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위드 코로나, 다시 출발하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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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21 15:51 조회 3,720회 댓글 0건본문
코로나19 시대,
도서관의 본질에 관하여
전우경 수원 소화초 사서교사
“선생님, 그 책 다 팔렸어요?”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책의 ‘행방’을 묻는 1학년 꼬마의 모습에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얼마나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쁜지, 그 설렘은 또 얼마나 달콤한지 학 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낀 시간이었다. 2020 년 1월에 시작한 코로나19 상황이 2년을 지나가고 있다. 어느덧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은 당연한 듯 익숙해졌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자 하는 ‘위드 코로나’가 발표되었다. 학교도서관도 새로운 방 역 체계를 갖추고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있다. 이렇듯 고 군분투하는 사이 우리들이 놓친 건 없을지, 변화의 시대에 나눠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 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서선생님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은 학교도서관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학생들이 학교도서관 을 잊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생기 있었던 도서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곧 나아지겠거니 낙관하며 기다렸지만 좀처럼 일상이 회복 되지 않고 있다.
개학이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를 넘어 단계별 방역지침에 따른 운영방안 적용으로 폐가제와 개가제를 반복했고 도서관 서비스와 수업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드라이브스 루, 예약 대출, 책 꾸러미 등으로 대출 반납을 시행하고 신규 교사의 자세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익히며 수업을 이어갔다. 언택트, 랜선, 오디오북과 전자책, 온라인 영상 제작 등을 활용하는 비대면 독서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사서선생님들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지친 마음과 체력을 회복하는 일
급작스러운 코로나19로 엉망이 된 학교 일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등교 금지 시기 에는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집콕 독서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단계별로 수정된 운 영방침 계획을 세웠고 이를 반영한 대면과 비대면 독서프로그램 계획서를 상황에 따 라 몇 번씩 수정하니 업무의 피로도는 가중되었다. 그럼에도 매일 책 소독기와 씨름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낀 채 종종걸음으로 학교도서관을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곤 했다.
하지만 어린이 꼬마 사서는 물론이고 든든하게 함께해 주셨던 학부모 독서회와도 대면으로 함께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북적거리며 나눴던 그림책 읽어 주기 시 간은 e학습터에 업로드한 영상으로 대체되면서 아이들과 온기를 나누지 못한 채 허전 함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이에 아이들도 선생님도 코로나블루를 염려하며 명화 읽기,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과 마음의 평화를 다룬 책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자 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기를 유연하게 보내려면 사서선생님 각자가 건강한 마음과 체력으로 자신을 챙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평등한 만인의 학교도서관으로서의 가치
그렇다면 팬데믹 시대, 온라인 도구가 범람하는 가운데서 잊지 말아야 할 도서관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용자에 대한 ‘정보 및 지식의 제공’은 여전히 도서관의 핵심 가치 이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도서관의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에 명시되어 있는 만인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 을 다하고 있는지, 학교도서관 서비스가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혹 디지털 격차에 따라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장 애가 있는 학생, 취약 계층, 소외된 학생이 접근하기 힘든 도서관을 꾸리고 있진 않은 지 세심히 살펴보아야겠다. 우리가 놓친 소외된 아이들이나 학습결손 학생에게 관심 을 두고 그들을 위한 환경을 안내해야겠다. 보듬고, 안아 주고, 토닥이는 만인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놓치지 말자.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연대의 거점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고, 가까운 이들과 함께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 게 되었다. 자동차 소리와 주변 소음에 묻혔던 새들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잠시 나마 생태계가 회복되어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통해 환경문제 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되었다.
초연결 시대가 무색하게 사람들은 관계의 단절로 외로움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 다. 한발 앞당긴 교육 여건 변화로 미래형 교육환경 기반 수업, 인프라 구축 등과 더불 어 메타버스와 각종 온라인 도구들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잃지 말아야 할 도서관 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공동체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그림책 한 권을 보며 얼굴을 마주하고 둘러앉아 표정을 읽고 마음 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의 경험을 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교사, 학부모와 함께 도서관 문화를 공유하며 형성 되었던 관계들을 통해 따뜻한 연대를 느낄 수 있다. 나아가 함께 마음을 나눈 경험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 들러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친구들의 환한 웃음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힘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공감하며 격려해 줬던 동료 교사, 힘든 시기에 전자책을 공유해 주었던 연계기 관에 감사함을 느끼며 학교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과의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고 민을 해보게 되었다. 모두의 도서관이 되기 위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학교도서관 운영 첫해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대출·반납이었다. 아이들이 도서관 에 들어올 수 없으니 책을 어떤 방법으로 대출해 줘야 할지를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학급 대출만 가능하게 했다.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인솔하여 도서관에 와야만 책을 빌릴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을 때 대출하는 것이 불가 능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책도 다르고 책을 읽고 싶은 시간도 다르고 책이 필요한 시기도 다르다. 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기 위해 대출 신청서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 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사이트에서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 신청서를 쓰면 다 음 날 그 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초등학생이다 보니 학생들이 사이트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신청서 쓰는 걸 너무 어려워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꾸역꾸역 신청서 제 출 방식으로 대출을 하다 2학기가 돼서야 도서관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대면 대출·반납도 익숙하지 않은데 코로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출·반납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다. 나는 아직 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 가 선택한 방식이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필자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은 대면 수업이었다. 각 반으로 찾아가 수업을 해도 되 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고 싶어서 굳이 가림막을 설치해 도서관에서 수업했다. 꿈꿔 왔던 사서교사로서의 수업을 실현하고 책을 통해 아이들 과 소통하는 경험은 좌절하고 있던 필자에게 사명감과 정체성을 되찾아 주었다. 하지 만 대면 수업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가림막이다. 도서관에서 수업하기 위해서,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설치했던 가림막은 학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교사 사 이도 막아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림막으로 인해 모둠을 활용한 협동학습이 불가능했고 그로 인해 수업이 단조로워졌다. 신규 교사라 수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서 모둠 활동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게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다. 모둠 활동 없이 좀 더 풍성한 수업을 하기 위해 선배 사서교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개별 활동을 수업에 넣으려 애썼다. 아이들의 활동 공간을 줄이는 가림막은 늘 난감 한 고민거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열중하는 마음
코로나 상황으로 단순 업무도 늘었다. 아이들이 다녀가면 소독 티슈로 서가를 닦고 수업 후에는 책상을 닦았다. 환기도 주기적으로 해야 했고 혹시나 아이들의 동선이 겹칠까 봐 도서관을 개방하고 난 후에는 도서관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모두 출입명 부를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반납 업무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원래는 학생들이 책을 가지고 오면 반납 처리를 한 후 바로 정리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이 닥치자 도서관 밖에 있는 반납함에 담긴 책을 모두 안으로 옮겨 반납 처리를 하고, 다시 그 책들을 책 소독기로 옮겨 소독하고, 소독한 책을 꺼내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일은 일대로 많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에 아이들이 없다. 도서관에 앉아 일하고 있으면 책들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책은 정말 많이 꽂혀 있는데 그 책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이 없 다. 도서관에 책과 나밖에 없으니 점점 고여 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한 게임을 오래 해서 게임에 대해 줄줄 외고 있는 사람들을 ‘고인물’이라고 한다던데 나는 사서교사 일에 익숙한 능력자 고인물이 아니라 그냥 도서관에 아이들이 없어서 고여 버린 사람이었다.
책들에 둘러싸여 도서관에 홀로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매달 독서 행사를 열었 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도서관 내 대출·반납은 어렵지만, 독서 행사 개최는 가능했 다. 나에게 행사는 ‘제발 우리 좀 친해져 보자.’라고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수단이었다. 행사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책을 권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수업보다 더 광범위하게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제공할 기회였다. 아침 방송에서 권정생 작가를 소개한 것과 연계하여 작가의 책을 이용한 행사도 진행하고, 학급 단위로 훈민정음 언해본을 만드 는 행사도 진행하였다. 지역 중학교와 연계한 동화구연 상영회를 진행하여 코로나 상 황에 맞는 행사도 기획했다. 꾸준히 행사를 진행하자 드디어 도서관이 학생들로 북적 거리기 시작했다. 책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도서관 행사만큼은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 들도 있었고, 행사를 통해 도서관에 처음 와 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활짝 웃으며 도서 관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도서관 문은 열리고, 신규 사서는 성장한다
2학기에 들어서고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여전히 서가 열람은 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대면 대출을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고여 있다는 느낌은 없어졌다. 교사의 존재가 학생들의 독서에 끼치는 영향력은 놀라웠다. 운이 좋게도 1학년 아이들과 오랜 시간 동안 수업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1학 년 아이들은 사서교사와 도서관에 점점 익숙해졌다. 수업 시간에 읽어 줬던 책을 도 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고 말하면 한 번 읽어 봤던 책이더라도 꼭 그 책을 빌리러 대여 섯 명씩 도서관에 왔다. 수업 시간에 독서 행사를 잠깐 언급만 했는데도 같은 반 친 구들끼리 손잡고 행사에 참여하러 와 줬다. 어떤 아이는 필자를 보러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며 함께 놀다가 교실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면 얼른 책을 골라 빌려 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많이 웃어 주고 서로 친해질수록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도서관에 자주 와 주었다. 그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발령 초반에는 책을 빌려 주기 는커녕 아이들과 마주하기도 어려워 어떻게 도서관에 초대해야 할지도 난감했고 초대 를 해도 도서관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을 찾아와 주고, 필자와 이 야기를 나눠 주고, 책도 한 권씩 빌려 가는 아이들이 힘들었던 한 해를 보듬어 주었 다. 아이들이 있어서 어려웠던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신규 교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을 테지만 2021년은 매우 아쉬 운 일 년이었다. 한 해 동안 실무를 배우며 내가 수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한 건 변함없지만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 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2022년이 기대된다. 2021년에 배웠던 것들을 잘 다 듬고 체계화해서 2022년엔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 라는 제약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첫해를 코로나와 함께 보낸 일은 나에겐 우울한 일이면서 ‘코로나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에 갇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어.’라는 마음가짐이 교육활동에 한계를 두게 했다. 좀더 공부하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서 코로나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교육, 학생들에 게 필요한 교육을 시도하고 싶다. 2022년이 기대된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2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