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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평생독자 기르는 법] 느리지만 확실한 독서 마중물, 모래시계 독서인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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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10-13 16:24 조회 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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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확실한 독서 마중물,

모래시계 독서인증제


지난 7월호에 소개한‘ 여름방학 독서빙고’는 학생들의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한 한시적 이벤트였다. 반면 이번 호에 소개하는‘ 모래시계 독서인증제’는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독서 습관 키우기의 끝판왕 프로그램이다.

김규미 진주 남강초 사서


학생들은 대개 일정 시간 집중해서 꾸준히 책을 읽기 어려워한다. 학생들이 꾸준히 책을 못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그러나 사서가 그 다양한 이유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없다면, 거꾸로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 도서관에서 차분하게 집중해 독서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독서의 ‘질’ 끌어올리는 프로그램
모래시계 독서인증제 진행 방법은 간단하다. 학생들은 20분간 책을 읽고, 읽은 책의 서지정보를 활동지에 간단히 기록한 후, 사서선생님에게 확인 도장(또는 스티커)을 받으면 된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학생에게는 학기말에 독서 콘서트 초대권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기존의 스티커 보상 활동과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기존 활동은 책을 여러 권 읽고 스티커를 많이 받아야 하는 양적 경쟁이다. 따라서 분량이 짧은 책을 대충 훑고 독후활동지에 아무 글이나 베껴 써도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이 활동은 몇 장을 읽든 몇 권을 읽든 그 양과 상관없이 20분을 집중해서 읽는 연습을 반복하는 질적 측정이다. 책 선정은 자율이지만 만화책은 제외한다. 읽기를 시작했지만 잡담하며 산만했을 때에도 스티커를 받을 수 없다. 처음에는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하다 보면 20분이 10분처럼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40분을 내리 읽으면 도장을 하루에 두 개 받을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마침내 독서에 익숙해진다.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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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독서 시간을 20분으로 정한 이유
학생들은 책을 펼치고 몇 분 정도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유의미한 독서를 맛보기에 10분은 너무 짧고, 30분은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20분 정도를 제안한다. 20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고작 20분 읽어서 책을 뭐 얼마나 읽겠나 싶지만 읽다가 어느 날 재미를 느끼게 되면 약속 시간과 상관없이 독서는 이어진다. 쉽게 말해 20분짜리 모래시계 독서는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미끼 상품 같은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 학기에 20분씩 30회만 반복해도 무려 10시간인 데다가 더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열려 있는 셈이다.

모래시계 독서만을 위한 공간 마련하기
도서관 한쪽에 ‘모래시계 독서 공간’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 참여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타인의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모래시계 공간에는 모래시계와 필기도구, 활동지를 두고 다닐 수 있는 활동지 보관함 등을 비치한다. 조용하게 집중하는 분위기를 위해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규칙이나 안내 사항을 출력해서 공간 내 붙여두면 도움이 된다. 모래시계는 한 번에 20분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한 학급 정도의 분량을 비치한다. 학생이 모래시계를 이용해 스스로 시간을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교사는 학생이 제대로 독서에 집중하는지 곁에서 지켜봐 주면 된다. 활동지는 필자의 경우 캔바로 간단하게 만들어서 전교생 숫자만큼 인쇄를 의뢰했다. A4용지 프린트물은 얇아서 한 학기 동안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꺼운 용지로 반 접는 형태의 양면인쇄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비용이 저렴해서 예산 부담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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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정산으로 보상은 톡톡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독서교육도 참여율이 저조하면 독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적절한 보상은 학
생들에게 독서 습관이 자리 잡힐 때까지 꾸준히 책 읽기를 반복할 동기를 제공해 준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진행 기간이 긴 만큼 학기 중에 중간 정산을 한 번 해 주자. 예를 들어 30회 중 15회 이상 달성한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을 제공하면 시들하던 분위기도 살아나고, 포기했던 학생들도 다시 분발할 수 있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확실한 당근으로는 ‘학기말 독서 콘서트’를 추천한다. 학기말에 목표를 달성한 학생 명단을 발표하고 독서 콘서트 초대장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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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위한 독서 콘서트의 톡톡한 효과
독서 콘서트는 모래시계 독서 인증제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만 초대받을 수 있는 특별한 학기말 이벤트다. 독서 콘서트 행사 구성은 도서부나 학부모 봉사자, 교사들과 함께 다양하게 채울 수 있다. 마술 공연, 그림책 낭독극, 몸으로 말하는 퀴즈쇼, 인기 많은 선생님의 노래나 악기 연주 등과 함께 푸짐한 선물과 간식은 필수다. 풍선 장식이나 현수막 등을 이용한 화려한 장식도 겸하면 좋다. 핵심은 ‘소수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비공개 파티’라는 점이다. 꾸준히 독서를 이어 온 행동에 대한 인정과 보상으로 제공하는 시간인 만큼, 독서 콘서트 참여 후 양손에 선물을 가득 안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어깨에 성취감과 자부심을 한껏 얹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늘 동조 현상이 강하다. 독서하는 친구들의 솟아오른 어깨가 유난히 멋있어 보일 때, 학생들로 하여금 독서는 소수에서 다수로 넘어간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독서 콘서트 초대장은 모래시계 독서 인증제에 기꺼이 참여할 이유가 되어 준다.

모객에 실패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처음 진행할 때는 홍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20분이라는 독서 시간은 어렵게 느껴지고, 본 적 없는 독서 콘서트에 가는 건 막연하기 때문이다. 귀찮고 힘든 독서 프로그램에 굳이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더 많을 수 있다. 필자 역시 첫 학기에는 흥행 참패를 맛보았다. 도장을 다 찍은 학생의 수가 너무 적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의 도서관 대출 이력을 참고하여 각 학급에서 우수 독서가를 추천받아 함께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단 독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각 반에서 한 명 이상의 학생이 독서 콘서트를 경험하고 난 후 교실에 돌아가 자신이 누린 특별한 시간에 대해 알리기 시작하자, 다음 학기 모래시계 독서인증제 홍보는 훨씬 쉬워졌다. 이렇게 1년만 반복하면 긴 설명 없이도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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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독서인증제 운영 시 유의점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독서할 동기를 부여해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잡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학생이 아침 활동 시간, 점심시간, 수업 중 자투리 시간 등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도서관 또는 교실)에서 쉽게 책을 펼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독서장소가 꼭 도서관이 아니어도 괜찮다. 사서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 도장을 찍어 줄 수도 있다. 학교 어디든 ‘시계’와 ‘도와 줄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면 모래시계 독서를 권할 수 있다. 이런 유연한 운영을 위해서는 학생보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먼저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를 구해야한다. 대상 학년과 기간을 정하고, 그 취지를 적극 교내에 알리자.

홍보는 하되 참여는 자율에 맡기기
어떤 학급은 전체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학급은 담임선생님의 주도하에 다른 독서교육을 이미 실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학교도서관은 각 학급의 개별적 독서교육을 존중하고 지원해 주는 역할도 중요하므로, 프로그램의 참가 여부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특별한 독서교육 계획이 없는 학급에는 모래시계 독서 인증제를 적극 권하되, 별도의 독서교육을 하는 학급에는 학기말에 선물을 지원해 주는 등으로 다양한 독서교육 방법이 공존하는 환경을 유지하길 추천한다. 하지 않던 행동을 새롭게 시작해서 반복하는 것은 어렵다. 약사들은 약을 처방할 때 대부분 식후 30분 후에 복용하라고 안내한다. 특정한 장소(식탁)에서 매일 반복하는 습관(식사)에 새로운 행동(약 먹기)을 연결하면 기억하고 실행하기 쉽기 때문이다. 모래시계 독서 인증제도 같은 원리다. 교실이나 도서관같이 매일 방문하는 익숙한 장소에서, 아침 활동 시간이나 점심 시간처럼 매일 반복되는 시간에, 독서라는 행동을 붙여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한 학기 정도면 독서 습관을 확고히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학기초에 시작해 꾸준히 모래시계 독서를 반복한다면, 학생들은 방학 전에 30회 이상 충분히 독서할 수 있다. 학사 일정을 감안해 도달해야 할 횟수와 기간을 정해 주자.

독서인증제, 자발적 독서 이끄는 확실한 마중물
모래시계 독서인증제를 할 때 누가 더 많은 도장을 받았는지 겨룰 필요가 없다. 일정 개수만 채우면 누구나 우수 독서가로 인정받으며, 모래시계 독서 콘서트에 초대받아 그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처음엔 선물이나 콘서트 초대장이라는 말에 이끌려 독서를 시작했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비 오는 날 파전 생각나듯 자연스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자발적으로 독서를 즐겼고, 그 수도 점점 늘었다. 모래시계 독서인증제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건강한 독서 문화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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