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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우리 도서관은 지금] 우리가 빛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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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9-01 11:47 조회 6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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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나는 순간 

꿈을 논하는 진로 인터뷰집을 내기까지


표지는 책의 첫인상이다. 표지만 보고 집어 든 책이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낼 땐 ‘serendipity1)’를 마음속으로 외친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낭만적인 감상이지만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으리라. 푸르스름한 빛깔의 표지에 가느다란 그믐달과 새하얀 글씨가 은은하게 빛나는 이진순 작가의 인터뷰집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은 그렇게 만난 책이었다. 


김예선 인천 부광여고 사서교사   



1) 뜻밖의 재미(기쁨)을 뜻한다.


 
인터뷰, 강렬하고 여운이 남는 소통

인터뷰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었다. 특정 정보를 얻기 위해, 해당 인물의 입장이나 상황을 알기 위해 찾아보는 게 다였다. ‘인터뷰’라는 행위에 매력

을 느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판에 박힌 질문과 대답에서 벗어나 조심스럽지만 핵심을 짚는 질문을 건네고, 경청과 공감의 태도로 상대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이끌어 냈다. TV에 나오던 유명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책 속에는 그저 한 명 한 명의 지치고 고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생기 있다 못해 비리기까지 한 날것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에 불씨를 옮겨 고요한 촛불을 퍼뜨린다.

우리 도서부 학생들은 문과뿐 아니라 이공계에 예체능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로를 갖고 있다. 도서관을 좋아해서, 딱히 마음에 드는 동아리가 없어서, 이전에 도서부 활동을 즐겁게 했던 경험이 있어서 등등 가입 동기도 다양하다. 도서부에 들어온 아이들은 도서부라는 동아리의 특성을 알면서도 내심 ‘생기부 기록’에 욕심을 낸다. 각자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동아리에서도 했으면 하는 거다. 나 역시 학생들 사이에서 도서부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지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전율과 감동이 스쳤다. 직업인과의 만남, 진로체험의 날 행사 등 진로 탐색을 돕는 교내 활동들은 많았지만, 아이들이 전문가와 깊이 소통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랐다. 이왕 하는 거 학생과 전문가 양쪽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욕심에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너희가 직접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건 어때?” 


아이들은 의욕을 내뿜으며 좋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즉시 활동의 세부계획을 세웠다. 실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운영했다. 이를 6단계로 통합해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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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인터뷰집 만들기의 단계별 순서  



진로 인터뷰집 만들기의 순서


1단계 인터뷰집 읽고, 좋은 인터뷰어의 기준 파악하기 

첫 단추는 학생들을 ‘인터뷰어’로 교육하는 것이다. 좋은 인터뷰가 무엇인지 백날 떠드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 읽고 느끼는 것이 와닿겠다 싶어 인터뷰집을 읽기로 했다. 물론 좋은 영상자료들도 많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 속에서 좋은 인터뷰의 기준을 발견하고 정리하기엔 어려울 것 같아 책을 읽기로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집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이진순), 『멋있으면 다 언니』(황선우), 『내일을 위한 내 일』(이다혜)을 주제도서로 선정하여 제시한 후 각자 원하는 책을 한 권씩 고르게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인터뷰집에서 마음이 기우는 인터뷰이의 인터뷰를 읽고, 인터뷰어의 태도를 중심으로 ‘인터뷰의 좋았던 점 혹은 특별한 점’과 ‘아쉬운 점’을 찾았다. 도서부장과 차장을 중심으로 서로 느낀 점을 나누고 협의하며 좋은 인터뷰와 나쁜 인터뷰의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전문가의 인터뷰를 직접 읽으며 그 과정을 따라가고,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니 아이들도 좋은 인터뷰가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인터뷰에 임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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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7분 모의 인터뷰 

좋은 인터뷰어의 태도를 학습해 보기 위해 도서부원끼리 모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아이들은 경청하는 태도와 공감을 표하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말을 유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답했다. 인터뷰어로서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게임 형식으로 ‘7분 인터뷰’를 실시했다. 모의 인터뷰 당시는 학기초로 도서부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한두 번 봤던 사이였다. 특히 1, 2학년 학생들은 굉장히 서먹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라 일부러 선후배가 1:1로 짝을 지어 활동을 했다. 

인터뷰를 위해 주어진 10분 동안 서로의 카톡 프로필이나 SNS 등 상대가 제공하는 정보를 살펴본 후 3가지 질문을 준비하게 했다. 이후 순서를 정해 7분간 한 명은 인터뷰어, 다른 한 명은 인터뷰이를 맡아 인터뷰를 하도록 했다. 질문이 창의적이거나 진지할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질문으로 7분 동안 인터뷰를 이어간다는 것은 거의 처음 이야기해 보는 사람을 상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인터뷰를 이어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뷰이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경청하며 대답을 유도해야 했다. 낯가리는 아이들이 많아 처음에는 무척 어려워했지만, 다들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은 실제 인터뷰를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바짝 긴장하며 다짐하기도 했다.


3단계 목적과 대상 탐색 후 인터뷰이 섭외하기 

실제 인터뷰를 준비할 시간이다. 학생들 각자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을 중심으로 인터뷰의 목적을 적게 했다. 최대한 다양하게 적어 본 후, 작성한 질문들에 답변할 수 있는 직업군을 찾게 했다. 가급적이면 대면으로, 우리 지역에서 일하는 일반인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인근 지역에 해당 직업군이 있는 기관 및 단체 등에 전화하여 인터뷰의 취지와 목적, 내용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요청 전화는 인터뷰의 연습을 겸하여 학생들이 직접 하게 했다. 요즘 아이들은 카톡이나 SNS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낯선 사람과의 통화를 무척 어려워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선 공적인 내용을 전화로 요청하는 체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통화 멘트를 미리 정리하여 작성하고, 너무 긴장된다는 학생은 필자의 옆에서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일부 학생들의 손을 잡아 주고 격려하며 마음으로 응원했다). 몇몇 학생들은 가족의 인맥을 적극 활용하여 섭외하기도 했다. 방문하기엔 먼 지역에서 거주(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 포함)하거나 근무하는 경우가 있어 Zoom을 활용했다. 단번에 요청을 수락한 분들도 있었지만, 어떤 학생은 다섯 번 넘게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학생이 좌절할까 봐 인터뷰의 부담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했다. 마침내 모든 학생들이 인터뷰이를 섭외할 수 있었다.


4단계 인터뷰 진행하기


실제 인터뷰를 진행할 시간이다.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하는 학생들은 별도의 시간을 정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대면으로 하는 학생들은 한정된 동아리 시간 동안 인천 각지로 흩어져야 했다. 인터뷰 활동의 의의와 감사한 마음을 적은 편지와 함께 소정의 선물을 학생들에게 들려 보냈다. 그리고 지하철역 근처의 독립서점을 대관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학생들과 함께 인터뷰집 제작을 위한 회의를 하며 대면 인터뷰를 하러 간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학생들에게 원고 작성을 할 때 도움이 되도록 인터뷰이의 허락을 구해 인터뷰 촬영과 녹취를 권장했다. 촬영이나 녹음을 원치 않는 분들이많았지만 자신을 직접 방문한 학생들의 열의에 무척 기쁘게 반겨 주셨다. 직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진행한 활동이다 보니 학생들 역시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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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건네는 학생의 모습 



5단계 원고 작성 및 편집하기


인터뷰를 마친 후 학생들은 원고를 작성했다. 직접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이 쓴 원고를 읽으니 잔뜩 긴장한 와중에도 프로 인터뷰어의 태도를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이런 활동을 해 본 적 없고, 게다가 혼자 낯선 성인을 독대하여 활동을 진행해야 했던 아이들을 떠올리니 그 노력이 무척 값지게 느껴졌다. 모든 학생들이 각자 원고를 제출했고, 원고를 합해 편집했다. 본문의 편집 양식은 통일하는 게 미적인 측면에서나 가독성 면에서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모두 다르고, 각자 개성을 살려 진행했기에 각자의 색깔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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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제출한 원고 중에서 



인터뷰집 본문은 각자 원하는 스타일대로 편집하도록 했다. 이 활동의 첫 계기가 되었던 이진순 작가의 책제목을 바탕으로 인터뷰집의 제목을 짓고 싶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는 인터뷰이들, 그리고 그런 분들을 인터뷰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모두 빛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의 인터뷰를 모은 원고의 책제목을 『우리가 빛나는 순간』으로 정했다. 한 명의 인터뷰어이자 작가로서 활동 소감까지 쓰고 난 후 드디어 책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무사히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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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인터뷰집 『우리가 빛나는 순간』을 전시한 모습 

6단계 인터뷰집 제작 및 전시

출판한 인터뷰집은 학교 동아리 축제 기간에 전시했다. 전시 공간 한편에 도서부 학생들이 만든 인터뷰집을 비치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까지 인터뷰집을 본 사람들은 “정말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를 한 거예요? 어떻게 섭외했어요?”라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어깨는 으쓱해졌고, 더욱 신이 나서 소개했다. 다른 곳에서 부스를 운영하느라 내내 자리를 지킬 수는 없었지만 학생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분들이 있어 아이들의 성취감이 드높아졌다. 한 번 더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견에 힘입어 올해도 글쓰기 활동을 진행 중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진로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매달린다. 직업을 소개하는 어떤 책자나 영상도 현실적인 정보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와닿는 진로체험이지 않을까. 앞으로도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들이 도서부로 모일 것이다. 그 만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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