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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공감하는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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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6-02 14:27 조회 4,8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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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기르는 법

독자 중심의 큐레이션을 실천한 해외 서점들


이용주 우분투북스 대표




“큐레이터라는 용어는― 자신을 창의적으로 표방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남용 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아무것도 큐레이팅하지 않는다. 

큐레이터는 취향을 중재하는 사람으로서, 세상 속에서 멋진 것은 무엇이고, 유행이 무엇인지를 집어내고 가장 좋은 것을 판단할 훈련된 식견을 가진 사람이다.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의에 필적하지 못한다.”



독립 큐레이터인 베네사 캐스트로가 2013년 미술 분야 웹사이트인 ‘콤플렉스’에 “자신을 트위터에 소개할 때 절대 ‘큐레이터’라는 명칭을 써서는 안 될 사람들의 목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큐레이터의 전문성을 강조하려고 올린 이 글은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큐레이터는 미술관과 박물관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음식 분야와 출판, 교육 관련 분야는 물론 온라인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공급 과잉의 시대에 소비자들이 선택의 혼란을 겪는 모든 영역에서 큐레이션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연말이면 넘쳐나는 트렌드서의 확산처럼 큐레이션 과잉으로 자칫 큐레이션을 위한 큐레이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언가에 대한 것에서 누군가를 위한 것으로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북큐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2015년 이후 도서관은 물론 다양한 개인들이 ‘북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북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국내 유명 포털의 오픈 사전에 ‘북큐레이션’라는 용어가 등록되기에 이른다. 사전에 따르면 북큐레이션은 ‘북 (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로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에서 북큐레이션의 핵심은 ‘주제와 독자’ 두 가지로 압축된다. 즉 북큐레이션은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며, 그 대상으로서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실행하는 북큐레이션 활동은 대부분 주제 중심의 컬렉션이 주를 이룬다. 이는 2019년에 문헌정보학 회지에 수록된 「북큐레이션을 통한 테마 컬렉션의 구축과 운영에 관한 연구」에서도 “북큐레이션 또는 테마 컬렉션이 아직까지 전문영역이나 업무로 이론과 기반을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테마 컬렉션 서비스는 이미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많은 도서관에서 실행하는 테마 중심의 북큐레이션에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서비스 대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해 없이 주제와 책에만 집중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박물관의 사례를 참고해 보자. 최근 박물관학 연구자인 스티븐 웨일은 「무언가에 대한 것에서 누군가를 위한 것으로: 미국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환」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동안 박물관의 큐레이션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관람객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큐레이션 을 하는 모든 분야에서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숙제이다. 큐레이션이 유행처럼 되어 버린 시대에 우리는 ‘왜 큐레이션을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되물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큐레이션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목표가 명확해지며 이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정립할 수 있다. 나아가 큐레이션을 위한 큐레 이션을 하고 있진 않은지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도서관의 개별 자료들은 알파벳·숫자 조합으로 된 코드나 상호 참조 키워드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도서관의 임무와 의미를 궁극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이용자 들 각자의 다양한 욕망이다.” 『도서관 환상들』(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튀르팽)에서는 도서관은 오랜 기간 굳어진 공급자 중심의 분류와 서비스 편의성을 넘어 독자들의 다 양해진 욕망과 관심 및 취향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들이 책을 찾는 방식이 그만큼 다양해졌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도서관도 독자의 필요와 요구를 반 영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오늘날 도서관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 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박물관의 서비스에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무언가에 대한 것에서 누군가를 위한 것으로’의 전환은 도서관과 서점에 있어 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에 북큐레이션을 주제로 책과 책, 독자와 책을 연결하고 독 자의 요구를 반영해 책의 발견성을 높이며, 독자 중심의 큐레이션을 실천하는 해외 서 점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북큐레이션, 독자의 마음을 책장에 담는다

북스 오브 원더 : 연령대별 눈높이에 맞춘 책 진열


미국 뉴욕의 어린이책 전문서점 북스 오브 원더(Books of Wonder)는 우리에게 영화 < 유브 갓 메일>의 모티브가 된 동네 작은 서점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영화에서는 근처에 대형서점이 생기면서 끝내 폐점을 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로는 현재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서점의 북큐레이션의 특징은 연령대별로 책을 구분해 진열 한다는 점이다. 서점의 서가에는 4세 이하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드북부터 3∼7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과 일러스트북, 8∼12세 어린이를 위한 스토리북, 십 대를 위한 소설 등 연령대별로 책장을 구성해 다양한 책을 큐레이션한다. ‘블라인드데이트북’ 코 너에도 일관성 있게 이러한 원칙을 지킨다. 또한 그림책을 고전과 현대로 나누어 진열 해 그림책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별도의 갤러리 공간을 마련해 그림책과 고전 동화 초판본 및 『괴물들이 사는 나라』, 『폴라 익스프레스』, 『오즈의 마법 사』와 같은 그림책 원화와 일러스트를 상설 전시하기도 한다. 또한 모든 책은 직원들 이 직접 읽고 선별한 것만 들여놓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아이에게 엄선된 책을 골라 읽히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이 아니라 독자가 믿고 볼 수 있는 책을 발굴해 큐레이션한다는 원칙을 통해 독자 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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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그림책을 진열한 북스 오브 원더


스트랜드 서점 : 벽면을 가득 채운 일곱 색깔의 책들 


뉴욕의 또다른 서점 중에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트랜드 서점(The Strand Bookstore)은 모든 분야의 책을 망라한 종합 서점이다. 서점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 저 카운터 뒤편에 위치한 무지개 책장을 만날 수 있다. 벽면 전체를 빼곡하게 채운 일곱 색깔의 책들이 책방을 찾는 독자의 눈길을 끈다. 북큐레이션의 기법 중 하나인 컬러를 테마로 한 서가는 영국의 노팅힐에 있는 서점의 전면 서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데, 컬러가 주는 고유한 계절의 느낌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콘텐츠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면 봄에는 노랑, 여름에는 초록, 가을에는 갈색, 겨울에는 흰색 등 계절과 컬러를 연결하거나 하늘과 바다, 정원과 숲 등 자연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 에도 색을 활용할 수 있다. 

스트랜드 서점의 책장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서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독 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POP(구매시점광고)이다. 이 서점의 POP는 독자에게 책 정보를 자세하게 안내하는 ‘스텝 픽(Staff Pick)’과 짧은 문구로 책을 집어 들게 하는 ‘홍보 POP’ 두 가지로 나뉜다. 스텝 픽은 별도의 매대를 구성해 직원들이 소개하고 싶은 책을 추천하는 글을 작성해 게시하는 것이다. 홍보 POP는 책을 알리는 간결한 문구로 책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카피가 많다. 예를 들면 “12살이 된 독자를 위한 책”, “이 봐 그냥 지나치려고”, “호기심 많은 당신을 위한 책”, “나를 집에 데려가 줘”와 같은 문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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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책장을 볼 수 있는 스트랜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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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POP 문구를 책과 함께 전시한 모습


써드 플레이스 북스 :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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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저자 코너를 운영 중인 써드 플레이스 북스

시애틀의 서점 써드 플레이스 북스(Third Place Books)는 집과 회사 또는 학교를 제외한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의 책에서 서점명을 따왔다. 이 서점은 누구나 편하게 들러 이웃과 책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점을 지향한 다. 서점의 서가는 일반적인 분류 기준을 따라 구성하지만 각각의 분류에 따라 진열된 책장 사이에 해당 분류에 어울리는 테마 서가를 운영한다. 예를 들면 자연과학 서가에는 ‘새에 관한 책’을 테마로 큐레이션하고 역사 분야 서가에는 ‘모험 또 는 탐험에 관한 책’을 큐레이션하는 방식 이다. 또한 분야별 서가 중간중간에 꽂힌 지역 작가의 책에는 ‘Local author’라는 사인물을 부착해 해당 분야에서 책을 낸 지 역의 저자들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그 분야를 탐구하는 연구자나 저자를 알린다. 독자와 지역 작가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든다.



독자 한 사람을 위한 북큐레이션 


“바르부르크는 무엇보다도, 책들-저마다 크고 작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웃한 책을 보완하는-을 

한데 모아 놓으면 학생들이 제목만 보고도 인간 정신의 본질적인 힘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도서관 환상들』에서 프리츠 작슬은 아비 바르부르크가 ‘좋은 이웃의 법칙’이라 부르며 확신을 갖고 추구한 분류법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문화 사가인 아비 바르부르크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분류법을 바탕으로 도서관을 운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분류 방식은 오랜 기간 우리에게 익숙한 듀이의 십진분류와 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구축된 도서관은 연관된 콘텐츠가 생길 때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새로 관심을 가진 주제가 나타나면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 책 장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책에 담긴 내용이다. 같 은 소설이라도 책 속의 내용 중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면 여행을 주제로 한 책장에 담길 수도 있고, 인생을 주제로 한 책장에 큐레이션할 수도 있다. 그렇게 1차적으로 분류한 책을 내용에 따라 잘 배열하면 책장에 담긴 책의 제목만으로도 책을 집어 들게 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 따라서 책을 선별하고 배열할 때 이웃한 책을 어 떤 책으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주제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한 책장에는 익숙한 책 또는 입문서로 시작해 생각의 지 평을 넓혀 줄 전문서나 깊이 있는 책들을 망라해 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어려운 책들만 진열하면 독자가 책장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고 너무 쉬운 책들만 담으면 깊이 있는 책을 찾는 독자에게 외면을 당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책과 주제 중 심의 북큐레이션에서 독자 중심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살펴보았다. 책 에서 독자로 시선을 옮겨 도서관을 자주 찾는 구체적인 독자 한 사람을 위한 북큐레 이션을 시도해 보길 제안한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한 사람의 독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큐레이션의 주제를 정하고 책을 연결한다면 독자는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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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컬렉션 서가를 만들다

김차경 느티나무도서관 사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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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수히 많이 생긴 탓 일까? 개인의 관심사와 기호는 나날이 다원화되고 옆 사람에게 “너 이거 봤어?”라고 물어봐야 대화가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름하여 ‘취향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오늘 날, 다채로운 이용자들의 일상 속 고민과 관심사를 섬세하게 더듬으며 서가를 큐레이션하는 도서관이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사회를 담는 컬렉션’(이하 사담)은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일상과 맞닿은 질문을 건져 올려 구성한 주제 서가이다. ‘죽음의 자기결정권’, ‘인종은 없다’, ‘데이트폭력은 사랑 싸움이 아니다’ 등 눈길을 사로잡는 주제가 빛나는 사담의 영업 비밀을 김차경 사서에게 들어 보았다. 



Q. '지금, 여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특별한 북큐레이션 서가를 운영하고 계시다고요. 사담 컬렉션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느티나무도서관은 ‘질문하는 사회’, ‘함께 답을 찾는 도서관’을 지향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는 문제나 의문이 생길 때 하나의 답으로 해소되지 않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대잖아요. 사담은 하나의 답으로 해소되지 않는 문제들을 도서관에서 함께 풀자는 다짐을 담아 운영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질문이나 문제들을 주제 삼아 다양한 주제 분류로 책을 큐레이션하고 자료를 모았어요. ‘혼자를 기르는 법’, ‘덕후 컬렉션’부터 ‘제노사이드’ 같은 묵직한 주제들까지 50여 개 컬렉션을 통해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용자들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카드도 서가에 비치 해 놨어요. 사회 문제를 정의하는 자신만의 언어, 나의 내밀한 이야기 등을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번아웃을 경험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이 궁금해진 이용자에게 ‘나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 컬렉션을 권해 드린 적이 있어요. 이처럼 사서들은 이용자와 소통하면서 컬렉션을 넘나들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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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담는 컬렉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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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인 사랑싸움이 아니다' 컬렉션 서가

 

Q. 시민의 탄생, 놀이하는 인간, 다양성과 존엄… 사담만의 다채로운 분류 체계가 눈에 띄어요. 


사담 컬렉션을 1층에 대대적으로 모으게 된 게 2017년인데요. 그때 컬렉션을 어떻게 분류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저희는 사서들이 분류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자고 결정했고 1층에서 투표를 진행했어요. “‘나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 컬렉션은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상’인지, ‘다양성’ 인지, ‘시민’인지 이용자들의 의견을 물었어요. 사담의 대분류 체계는 이용자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된 거예요. 저희는 KDC(한국십진분류법)가 급변하는 사회 흐름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KDC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 여기’의 사회를 담을 수 있는 문장이나 단어를 조합해서 생생하고 살아있는 컬렉션을 만들고자 했죠. 이 분류법은 이용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유동적으로 바꿔 가요. 청소년들도 고민이나 개성이 뚜렷하고 다채로운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도서관에서도 학생들이 분류 기준을 직접 세우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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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을 어떻게 분류할지 이용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소


Q. 경제, 문화, 정치 등 수많은 영역에서 날마다 이슈들이 발생하는데요. 북큐레이션 주제를 선정하는 사담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문제나 질문을 가장 먼저 고려해요. 낯선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어요. 저는 이용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 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아요. 책을 찾고 있는 이용자에게 그 책을 왜 찾는지 물어보면 일상 속 고민과 관심 분야가 드러나기 마련이에요. 잡지나 신문 등 정기간행물을 사서들이 매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정기간행물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담고 있는 하나의 렌즈잖아요. 간행물을 읽으며 “요즘 사회 이슈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구나. 그럼 우리 도서관 이용자들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면 그게 바로 사담 컬렉션의 시작이 되는 거예요. 사서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에 수서 회의에서 함께 토의하고 고민하면서 주제를 선정하고 있어요. 


Q. 책을 시각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 배치하기 위해 고민이 깊으셨을 것 같아요.

사담 컬렉션 서가는 바퀴가 있어서 이동할 수 있고 탈부착이 가능한 선반이어서 저희가 임의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다양한 판형의 책을 담을 때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죠. 이용자들의 눈길을 잘 사로잡을 수 있도록 폰트, 글자색, 정보량에도 주 의를 기울였어요. 파란색, 자주색 고딕체만 사용하고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굵게 처리했어요. 도서관 한가운데에 사담 컬렉션을 배치해서 도서관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했고 특정 공간과 컬렉션을 연계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쓰레기 생활자의 마을 설명서’ 컬렉션은 도서관에 있는 자원순환 정거장의 입구에 있어요. 컬렉션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요. 판형이 너무 커서 책장에서 튀어나오 는 책은 ‘툭’ 컬렉션, 반대로 너무 작아서 쏙 들어가는 책은 ‘쏙’ 컬렉션에 담았어요. 컬렉션을 대표할 수 있는 책은 표지가 보이도록 세워놓고요. 사담은 이용자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여러 배치를 시험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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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자원순환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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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정거장 입구에 있는 '쓰레기 생활자의 마을 설명서' 컬렉션 서가



Q. 사담은 기획부터 수서까지 사서의 자율성이 크게 보장되는 서가인 것 같아요. 수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사서들이 분야를 나누어서 매일 신간을 살펴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구입해요. 수서 회의를 하면서 신간 코멘트도 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수서하고 있어요. 항상 사담 컬렉션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은 어떤 컬렉션에 넣으면 좋을지 고민해요.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을 신청하는 경우, 잘 살펴보고 구입해서 컬렉션에 넣기도 하고요. 비율로 보면 컬렉션이 80%면 신간은 20%예요. 모든 서가를 컬렉션하자는 마음으로 신간을 검토해요. 컬렉션 서가를 도서관에서만 꾸리지 말고 삶의 현장 곳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컬렉션 버스킹’을 2019년부터 시도하기도 했어요. 전주도 가고 수원도 가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서가를 전시하기도 하면서 일상 속으로 녹아드는 질문들을 컬렉션 서가에 담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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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원 Q의 오묘한 북큐레이션 비결 


정한샘 리브레리아Q 대표




2020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그 여파로 많은 이들의 삶의 모습이 바뀌던 그 해에 책방을 열었다. 로고를 만들어 준 이가 어떤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냐기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도 되지만 책방 이름과 ‘큐레이션 책방’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큐레이션.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따르자면 존재하는 모든 동네 책방, 독립 서점은 모두 큐레이션 책방이다. 그러니 굳이 그 문구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음에도 꼭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고르는 한 권 한 권의 책에 더 집중하고 책임과 무게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또 하나의 큐레이션 책방을 열며 새긴 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제공한 자료를 보니 2021년에만 6만 4천 권이 넘는 신간 도서가 발행되었다. 그 모든 책을 살펴보고 고를 수는 없는 일. 범위를 줄이려면 확실한 기준이 필요했다. 첫째, 읽은 책 중 좋았던 책. 둘째, 읽고 질문할 수 있는 책. 셋째, 읽지 않은 책이라면 신뢰하는 작가나 출판사의 책이라는 큰 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 책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나 이름 있는 작가, 큰 출판사의 신간 위주로 선택하지 않고, 내가 읽어 보았으며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들을 추려 냈다. 작은 규모이지만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가는 단단한 사람들이 꾸려 나가는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로 서점을 채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책을 고르는 일이 즐거웠다. 작품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일이 어려워서 아무리 유명한 작가일지라도 칼럼이나 인터뷰에서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는 일이 있었으면 그이가 쓴 책들을 처분했다. 내가 읽기에 내키지 않는 책을 손님에게 권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책방 안의 책들은 책방지기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삶의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테니, 방문하는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책방이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도록 간판에 아예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겨 넣었다.


“여성, 인권, 동물권, 환경, 생태, 우리의 삶을 둘러싼 문제들, 여성문학을 위시한 소설과 에세이, 

같은 기준으로 고른 어린이와 청소년 서적, 그리고 그림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그저 아름다운 책들을 소개합니다.”


책방은 이렇게 고른 천오백여 권의 책들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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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책 진열 사이 보이는 큐레이션 기준 소개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책 고르는 힘을 가지려면


나는 두 명의 청소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청소년 문학은 큐레이션 중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부분이었다. 책방에 있는 모든 가구는 어두운 원목이 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서가 공간에는 하얀 책장을 두어 밝은 색으로 시선을 끌었다. 크기가 제각각인 어린이책의 크기에 맞춰 선반 높이도 세심하게 살폈다. 특히 청소년 서가를 꾸릴 때에는 열네 살이었던 아이와 모든 책을 함께 고르고,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큐레이션을 했다. 재미있는 스토리 위주의 책들로 서가를 채우고 기후위기, 사회 문제, 소외된 이웃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도서들로 구성했다.



나다움을 찾는 여정에 들불이 되어 주는 책

그림책 큐레이션을 할 때도 영유아들을 시각적으로 사로잡는 책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인 책을 고르는 기준과 다르게 하지 않았다. 한 번 읽고 미뤄 두기보다는 양육자와 한 번이라도 더 대화하게 만드는 그림책을 선별했기에 책방에 있는 그림책들은 다름을, 나다움을 찾는 여정을, 조금 느리거나 별나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청소년 도서 선정에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책방을 열고 보니 가장 만나기 힘든 연령 층이 바로 청소년이었다. 문을 열고 6개월이 되어 가도록 청소년 손님을 만날 수가 없었다. 오지 않는다면 가서 닿아야겠구나 싶어서 생각한 것이 책방에 오는 어른들에게 청소년 도서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과 어린이 꾸러미를 분기별로 만들어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림책+동화책이 담긴 어린이 꾸러미

나이와 상황에 맞는 그림책과 동화책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소개하니 준비해 둔 수량이 하루 만에 소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가진 책,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책들과 친구들 또는 어른들과 이야 기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책들로 분류해 뒀다. 꾸러미를 만들 때는 두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담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렇게 누군가가 골라 준 책을 재미있게 읽은 후, 그들이 직접 책방을 방문해 보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읽어야만 하는 책, 누군가 읽으라고 권한 책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한 권의 책을 들어서 표지를 보고 내용을 상상 하고, 상상하던 내용이 맞았을 때 느끼는 희열과 생각한 전개가 아닐 때 느끼는 당혹 감을 골고루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책을 선택하는 재미를 느끼는 여정이 시작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는 것, 그게 내가 오늘도 책을 읽고 고르고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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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의 북큐레이션 '꾸러미' 안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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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으로 맞춤한 청소년 서가




“책방의 큐레이션에는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했으면 한다.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고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는 책들을 권하고 싶다.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이런 기준들을 지키고 타협하고 싶지 않다.” 



눈길을 사로잡아 발걸음이 멈추도록: 큐큐레이션


가끔 대형 서점에 가면 입구부터 거대하게 자리 잡은, 숫자로 순위를 매긴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고 슬픈 마음이 들곤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멈춰 서는 곳도 그 앞인데, 그 자리에 오른 책들은 수만 권의 책 중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의 선택을 계속해서 받는다. 그런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보다 보면 정말 보물 같은 책들 은 책장 깊은 곳,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을 때가 많다. 대형 서점의 서가는 소설, 에세이 등으로만 분류되어 있어 그 보물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작은 책방의 매력은 책방마다 큐레이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리브레리아Q 역시 오픈과 동시에 다양한 큐레이션을 시작했는데 그중 같은 주제의 책 서너 권을 함께 묶어 꾸러미로 만든 큐큐레이션(서점원Q의 큐레이션)은 손님들이 매우 좋아하는 코너 이다. 잔잔한 일상을 따스한 언어로 표현한 산문집을 모아 ‘#다정한 산문 꾸러미’, 사 회 문제와 노동, 인권에 대한 책을 모아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꾸러미’ 등으로 소개하는데, 오실 때마다 각기 다른 큐큐레이션 꾸러미를 들고 가시는 손님도 계 실 정도로 인기가 좋다. 꾸준히 출간되는 가볍고 얇은 시리즈 책들을 모아 ‘#얇지만, 얕지 않은 이야기들’로 소개하기도 하고,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들을 분류해 두고 ‘# 여성의 목소리 소설이 되다’라는 문구를 적어 두기도 한다. 동네 책방은 이미 책방지기들이 한 번 엄선해 둔 책들의 공간이라 보물 같은 책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겠지 만, 그 안에서도 길을 잃는 이들을 위해 책을 분류하고 분류의 기준을 써 붙이는 일을 쉬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에 문을 열다 보니 온라인 큐레이션도 책방의 주요 업무가 되었다. 그중 눈에 띄지 않았던, 그래서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을 골라 독자들에게 연결하는 ‘비밀Q’는 이제는 리브레리아Q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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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서가에 붙은 길잡이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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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성평등 유튜브 채널 <함께 그리는 동그라미> 영상 캡쳐



책을 고르고 권하는 하루의 의미


나는 책방에 들어오는 이들이 단 한 권의 책이라도 꼭 사서 나가기를 희망한다.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접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동네 책방에서 소장할 도서를 골라 살 수 있는 독자들을 기다린다.

권한 책을 읽고 그 분야에 대해 궁금해졌다고 또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거나, 지난 번 골라 주신 책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방문하시는 분을 만나면 참 뿌듯하다. 이 책 방의 큐레이션으로 다른 세계를 만났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봤다고 말해 주신 분도 계셨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는 언어를, 추천해 준 책을 통해 찾았다고 이야기하신 손님과의 대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책방의 큐레이션에는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했으면 한다. 힘들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는 책들을 계속 읽고 골라 손님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이런 기준들을 지키며 타협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이 공간에 있는 책들은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을 말하는 책들이었으면 한다.

어린이 손님이 한 분이라도 들어오시면 어른 손님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음악을 바꾼다. 성평등 유튜브 채널 <함께 그리는 동그라미>에서 만든 노래들을 틀곤 하는데, 노래 <피워내자>에는 “작은 꿈 심어서 소중한 싹을 틔우자”라는 가사가 있다. 나는 오늘도 책 한 권을 만나러 오는 소중한 발걸음을 기다리며 노랗고 조용한 책방에 작은 꿈을 심고 있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2 <학교도서관저널> 6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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