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소년의 사회참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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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1-18 09:49 조회 7,957회 댓글 1건본문
“마을이 학교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요즘 자주 회자되는 것은 복잡다단한 마을 안의 관계가, 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족을 벗어나 한 아이를 보호하고 키우는 역할을 지역이 맡아야 한다는 뜻만이 아니다. 아이가 제대로 된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책임감을 가지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입시 등을 이유로 아이들이 학업 외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경주마의 눈가리개를 씌운 것도 사회이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들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마을과 사회 안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시민으로서 커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그 외의 시간은 가정과 학교를 품고 있는 지역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지역에서도 그들이 당당한 주체로서 인정받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학교에서의 학생 자치 활동은 학생 스스로 자율과 참여를 통해 조직을 구성하고 자기 주도적인 참여를 통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질을 키우고 고유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련의 활동이다. 학교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학교의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지도를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많은 학생이 학급 규칙 제정, 학급 부서 조직과 운영 등 초보적인 수준의 자치 활동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실은 학생회 운영위원의 학교 운영위 배석, 학교장과 학생회 운영 위원 간담회 상설 운영, 학생회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 학생회 주관 공개 포럼과 공청회 개최 활성화, 인근 학교 학생회 간 연계와 협력, 학생 스스로 만드는 학생 생활 협약과 학교 자치 법정 운영 등이 이미 여러 형태로 오랫동안 제안되어 왔다. 하지만 현실화는 녹록치 않다.
2013년 기준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여 활동하는 국가 단위 청소년 참여 기구는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운영위원회다. 청소년특별회의의 경우 전국적으로 지역 회의가 운영되고, 청소년운영위원회는 각 청소년 수련시설마다 설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 부족, 참여 기구 활동에 대한 정보 부족, 참여 기구 활동 방법에 대한 인식 부족, 의견 반영 미비 등의 애로 사항을 겪고 있다. 참여 청소년들은 학업 병행으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위원회 활동을 대학 진학의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참여는 요원하기만 한 일일까?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경기 이천에 위치한 양정여자고등학교는 2014년 동그라미재단의 ㄱ찾기 사업을 통해 ‘여고생, 세상을 만나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희망 학생 누구에게나 참여의 기회가 주어졌다.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학교 안팎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한 해 동안 23개의 문제에 도전했다. 장애 학생 학습을 지원하는 매뉴얼을 제작하고 학생 협업 공간을 구축했다. 교내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을 통해 교내에 다양한 창작 활동을 후원하고 장려했다. 학교 앞 분식점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내 인테리어 공모전을 열어 투표로 선택된 디자인을 반영하고, 학생 인쇄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학교에 있는 수십 개의 교실 중 왜 학생들이 자유롭게 쉬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우아한 교실’이라는 이름의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꾸미기도 했다. 참여와 변화의 주체가 되어 보는 과정이었다. 이 모든 일이 1년 동안 1개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청소년 자치 공간‘ 달그락달그락’
전북 군산의 들꽃청소년세상 전북 지부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지역의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청소년 자치 공간 ‘달그락달그락’은 청소년프리마켓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청소년 기자단과 블로거들은 이곳에서 또래 청소년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매달 ‘달그락달그락’에서는 시민청소년 포럼인 달달 포럼이 열린다. 달달 포럼에서는 지역의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함께 고민한다. 달톡 콘서트에서도 청소년 진로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추진하는 달달 포럼이나 달톡 콘서트에서 모아진 의견은 지역 정부에 정책으로 전달된다. 함께 활동하는 청소년 자치 기구끼리 연합회를 만들고 대표자회의를 꾸리기도 한다.
서울 은평구 청소년참여위원회는 2011년 9월 구성되었다.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적극적으로 구에 사업을 제안하고 이를 실행한다. 2012년에는 청소년직업체험박람회 개최를 제안하여 추진하였고, 2013년에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진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이를 서울시 참여 예산 주민 제안 사업으로 신청하고 은평구 총회를 통과하여 2014년 서울시 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의 다른 어른들의 사업 제안 및 신청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선정된 것이다. 이외에도 지역 교육 자원을 발굴해 학교로 보급하는 ‘은평 지역사회 교육콘텐츠 연계사업’의 실질적인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박람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능력 있고 책임 있는 시민 의식은 18살에 이르렀다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유니세프 세계 아동 현황 보고서에서는 아동들이 참여의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때 민주 사회의 유능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전 세계 193개국이 채택한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서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라면 생존, 보호, 발달과 더불어 참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손꼽히고 있다. 청소년은 그저 어른이 되지 않은,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기회를 박탈당해 오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청소년을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하고 수용할 때야말로, 우리는 우리가 꿈꾸던 시민들이 함께하는 마을과 사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