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허민지 포천 내촌중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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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2-02 11:11 조회 1,667회 댓글 0건본문
톡톡 튀는 기획력으로
도서관을 가꾸는 사람
허민지 포천 내촌중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내촌중은 책 향기가 가득 풍기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학교였다. 곳곳에 자리 잡은 든든한 독서 공간을 손수 가꾸셨을 허민지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학교를 둘러보았다. 계단에 마련된 독서 돗자리 공간,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있는 아침독서용 학급문고,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시(詩) 현수막, 손수 만든 캘리그래피와 주문제작한 북큐레이션 서가까지 다채로웠다. 학생들이 한번이라도 더 책을 펼쳐 볼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였을 사서샘의 손길이 역력했다. 내촌중은 전교생이 인문학 프로그램, 체험형 독서프로그램, 아침독서, 도서관 행사, 교육공동체 활동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독서 내실’이 탄탄한 학교이다. 허민지 선생님은 어떻게 전교생 32명의 작은 농어촌학교에서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도서부를 운영하고, 활기차고 신선한 독서프로그램이 끊이지 않는 학교도서관을 꾸리셨을까?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시종 유쾌한 ‘아이디어 뱅크’이신 허민지 선생님의 도서관 분투기를 들어 보자.
2022년 전국도서관대회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으셨어요. 축하드려요! 농어촌 독서공동체를 운영하며 지역 독서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으셨다고요.
전국도서관대회를 처음 알게 된 건 5월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사서 교육대학원에 다니면서 논문을 쓰느라 엄청 바빴던 시기였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씩 교수님께 논문 피드백을
받으러 다니던 중에 전국도서관대회 공문이 왔어요. 부장선생님께서 그동안 다양한 독서
교육을 해 왔으니 대회를 통해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게 추천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참여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선뜻 참여하기가 어려웠어요. 1차 정성평가, 2차
정량평가, 3차 실사까지 준비할 게 너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부장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서 재차 권유해 주셔서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주변에 대회를 경험해 본 사서선생님도 없고, 아는 정보도 없어서 홈페이지에 있는 공모 요강을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
했어요. 작년에 했던 독서프로그램, 행사 자료를 정리해서 서류를 제출했고, 얼마 후 실사
대상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실사 담당관에게 서울에 있는 대형 학교만큼은 아니지만 작고 알찬 농어촌학교라고 소개했죠.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창원에서 열린 시상식에 교장선생님과 함께 참석했고, 많은 사서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내촌중, 내촌초, 지역 주민들과 연계해 결성한 '비단너울' 교육공동체가 활발하게 운영 중이에요. 선생님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비단너울은 부장선생님이 교직원 회의 때 내촌초와 내촌중이 이름도 똑같고, 거리도 가까우니 함께 교육공동체를 꾸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되었어요. 저는 독서교육은 범교과니까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다고 생각해서 활동을 기획해 보겠다고 제안했어요. 그게 교육공동체 활동의 첫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강의 형태의 작가와의 만남을 시도했어요. 중학생들은 재밌어했지만 초등학생은 지루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초등학생을 위해 듣고, 보고, 만질 수 있는 오감형 독서프로그램으로 기획 방향을 바꿨어요. 동화책을 보고 북아트를 해 보는 활동, 샌드아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 봤어요. 학생들이 집중도 잘하고 정말 재밌어했어요. 웹툰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웹툰 작가를 초청해서 직접 웹툰을 그려 보는 활동도 했는데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모두 만족하는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도서관이 교육공동체의 첫인상이었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사람의 첫인상이 0.01초만에 결정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학교도서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애정을 많이 쏟는구나.’라는 첫인상을 주는 역할을 제가 맡았다고 생각했어요.
도서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꾸리는 독서행사가 내촌중 특색 사업이라고요. 그간의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아침독서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요.
내촌중의 가장 특징적인 독서 사업 중 하나가 아침독서예요. 아침독서를 2019년부터 시작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각 학년마다 돌아가면서 도서관에서 저랑 같이 책을 읽고 있어요. 도서관에 안 오는 날에는 학급문고를 이용해서 책을 읽고요. 도서관에 오는 날에는 8시 반부터 읽고, 안 오는 날에는 8시 50분부터 아침독서 로고송이 나오면 책을 읽어요. 학생들은 로고송이 나오기 전부터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자리에 앉아 있어요. 이번에 쓴 대학원 논문도 아침독서를 주제로 썼어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서 아침독서를 열심히 진 행하고 있답니다.
전교생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고, 교사와 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지낼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선생님에게 내촌중 학생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는 학창시절 때 이름보다는 ‘18번’이라는 출석번호로 불렸던 적이 많았는데요. 제가 내촌중 학생들과 만났을 때는 전교생을 이름으로 부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어요. 학생들은 도서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저를 많이 도와주어요. 제게 학생들은 저를 힐링해 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독서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면 과연 잘 될지 고민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학생들과 도서관에서 수다 떨다 보면 걱정이 많이 사라져요. 저는 업무를 하다 보면 3~4시만 되도 몸이 피곤해지는데 학생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더라고요. 함께 있으면 제게 힘을 줄 때가 많아요. 큰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랑 비교해 보면 내촌중 학생들이 더더욱 가족처럼 느껴져요. 오늘 뭐 했는지, 주말에는 뭐 하고 놀았는지 일상적인 대화를 자주 나누는 가족이요. 주로 도서부원들이 스몰토크 하러 매일매일 도서관에 놀러 와요. 가끔 진지한 연애 상담도 해 주고 있고요. (웃음)
학교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요. 내년에 들어올 새내기들에게 미리 인사를 건넨다면요?
롱런 (long-run)하는 농어촌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외부 지원이 있으면 좋을까요? 외부에서 해 주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운영비를 필요한 금액보다 적게 배정해 주는 학교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예산이 너무 적으면 학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도서관 행사를 적극적으로 꾸리기가 어렵지요. 내촌중은 학교도서관에 예산을 많이 편성해 주는 편이에요. 덕분에 행사도 다양하게 많이 열 수 있고, 행사 물품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할 수 있고요. 도서관에 예산을 얼마큼 편성했는지는 전국도서관대회 평가 영역에 포함되어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에요. 학교가 도서관에 애정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도시 외곽에 있는 농어촌 학교일수록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편성해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내촌중도 제가 부임하기 전까진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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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글책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일 텐데, 독서로 유인하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다면요?
학생들을 위한 독서교육에 몰입하다 보면 나만의 독서 시간을 갖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