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 왜 독서이력을 이야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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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1-18 13:46 조회 5,486회 댓글 0건본문
이덕주 서울 송곡여고 사서교사
개인정보를 다루는 방법들이 지난 10여 년 사이에 급격히 변하였다. 휴대폰을 만들 때 주민등록증을 복사해 주던 관행은 이제 아주 옛일이 되었고 마트에서 단순한 경품이벤트를 하면서 휴대폰 번호만 적어 주려고 해도 개인정보 활용동의서에 체크를 해야만 한다. 이런 사회의 개인 정보에 대한 변화된 인식과 제도에 맞춰 학교도 과거에 비해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특히, 교육계에 큰 갈등을 불러왔던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논쟁을 계기로 최근 2013년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와 삭제 기준을 놓고 학생 생활기록에 적을 내용과 적지 않을 내용 등에 대해 비교적 세밀한 논쟁과 사회적 관심 및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정착되고 있다. 지금은 심지어 학급에 학비감면대상자가 누구인지 담임도 모를 정도이다. 이렇게 학교에서의 개인정보 관리 강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분야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학교도서관계에서도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DLS) 보급 초창기에 독서기록 축적에 따른 기술적・보안적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사회적 논쟁 없이 추진되었다. 2010년에는 교육청별로 축적되어 있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통해 무려 600만 건에 이르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독서통장업자에게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상업적 이용만 문제 삼고 넘어갔다.
2011년에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에듀팟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있었고 이례적으로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의 입장이 받아들여져서 당시 교육부가 정책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에도 독서이력의 집적문제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 증가에 대한 부분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서 대학입시 시스템과의 직접적인 연계만 차단했을 뿐 본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지금까지 큰 틀에서 문제제기 없이 운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나 교사들이 바라보는 독서이력에 대한 인식은 상급학교의 진학을 위해 활용할 자료 내지는 ‘우리 아이가 책을 이만큼이나 읽었어요.’라고 자랑하는 요소가 되면 되었지, 아이들에게 해를 입힐 자료라는 인식은 없어서 유출되어도 ‘뭐 어때’라는 담대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논란도서 처리와 논란도서를 읽은 학생들에 대한 독후활동지도 공문(경기도교육청 문예교육과–3651,2015.5.28, 공문 내용 중 “나. 사후독후처리: 해당도서를 이미 대여하여 읽은 학생들에게는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과목과 연계하여 지도”라는 표현)은, 우리 아이가 단지 논란이 된 책을 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의 호출을 받아 특별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특정 내용이 부분적으로 담긴 책을 보거나 특정 사상과 관점의 책을 본다면 그 학생의 의식이나 생각도 그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아질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과거 국가보안법 사범의 검찰 공소장에서나 있었던, 즉 이런저런 책으로 세미나를 했으므로 이 학생은 북한의 사상에 찬양・고무・동조했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의 공문이 보내진 것이다. 그런 지시를 교육청 공문을 통해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공무원들과 교사들의 인식 세계는 학생들의 독서기록 축적을 좀 다른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현실적 충격을 학부모들에게 주었다. 다행히 출판계의 항의 및 여러 시민단체들의 지적과 공무원 내부의 반성을 통해 이 공문이 철회되었지만, 그것도 출판 사상의 자유 관점에 대한 것이나 특정 단체의 주장을 교육청 공문으로 보낸 것에 대한 문제 지적이 핵심이지, 학생들의 독서이력으로 학생들을 판단했다는 점이 주요 사안으로 다뤄진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의 전인격을 그 학생이 읽은 책을 통해 판단할 수 있고, 학생들의 독서기록이 열람될 수 있고, 교육적 활용이란 명분으로 학생에 대한 독서기록이 부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학교도서관전자도서관시스템을 통해서 매일매일 쌓이고 있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의 대출반납기록을 이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행대로 해왔던 것에 대한 관성과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홍보 기록만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도 다양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1년에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에듀팟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있었고 이례적으로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의 입장이 받아들여져서 당시 교육부가 정책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에도 독서이력의 집적문제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 증가에 대한 부분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서 대학입시 시스템과의 직접적인 연계만 차단했을 뿐 본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지금까지 큰 틀에서 문제제기 없이 운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나 교사들이 바라보는 독서이력에 대한 인식은 상급학교의 진학을 위해 활용할 자료 내지는 ‘우리 아이가 책을 이만큼이나 읽었어요.’라고 자랑하는 요소가 되면 되었지, 아이들에게 해를 입힐 자료라는 인식은 없어서 유출되어도 ‘뭐 어때’라는 담대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논란도서 처리와 논란도서를 읽은 학생들에 대한 독후활동지도 공문(경기도교육청 문예교육과–3651,2015.5.28, 공문 내용 중 “나. 사후독후처리: 해당도서를 이미 대여하여 읽은 학생들에게는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과목과 연계하여 지도”라는 표현)은, 우리 아이가 단지 논란이 된 책을 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의 호출을 받아 특별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특정 내용이 부분적으로 담긴 책을 보거나 특정 사상과 관점의 책을 본다면 그 학생의 의식이나 생각도 그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아질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과거 국가보안법 사범의 검찰 공소장에서나 있었던, 즉 이런저런 책으로 세미나를 했으므로 이 학생은 북한의 사상에 찬양・고무・동조했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의 공문이 보내진 것이다. 그런 지시를 교육청 공문을 통해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공무원들과 교사들의 인식 세계는 학생들의 독서기록 축적을 좀 다른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현실적 충격을 학부모들에게 주었다. 다행히 출판계의 항의 및 여러 시민단체들의 지적과 공무원 내부의 반성을 통해 이 공문이 철회되었지만, 그것도 출판 사상의 자유 관점에 대한 것이나 특정 단체의 주장을 교육청 공문으로 보낸 것에 대한 문제 지적이 핵심이지, 학생들의 독서이력으로 학생들을 판단했다는 점이 주요 사안으로 다뤄진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의 전인격을 그 학생이 읽은 책을 통해 판단할 수 있고, 학생들의 독서기록이 열람될 수 있고, 교육적 활용이란 명분으로 학생에 대한 독서기록이 부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학교도서관전자도서관시스템을 통해서 매일매일 쌓이고 있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의 대출반납기록을 이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행대로 해왔던 것에 대한 관성과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홍보 기록만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도 다양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