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함께 읽는 사람들] 지하철을 도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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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4 16:08 조회 12,331회 댓글 0건본문
도심 속 책여행, 책읽는지하철 탑승기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대다수 사람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스마트폰에 밀린 책의 위치를 회복하고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여럿이 책을 읽는 체험을 통해 ‘함께함의 소중함’과 ‘책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책읽는지하철’을 소개한다.
정고은 네이버 북카페 티움책방 운영자
공식적으로 세 번째, ‘책읽는지하철’을 타는 날이 찾아왔다. 오전 7시에 모닝콜을 해주는 운영진의 배려가 고맙다. 언제나 그랬듯,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섯살 난 큰아들, 13개월이 된 작은아들을 데리고 지하철에 올랐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지하철을 탄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아이는 그냥 안고 있으면 되지만, 호기심 가득한 큰아이와 함께 행사를 참여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아이와 함께 5호선을 타고 2호선으로 갈아타며 홍대입구역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몇몇 출판사에서 책을 기증해 주었다. 혹시라도 들고 올 책이 없는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물론 이날 행사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책을 받을 수 있다. 주최측에서 제작한 핸드메이드 책갈피와 함께. 또 참가자들이 보지 않는 책을 이날 행사에 가져오면, 필요한 단체에 기증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증도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리보틴스’란 사람이 쓴 『부모인문학』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해서 골랐다. 물론 아직 조금 이르지만 앞으로 더 도움이 될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다.
그리고 운영진의 간단한 보고가 있었다. ‘책읽는지하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난 행사 정리, 이날 행사에 대한 이야기 등이었다. 지하철에서는 멍하니 앉아 있거나, 대부분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풍경이 일상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그런 풍경들을 책 읽는 풍경으로 바꿔가자고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독서는 여행이다
칠십여 명의 참가자들은 조를 짜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 1, 2월 행사 때는 같은 책을 고른 사람들끼리 한 조가 되었는데, 나는 지난달에 같은 조였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한 달 만에 또 만나니 그리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시 홍대입구역으로 내려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참가자들 모두가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두 량에 걸쳐 탑승한 참가자들은, 빈자리에 앉기도 하고 손잡이를 잡고 서기도, 기둥에 기대기도 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지하철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책을 펼친 이들은 이순간만은 각자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는 말이 있다. ‘책읽는지하철’은 이 말에 딱 맞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독서와 여행을 모두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앞서 고른 책은 잠시 집어넣고, 읽고 있던 마르크스의 사랑을 읽기 시작했다. 『자본론』과 사회주의 사상의 아버지로 유명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는 한편,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지만 병으로 죽어간 아이의 장사를 지낼 관도 짜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가난에 평생 시달렸다. 힘겹게 가정을 꾸려나간 그의 의지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아내 예나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책은 다 읽어가던 책이라 지하철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그동안 큰아이가 배고프다고 조르기도 하고, 작은아이는 졸리다고 칭얼대기도 했다. 배고픈 아이의 입엔 집에서 준비해 온 주먹밥을 넣어주었고, 졸린 아이에겐 모유 수유를 하며 나름 험난한 ‘책읽는지하철’을 타며 한 시간 40여 분을 달렸다. ‘책읽는지하철’을 시작한 1월 첫 탑승날엔, 책을 읽던 한 청년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책 읽는 사람들이 앉아서 공부해야지. 난 괜찮아.” 하시며 마다하신 일도 있었다. 또 어느 역에서는 여고생들이 우르르 탔는데,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더니, “야, 여기 사람들 다 책 읽어. 우리도 읽어야 겠어.” 하며 책을 꺼내들었던 기억도 난다. 한 참가자는 기증받은 책과 책갈피를 지하철을 탄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0년 만에 찾은 도서관, 그리고 사서 선생님
지하철에서 다함께 책을 읽고, 아현역 ‘중앙여고’ 도서관에서 조별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앙여고는 내 모교이기도 하다. 아현역에서 학교까지가 조금 거리가 있어 날이 추우면 어쩔까 했는데,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상쾌한 바람이 분다. 다행히 이 날은 날씨가 조금 풀려, 하늘이 온통 파란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 학교로 향하는 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모교에 가는 길은 참새롭다. 예전에 아현역에서 학교 가는 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건물도, 스탠드도 모두 변해 있었다. 하긴 거의 20년이 지났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참가한 이들 모두 운동장 모래를 밟으며 각자의 학창시절 추억에 들떴고, 또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잠깐의 기념촬영시간. 조금은 따가워진 햇살에 눈을 가리고 손을 흔들어 본다.
사진을 찍고 나서, 좁은 계단을 올라 도서관으로 향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 안 풍경을 상상하며 입구에 도착했다. 여고생 시절, ‘나름 도서관 단골’이라 자부했던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도서관은 책과 볼거리가 가득한 ‘교실’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어엿한 ‘도서관’이 되어 있었다. 서고의 위치나 분류도 더 정돈된 느낌이다. 게다가 시민에게도 개방하는 도서관이라니. 동사무소의 남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작은도서관 운동과 일부 학교 도서관을 일반시민에게도 개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앙여고 도서관도 동참하게 됐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십여 년 만에 만난 서경은 사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학창시절 도서관에 자주 놀러왔다고 말씀드리자, 그러고 보니 자주 본 것 같다고 기분 좋게 말씀하신다. 몇 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스쳐갔을까.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말씀해 주시니 더 고마웠다.
언제나, 어디서나 읽는 사람들
참가자들은 조별로 도서관 테이블에 앉아,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지하철에서 각자가 읽은 책 이야기, 책읽는지하철을 타고 온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롤링 페이퍼에 각자가 읽은 책에 대한 키워드, 앞으로 ‘책읽는지하철’에 바라는 점 등을 적어 보기도 했다. 어떤 이는 2호선이 조금 북적북적대서 힘든 면이 있었는지 칸을 좀 나눠서 타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진행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점심때가 지나 다들 배가 고플 텐데, 어찌나 다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잘 하는지…. 아마도 ‘뜻깊은 주말’을 함께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실컷 모자란 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주말에 일찍 일어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책 읽는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뿌듯함이 있었을 것이다. 계속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뜻이 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같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읽는지하철’은 알고 보면 별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책 읽으며 지하철을 타는 일인데, 이 ‘별 거 아닌’ 일이 ‘별 것’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책과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은 무슨 시간이 그렇게 남아돌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독서량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할 일 다 하고, 집에 가서 밤새 책을 읽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공부하다 잠시 쉴 때, 어딘가로 향할 때, 약속시간에 누군가를 기다릴 때, 출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사이사이에 그들은 책을 읽는다.
내가 힘들게 아이들을 데리고 ‘책읽는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책 읽기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 읽는 건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어느 곳에서건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조차도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에, 독서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보여주고 싶기에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책읽는지하철’에 탈 것이다.
책읽는지하철에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간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 10:00~14:00
장소
매회 바뀜, 공지사항 참고
참가신청
네이버 북카페 티움책방 http://cafe.naver.com/booknoori
책읽는지하철 홈페이지(페이스북) http://bookmetro.org
주최
사회적 기업 나눔나우, 북피알미디어, 공익브랜드 나눔(재능기부)
커뮤니티 매아리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대다수 사람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스마트폰에 밀린 책의 위치를 회복하고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여럿이 책을 읽는 체험을 통해 ‘함께함의 소중함’과 ‘책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책읽는지하철’을 소개한다.
정고은 네이버 북카페 티움책방 운영자
공식적으로 세 번째, ‘책읽는지하철’을 타는 날이 찾아왔다. 오전 7시에 모닝콜을 해주는 운영진의 배려가 고맙다. 언제나 그랬듯,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섯살 난 큰아들, 13개월이 된 작은아들을 데리고 지하철에 올랐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지하철을 탄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아이는 그냥 안고 있으면 되지만, 호기심 가득한 큰아이와 함께 행사를 참여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아이와 함께 5호선을 타고 2호선으로 갈아타며 홍대입구역 가톨릭청년회관에 도착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몇몇 출판사에서 책을 기증해 주었다. 혹시라도 들고 올 책이 없는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물론 이날 행사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책을 받을 수 있다. 주최측에서 제작한 핸드메이드 책갈피와 함께. 또 참가자들이 보지 않는 책을 이날 행사에 가져오면, 필요한 단체에 기증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증도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리보틴스’란 사람이 쓴 『부모인문학』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해서 골랐다. 물론 아직 조금 이르지만 앞으로 더 도움이 될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다.
그리고 운영진의 간단한 보고가 있었다. ‘책읽는지하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난 행사 정리, 이날 행사에 대한 이야기 등이었다. 지하철에서는 멍하니 앉아 있거나, 대부분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풍경이 일상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그런 풍경들을 책 읽는 풍경으로 바꿔가자고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독서는 여행이다
칠십여 명의 참가자들은 조를 짜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 1, 2월 행사 때는 같은 책을 고른 사람들끼리 한 조가 되었는데, 나는 지난달에 같은 조였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한 달 만에 또 만나니 그리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시 홍대입구역으로 내려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참가자들 모두가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두 량에 걸쳐 탑승한 참가자들은, 빈자리에 앉기도 하고 손잡이를 잡고 서기도, 기둥에 기대기도 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지하철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책을 펼친 이들은 이순간만은 각자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는 말이 있다. ‘책읽는지하철’은 이 말에 딱 맞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독서와 여행을 모두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앞서 고른 책은 잠시 집어넣고, 읽고 있던 마르크스의 사랑을 읽기 시작했다. 『자본론』과 사회주의 사상의 아버지로 유명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는 한편,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지만 병으로 죽어간 아이의 장사를 지낼 관도 짜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가난에 평생 시달렸다. 힘겹게 가정을 꾸려나간 그의 의지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아내 예나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책은 다 읽어가던 책이라 지하철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그동안 큰아이가 배고프다고 조르기도 하고, 작은아이는 졸리다고 칭얼대기도 했다. 배고픈 아이의 입엔 집에서 준비해 온 주먹밥을 넣어주었고, 졸린 아이에겐 모유 수유를 하며 나름 험난한 ‘책읽는지하철’을 타며 한 시간 40여 분을 달렸다. ‘책읽는지하철’을 시작한 1월 첫 탑승날엔, 책을 읽던 한 청년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책 읽는 사람들이 앉아서 공부해야지. 난 괜찮아.” 하시며 마다하신 일도 있었다. 또 어느 역에서는 여고생들이 우르르 탔는데,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더니, “야, 여기 사람들 다 책 읽어. 우리도 읽어야 겠어.” 하며 책을 꺼내들었던 기억도 난다. 한 참가자는 기증받은 책과 책갈피를 지하철을 탄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0년 만에 찾은 도서관, 그리고 사서 선생님
지하철에서 다함께 책을 읽고, 아현역 ‘중앙여고’ 도서관에서 조별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앙여고는 내 모교이기도 하다. 아현역에서 학교까지가 조금 거리가 있어 날이 추우면 어쩔까 했는데,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상쾌한 바람이 분다. 다행히 이 날은 날씨가 조금 풀려, 하늘이 온통 파란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 학교로 향하는 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모교에 가는 길은 참새롭다. 예전에 아현역에서 학교 가는 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건물도, 스탠드도 모두 변해 있었다. 하긴 거의 20년이 지났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참가한 이들 모두 운동장 모래를 밟으며 각자의 학창시절 추억에 들떴고, 또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잠깐의 기념촬영시간. 조금은 따가워진 햇살에 눈을 가리고 손을 흔들어 본다.
사진을 찍고 나서, 좁은 계단을 올라 도서관으로 향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 안 풍경을 상상하며 입구에 도착했다. 여고생 시절, ‘나름 도서관 단골’이라 자부했던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도서관은 책과 볼거리가 가득한 ‘교실’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어엿한 ‘도서관’이 되어 있었다. 서고의 위치나 분류도 더 정돈된 느낌이다. 게다가 시민에게도 개방하는 도서관이라니. 동사무소의 남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작은도서관 운동과 일부 학교 도서관을 일반시민에게도 개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앙여고 도서관도 동참하게 됐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십여 년 만에 만난 서경은 사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학창시절 도서관에 자주 놀러왔다고 말씀드리자, 그러고 보니 자주 본 것 같다고 기분 좋게 말씀하신다. 몇 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스쳐갔을까.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말씀해 주시니 더 고마웠다.
언제나, 어디서나 읽는 사람들
참가자들은 조별로 도서관 테이블에 앉아,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지하철에서 각자가 읽은 책 이야기, 책읽는지하철을 타고 온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롤링 페이퍼에 각자가 읽은 책에 대한 키워드, 앞으로 ‘책읽는지하철’에 바라는 점 등을 적어 보기도 했다. 어떤 이는 2호선이 조금 북적북적대서 힘든 면이 있었는지 칸을 좀 나눠서 타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진행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점심때가 지나 다들 배가 고플 텐데, 어찌나 다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잘 하는지…. 아마도 ‘뜻깊은 주말’을 함께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실컷 모자란 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주말에 일찍 일어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책 읽는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뿌듯함이 있었을 것이다. 계속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뜻이 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같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읽는지하철’은 알고 보면 별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책 읽으며 지하철을 타는 일인데, 이 ‘별 거 아닌’ 일이 ‘별 것’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책과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은 무슨 시간이 그렇게 남아돌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독서량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할 일 다 하고, 집에 가서 밤새 책을 읽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공부하다 잠시 쉴 때, 어딘가로 향할 때, 약속시간에 누군가를 기다릴 때, 출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사이사이에 그들은 책을 읽는다.
내가 힘들게 아이들을 데리고 ‘책읽는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책 읽기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 읽는 건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어느 곳에서건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조차도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에, 독서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보여주고 싶기에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책읽는지하철’에 탈 것이다.
책읽는지하철에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간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 10:00~14:00
장소
매회 바뀜, 공지사항 참고
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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