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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자들의 모임, ‘ 하이힐과 고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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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4 16:22 조회 15,34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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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행복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기로 결심한 여섯 여자들이 있다. 오늘도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 여섯 명은 자신들의 모임을 ‘하이힐과 고무장갑’이라고 부른다. 커리어 우먼을 연상케 하는 하이힐과, 살림의 필수품인 고무장갑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그간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이래라저래라 권유하는 자기계발서도, 행복에 대해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한 에세이도, 읽고 나면 막막해지는 행복학 개론서도 삶 속의 구체적인 행복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다 끝에 그녀들은 ‘손에 잡힐 듯한 구체적인 행복’, 즉 행복의 ‘쌩얼’을 한번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자기만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여섯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경화(하라) 하이힐과 고무장갑 멤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우리
여자라면, 그리고 엄마라면 뾰족하고 높은 굽의 검정색 하이힐과 설거지를 할 때 끼게 되는 분홍색 고무장갑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낯설지만 톡톡 튀는 ‘하이힐과 고무장갑’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이다. 여섯 명의 구성원들은 글쓰기를 좋아하는것 말고는, 하는 일도,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다.

구성원을 한 명 한 명 소개하면 이렇다. ‘슈퍼 워킹맘’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자유롭고 엉뚱하고 솔직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안토니아’, IT 관련 일을 하다 퇴직하고 상담 공부를 한 뒤 사람들이 각자의 스토리텔링으로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젠느’, 어떤 일도 중간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적이 없는 ‘보통의 존재’지만 글쓰기만큼은 포기 할 수 없다는 동남아(동네에 남아 있는 아줌마) ‘달나무’, 운영하던 카페와 옷가게를 접고 여행하고 글 쓰며 살아가는 혼자 놀기의 고수 ‘나무’, 백신 개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틈틈이 글도 쓰고 번역도 하며 모든 선한 것들이 흐르는 통로로 살고 싶다는 ‘선향’, 약국을 운영하다 뒤늦게 철학 공부를 하고 ‘세상 속에서 세상과 다르게 공동체적으로 사는 것’이 목표인 ‘하라’가 구성원이다(지금은 함께 하지 않지만 헤드헌터 출신으로 톡톡 튀는 맛깔스러운 글을 쓰는 초창기 멤버 ‘줄리아’까지 7명이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이뤄낸 꿈
하이힐과 고무장갑의 여섯 아줌마들은 이웃집 아줌마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오늘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 ‘내면의 근원 주파수 맞추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통해 언젠가 자기만의 책을 쓰는 작가 되기’라는 꿈 때문이다.
 


2010년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이란 카페의 수업 수강생으로 만난 우리들은 자기 스스로를 먼저 감동시키고 읽는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고자 모였다. 기초 글쓰기 과정이 끝나고 시작된 심화과정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정기모임에서 글쓰기 워크숍과 함께 읽은 책에 대한 독서토론회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읽은 책들은 글쓰기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인문 고전들을 비롯하여 문학, 철학, 예술, 신화 등 그 주제가 광범위한 책들이다.

함께 읽은 책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문화), 『글쓰기 생각
쓰기』, (윌리엄 진저 지음, 돌베개), 『글쓰기 공작소』(이만교 지음, 그린비) 등 글쓰기를 위한 기본적인 책들과 함께,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책으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그린비),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고병권, 소명출판),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최세진, 메이데이), 칼 융의 『기억 꿈 사상』 (김영사),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민음사),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의 대담집인 『신화의 힘』(이끌리오) 등을 함께 읽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과정을 통해 결국 ‘마흔’과 ‘행복’이란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쓰게 되었다. 일단 주제가 주어지면 주제와 관련 있는 기존의 책들을 함께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주제에 맞는 필독 도서 목록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 권씩 읽으면서 서평을 쓰고, 자신이 쓴 서평을 서로 공유하면서 책 출간을 위한 ‘씨앗글’을 쓰고, 기획회의를 통해 목차와 책 제목, 그리고 책의 세부 내용과 출판절차에 대해 논의를 한다.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라!’라는 책 쓰기의 기본기를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언젠가는 글을 쓰는 사람, 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작가 지망생들이 한사람의 저자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그 결과물이 ‘진짜 내 삶을 찾아가는 일곱 여자들의 마흔 분투기’란부제가 달린 『마흔, 시간은 갈수록 내 편이다』(아름다운사람들)와 지난해 12월에 출간된 『행복의 민낯』(샨티)이다.

 
 
여섯 여자의 30일 행복 실험
하이힐과 고무장갑의 두 번째 책 『행복의 민낯』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행복의 맨 얼굴’에 대한 이야기이다. 퇴근길 마포대교가 무너질까 걱정하는 워킹맘 안토니아의 불안한 내일을 사는 이야기, 겉으로는 단단하고 당차 보여도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늘 고향의 따뜻함과 사람들과의 친밀함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분석하는 젠느, 왠지 행복이란 ‘엄마 친구 딸네의 단란한 가족사진’처럼 늘 남의 것만 같았던 소심한 달나무의 이
야기, 언제나 곁가지가 아닌 중심이 되고 싶어 존재감에 목마른 선향의 이야기, 그리고 행복하고 싶어 행복에 대한 책만 스무 권 넘게 읽은 ‘행복을 글로 익히는’하라의 이야기를 모아 만들었다.

우리들은 ‘행복의 민낯’을 만나기 위해 기존의 행복에 대한 책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하버드대 행복학 강사 탈벤 샤하르의 『해피어Happier』(위즈덤하우스)부터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인생을 만드는 삶의 미니멀리즘”이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태미 스트로벨이라는 여성의 『행복의 가
격』(북하우스),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행복 처방전인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은행나무) 등을 함께 읽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언제 행복하고, 언제 행복하지 않지?’를 탐색하는 30일간의 행복실험을 시작하였다.
 

30일간 매일매일 꼼꼼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몸을 들여다보고 행복일지를 쓰는 과정에서 우리들이 만난 행복의 맨 얼굴은 예상외로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도대체 행복이 뭐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30일 동안의 행복실험과 그 후 이어진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만난 행복은,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꼬리표를 떼고 나서 만나게 된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라는 정현종 시인의 고백처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음미하느냐에 따라 일상이 우리에게 행복 혹은 불행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에는 많은 모임들이 있다. 하지만, 분주한 일상 속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좀 더 아름답고 충만한 삶을 살고 싶어 함께 좋은 책을 읽고, 읽은 책을 서로 나누고, 하루에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두 시간이란 시간을 내어 오롯이 자신과 대면하여 생각을 정리하듯 사각사각 글을 쓰는 모임의 구성원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가진 부자가 부럽지 않을만큼 든든하고 신나는 일이 아닐까? 함께 책을 읽고, 함께 글을 쓰는 모임들이 이곳저곳에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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