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김현미 사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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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0-06 18:08 조회 1,880회 댓글 0건본문
작은도서관의
큰 사람1)
김현미 민들레홀씨작은도서관 사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드라마 <미생>에는 캄캄한 도시를 수놓는 불빛을 바라보던 장그래가 자그마한 불빛 하나 온전히 책임지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국에는 6,448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2021). 오늘도 작은도서관 사서들은 묵묵히 6,448개의 작은 불빛들을 책임지고 있다. 민들레홀씨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김현미 사서의 불빛은 특히 크고 밝아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언제나 이용자들의 편의와 이익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 주변 사서들,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하여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한다. 그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일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다양한 도서관 프로젝트를 벌이는 일을 즐기고, 광범위한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워커홀릭’의 면모이다. 일을 사랑하는 사서이지만, 스스로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열정은 ‘만들어진 것’ 보다는 ‘체화된 것’에 가까워 보였다. 자신이 맡은 도서관의 작은 불빛을 마을 공동체와 연결하여 지역 독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그와의 만남은 내게 주어진 작은 불빛에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불빛의 크기가 크든 작든, 주어진 자리를 책임지고 지키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의 밤은 늘 밝게 빛난다.
1) 동료 사서가 김현미 사서를 추천하며 언급한 그의 또 다른 별명이기도 하다.
'민들레홀씨'라는 이름에서 독서문화가 활짝 꽃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요.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요.
민들레홀씨작은도서관은 2007년에 개관했어요. 보시다시피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되어 있어요. 그래서 도서관 이용률도 매우 높고,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큰 편이에요.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 주민들이 많은데 시립도서관은 멀다 보니, 이곳을 많이 이용
하는 편이에요. 저는 2019년에 이곳에 왔고, 그전에도 작은도서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작은도서관의 사정은 잘 알고 있었어요. 다만 민들레홀씨작은도서관은 마을 공동체 같은 느낌보다는 공공도서관에 오듯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요. 정보에 대한 요구도 높고, 책에
진심이신 분들도 많아요. 동네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이는 작은도서관보다는 개인적인 성
향이 좀더 강하긴 하지만,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느슨한 공동체
의 느낌이에요. 어린이 이용자들도 돌봄을 받거나 놀이터에 오듯이 도서관에 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러 와요. 구도심 작은도서관에서 일했을 때는 놀이터에 놀러오듯 오는 어린이들이 많았는데, 이곳은 정숙하게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작은도서관의 이미지와는 약간 달라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3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 같아요. 인프라를 갖춘 대형 도서관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하셨나요?
저희는 공립 작은도서관이다 보니, 시청에서 내려오는 운영수칙을 따라 운영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19로 휴관을 했었는데, 제가 10년 넘게 사서로 일하면서 이렇게 길게 휴관을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휴관해도 되나?’ 싶었고, 이용자들에게 도서관이 쉬고 있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가도 정리하고, 이용자들이 요구했던 자료들도 재정비했어요. 컬렉션 서가도 준비하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반납되는 책들은 전부 수작업으로 소독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크죠. 저희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건지,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용률이 높았어요. 작은도서관이지만 정보에 민감한 이용자들이 많아서 컬렉션 서가를 잘 꾸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월간 컬렉션으로 이 용자들에게 말을 걸자고 생각했고, 도서관에서 다뤄 보고 싶은 주제는 테마 컬렉션으로, 시의적인 주제는 이슈 컬렉션으로 만들었어요.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컬렉션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도전! 1인출판, 그림책 놀이터, 헌옷의 재탄생 등 다양한 독서·비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다담 그림책 동아리, 그림책 만들기 소모임, 그림책 학교까지 그림책에 진심인 활동이 활발해요. 그림책을 중심으로 모임을 꾸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담(다름과 다양성을 담다) 그림책 학교를 수료하신 이용자 중에서 그림책에 꾸준히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모여서 다담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손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어요. 올해는 신중년을 위한 그림책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그림책 활동이 많은 이유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이끄시는 강사님도 그림책에 애정이 많아서예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따로 봐도 괜찮고,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그림책인 것 같아요.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이용자들도 많았고요. ‘그림책 만들기 소모임’을 꾸리고 싶다는 이용자가 있어서 도서관 공간을 빌려드리기도 해요. 소모임 구성원 중에는 1인 출판을 하는 분도 있어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다담 그림책 동아리와 연계해 서 함께 책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성인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어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어요. 어린이들의 쓴 글을 문집 으로 담는 ‘똑똑글(똑똑하게 똑부러지게 글쓰기)’ 프로그램을 다듬고 발전시켜서 글이 아닌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 책을 만들어 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림을 그리려면 대면으로 활동을 해야 하니 하루빨리 대면 사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이용자들이 그림책을 활용하여 만든 보드게임
고전 이슈토론, 꿈찾기 프로젝트 등 지역 초등학교와 꾸준히 연계사업을 꾸리고 있으신데요. 작은 도서관과 협력하고 싶은 사서선생님들께 꿀팁을 주신다면요?
민들레홀씨작은도서관은 주민센터 안에 있어서 찾아오기 좋지만,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 곳에 도서관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초등 학교도서관과 프로그램을 연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도서관을 홍보하고, 마을 독서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 지 어린이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어린이들이 원하는 독서 프로그램이 무엇인 지 파악할 수도 있었고요. 함께 연계사업을 할 때 중요한 건 선생님들의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인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와 함께했던 선생님들은 열정적이셨어요. 작은도서관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 주는 아이디어도 많이 제안해 주셨고요. 저는 지역사회의 도서관을 하나하나 방문해 보고 이용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학교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다양한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자료도 이용하고, 독서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 좋겠어요. 비대면 활동으로 지역 도서관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각 도서관의 특징은 무엇인지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해 본 적 있어요.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는 게 어려운 시기라면 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간단한 퀴즈를 만들어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진행해도 좋아요.
지역 주민들과 복작복작 살갑게 지내다 보면 잊지 못할 해프닝도 많을 것 같아요. 인상 깊었던 이용자나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자원봉사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고요.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방학 기간에 활동한다고 들었어요. '요즘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비결을 알려주신다면요?
서가 정리, 이용자 응대, 프로그램 운영 등 맡은 업무가 많아서 지칠 법도 한데, 어떻게 열정을 유지하시나요?
작은도서관에서 퇴근하고 '인간 김현미'로 돌아왔을 때 취미나 관심사가 무엇인가요? 가장 나다운 시간은 언제인지도 궁금해요.
내가 꿈꾸는 도서관, 사서로서 나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