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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 세계를 건너가는 오롯한 존재들에게 최영희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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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1-13 14:37 조회 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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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 『꽃 달고 살아남기』에 나오는 인애는 <엑스파일>1)을 애청하는 캐릭터죠. 작가님도 UFO 덕후라고 들은 바, 어딘가 다정한 이 B급 취향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SF소설 『보이지 않는 생물 바이튼』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 있어요. 문해력이 좋은 어린이가 아니었는데도 그 어려운 이야기에 끌려 여러 번 읽었죠. 책엔 지구에 사는 외계인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못 볼 뿐 이들은 인간의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을 먹고살거든요. 이를 인간이 알아차리면 죽이려 한다는 설정인데, 당시가 초등학생 무렵이었어요. 집 밖을 나서면 탁 트인 창공이 펼쳐졌죠. 그 무렵부터 하늘이 이야기 공간으로 다가왔고, SF가 더 좋아졌어요. 집에 티비가 하나 더 생긴 고등학생 때부턴 <엑스파일>을 본격적으로 봤어요. 모든 배후에 외계에서 온 뭔가가 있고, 그 진실을 아는 누군가가 있고, 진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누군가가 있고… 재밌더라고요. 교과서 문학이 저희 시대 땐 고루했기에(『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럭저럭 재밌게 읽은 청소년소설이지만), 미스터리물과 SF문학이 숨 쉴 구멍이 되어 줬어요.


1) FBI 요원 스컬리와 멀더가 미해결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부서‘ 엑스파일’에서 겪는 일화를 다룬 미국 드라마. 네스호의 괴물, 버뮤다 삼각지대, 외계인 등 초자연적 주제를 주로 다뤘다. 1993년 첫 방송해 2018년까지 시즌11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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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불허전 미스터리물을 일찍이 탐독하셨군요. 작가님도 UFO를

추적하신 적 있어요?

UFO가 자주 등장하는 스톤헨지엔 가본 적 있어요. 관광객과 까마귀에 둘러

싸였었죠. (웃음) 국내엔 외계인이 출몰한다는 산으로 홀로 잠입하는 ‘UFO

추적단’이 있어요. 인생을 걸고 찍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추적에 온몸을 던지

는 그분들의 후원 계좌에 종종 짜장면 한 그릇 값 혹은 그 이상을 넣어 드리

곤 해요. 순수하게 UFO를 쫓는 분들을 진심 존경해요. 인간의 삶은 그래야

된다고 보거든요. ‘최애가 있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이제 우리 모두 알잖

아요. 저에게도 UFO는 성간(별과 별 사이) 여행이 가능한,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에 여전히 무한한 매력으로 다가와요.


국어보다 화학 공부를 잘하셨고, 장래희망도 천문학자셨다고요. 그 계획(?)을 백팔 십도 흔들어 장르문학에 발붙이게 한 요주의 인물은 누구였나요?

영어덜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건 해리포터 시리즈예요. 시리즈가 처음 공개되었을 땐 책과 영화를 오가며 그 세계의 다음 이야기를 두근거리며 기다렸어요. 저도 영어덜트 소설을 써 보고 싶어서 ‘어린이책작가교실’에 등록하고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배웠어요. 장르문학에 발붙이게 만든 한 사람을 꼽으라면 스티븐 킹인데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그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제 글은 『그것』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어요. 2015년 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것』만 두 번 읽었거든요. 3권 챕터 결말에서 빌 덴브로(주인공)가 자전거 ‘실버’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아직 주인공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더라고요. 곧장 다시 1권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죠. 『그것』을 읽기 전에도 글을 쓰고 있었지만, 『그것』을 읽고 난 이후 하나의 세계를 강렬한 이미지로 전달하는 작업에 매료되었고 SF, 호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하나씩 ‘도장 깨기’ 하는 심정으로 배우고 훈련했어요.




『인간만 골라골라 풀』부터 『써드』에 이르기까지, ‘인간 아닌 존재’을 그리는 방식을 오래 고민해 오셨어요. ‘인간의 천적’을 어린이·청소년 문학에 소환하며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으셨나요?

그 누구도 천적은 아니었을 거예요. 『인간만 골라골라 풀』의 농부 외계인 아그리꼴라, 『알렙이 알렙에게』의 인공지능 마마, 『써드』에 나오는 로봇까지 주인공들과 강하게 충돌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은 아니었으니까요. 외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되비추는 존재에 가깝죠. 서늘한 거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그리꼴라들은 인간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폭력적인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지 보여 주는 존재였고, 마마는 ‘효율적인 통제’를 최우선시한 인간이 빚어낸 괴물이었으니까요. 인간을 추방한 로봇들은 인간이 자연을 대하던 태도를 그대로 인간에게 돌려주었을 뿐이고요. 인간과 맞서는 ‘비인간 존재’들을 통해 저를 포함한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비인간은 제가 SF를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들은 때로 친밀하게 등장하고 때로 인간을 위협하지만 자기 욕망 실현의 주체로만 존재했던 인간을 목격자의 자리로 이소시켜요. 그런 의미에서 비인간 존재는 무척 특별하고 흥미로운 존재예요. 2026년 상반기쯤 그 이야기들을 풀어낸 작품집도 나올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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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직이란 필명으로 『녹슬지 않는 세계』 『먼지가 되어』를 내며 작가님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SF 미스터리물 또한 활발히 쓰셨는데요. 다른 정체성을 만든 이유는요?
(작가 데뷔) 7년 차에 고비가 오더라고요. 책상에 버려진 시놉이 너무 많았어요. 최영희의 세계를 버리는 게 아니라, 버림받은 시놉을 다른 정체성을 세워 살려야겠다고 싶었어요. 그동안 출판사에게 거절당한 이야기 중 하나는 친척집에 돈 꾸러 가는 아빠를 따라가는 여섯 살 아이의 여정이에요. 아이가 아빠가 느끼는 인생의 비극와 무게를 처음 느끼는 이야기인데, 이 아이는 ‘여섯 살의 권능’이라는 마법을 쓸 줄 알아요. 샛강에서 요괴랑 이야기도 나누죠. 푸대접 받는 아빠의 인생을 보면서 아빠를 이해하는 순간, 마법이 이 아이에게서 떠나가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마법의 존재들을 소환하는 대신 아빠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설정인데, (출판사에서) 화자 연령을 올리자고 하시더라고요. 또 하나는 아이들 밥 해주다가 타임 루프에 갇혀 내일로 가지 않는 인생에 갇힌 엄마 이야기였는데, 너무 엄마 서사라면서 안 된다고 거절당했고요. 반짝이는 (이야기) 비늘이라고 생각했던 시놉시스들이 하나씩 버려지는 기분이었어요. 김아직은 그 조각들을 되살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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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작가와 김아직 작가의 다른 점이 있다면, ‘독자의 연령대’일 것 같은데요.
맞아요. 김아직은 전 연령대를 독자로 삼고 있죠. 그래서 제가 가장 행복할 때가 김아직으로 쓴 소설을 읽은 청소년을 만나는 순간이에요. 황금가지 출판사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오랜 독자였는데, 그때 제 닉네임이 ‘yet’이었어요. 마이클 부블레의 곡 <yet to come>에서 따온 것인데,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어. 넌 태양을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빛나는 건 아직 못 본 거야.”라는 노랫말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아끼는 글들을 세상에 못 내보낸 저에겐 그 7년 차의 시간이 ‘아직’, 그러니까 ‘yet to come(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순간, 더 펼쳐질 미래)’으로 느껴졌거든요. ‘김아직’으로 닉네임을 바꾸고 브릿G에 원고를 올렸는데, 바로 추천이 돼서 도서 계약을 했어요. 독자분이 제게 골드코인(편집자 주: 브릿G 플랫폼에서 작가에게 후원할 수 있는 가상 화폐)를 주면서 남긴 댓글을 봤는데, “김아직 작가님은 뭔가 영어덜트함이 있어서 좋다.”는 평이었어요. 여섯 살 아이와 중년 여성의 이야기 속에서도 영어덜트함을 발견해 주시더라고요.


리안의 저승 모험기를 그린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에는 어딘가 회사원 같은 염라대왕과 아이돌을 좋아하는 저승사자 복연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죠. 기존 설화를 비틀면서 통쾌함을 준 인물이 있다면요?
당연히 복연이죠. 제가 쓴 바리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인데요. 부모에게 버려진 뒤 태양서촌의 비리공덕 할미 할아비 손에서 자란 바리를, 궁으로 데려가려고 찾아오는 중궁전 상궁이죠. 사실 임금이 바리를 찾아오라 시킨 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쓸모’ 때문이잖아요. 오자마자 바리는 아픈 부모를 치료하는 약수를 뜨러 가야 했으니까요. 바리가 약수를 구하러 저승으로 향하자 복연이 미안해 해요. 자기는 그러려고 바리를 데려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 이야기에서 바리가 내가 올 때까지 복연에

 게 기다리라 말하는데, 공주가 9년간 여정을 떠난 사이 궁에 돌림병이 돌아

복연이 죽어요. 이후 저승사자를 만난 복연은 바리 공주님을 기다려야 된다

며 헛간에서 버티죠. 바리가 무조신(巫祖神), 즉 저승의 죄인을 구제하는 신이

돼 저승으로 향할 때 제일 먼저 부른 망자가 복연이에요. 바리와 복연의 이야

기는 브릿G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제목은 『공주님이 부르시니』예요. 제 작품

에서 바리를 따라 저승으로 간 복연은 지근거리에서 바리의 일을 도와주면서

지내요. 저승사자가 되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가죠.



리안은 저승행에 오르며, 할머니를 만나면 떠나기 전 왜 새엄마

인 정수지 씨를 찾아왔는지 물어보고 싶어 하죠. 그 이유를 알

면 “수지 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하

는데, 묘하게 든든하더라고요.

사실, 리안은 새로운 가족이 된 새엄마를 싫어하는 게 아니거든요. (쓰던 방과 방 벽지도 바뀌면서 환경이 변하니) 아이 입장에서 짜증나고 불편했을 거예요. 특히 리안에게 가장 큰 고민은 ‘불안’이잖아요. 새엄마가 ‘날 진짜 좋아할까? 그게 진심일까?’ 아리송하던 차 자신의 ‘새엄마의 새엄마’인 할머니가 망자로 나타나고요. 신기하게도 할머니와 리안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닌데도 애틋함이 있어요. 리안은 자신의 새엄마와 할머니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인 걸 자기 눈으로 확인하면, 새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컸을 거예요. 그 불안을 해소하고 싶어서 저승으로 모험을 떠난 거고요. 아이의 불안이 진심이었기에, 리안이 감수한 모험의 동기 역시 진심이었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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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들을 구원했던 바리공주가 제게는 늘 혁명가(「작가의 말」)”라 하셨는데, 실제로 바리공주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위풍당당함을 느꼈어요. 어디까지가 고증이고 상상의 영역인가요?
잘 알려지지 않은 설화의 대목들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지역 무당, 만신(무녀)의 구술 채록으로 이어진 바리공주 무가(巫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흔히 말하는 서울·경기권 무가에서 바리는 ‘신’이에요. 반면 동해·경상·전라권 무가에선 버려진 딸로 그려져 ‘인간’적인 면모가 훨씬 더 강조되죠. 우리가 흔히 아는 바리데기 서사는 후자인데, 이 서사에 매몰되면 ‘효녀 심청 2’ 서사가 되잖아요. 이 답습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또한 원전에서 자신을 버린 아비를 살린 바리에게 임금은 나라의 땅 절반을 주겠노라 하지만, 바리는 거절해요. 무조신이 되고자 저승으로 가겠다 당당히 말하죠. 지장보살 같은 지옥의 신이 되는 신화적인 서사가 안 알려져 있고, 젊은 여신으로서 위풍당당한 바리 모습이 드러나는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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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원전에서 바리는 머리를 둘로 갈라 틀어 올린 상투인 ‘쌍상투’에 남장하고 저승행을 떠나는 인물이에요. 야무지게 쌍상투를 틀어 남장을 하고 모험에 나서는 바리를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림작가님과 편집자님이 잘 끌어내 주셨어요. 실제로 바리는 무쇠 두루마기 입고, 무쇠 지팡이 짚고 한 번 걸을 때마다 천 리씩 가는 멋진 신이에요.


작가님 소설에 등장하는 주변인물이 무척 입체적인데요. 『구달』에 나오는 미스터리협회 설립자 오명숙은 디포리육수 쌀국수집을 운영하고, 『너만 모르는 엔딩』에 나오는 외계인은 같은 동네에 사는 점집 아저씨예요.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를 꼽는다면요?
청소년소설 『구달』에 나오는 승율이요! 달이의 남사친 중 한 명인데, 우리 사회에 ‘그림자 1’처럼 존재할 수도 있는 평범한 청소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면 그림자가 아니라, 나름의 루틴을 지키며 살아내는, 엄연히 존재하는 아이예요. 주인공이 옥상에서 항상 승율이를 봐주듯이 승율이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아이죠. 그래서 항상 제 마음속에는 승율이가 살아요. 사람들이 이름을 잘 모르는, 어느 골목 오늘 문득 옆을 스쳐 지나간 아이가 승율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청소년소설을 쓰고자 해요. 



“널을 뛰는 게 실은 우리가 아니라 세상이라고 속삭여줄 사람.” 작가님 소설 캐릭터 중 진아가 밝힌 이상형이죠. 작가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러해서 뭉근한 위로가 되더라고요. 장차 소설에서 그리고 싶은 이상형이 있다면요?
『꽃 달고 살아남기』를 낸 이후로 현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지 않았어요. 쓰다 엎다 반복하다가 못 썼던 이야기를 이참에 하려고요. 평범한 아이가 자기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솔직히 세상에 특별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저도 아침에 눈 뜨면 왜 모든 게 이렇게 하찮게 풀릴까, 탄식할 때가 있거든요. 근데 인생은 평범한 인생에서 시작하는 게 맞더라고요. 그래서 평범한 동네 아이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자기 인생도 구하고, 친구도 구하는 ‘쌍방 구원 서사’를 쓰려고 해요. 장르물에선 히어로가 남만 구하면 재미없으니 내 삶도 구하는 게 국룰이거든요. (웃음) 소설에서 주인공보다 2살 어린 인물이 나오는데, 이름은 찬희예요. 주인공에게 그 아이의 존재가 찬란한 희망이 되기에 붙여 본 이름인데요. 찬희와 아주 평범한 동네 누나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필생의 캐릭터까진 모르겠지만, 제 마음속에 사는 평범한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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