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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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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5-10 21:42 조회 6,8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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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 교육가, 독서운동가
 
표류하는 학교도서관
몇 달 전 일이다. 진보교육감을 맞아 새로운 서울 교육 정책을 마련하는 중에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도서관’ 문제로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적이 있다. 애초의 안건은 학교도서관을 지역에 개방하는 문제였는데, 어쩌다 보니 논의의 초점이 ‘학교도서관의 정체성’에 맞춰지게 되었다. 그날 그곳에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그동안 교육 운동에 헌신해 왔고,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학교도서관’은 ‘도서대여점’이거나 ‘학교 안에 있는 공공도서관’인 듯했다. 사람들이 독서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 학교도서관을 활성화시키고 싶은 열망은 있으나 정작 ‘학교도서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되레 그날 그들이 보여 준 태도는 존경할 만한 것이었다.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학교도서관은 고유의 역할이 있다. 학교도서관을 살리고 싶으면 이것부터 살필 일이지 학교도서관 정책이라고 딱 하나 들고 나온 게 ‘지역 개방 학교도서관’이라니!”라며 질책을 했음에도 그들은 끝까지 내 말을 경청해 주었고, 마침내 학교도서관 문제를 전면재검토하기로 결정해 주었으니.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거론하지만 정작 학교도서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좀 안다는 사람들조차 각기 다른 상을 가지고 있어 ‘학교도서관’은 여전히 표류 중이라는 것!
 
학교도서관은 학습지원센터이자 혁신교육의 거점이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다, 배움터다, 독서실이다, 꿈을 꾸는 곳이다, 나를 재발견하는 곳이다, 음악과 사랑이 흐르는 곳이다, 쉼터다, 상상의 놀이터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경험과 기대가 다른 탓에 학교도서관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처럼 다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학교도서관은 넉넉히 품을 수 있고 이러한 다채로운 변신이야말로 학교도서관이 갖는 크나큰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그렇다면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런 역할들은 공공도서관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가?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이 다르지 않다면 공공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학교도서관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한, 학교도서관에 굳이 사서교사를 고집할 이유가 있나? 사서여도 괜찮지 않을까? 충분히 이런 논리와 비약이 가능하리라 본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은 ‘주민’이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공공도서관과 별 차이가 없고, 더 열악한 경우에는 책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것 말고는 ‘도서대여점’과도 다를 게 없는 실정이니 당연한 결과일것이다.
학교도서관은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학습지원센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학교도서관이 학교에 존재하는 이유이자 일반 도서관과의 차별성이다. 그리고 학교도서관이 이러한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교과서 하 나에 정답 하나’의 획일적인 우리 교육에서 벗어나, 백이면 백이 다 다른 답을 하고 배움과 가르침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업 혁신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렇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과서 외의 다양한 책과 읽기 자료들을 읽을 때(즉, 수학과 과학 시간에 수학, 과학 관련 책과 잡지들을, 음악과 미술 시간에 예술 관련 책들을,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시간에 사회과학 관련한 책들을, 윤리 시간에 철학과 종교, 고전 관련 책들을 들을 읽을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은 소설과 만화뿐 아니라 고전과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예술 관련 책들을 스스럼없이 읽을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서도 이러한 독서를 계속할 수 있다. 곧 학교도서관이 학습지원센터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수업 혁신도 가능하고 나아가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시 대한민국의 교육을 생각한다
물론, 현재 우리의 학교도서관은 학습지원센터가 전혀 아니다. 또한 서울교육청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듯,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서 마저 아직 학교도서관은 매우 낯설거나 낭만적인 공간일 뿐이다. 이는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학교도서관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교과에서 교과서는 절대화 되어 있다. 그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정답’이다. 그리고 정답은 늘 ‘하나’여야 한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아니더라도 획일적인 교육은 비난받아 마땅할 터인데 오늘날처럼 개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도 우리 교육의 획일성은 변할 줄 모른다. 그리고 이처럼 하나의 교과서, 하나의 정답만 강조되는 획일 교육에서는 ‘학습지원센터로서 학교도서관’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교사는 교과서와 참고서, 출판사가 제공하는 수업 자료만으로도 충분하고, 학생은 교과서를 몇 번이고 반복하느라 학교와 학원을 밤늦도록 오가야 한다. 곧 교사든 학생이든 학교도서관의 수많은 책과 자료를 찾아 나설 이유도, 시간도 없는 것 이다.
교과서 하나에 정답 하나인 우리 교육의 내용과 평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 ‘폭넓은 독서’니 ‘평등한 독서’니 운운하는 것은 공허하다. 제 아무리 재미난 독서 행사를 해도 도서관에는 오는 아이만 온다. 한 학교에서 50개가 넘는 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 해도 여전히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다. 000부터 900까지 서가에 온갖 책들이 꽂혀 있어도 아이들은 늘 소설과 만화 서가만 찾는다.
결국, 학령기 모든 아이들에게 독서할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은 수업 중 독서를 강화하는 일이다. 또한, 소설 읽기뿐 아니라 사회, 역사, 과학, 철학, 종교, 예술 등 폭넓은 분야의 독서를 가능케 하는 길은 전 교과에서 교과서를 내려놓고 도서관의 다양한 책과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배움이 왕성한 학령기에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의 독서 경험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했을 때라야 독서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독서가 몸에 밸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교도서관이 학교의 심장 역할을 해왔고 이러한 학습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전국학교 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선생님들이 함께 지은 『유럽도서관에서 길을 묻다』와 『북미 학교도서관을 가다』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그들은 ‘정답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형 평가를 그만둔 지 오래다. 그들에게 교과서는 기본적인 수업 자료일 뿐, 도서관의 수많은 책과 자료들(웹자료와 영상 자료 포함)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 읽고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물이 고스란히 평가에 반영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우리는 도서관 없는 교육은 생각할 수도 없다. 도서관은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는 말을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지금처럼 도서대여점 역할만 할 것이라면 학교도서관에는 전문 인력이 필요치 않다. 그곳에는 1주일 정도 사서도우미 연수를 받은 사람이라면 학부모든 도서반 아이든 담당교사든 사서든 누가 앉아 있어도 괜찮다. 또한 학교도서관이 지금처럼 대출반납 업무와 독서행사를 중심으로 운영이 될 거라면 담당교사나 사서로도 충분하다. 되레 그들이 이런 일은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이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학습지원센터 역할을 하려면 그곳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서나 담당교사라 해서 못할 것은 없다. 또한 학부모사서도우미라 해서 사서나 사서교사만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국어 교육을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국어교사를 배치하고 수학 교육을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수학교사를 배치하듯, 학교도서관이 전문성을 살려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 마땅히 그곳에 학교도서관 전문가인 ‘사서교사’를 배치해야만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학교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에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도서관에는 사서가 있어야 하듯,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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