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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단편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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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7-04 15:29 조회 8,3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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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가출」
어린 펠레가 아버지의 한마디에 섭섭함을 느껴 가출을 시도한다는
이야기. 아버지는 만년필이 사라진 것을 펠레에게 무심코 훔쳤냐고
한마디 던지고, 아이를 의심한 그 상처는 오롯이 펠레의 마음에 남
는다. 펠레는 부모님을 슬프게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펠레의
엄마는 그런 펠레의 마음을 섬세하게 지켜보고 ‘나 전달법’ 대화로
어린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잃어버린 동심을 찾게 해 주는 작품.
“그래도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가끔 우리가 잘못하기도 하지
만 그래도 우리는 너를 무척 사랑한다.”
 
「메리트 공주님」
애잔한 느낌을 선물해 주는 여덟 살 여자아이의 순수한 사랑 이
야기.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캐릭터에게 거리감을 두고 객관화된
입장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은 숭고한 일. 이 동화를 읽고 나면 메리트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지 돌아보
게 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나눌 힘을 기르
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김미경 서울 불광중 사서
“요나스 페터가 주먹 쥔 손을 내밀어 메리트에게 상자 하나를 준
겁니다. 뚜껑에는 꽃이 그려져 있고, 안에는 사탕과 반지가 들어
있는 작고 둥그런 함석 상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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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어쩌다 어른이 된 당신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10가지 단편 모음집.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훔친
<바람의 빛깔>이라는 노래와 딱 맞아떨어지는 「시애틀 추장의 연
설문」을 소개한다. 이 단편은 자연과 더불어 풍요롭게 살던 아메리
카 대륙의 인디언들이 백인들의 총칼에 목숨을 잃고 인디언 보호
구역으로 밀려나야 했던 역사와 그 속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
직였던 한 추장의 연설문을 다루고 있다. 그의 연설문은 탐욕에 눈
먼 인류로 인해 망가져 버린 자연부터 병들어 가는 우리의 현실, 앞
으로의 대안까지 제시한다.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전원주택이 들어선 고향의 산하를 볼
때마다 내 어린 날이 사라져 가는 아픔을 느낀다. 인간이 살기 위
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훼손되어야 할까. 이번 휴가에는 텀블러로
물을 마시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여행
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미소를 띄워 보자. 자연과 타인을 향해 사
랑의 향기를 날려 보내는 여행을 추억할지도 모른다.
김해숙 부천여월중 사서
“우리는 땅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한 것임
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이어주는 피처럼 서
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합니다. 그러
니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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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
냇가에 발 담그고 맛있는 수박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
던 무렵, 튜브에 몸이 낀 채 뭔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으로 물에 발
을 담군 악어가 눈에 띄었다.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
어』? 제목과 악어의 표정이 흥미로워 책을 펼쳤다.
꼬마 악어는 이상하게도 물놀이가 하고 싶지 않다. 같이 놀 친구
가 없어 외롭던 꼬마 악어는 형제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모
아 둔 용돈으로 멋진 빨간 튜브를 산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튜
브를 낀 채로는 마음껏 놀 수가 없다.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게 싫지만 외톨이가 되는 것이 더 싫던 꼬마 악어는 용기
내어 물속으로 뛰어든다. 순간 꼬마 악어는 코가 간질거려 재채기
를 하고 자신이 악어가 아니라 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꼬
마 악어는 용답게 악어 형제들과 재미나게 놀 수 있게 된다는 이
야기.
꼬마 악어는 형제들과 다르다고 부끄러워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다가 진짜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다. 아이들
이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계기를 선물해 주는 멋진 책이다.
윤보라 성남 서당초 사서
“별난 꼬마 악어는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외로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요. 다음 날, 별난 꼬마 악어는 조금
조금 모아 두었던 용돈을 들고 집을 나섰어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건 재미있었지만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첨벙 뛰는 건 정말 싫었어요. 그래도 별난 꼬마 악어는 외톨이가
되는 것이 더 싫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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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제목과도 닮은 듯 가장자리가 바랜 책을 책방에서 발견했다. 유명
한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정호승 시인이 쓴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었
다. 항아리로 풀어내는 이야기라야 고작 김칫독이거나 장독 정도
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 항아리의 여정이 꽤 독특했다. 항아리는 뜨
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대단한 일을 할 거라 기대
했다. 하지만 내내 버려져 있다가 고작 오줌독이 되는 처지였다. 항아
리는 더욱 소중한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고 결국 탁한 종소리를 맑
게 울리는 음관이 된다. 종 아래에 항아리를 묻으면 소리가 맑아진다
고?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놀라웠지만 초라한 상황도 얼마든지 가
치 있게 바뀔 수 있다는 울림을 주었다. 아, 머릿속으로 그려 보니
맑은 종소리가 내 몸을 휘감고 나가는 듯하다. 오선이 어른의시간 편집자
“버려지고 잊혀진 자의 가슴은 무척 아팠습니다. 항아리가 된 내
가 그 무엇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지는 존재가 될 줄 알았으나, 나
는 버려진 항아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날마다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오
줌독 따위가 아닌, 아름답고 소중한 그 무엇이 되기를 간절히 열
망했습니다. 사람의 일생이 어떠한 꿈을 꾸었느냐 하는 그 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면, 나도 큰 꿈을 꿈으로써 내 삶을 크게 변
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나를 종 밑에 묻고 종을 치자 너무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종소리가 내 몸 안에 가득 들어왔다가 조금씩 조금씩 숨을 토하
듯 내 몸을 한바퀴 휘돌아나감으로써 참으로 맑고 고운 소리를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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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우리의 거울」
<한겨레>에 연재된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의 칼럼을 모아 담은 책. 그중 「좀비, 우리
의 거울」이란 글은 요즘 내 생각과 많이 닮아 있다. 좀비의 기원은 사망 상태인 것
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사람들에게 먹여 죽였다가 약으로 살려 내어, 환각 상태에
빠진 이들을 농장의 영원한 노예로 만든 데 있다.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대부분
드라마나 쇼프로들이 기업의 상품을 광고하기 위해 내보내는 조미료처럼 보이곤
할 때가 있다. 또한 도시에서의 쇼핑이란, 매달 내야 하는 집세처럼 의무적으로 느
껴질 때가 있다. 자기반성도 없이 소비하기 위해 노동하고, 노동하기 위해 소비하
는 끝없는 순환 속에 갇힌 좀비가 되기 쉬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이대영 모자 디자이너
“‘자유롭게’ 노동력을 팔면서도 사물로 변해버린 노동자의 형상은 좀비와 닮았다.”

“현대의 새로운 가난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상품에 중독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죄악이거나, 또는 두 가지 다일 수 있다. 소비를 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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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누구나 살면서 후회와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삶을 이해할 나이가 되니 이미
어머니의 삶은 끝나고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우
리가 또 한 번의 삶을 다시 산다는 것은 앞서 지나
간 당신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어느 지점에서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당신과
우리가 같은 삶이며 또 다른 삶을 이어서 살아가
고 있는 것이라고. 이주송 커피우디 바리스타
“그러니까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안다. 사랑은
떠나갔으니까. 한번만 더 둘이서 사랑할 수 없
을까’라는 내용의 노래를. 터널을 완전히 빠져
나오며 나도 주쌩뚜디피니. 하지만 모든 게 거
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고 생
각했다. 아니,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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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파」
한강의 글은 시를 닮았다. 단편소설 「에우로
파」도 마찬가지다. 여백이 많아 글의 마디마
다 숨을 고르면서 읽게 되는 이 소설은 ‘나’
와 ‘인아’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여성성
을 가진 남자로 매일 밤 화장을 하고 여성의
옷을 입은 채 친구 인아와 산책을 한다. 소
설은 인아를 사랑하는 ‘나’의 남성성과 그녀
를 동경하는 ‘나’의 여성성의 혼란을 섬세하
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책을 다 읽고 나
서도 인아의 노랫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돈
다. “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내 삶을 끝까
지 살아간다 해도 결국 만져볼 수 없을 차
가움” 이수영 <마리끌레르> 피처 어시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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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마상청앵도>」
미술사학자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27점을 소개한
책. 한국 전통 회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작가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
면 무미건조한 우리 옛 그림이 점차 맛있어진다. 「김홍도,
<마상청앵도>」를 한번 들여다보자. 원작의 이미지를 잘
살린 아름다운 도판을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감상하
다 보면 봄날의 정취를 즐기는 선비의 섬세한 감성을 느
낄 수 있다. 조금은 서툴지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을 가까이하고 즐기기를.
김선애 대구 지산중 사서교사
“구도는 더욱 기막히다. 화폭 가운데 눈을 두고 작품
을 감상하자면 우리는 저절로 기품 있게 고개를 쳐든
점잖은 선비와 눈이 마주친다. 그 얼굴을 보며 화가가
언제 이 걸작을 그렸는지는 몰라도 봄이, 영원한 봄이
그 안에 있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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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기쁨」
보기스 씨는 목사로 위장해 고가구를 싼값
에 사서 비싸게 파는 사람이다. 어느 날 유
명한 고가구 전문가의 가구가 농가에서 발
견된다. 보기스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싸구
려 가구인 양 연기를 하고, 가구의 다리만 필
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보기스 씨는 저렴한
가격 거래 협상에 성공하고, 주차한 차를 가
지러 나간다. 그 사이 사람들은 보기스 씨를
위해 가구에서 다리를 잘라내기 시작한다.
읽는 내내 “어떡하지?” “아이고, 시원하다.”
라는 통쾌함과 아쉬움이 섞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즐거움과 아쉬
움이 섞이곤 한다. 여행지의 아쉬움을 보기
스가 보기 좋게 당하는 통쾌함으로 달래 주
는 것도 좋겠다. 황왕용 순천 신흥중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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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평범한 등기청 직원인 뒤티유욀은 벽을 통과하는 능력
을 가졌지만 이를 좀체 활용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그
의 부서에 새 상관이 부임하고 그의 일처리 방식을 못마
땅히 여긴 상관은 그를 괴롭힌다. 참다못한 그는 상관을
골탕 먹이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벽을 드나드는 초능력을 소재로 하지만 묘
사는 현실적이다. 능력을 없애기 위해 의사에게 처방을
받거나 교도소에 수감되는 등의 장면들이 그렇다. 또한
익살맞고 개성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공
상과 현실을 넘나들어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유지혜 서울 구일고 사서교사
“어쩌면 그는 자기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갖
지 않고 습관에 따라 살면서 아무 탈 없이 늙어갔을
지도 모른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그의 삶을 갑자기
변화시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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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수문장」
주인공은 어미에게서 새끼 강아지를 한 마
리 데려온다. 하지만 강아지는 밥도 먹지 않
고 끙끙거리며 떨기만 한다. 다음 날 강아지
는 어미에게로 돌아갈 징검다리를 다 건너지
못하고 죽고 만다. “아무 위험도 모르는 그
의 난생 첫걸음이었을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독자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최근 화제가 된
강아지 공장 사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
리 아이들이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이
태준 작가의 단편을 읽고 자연과 생명을 소
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
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함께 수록된 「꽃장
수」도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자
연을 묘사하고 있으니 펼쳐 보길.
윤세라 서울 송천초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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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되는 길」
우리가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일상에서 지친 나를 위
한 휴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위한 시간에 이 책
과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장영희 작가는 우리에
게 40편의 아름답고 유쾌한 이야기로 위로를 전한다. 그
중 「진짜가 되는 길」에는 독자들에게 청량감을 선물하
는 문장이 많다. 작가는 “사랑을 받기보다는 주는 사람
이 되라. 그리고 이왕 주는 사랑이라면 타산적이고 쩨쩨
하지 않게 제대로 된 사랑을 줘라.”라고 전한다. 이 계절,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할 줄 아는 진짜됨을 위해 책을
펼쳐 보길. 정미진 포항과학기술고 사서교사
“‘진짜’는 사랑받는 만큼 의연해질 줄 알고, 사랑받는
만큼 성숙할 줄 알며,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 안다.
‘진짜’는 아파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넘
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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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그리고 그로 인한
고민들에 편안하게 접근하면서 ‘피할 수 없으면 즐
겨라!’라는 말처럼 그 콤플렉스와 친구가 되는 법
을 알려준다. 이유 없이 아무 때나 얼굴이 빨개지
는 병에 걸린 마르슬랭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 색
깔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친구
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 간다. 그러던
중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병에 걸린 르네 라토라
는 친구를 만난다. 그 둘은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
각하는 부분들이 상대방에게 단점으로 보이지 않
았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같이 있으면 편안함
을 느끼게 되는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도 같
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아영 용인 상현중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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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의 애완동물 이론」
추리와 호러, 환상을 넘나들며 구성된 이 단편집
가운데 가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L.T.의 애완동
물 이론」. 유머로 시작했다가 비극으로 변하고 공
포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다. 개를 사랑하는 아내
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남편. 개와 고양이의 싸움
이 부부 사이 갈등으로 증폭되면서 어느 날 아내
가 사라진다. 복잡한 트릭과 급작스런 반전이 있진
않지만 한순간 오싹해진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찝찝하다면 책에 함께 수록된 「1408」도 읽어 보길.
바깥에서 머물고 있다면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한지연 화순 동복초 교사
“결혼생활에서 대화란 비와 같으며, 결혼의 대
륙은 건조한 세탁물과 한 순간에 격랑으로 바
뀔 수 있는 마른 계곡들로 가득하다. 치유사들
은 대화를 믿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이혼했거
나 동성애자들이다. 결국 결혼의 관건은 침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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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문고판도 무겁다면 쪽프레스! 이보다 더 작고 가벼
운 책이 있을까. ‘쪽프레스’의 책은 글자 그대로 한
쪽(one page)으로 즐길 수 있는 문학이다. 현재 클
래식 컬렉션 3종과 모던 컬렉션 4종을 선보인 상태
다. 특히, 유명 소설가의 색다른 작품을 볼 수 있
는 클래식 컬렉션을 추천한다. 채만식의 『봄과 여
자와』 『젊은 마음』, 다자이 오사무의 『봄』은 각 작
가의 대표작이 아니라 옛날 어딘가에 기고했던 짧
은 수필들 모음이다. 분량에 따라 가로 8cm, 세로
13.5cm의 작은 종이 한 장에 앞뒤로 인쇄되어 있
다. 그리고 인쇄된 종이는 제목이 찍힌 비닐봉투
에 밀봉되어 있다. 「봄」은 2차 세계대전의 공습 중
에 가족이 함께 지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쟁 난
리통에도 포탄에 깨진 집안 유리창을 보수하고 계
절이 바뀌어 눈이 녹는 봄이 오는 일상을 짧은 글
속에도 생생하게 잘 표현했다. 불안 속에서도 하루
하루 살아가는 가족이 그림처럼 그려져서 더 기억
에 남는 작품이다.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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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여
행지에 가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것들을 보며 몸
의 모든 세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느끼고
행복해한다. 또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며 그 기
분을 즐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여
행지는 나의 일상 속 공간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이곳에서 느끼는 것을 나도 내 일상 속에서도 느
낄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이 새로운 여행이지 않을
까? 이 책은 책장을 여는 것만으로도 나를 다른
냄새가 나는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감수성 짙은 글이 꼭 젊은 사람이 아
니어도 아련한 여행지에서의 설렘을 떠올리게 한
다. 나들이 갈 때 바람 쐬며 한 꼭지씩 읽으면 좋
겠다. 이인문 서울관광고 사서교사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일지 모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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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
입니다” 몇 줄 안 되는 일상적인 글귀가 적혀 있어
마음의 샘이 퐁퐁 솟는다. 그러다 보면 여행을 떠
나 한껏 치달은 감수성과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
각들이 한데 엉켜 묘한 설렘을 준다. 그 자체가 작
은 토닥임이다. 자고로 여행지의 책은 복잡하지도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안 된다. 생각의
재료들을 던져 주는 정도가 딱 적당한 법. 이 책에
는 그림이 많이 담겨 있어 여백이 많은데, 그곳에
몇 마디 끄적거려 본다면 훌륭한 여행기록장이 될
터. 일상으로 돌아와 표지를 펼치는 순간, 고달픈
인생이 조금은 여유로워진 산책로가 되어 있을지
도 모른다. 이소희 뉴스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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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여름」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를 소설에 자주 등장시키
는 박완서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 「배반의 여름」은
짧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이 내면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세
상과 이웃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된 탐독의 시기
에 우상이던 전구라 선생과 아버지가 묘하게 얽혔
던 일화를 통해 자신을 자꾸만 배신하는 긴 여름
을 겪는다. 누구나 여름이 되면 빛나는 해변의 모
래알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태
풍처럼 배신의 맛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
억해 두길. 김주상 구미 사곡고 사서교사
“세상에 그 거만하던 생쥐가 일 초 간격으로 그
렇게 비굴해질 수 있을까? 알고 보니 거만과 비
굴은 종이 한 겹 사이도 안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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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안타까워지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품고 마구잡이로 화장을
덧칠해 놓아, 원형을 알 수 없는 얼굴을 마주할 때
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코」에 등장하는 나이
구 역시 지금 우리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
을 보여 준다. 모든 사람들은 그를 엄청난 경지에
오른 존경할 만한 고승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 그
는 심한 코 콤플렉스 보유자일 뿐이다. 「코」는 인
간의 위선과 약함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결코 가
볍게 넘길 수 없는 생각 거리들과 울림을 선물해
주는 작품이다. 최미환 사단법인 희망예술기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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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내게 ‘여행’과 관련한 책을 물어보면 나는 몇 권
의 독립출판물을 떠올린다. 그중 한 권은 대한민
국 기차역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거
진 <Line>이다. 이 잡지는 기차에서 먹던 달걀과
사이다를, ‘내일로’ 표를 끊어 방방곡곡 누비던 날
들을 기억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지역 대표 기
차역들과 잊혔던 간이역들, 지나치곤 했던 기차역
의 숨겨진 이야기와 매력적인 장소들을 소개한다.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역까지 찾아 들르는 저자
들의 열정을 누가 말릴까? 전라선(#1, 2)으로 시작
하여 장항선(#3), 영동선(#4), 경전선(#5), 경부선(#6,
7)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누빈 기록은 전국 어느 기
차를 타든 당신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www.linemagazine.com/) 박장순 전남 보성고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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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서시」
여름 숲은 더없이 좋은 쉼의 표본이다.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도시에서의 비정한 삶과 다르게 자연스
럽게, 자연처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름 돋게 근
사한 일인지를 알려 준다. 숲은 다양한 목숨들이
엎치락뒤치락 살아가느라 늘 분주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고 뙤약볕이 내리쬐고,
땅으로부터는 연한 싹들이 흙을 밀고 올라온다.
그 ‘솟아오르고 누르려는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
다’. 손진은 시인의 「숲 -서시」를 읽는 동안은 멀리
산과 들을 찾아가지 않아도 뛰기만 하느라 가빠진
호흡을 정리할 수 있다. 숲속에서 오래 자란 나무
뿌리부터 둥치, 가지 끝까지 전부 훑어보는 것처럼
청량한 기운이 시 한 편에 다 담겼다. 파랗고 싱싱
하고 차갑고 시원하다. 달궈진 일상을 식히기에 충
분하다. 윤필 만화가

37.PNG
 
「휴가」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떠나고 싶어진다. 혼자가 아
니라 함께.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강릉이나 담양,
뭐 어디든 괜찮다. 작은 펜션에서 좋아하는 사람
들과 계란 프라이를 올린 쌀밥을 함께 지어 먹었
으면. 후후, 입김을 불어 가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겠
다. 조금 더 욕심 내어 나의 가족, 소설 속 가족과
우스꽝스럽게 튜브를 불고 물장구를 칠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여전히 의아
하지만, 그것이 사소한 것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
도 든다. 홀로 남은 화자에게 선뜻 휴가를 가자고
손을 내밀던 박과 그의 가족들. 우리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삶이 그리 지독하지만은 않겠다. 한
창 휴가를 계획 중인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별난
것 없지만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조현우 국민일보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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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샤쓰』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여 큰
홍수가 나는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방울
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느니라.”
성냥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이렇게 되받아치는 아이는 유
머러스하고 활달하며 배짱 좋은 아이다. 아
무리 구차해도 그것 때문에 기죽지 않는 아
이, 동무의 곤란한 일에 좋은 의견을 지나치
지 않는 아이, 무슨 일이든 배우기에 앞장서
고, 궂은일에 앞장서는 부지런한 아이, 용기
와 배짱과 유머를 잃지 않는 아이. 이런 미덕
들이 빛나는 아이들이 바로 우리 동화 속 캐
릭터들이다. 조월례 어린이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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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꿈』
안토니오 타부키의 단편집. 다이달로스부터 미켈란젤로,
고야, 드뷔시, 페소아 등 타부키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이
야기들이 한 편의 꿈으로 축약되어 실렸다.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 갇힌 미노타우로스가 밤 밖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다이달로스, 잘린 다리를 품에 안고 여
행 중인 랭보 등 등장하는 예술가들 모두가 꿈속의 자
신과 부딪치며 깨어진다. 우리가 한밤에 꿈을 꾸다 놀라
깨어나듯 인물들 모두가 놀란 자신과 마주한다. 활자와
물감과 음표 속에 숨겨진 인물들의 슬픔과 기쁨을 타부
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여행자들의 가방
안에서 한여름 밤의 적막한 친구가 되어줄 책.
이세연 서울프린지네트워크 기획자
“가라, 다이달로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를 떠밀었다.
그는 넓은 팔짓으로 밤 속으로 멀어져가는, 달을 향해
날아가는, 사람-짐승을 바라보았다. 날아가고 있었다.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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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100번이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단편소설. 브루
클린의 모퉁이 시가 가게에서 일하는 오기 렌은 매일 아
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진들이 모여 만든 놀라운 순간들. 그리고 그
가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된 어느 크리스마스 날에 관
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웨인 왕 감독에 의해 <스모크>
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웨인 왕은 1990년 크리스마스
날, <뉴욕타임스>에 실린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
다고 한다. 소설을 풍부하게 재현한 영화까지 1+1의 즐거
움을 느껴 보시길. 오효영 북바이북 편집자
“나는 깨달았다. 오기는 시간을, 자연의 시간과 인간
의 시간을 찍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세상의 어
느 작은 한 모퉁이에 자신을 심고 자신이 선택한 자신
만의 공간을 지킴으로써 그 모퉁이를 자기 것으로 만
들기 위해,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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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우리말 ‘폭신폭신’에 해당하는 일본어이기
도 한 『후와후와』는 직물회사의 의뢰를 받
고 하루키가 쓴 그림책. 하루키의 어린 시절
고양이 친구 단쓰 이야기와 안자이 미즈마루
의 그림이 만나 탄생했다. 햇살을 받아 빛나
는 고양이의 털과, 숨결에 맞춰 볼록해졌다
꺼지는 동그랗고 보드라운 고양이 배는 몽
롱하게 빛나는 이미지가 되어 우리들을 ‘있
기도 하고 없기도 한’ 고양이의 시간 속으로
이끈다. 서지영 파주 운정고 국어교사
“제법 많은 것을 고양이에게 배웠다. 생
명체에게 한결같이 소중한 것을. 이를테
면 행복이란 따스하고 보드라우며, 아무
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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