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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름 방학 그곳 이 책_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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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0-23 16:17 조회 5,9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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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몸을 완전 방전시키는 곳, 강원도 고성
김남중
작가, 『나는 바람이다』 저자
 
처음 강원도 고성에 갔던 겨울이 기억난다. 짐 상자를 택배로 보낸 다음 광주에서 속초행 고속버스를 타고 여섯 시간을 달렸다. 속초에서 1번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간 곳은 삼포 바닷가였다. 낡고 텅 빈 콘도의 방 하나를 빌려 석 달동안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였다.
의사의 경고와 밤낮없이 속을 뜨겁게 한 통증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저염식을 준비해 먹고, 등산화를 신고 날마다 송지호 둘레를 걸었다. 겨울 고성은 쓸쓸해서 아름다운 곳이었다. 철새가 쉬는 석호와 하얗게 부서지는 동해바다, 자작나무 군락이 하얀 비탈, 가까이 보이는 대청봉과 울산바위, 논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초병들이 말없이 지키는 군부대 사이를 걸으며 봄이 오길 기다렸다. 준비해 간 약 보따리가 텅 비길, 그래서 이 통증이 사라지길,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처럼 가뿐한 몸으로 남쪽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일하지 않고 몸을 달랬던 겨울은 첫해뿐이었다, 다음 해부터는 일감을 잔뜩 안고 고성으로 갔다. 완벽하게 혼자 지낼 수 있는 곳이어서 일하기에 좋았다. 쓰다가 눈이 피곤하면 낮잠을 자고, 잠으로도 풀리지 않는 긴장은 새 길을 찾아 산책으로 풀었다. 사람이 그리우면 1번 버스를 타고 속초중앙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그렇게 겨우내 외딴 방에서 글을 쓰면 봄이 왔다. 완성된 원고와 때 묻은 겨울옷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바람처럼 달렸다』, 『나는 바람이다 3, 4』등이 그렇게 써진 동화다. 그 외에도 몇 권이 있는데 책을 볼 때마다 그 책을 쓰는 동안 고성에서 보냈던 시간이 떠오른다.
주위 사람들은 강원도로 혼자 떠나는 나를 부러워한다. 원양조업을 떠나는 선장처럼 사뭇 비장한 내 속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고성은 일하는 곳이다. 설악산을 날마다 바라보면서도 팔 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돌 던지면 떨어지는 곳에 해수욕장을 두고도 여름에 발 한 번 적시지 않았다. 새벽까지 일하는 버릇 때문에 일출을 본 것도 손꼽을 정도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는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오래 쓰려면, 단거리경주처럼 달릴 수만은없기 때문이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나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자전거로 미시령과 한계령, 구룡령을 넘는 짧은 여행을 하고, 독도에 다녀오고, 대청봉에 오르는 것이다.
머리와 몸을 교대로 완전히 방전시키는 느낌은 냉온탕을 오가듯 짜릿하다. 얼마 전 산불방지 때문에 설정되었던 등산로 폐쇄기간이 끝나자마자 설악산에 올랐다. 그동안 우러러보던대청봉에 올라 내가 서성대던, 글을 쓰던, 장을 보던 고성과 속초를 내려다보는 마음은 뿌듯하고 아련했다.
몸의 에너지를 비우면 머릿속 에너지가 충전되고 머리를 완전히 방전시키면 몸에 팽팽하게 힘이 찬다. 고성으로 향하는 내 여행은 해마다 계속될 것이다. 어떤 책을 쓰게 될지, 어떤 상을 스스로에게 주게 될지 기대가 되는 여행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지음|허태준 그림|창비|2009
이혼을 결정한 부모에게 반발하여 집을 뛰쳐나온 호진이는 전국일주 자전거여행에 휩쓸리게 된다.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엉망이 된 가정을 되살리기 위해 고성 바닷가에서 꾸민 호진이의 비밀 계획이 시작된다.
 
『바람처럼 달렸다』
김남중 지음|김중석 그림|웅진주니어|2010
동주는 꼬마에서 청소년이 될 때까지 자전거와 함께 성장한다. 자전거를 타며 겪게 되는 사건, 가게 된 장소,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열두 편이 차례로 펼쳐지며 동주의 몸과 마음을 쑥쑥 자라게 한다.
 
『나는 바람이다 3, 4』
김남중 지음|강전희 그림|비룡소|2015
1666년 조선을 탈출한 홀란드 선원 하멜과 함께 떠난 열세 살 해풍이 이야기. 독립을 위해 홀란드 동인도회사와 싸우는 자바인들의 사연에 이어 대서양과 홀란드, 멕시코, 태평양 편이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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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당신의 이야기 영월 별마로 천문대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별은 혼자서는 빛나지 않아.” 단순바보적인 왕년의 가수왕 박중훈에게 마냥 속 깊은 매니저 안성기가 건네는 대사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말이지만 안성기 정도의 대배우가 읊조려서인지 어느 순간 가슴에 스민다.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된 <라디오스타>의 헤드카피로도 쓰인 이 대사가 읊조려진 장소는 영월의 어느 천문대. 이윽고 두 사람은 천문대 위에서 영월 시내를 내려다본다.
마치 밤하늘을 옮겨 놓은 듯 근사하다. 영화를 봤던 이라면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영월, 인구 4만의 조촐한 고장. 서울에서 제천을 지나 38번 국도를 따라가다 영월읍으로 진입, 다시 촌락의 북쪽에 있는 봉래산을 800미터가량 올라가면 국내 최대의 ‘시민’ 천문대가 나온다. 바로 ‘영월 별마로 천문대(www.yao.or.kr)’다. 별은 star, 마루는 정상, 로는 고요할 로, ‘별을 보는 고요한 천문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매일(은 아니고 월요일은 쉰다) 별을 ‘보여’ 준다. 그냥 보여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설명까지 해 준다. 재미있고 알기 쉽다. 원통형 모양의 극장에서 그리스 신화를 살짝 곁들인 40분가량의 설명이 끝나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별밤지기’가 실제로 하나하나 별을 짚어 가며 아까의 설명들을 복기해 준다. 아슬아슬할 정도로 별에 바싹 다가갔다는 느낌, 별을 쳐다보는 내내 우주에 몸을 맡긴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한물간 가수왕과 매니저의 우정을 그린 <라디오스타>를 인상 깊게 본 이후, 나는 이삼 년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 그러고는 질릴 때까지 별을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좌표를 잃고 깜깜한 밤바다를 방황하던 배가 멀리서 반짝이는 등대의 불빛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는 광경이 떠오른다. 우왕좌왕하는 내 앞에도 조만간 어디선가 길잡이로 삼을 만한 불빛이 비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천지명찰』
우부카타 도우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2014
‘일식을 예측할 수 있다면 세상에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별자리와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독자적인 달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바둑 기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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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이야기가 들려오는 신동엽문학관
고정원 ‘나우학교’ 교사, 『책으로 말 걸기』 저자
 
 
 
1.JPG
 
처음부터 부여에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처럼 미리 책도 읽고 자료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 오래된 이야기들이 넘칠 것 같았고, 정말 도착해 보니 도시 전체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유난히 동네에 개들이 많았고, 부여에서 만난 개들 역시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생기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을 만났다.
부여 시내에서 익숙해 보이는 동네 골목을 지나면 커다란 태극기가 눈에 띄는 신동엽문학관. 그렇지 않아도 팟캐스트를 통해 인터뷰를 듣고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분이 지은 건물이라고 하니 더 정이 갔다. 입구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지나 전시실을 따라가다 보면 옥상 잔디밭이 나온다. 그리고 그 잔디밭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사이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참 신기한 구조다. 전시물들도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세심하게, 때로는 큰 선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마당 한 편에 세워진 시의 깃발은 감동이다.
작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머물면서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전시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너무 크지 않은 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다 너무 더워지면 시집 『금강』을 들고 금강변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 시원한 강바람을 받으며 소란스러웠을 금강나루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듯하다.
 
『타박타박 부여 나긋나긋 사비』
김정현, 윤민 지음|비하인드|2014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박물관에서 산 책.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얼굴로 부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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