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이경아 여주 오산초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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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3-07 10:18 조회 1,677회 댓글 0건본문
활짝 열린 학교도서관에서
삶을 아름답게 가꿔요
이경아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오산초 학교도서관은 운동장, 복도, 돌봄교실, 급식실 등 다양한 공간을 하나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도서관의 3면이 개방되어 있어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폴딩도어를 통해 들어와도 되고, 급식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도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발을 들이면 이경아 선생님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는 따뜻한 공간이 등장한다. 한 땀 한 땀 꾸린 공감 북큐레이션 코너,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작은 전시회, 귀여운 굿즈와 함께하는 북카페 공간까지. 선생님은 학생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매달 도서관 행사를 기획한다.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주는 것일까? 다채로운 도서관 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참 많다고 한다. 대도시의 화려함은 없을지언정 서로를 아껴 주는 마음과 독서를 향한 열정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오산초 도서관을 방문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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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이 개방된 시원한 학교도서관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도서관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 쉽고 빠르게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2019년에 학교 전체적으로 공간재구조화사업을 했어요. 당시 교장선생님께선 하루에 버스가 네 대밖에 다니지 않을 정도로 동떨어진 마을에 학교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셨어요. 여주의 외곽 지역이라는 물리적인 위치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도 적절한 문화생활을 누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이용할수 있는 학교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그 아이디어가 설계도에 반영되었고, 학교로 들어오지 않아도 어디서든 손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3면이 개방된 학교도서관이 만들어졌어요. 3방향 통로를 만들 때는 벽을 허물어서 폴딩도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어요.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도서관에 부담 없이 오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잖아요? 오산초 학교도서관은 급식을 먹으러 갈 때, 자유활동실에 갈 때, 복도를 오갈 때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니까 방문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어요. 제가 전시해 놓은 북큐레이션 공간, 행사 포스터를 접할 기회도 많아지니 “선생님, 이건 뭐예요?”라고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아졌고요. 실제로 리모델링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도서관 이용률, 도서 대출률 같은 지표들도 확연하게 올라갔어요.
신학기를 앞두고 바쁘게 지내실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수업과 독서프로그램을 준비하셨나요?
제가 매년 진행하는 독서 수업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라는 수업이에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신입생들이 점차 많아져서 저학년 학생들과는 그림책을 활용해서 수업해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등장하는 어휘를 재밌게 익히는 시간을 가져요. 3~4학년은 이야기 지어 보기, 자기 의견 말하기 등으로 확장해서 수업을 받고, 5~6학년은 미디어 리터러시, 토론 수업을 받아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계식으로 난이도를 올려요.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도서관 행사는 매달 진행해요. 예를 들어, 신간이 들어오면 ‘책제목 찾기’ 행사를 열어요. 무작위로 글자가 배열된 종이에 숨겨져 있는 책제목을 찾으면 상품을 주는 행사인데요. 학생들 반응도 좋고, 자신이 찾은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출로 이어지기도 해요. 최근엔 ‘영광의 독서왕 클래스’를 열었는데요. 이 행사는 책을 대출해 갈 때마다 점수를 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담임선생님들의 반응까지 뜨거웠어요. 점수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반별로 경쟁이 붙었거든요. 권수를 올리기 위해 책을 빌리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반납할 때 간단한 독서 퀴즈를 내서 정말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기도 했어요. 퀴즈를 맞히면 간식도 주고, 선물도 주다 보니 학생들이 정말 기뻐해요. 학교에 처음 부임하고 장서점검을 할 때 분실된 책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행사를 열기도 했어요. 학교 이름이 부착된 책을 가지고 오면 간식이랑 바꿔 주는 행사인데 졸업한 형, 누나들이 빌린 책까지 전부 다 반납이 됐어요. (웃음)
‘책 읽어 주는 언니, 오빠’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요. 소규모 학교이지만 사제 간 관계는 더욱 끈끈할 것 같아요.
수도권 외곽, 소규모 학교도서관을 꾸려 나가시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요. 교육 당국에 바라는 점이나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요?
이번에 인터뷰를 오신다고 해서 이걸 말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제가 사실은 중등 과학교사로 일하다가 정사서 자격증을 따고, 사서교사로 채용된 케이스인데요. 2019~2020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서의 수가 부족하니 저처럼 교사 자격증과 정사서 자격증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교사들을 기간제 사서교사로 채용했어요. 일종의 ‘상치교사’였던 거예요. 저처럼 교과교사로 일하다가 사서교사로 채용된 많은 사서선생님들이 사서교사가 없던 학교에 배치되어 이만큼 열심히 가꿔 놓았는데, 작년 여름에 내려온 공문을 보니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의 교과로 돌아가서 교사생활을 이어 가면 된다지만, 소외된 소규모 학교도서관을 대신 책임질 인원이 없다는 게 걱정돼요. 올해 사서교사 채용 TO도 사실상 0명이라고 하던데… 교과선생님이 갑자기 도서관 업무를 떠맡게 되거나, 학교도서관이 방치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워요. 4년간의 근무 기간이 끝나면 추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저처럼 학교도서관에 뜻을 품고 정사서 자격증을 땄던 다른 선생님들도 고민이 깊어요. 사서교사로 잠깐 일하다 그만두려고 자격증까지 취득한 게 아니니까요. 교육 당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여주는 시민 독서동아리가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한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여주 지역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제가 여주 주민은 아니고, 인근의 이천 사람이긴 하지만 최대한 아는 선에서 이야기해 볼
제가 여주 주민은 아니고, 인근의 이천 사람이긴 하지만 최대한 아는 선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웃음) 근처 공공도서관에서 프로그램 홍보 차 학교로 다양한 공문을 보낼 때가 많아요. 저도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하는데요. 여주는 기적의도서관, 금사도서관 등 시립도서관 조성을 굉장히 잘해 놨어요. 학생과 시민을 위한 방학 프로그램, 상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가남교육도서관은 인근 학교에 역사 교실, 토론 수업등에 특화된 강사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한 학기에 약 8회에 걸쳐 특강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학생들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지역 공공도서관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시민이라면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프로그램 개요를 보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공공도서관에서 저희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공문을 보내면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달하고 있어요.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면 학부모들이 관심 있게 보니까요. 그리고 이천시립도서관과 여주시립도서관도 ‘독서 마라톤’ 행사를 꾸준히 하더라고요. 줄거리, 책 정보 등을 기록해 놓으면 인증을 통해 코스를 완주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지역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가 앞으로 더더욱 공고해졌으면 좋겠어요.
지역 독서 네트워크가 더 튼튼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신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