔고, 이번엔 어떤 걸 짜야하나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일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계획 된 일을 수행하느라 쓸데없이(?) 도서관에서 얼쩡거리며 일 을 방해하는 아이들을 호되게 혼냈고, 일을 준비하는 동안 제발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영혼 없는 기계처럼 해괴망측한 일 괴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중심을 옮기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대체 뭘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학교도서관은 우리의 교육현실이 요구하는 배움의 방법과 속도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 까? 가르침이 아닌 스스로의 탐구를 통해 배움이 깊어지는 곳! 그래서 조금은 느린 박자가 필요한 곳!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배움이 있는 곳! 그곳이 학교도서관이 아닐까’
이런 깨달음이 있은 후 나의 일상은 조금씩 변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일들은 줄였고, 사서로서의 나의 중심을 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로 옮겼다. 기획한 행사를 보기 좋게 포장하고 잘 치러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났고, 서툴고 미흡하더라도 내가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하 도록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넘겼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 학교도서관은 몇 년 전보다 침체되어 보인다. 책을 빌리는 아이들도 더 줄었고, 대・내외적으로 하는 행사들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바쁘다. 자기 맘을 몰라주는 친구가 밉다는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선생님한테 혼나서 억울한 아이의 하소연도 들어야 하고,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 저녁에 엄마 아빠랑 외식하기로 했다고 자랑하는 아이에게 생일 축하의 말도 건네느라…. 이제는 아이들이랑 눈 맞추고, 이야기하고, 노는 일이 내 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사서가 일은 안 하고 아이들하고 노닥거리기나 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이 놀이터가 되고 사서샘이 친구가 되어 주는 일은 아이들이 마음의 빗장을 풀고 학교도서관을 마음껏 누리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
나는 소망한다. 우리가 유년시절에 놀던 정겹고 그리운 골목길처럼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학교도서관이 마음의 쉼터로 기억되기를. 그 소망에 한 가지 소망을 더 보태 본다. 되도록 빨리, 많은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지 않으면 도태되고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도서관만은 쉼터로, 사서선생님은 트인 숨통으로 남아있어 주기를.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