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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위드 코로나, 다시 출발하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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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21 15:51 조회 3,7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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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도서관의 본질에 관하여 


전우경 수원 소화초 사서교사




“선생님, 그 책 다 팔렸어요?”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책의 ‘행방’을 묻는 1학년 꼬마의 모습에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얼마나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쁜지, 그 설렘은 또 얼마나 달콤한지 학 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낀 시간이었다. 2020 년 1월에 시작한 코로나19 상황이 2년을 지나가고 있다. 어느덧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은 당연한 듯 익숙해졌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자 하는 ‘위드 코로나’가 발표되었다. 학교도서관도 새로운 방 역 체계를 갖추고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있다. 이렇듯 고 군분투하는 사이 우리들이 놓친 건 없을지, 변화의 시대에 나눠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 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서선생님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은 학교도서관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학생들이 학교도서관 을 잊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생기 있었던 도서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곧 나아지겠거니 낙관하며 기다렸지만 좀처럼 일상이 회복 되지 않고 있다.  

개학이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를 넘어 단계별 방역지침에 따른 운영방안 적용으로 폐가제와 개가제를 반복했고 도서관 서비스와 수업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드라이브스 루, 예약 대출, 책 꾸러미 등으로 대출 반납을 시행하고 신규 교사의 자세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익히며 수업을 이어갔다. 언택트, 랜선, 오디오북과 전자책, 온라인 영상 제작 등을 활용하는 비대면 독서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사서선생님들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지친 마음과 체력을 회복하는 일 

급작스러운 코로나19로 엉망이 된 학교 일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등교 금지 시기 에는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집콕 독서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단계별로 수정된 운 영방침 계획을 세웠고 이를 반영한 대면과 비대면 독서프로그램 계획서를 상황에 따 라 몇 번씩 수정하니 업무의 피로도는 가중되었다. 그럼에도 매일 책 소독기와 씨름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낀 채 종종걸음으로 학교도서관을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곤 했다.

하지만 어린이 꼬마 사서는 물론이고 든든하게 함께해 주셨던 학부모 독서회와도 대면으로 함께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북적거리며 나눴던 그림책 읽어 주기 시 간은 e학습터에 업로드한 영상으로 대체되면서 아이들과 온기를 나누지 못한 채 허전 함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이에 아이들도 선생님도 코로나블루를 염려하며 명화 읽기,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과 마음의 평화를 다룬 책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자 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기를 유연하게 보내려면 사서선생님 각자가 건강한 마음과 체력으로 자신을 챙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평등한 만인의 학교도서관으로서의 가치 

그렇다면 팬데믹 시대, 온라인 도구가 범람하는 가운데서 잊지 말아야 할 도서관의 가치란 무엇일까? 이용자에 대한 ‘정보 및 지식의 제공’은 여전히 도서관의 핵심 가치 이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도서관의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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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명시되어 있는 만인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 을 다하고 있는지, 학교도서관 서비스가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혹 디지털 격차에 따라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장 애가 있는 학생, 취약 계층, 소외된 학생이 접근하기 힘든 도서관을 꾸리고 있진 않은 지 세심히 살펴보아야겠다. 우리가 놓친 소외된 아이들이나 학습결손 학생에게 관심 을 두고 그들을 위한 환경을 안내해야겠다. 보듬고, 안아 주고, 토닥이는 만인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놓치지 말자.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연대의 거점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고, 가까운 이들과 함께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 게 되었다. 자동차 소리와 주변 소음에 묻혔던 새들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잠시 나마 생태계가 회복되어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통해 환경문제 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되었다.

초연결 시대가 무색하게 사람들은 관계의 단절로 외로움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 다. 한발 앞당긴 교육 여건 변화로 미래형 교육환경 기반 수업, 인프라 구축 등과 더불 어 메타버스와 각종 온라인 도구들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잃지 말아야 할 도서관 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공동체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그림책 한 권을 보며 얼굴을 마주하고 둘러앉아 표정을 읽고 마음 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의 경험을 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교사, 학부모와 함께 도서관 문화를 공유하며 형성 되었던 관계들을 통해 따뜻한 연대를 느낄 수 있다. 나아가 함께 마음을 나눈 경험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 들러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친구들의 환한 웃음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힘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공감하며 격려해 줬던 동료 교사, 힘든 시기에 전자책을 공유해 주었던 연계기 관에 감사함을 느끼며 학교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과의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고 민을 해보게 되었다. 모두의 도서관이 되기 위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초연결 시대가 무색하게도 사람들은 관계의 단절로 외로움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발 앞당긴 교육 여건 변화로 미래형 교육환경 기반 수업, 인프라 구축 등과 더불어 메타버스와 각종 온라인 도구들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잃지 말아야 할 도서관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공동체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존재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을 위하여 
최근 교육청에서 무인 대출반납기 설치 공문이 내려왔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 리는 사서교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계에 대한 이용자교육도 필 요하겠지만 단순 업무가 줄어들어 질 높은 교육환경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이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과 눈 마주치며 이름을 불러 주고 무슨 책을 읽 는지 살펴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에 안전한 독서 생활을 위해 비대면 독서 서 비스 기반을 늘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육공동체의 일상 회복과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도서관이 예전처럼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 위한 역할을 찬찬히 되찾아야 할 것이 다.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도서관, 학부모와 지역 주 민의 출입을 반갑게 기다리며 코로나19에도 변치 않는 도서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멈췄던 일상이 회복되고 전 세계를 위협했던 바이러스가 떠난 어느 날, 우리는 아이 들과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준 그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고인물 신규 사서교사입니다 


백진솔 부산 백산초 사서교사 



2021년에 신규 임용된 필자는 지난 1년간 학교도서관에 ‘고여’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 속에 파묻혀 눈앞에 닥친 업무만 처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서교사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왜 필요한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고여 있는 도서관을 흐르는 물길로 일구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것들은 나에게 던져진 과 제였다. 2022년에는 답을 찾아가는 한 해를 살고 싶다. 


복도에서 놀던 아이들 
백산초등학교 도서관으로 매일같이 찾아오는 5학년 남자아이들이 있다. 하루도 빠지 지 않고 도서관에 찾아와 차마 들어오진 못하고 도서관 앞에서 게임을 한다. 그 작은 반납함에 옹기종기 매달려 게임을 하다 각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면 도서관에 들어 와 책을 대출하고 가는데, 그럴 때마다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대출·반납을 하 며 아이들과 눈 맞추고,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대학생 때 실습을 하며 배 웠다. 사서교사는 한 반 단위의 아이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전교생을 만나는 일을 하 다 보니, 대출·반납 시간이 아이들과 대화 나누고 안면을 트는 기회이다. 하지만 처음 발령을 받아 백산초로 왔을 때는 아이들을 도서관에 들이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도서관도 못 가고, 운동장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일과 중 비는 시간에는 학교 복 도에서 시간을 때웠다. 복도에 철퍼덕 주저앉아 머리를 맞대고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있을 시간에 도서관에 들어와서 나랑 책 한 권 같이 읽으면 얼마나 좋을 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꼬셔 오고 싶다는 마음을 다스리며 보냈던 것 같다.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되새긴 교사의 사명감 

학교도서관 운영 첫해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대출·반납이었다. 아이들이 도서관 에 들어올 수 없으니 책을 어떤 방법으로 대출해 줘야 할지를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학급 대출만 가능하게 했다.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인솔하여 도서관에 와야만 책을 빌릴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을 때 대출하는 것이 불가 능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책도 다르고 책을 읽고 싶은 시간도 다르고 책이 필요한 시기도 다르다. 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기 위해 대출 신청서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 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사이트에서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 신청서를 쓰면 다 음 날 그 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초등학생이다 보니 학생들이 사이트 활용에 익숙하지 않아 신청서 쓰는 걸 너무 어려워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꾸역꾸역 신청서 제 출 방식으로 대출을 하다 2학기가 돼서야 도서관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대면 대출·반납도 익숙하지 않은데 코로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출·반납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다. 나는 아직 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 가 선택한 방식이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필자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은 대면 수업이었다. 각 반으로 찾아가 수업을 해도 되 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고 싶어서 굳이 가림막을 설치해 도서관에서 수업했다. 꿈꿔 왔던 사서교사로서의 수업을 실현하고 책을 통해 아이들 과 소통하는 경험은 좌절하고 있던 필자에게 사명감과 정체성을 되찾아 주었다. 하지 만 대면 수업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가림막이다. 도서관에서 수업하기 위해서,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설치했던 가림막은 학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교사 사 이도 막아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림막으로 인해 모둠을 활용한 협동학습이 불가능했고 그로 인해 수업이 단조로워졌다. 신규 교사라 수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서 모둠 활동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게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다. 모둠 활동 없이 좀 더 풍성한 수업을 하기 위해 선배 사서교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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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활동을 수업에 넣으려 애썼다. 아이들의 활동 공간을 줄이는 가림막은 늘 난감 한 고민거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열중하는 마음 

코로나 상황으로 단순 업무도 늘었다. 아이들이 다녀가면 소독 티슈로 서가를 닦고 수업 후에는 책상을 닦았다. 환기도 주기적으로 해야 했고 혹시나 아이들의 동선이 겹칠까 봐 도서관을 개방하고 난 후에는 도서관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모두 출입명 부를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반납 업무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원래는 학생들이 책을 가지고 오면 반납 처리를 한 후 바로 정리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이 닥치자 도서관 밖에 있는 반납함에 담긴 책을 모두 안으로 옮겨 반납 처리를 하고, 다시 그 책들을 책 소독기로 옮겨 소독하고, 소독한 책을 꺼내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일은 일대로 많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에 아이들이 없다. 도서관에 앉아 일하고 있으면 책들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책은 정말 많이 꽂혀 있는데 그 책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이 없 다. 도서관에 책과 나밖에 없으니 점점 고여 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한 게임을 오래 해서 게임에 대해 줄줄 외고 있는 사람들을 ‘고인물’이라고 한다던데 나는 사서교사 일에 익숙한 능력자 고인물이 아니라 그냥 도서관에 아이들이 없어서 고여 버린 사람이었다.  

책들에 둘러싸여 도서관에 홀로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매달 독서 행사를 열었 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도서관 내 대출·반납은 어렵지만, 독서 행사 개최는 가능했 다. 나에게 행사는 ‘제발 우리 좀 친해져 보자.’라고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수단이었다. 행사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책을 권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수업보다 더 광범위하게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제공할 기회였다. 아침 방송에서 권정생 작가를 소개한 것과 연계하여 작가의 책을 이용한 행사도 진행하고, 학급 단위로 훈민정음 언해본을 만드 는 행사도 진행하였다. 지역 중학교와 연계한 동화구연 상영회를 진행하여 코로나 상 황에 맞는 행사도 기획했다. 꾸준히 행사를 진행하자 드디어 도서관이 학생들로 북적 거리기 시작했다. 책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도서관 행사만큼은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 들도 있었고, 행사를 통해 도서관에 처음 와 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활짝 웃으며 도서 관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도서관 문은 열리고, 신규 사서는 성장한다 

2학기에 들어서고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여전히 서가 열람은 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대면 대출을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고여 있다는 느낌은 없어졌다. 교사의 존재가 학생들의 독서에 끼치는 영향력은 놀라웠다. 운이 좋게도 1학년 아이들과 오랜 시간 동안 수업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1학 년 아이들은 사서교사와 도서관에 점점 익숙해졌다. 수업 시간에 읽어 줬던 책을 도 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고 말하면 한 번 읽어 봤던 책이더라도 꼭 그 책을 빌리러 대여 섯 명씩 도서관에 왔다. 수업 시간에 독서 행사를 잠깐 언급만 했는데도 같은 반 친 구들끼리 손잡고 행사에 참여하러 와 줬다. 어떤 아이는 필자를 보러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며 함께 놀다가 교실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면 얼른 책을 골라 빌려 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많이 웃어 주고 서로 친해질수록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도서관에 자주 와 주었다. 그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발령 초반에는 책을 빌려 주기 는커녕 아이들과 마주하기도 어려워 어떻게 도서관에 초대해야 할지도 난감했고 초대 를 해도 도서관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을 찾아와 주고, 필자와 이 야기를 나눠 주고, 책도 한 권씩 빌려 가는 아이들이 힘들었던 한 해를 보듬어 주었 다. 아이들이 있어서 어려웠던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신규 교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을 테지만 2021년은 매우 아쉬 운 일 년이었다. 한 해 동안 실무를 배우며 내가 수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한 건 변함없지만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 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2022년이 기대된다. 2021년에 배웠던 것들을 잘 다 듬고 체계화해서 2022년엔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 라는 제약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첫해를 코로나와 함께 보낸 일은 나에겐 우울한 일이면서 ‘코로나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에 갇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어.’라는 마음가짐이 교육활동에 한계를 두게 했다. 좀더 공부하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서 코로나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교육, 학생들에 게 필요한 교육을 시도하고 싶다. 2022년이 기대된다.  





우리가 놓친 것들:
소외 없는 학습을 위하여 


시골학교 사서샘(익명)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이름은 가명임을 밝힌다. 아이들 정보가 노 출되는 것이 걱정되어 필자 역시 소속기관과 이름을 밝히지 않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 하늘이 
“하늘이 형이랑 같은 센터 다니는 구름이가 확진 판정을 받았대.”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 봄과 여름 사이, 그 어디 즈음이었을 것 이다. 동료 선생님이 급하게 뛰어 오더니 속사포처럼 상황 설명을 했다. 멍하니 듣고 만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 2020년 상반기만 해도 지 역 확진자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다들 놀랐다. 마음속에서 심한 갈등이 일었다. 음성 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아이를 잠재적 감염 전파자로 딱지 붙이는 것은 아닌가, 무엇 보다 뭐라고 말하며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지 난감했다. ‘2주면 공백이 큰데, 그 사이 한글을 다 잊을 텐데, 어떻게 메꿀 수 있지? 아… 당장 나부터 선제 검사를 받아야 하는구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2020년에 이어 현재까지 비슷한 일들이 무한 반복 중이다. 
당시 하늘이는 3학년이었다. 하늘이가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은 학년 초 수업 중에 발견했다.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보다 하늘이의 깊은 우울감이 아이에게 시선을 멈추 게 했다. 아이의 상황은 많이 안 좋았다. 엄마는 외국에서 오셨고 아빠는 무직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함께 지내던 아이는 장애가 있는 형을 돌봤고, 자는 아빠를 깨워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했다. 엄마도 많이 노력하신 걸로 알지만 낯선 한국에서 갓난아이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찼으리라. 사춘기 누나도 이 아이를 감싸 주지는 못했 다. 그렇게 아이는 혼자였다. 그나마 긴급 돌봄을 통하여 원격수업 기간에라도 아이 가 매일 학교를 나올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텅 비어 버린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담임선생님은 수학을, 나는 책 읽기를 함께했 다. 한글 공부와 함께 매일 그림책을 읽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그림책은 한 권만 읽 고 숨은그림찾기 책을 같이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리지는 않겠는데 굳이 왜?’ 이런 시선이었다. 혹시나 아이와 나 둘 중 한 명이 확진자가 되어 버리면 학교 입장이 참 난감하니, 내부 기안 을 올리지 않고 구두 결재로 마무리 지었다.  
하루는 하늘이에게 “뭐가 제일 힘들어?” 하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참 슬펐 다. “아빠 챙기는 게 힘들어요.” 그리고 희미하게 웃던 아이. 부모가 자식 챙기는 게 힘 들어야 하는데, 자식이 부모 챙기는 게 힘들다니. 그것도 초등학교 3학년이. 그때나 지 금이나 마음이 먹먹하다. 나와 함께한 이런저런 기억을 뒤로한 채, 아이는 기초학력 부진아 딱지를 떼지 못하고 4학년이 되었다. 하늘이는 올해도 여전히 그 슬픈 눈을 하고, 그림책을 빌리고 행사 선물을 받기 위해 가끔 도서관에 들른다. 


#두 번째 이야기: 봄이 
봄이도 수업 중에 발견한 아이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지만, 선생님께 물어 가며 수 업에 최대한 참여하려 애쓰는 예쁜 아이다. 혼자 생각했다. 그래, 올해는 봄이랑 책을 읽자. 복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여쭙고 슬쩍 봄이를 꼬셨다. “샘이랑 책 한 권 읽으면 펜 하나 선물로 줄게.” 아이는 그 펜을 세트로 모으는 재미로 도서관을 들 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3월부터 10월까지 매일 방과 후 그림책을 읽었 다. 8월은 방학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한 권씩 독서 공책에 기록하며, 한 줄 필사를 해 보고 책을 읽고 난 뒤에 드는 느낌을 간단히 써 보고, 책 수다를 하고 그림도 그리고 스티커도 붙이며 30∼40분 혹은 약 한 시간씩 함께 놀았다. 
봄이는 성실했지만 시간을 보낼수록 경계선 지능(지적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보다 낮은 지적능력)을 가진 아이임이 확인되었다.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은 잊었다. 아이가 감 기에 걸려 학교를 일주일 동안 나오지 못했는데, 봄이는 거의 백지 상태로 돌아왔다. 매일 반복 학습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봄 이의 담임선생님과 나는 정확히 알았다. 아이와 함께하며 좌절보다는 짙은 색깔의 슬픔과 마주하는 듯했다.  
봄이가 유독 또렷이 기억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거나 경계 선 지능을 가진 학생도 책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믿으실지 모르겠다. “누나가 책 읽어 줄게!” 의기양양하던 그 모습. 5살 아이에게 그림책을 더듬 더듬 읽어 주던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콧잔등이 시큰하다.
봄이와의 매일 책 읽기는 필자가 자가 격리에 연속으로 당첨되고, 학교에서 확진자 가 계속 발생하여 원격수업 진행과 등교 기간이 정신없이 겹쳐지면서 2학기 중반 즈음 결국 끊어졌다. 가끔 필자한테 들러 “이것 좀 먹어 봐요. 선생님 아가 갖다 줘요.”라고 말하며 사탕 하나 내놓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나는 잠시, 봄이가 얼굴도 모르는 엄마 흉내를 냈던 걸까. 그래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다는 사 실을 봄이가 기억했으면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 싶다. 마음이 무겁다. 


#세 번째 이야기: 달이 
달이는 우리 학교 최초 확진자다. 지금은 확진자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고, 확진자가 한두 명이 아니니 그나마 크게 주목받지 않지만, 작년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역신문에 아이의 가족 이야기가 실렸고, 학교는 비상이었다. 이곳은 소문이 눈처럼 불어나는 좁은 시골 동네이다. 당시 달이네 가족은 거의 죄인이었다.  
한 달 후 완치 판정을 받고 달이가 다시 등교했을 때 마침 해당 학년 대면 수업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수업 주제를 코로나 조사학습으로 정했다. 주제와 관련된 책(『선 생님, 코로나19가 뭐예요?』)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수업은 주어진 질문에 목차 와 색인을 이용하여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에 게 제시했던 목차의 소제목을 일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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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달이 반에 수업을 들어가면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싶어서 걱정스러웠다. 아 이가 상처를 받거나 움츠러들까 봐 걱정이 컸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 을 것이다. 달이는 수업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날 오후 달이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왔을 때 조금 놀랐지만 알 수 있었다. 이 아이, 내 마음을 알아챘구나. 고마 운 녀석. 그날 오후부터 달이는 간간히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때론 읽다 간다. 


#네 번째 이야기: 무너진 일상 그리고 책의 의미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졌다. 오늘 본교는 자가 격리 학생이 200명이 넘는다. 교내 확진 자가 계속 나오고 학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일상이 끊임없다. 진정한 하루살이 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내일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는 문자 가 오고, ‘확진자 접촉 여부 긴급 조사’를 하는 등 정말 난리통이다. 주변 학교들 상황 도 비슷하다. 필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횟수가 네 번이다. 지쳐간다. 어른도 이렇 게 힘든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처음에는 비대면의 거리감을 기계가 어느 정도 메꿔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미친 듯이 정보를 찾아 헤맸고 많은 것을 배웠다. 각종 동영상 녹화와 편집 툴, 구글 클래 스룸, 패들렛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팟캐스트, 낭독 모임 등 다양한 온라인 프로 그램을 진행해 보았지만, 대면만이 답이라는 결과에 늘 다다른다.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고 소통해야 한다. 특히 사각지대의 아이들은 철저하게 혼자이다. 비대면 프로그램 에 참여는커녕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진행했던 온라인 프로그램을 함께한 아이 들은 100퍼센트 엄마가 집에 있고 종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는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 소규모 학급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는 더 작아져야 한다. 한 반 인원 은 최소한 20명 이하로 더 줄어야 하고, 정교사 수는 더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상황 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꿔 주지 못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갈 곳이 없을 때, 혼자라고 느낄 때, 혹시나 열에 한 번은 책이 작은 위 로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욕심내 본다. 얘들아, 우리 힘내자!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2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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