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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첫 전보, 첫 리모델링! 도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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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3-05 15:05 조회 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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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전보, 첫 리모델링! 

 도전의 시작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학교도서관 경영론 수업 시간, 내가꿈꾸는 학교도서관 공간을 설계하는 과제를 할 때였다. 도화지에 이런저런 공간을 그려 보며 생각했다. ‘나도 학교에 가면 이렇게 도서관을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 기회가 있을까?’ 사서교사가 되고 발령받은 첫 학교는 설립된 지 5년밖에 안 된 곳이었다. 리모델링 사업 선정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나는 관리자의 성화에 못 이겨 사업 신청서를 억지로 작성했다. 그렇게 신청서를 작성해 갔더니 돌연 신청을 취소하라는 관리자의 말이 돌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관리자, 행정실, 교사의 삼박자가 맞아야 어떤 사업이든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정원진 구미 형곡중 사서교사  




첫 전보 학교에서 마주한 열악한 학교도서관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선생님들의 사업 후기와 까마득한 업무량을 보고는 더더욱 이 사업에 도전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은 사서교사로서 한 번쯤은 꼭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온 사업이었다. 모든 사업을 마친 지금, 나에게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던 시기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진행했기에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대학시절 나만의 도서관을 그리며 느꼈던 설레고 즐거운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임했던 나날이었다. 서툴렀지만 그랬기에 더 소중했던, 지난 8개월간의 여정을 조심스레 기록해 본다.

2024년 2월, 새 학기 준비 주간 첫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전 교직원 회의를 도서관에서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교사로 발령을 받고 처음으로 근무했던 정든 학교를 떠나 새 학교로 향하는 내내 설렘보다는 긴장이 앞섰다. 본관 4층 중앙, 도서관 문을 처음 열었던 순간 예상보다 더 열악했던 도서관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누렇게 뜬 하늘색 벽지, 어두컴컴하게 그늘진 서가 사이 복도, 비어 있는 정보검색대, 1평 남짓한 대출·반납 공간, 물 먹은 듯한 스피커와 흐릿한 빔 프로젝터, 3단 서가 위에 짐짝처럼 쌓인 너덜너덜한 박스들과 먼지가 소복이 쌓인 선풍기 두 대. 내가 이 학교에 온 이상 리모델링 사업을 해야만 하겠구나, 하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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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사인물과 노후화된 외부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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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순서대로) 창고처럼 쓰이는 서가 한 구석 / 수업 및 회의 공간 / 자료 및 대출·반납 공간 



경북교육청 관할 학교도서관의 특이점


경북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리모델링 사업 이야기를 지면에서 본격적으로 하기 전, 경북교육청의 사정에 대해 설명해야 사업 진행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가 편할 것 같아 아래에 간략히 말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경북에는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이 오직 사서교사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경북의 초·중·고등학교에는 공무직 사서가 단 한 분도 계시지 않는다. 이러한 배치 의도

는 학교가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기능 중 교육적 역할에 그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물론 전국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배치율은 약 12%로 여전히 매우 낮은 편

이다).

두 번째, 경북은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던 기간이 가장 오래된 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사서교사 TO가 있는 학교가 정해져 있고, 사서교사가 새로

운 학교에 신규 발령을 받거나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하더라도 기존 사서교사가 근무했던 학교에 가게 된다. 이와 달리 경북에는 중·고등학교 배치 순번이 정해져 있고, 이 순서에 따라 사서교사가 시군별 관내 학교에 배치된다. 이에 따라 사서교사가 근무 만기가 되어 이동하게 되면 그 학교의 사서교사 TO는 사라지게 되고, 후임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는다. 정해진 배치 순번을 돌아 사서교사가 다시 배치될 때까지 학교는 다른 교과교사에게 학교도서관 업무를 대신하게 하고, 사서교사가 다시 배치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무척 길다는 것이 문제다.


도서관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배치 구조

내가 근무하는 지역인 경북 구미시의 경우, 중·고등학교만 약 50교 정도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관내 중등 사서교사 수는 12명뿐이다. 공립이 아닌, 국립 및 사립 학교 10교를 제외한다고 해도 사서교사가 배치될 수 있는 학교 수는 40교. 한 학교에서 최대 근무 기간인 4년씩 근무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서교사가 학교를 최소 서너 번 정도는 옮겨야 구미에 있는 모든 학교에 한 번씩 근무할 수 있다. 실제로 구미에서는 한 학교의 사서교사 공석 기간이 최소 12~13년이다. 어느 특정 학교에만 계속해서 사서교사 배치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 관내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를 한 번씩 돌아가며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학교를 떠나면 학교도서관은 또 다시 오랜 기간 방치될 것이란 생각에 씁쓸해진다.

지난해 전근해 온 형곡중 또한 내가 오기 전 13년의 사서교사 공백 기간이 있었다. 필연적으로 도서관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 하나 있

었다. 바로 사서교사 미배치 기간에 교과교사가 사서교사처럼 도서관에 상주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학교와는 달리 서가 배열이 청구기호 순으로 대체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가구들이 연식에 비해 깨끗했으며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 또한 매우 높았다. 도서관 행사를 하면 300명의 학생이 거뜬히 참여했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앉을 자리가 없어 반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책을 읽는 학생들을 보며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의지가 더 불타올랐다.



관리자의 협조가 큰 성공 요인


리모델링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진행할 때는 학교 관리자 및 행정실의 생각과 협조가 무척 중요하다. 감사하게도 우리 학교의 경우 모든 분이 도서관에 호의적이었다.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나의 전문성을 믿고 도서관을 있는 힘껏 지원해 주셨다.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필수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주셨고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일은 나에게 전적으로 맡기셨다. 행정실장, 계장님과 주무관님들 또한 설계, 공사, 예산 집행까지 내가 모르는 부분을 상세히 알려 주시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시는 등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와주셨다. 관리자 및 행정실 담당자와의 갈등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에 난항을 겪은 다른 학교 사서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업을 참 수월하게 했구나. 학교 구성원들의 지지 속 사서교사의 자율성을 확보한 최상의 환경에서 사업을 진행했기에 이번 현대화 사업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업 신청서 작성하기


사서교사를 중심으로 학교 구성원들끼리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타당성을 함께 공유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업 신청서 작성’이다. 신청서는 쉽게 말해 ‘리모델링 사업 계획서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청서에는 사업의 필요성, 학교도서관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사업 예산 등의 내용을 현재 학교도서관 현황 사진을 첨부하여 기입한다. 경북의 경우, 교실 1칸 크기당 6천만 원의 리모델링 사업예산을 교부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최대 교부 금액인 1억 8천만 원을 신청했고, 여기에 학교도서관 비품 구입 지원비 사업의 최대 교부 금액인 1천만 원을 추가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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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곡중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 신청서


가장 중요한 건, 사업 시행 이유

예산 집행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시설비, 기자재비 등을 써야 하지만 상세히 쓰지 않아도 되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가 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현재 도서관의 모습을 상세히 서술하고, 학교도서관 운영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어떤 도서관을 만들어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학교들이 여름방학 동안 공사를 진행하고 9월~10월쯤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착공하려면 1학기 때 설계도 완성은 물론이고 장서 이동과 짐 정리까지 모두 끝내 놓아야 한다. 사업에 선정되고 나면 실행계획서와 추진계획서 작성, TF팀 결성, 설계 업체 의뢰 등 당장 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러므로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에는 선정 결과를 기다리며 우리 도서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료 공간, 대출 및 반납 공간, 수업 공간, 열람 공간, 교사 연구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생각해 보며 도서관을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지 가볍게 청사진을 그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2024년 4월 1일, 사업 최종 선정 공문과 함께 3월에 신청한 금액을 모두 교부받을 수 있었다. 전임자 선생님께서 배정해 두신 학교 자체 예산 2백만 원을 합하여 최종 금액 1억 9천 2백만 원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다음 호에서는 학교도서관 설계 이전까지 사서교사가 준비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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