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꿈책 도서관 이야기]함께 읽고 같이 걸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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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2-05 13:15 조회 4,669회 댓글 0건본문
그대가 서 있는 곳에서 답을 찾고 싶다
내게 종종 묻는 사람이 있다. 진로교육원에서 볼 때 진로 독서가 어떠해야 하냐고. 이 질문은 여러 고민을 불러왔다. 진로 독서란 무엇일까? 직업을 탐색하는 것일까? 진로를 설계하는 것일까? 학교에서 진로 독서교육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까? 진로 독서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모든 독서가 인생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아닐까?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H여고에서 100개의 독서동아리가 함께 읽고 놀았다. ‘친구와 책 읽기’라는 사랑스러운 주제에서부터 추리소설, 그림책, 과학분야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 주제를 선정해서 2년 동안 제대로 놀았던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이 고3이 되었을 때, 지나온 2년의 함께 읽기가 마음에 어떻게 아로새겨져 있는지 궁금했다. 설문 조사를 해 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95%의 학생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다. 나는 독서동아리 활동에 대한 설문을 분석했다. 84.3%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은 즐겁다”, 67.2%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에게 지지받고 사랑받음을 느낀 적이 있다”, 81.2%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은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을 했다.
독서동아리뿐 아니라, 전체적인 독서토론 활동(독서토론 수업, 각종 독서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 분석을 봐도, 78.6%의 학생들이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것은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을 했다. 국어교사로서 수업을 할 때에도, 학교 전체 독서교육의 판을 짤 때에도 ‘진로 탐색과 설계’는 솔직히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답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H여고에서 고2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진로) 독서토론 수업을 했다. 동 교과 허보영 선생님과 나는 직업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했다. 하나의 직업으로 접근하는 진로 독서는 우리의 실제 삶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세상과 연결된 많은 끈을 이어주지 않기 때문에 미흡하다. 그래서 수업준비를 직업이 아닌 분야로 접근했다. 한 권의 책에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담기게 마련이기에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지 않았다. 가령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노인 문제라는 단독 키워드로 제시하기보다, 삶·죽음·인간의 고독·가족·노인 문제·사회 복지·배려·나눔·의 료와 같은 여러 가지 키워드로 접근했다. 나를 성찰하다 보면, 사람을 탐구하다 보면, 사회를 공부하다 보면, 이 복잡한 맥락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가늠하게 되지 않을까.
내게 종종 묻는 사람이 있다. 진로교육원에서 볼 때 진로 독서가 어떠해야 하냐고. 이 질문은 여러 고민을 불러왔다. 진로 독서란 무엇일까? 직업을 탐색하는 것일까? 진로를 설계하는 것일까? 학교에서 진로 독서교육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까? 진로 독서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모든 독서가 인생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아닐까?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H여고에서 100개의 독서동아리가 함께 읽고 놀았다. ‘친구와 책 읽기’라는 사랑스러운 주제에서부터 추리소설, 그림책, 과학분야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 주제를 선정해서 2년 동안 제대로 놀았던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이 고3이 되었을 때, 지나온 2년의 함께 읽기가 마음에 어떻게 아로새겨져 있는지 궁금했다. 설문 조사를 해 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95%의 학생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다. 나는 독서동아리 활동에 대한 설문을 분석했다. 84.3%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은 즐겁다”, 67.2%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에게 지지받고 사랑받음을 느낀 적이 있다”, 81.2%의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은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을 했다.
독서동아리뿐 아니라, 전체적인 독서토론 활동(독서토론 수업, 각종 독서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 분석을 봐도, 78.6%의 학생들이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것은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을 했다. 국어교사로서 수업을 할 때에도, 학교 전체 독서교육의 판을 짤 때에도 ‘진로 탐색과 설계’는 솔직히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답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H여고에서 고2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진로) 독서토론 수업을 했다. 동 교과 허보영 선생님과 나는 직업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했다. 하나의 직업으로 접근하는 진로 독서는 우리의 실제 삶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세상과 연결된 많은 끈을 이어주지 않기 때문에 미흡하다. 그래서 수업준비를 직업이 아닌 분야로 접근했다. 한 권의 책에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담기게 마련이기에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지 않았다. 가령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노인 문제라는 단독 키워드로 제시하기보다, 삶·죽음·인간의 고독·가족·노인 문제·사회 복지·배려·나눔·의 료와 같은 여러 가지 키워드로 접근했다. 나를 성찰하다 보면, 사람을 탐구하다 보면, 사회를 공부하다 보면, 이 복잡한 맥락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가늠하게 되지 않을까.
함께 읽기라는 너른 그릇에 담다
진로 도서관은 ‘교사 진로 독서 직무 연수’를 연 3회 연다. 이 연수 제목을 처음 듣던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답을 찾지 못했던 지지한 나의 고민과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만났다. 결국 그릇을 정했다. 함께 읽기라는 그릇. 그리고 그릇에 담길 음식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이 다섯 가지는 강원진로교육원 체험마을 분류를 그대로 따왔다. 문화예술, 여가운송, 공공의료, 과학기술, 경영금융. 첫 번째 ‘함께 읽기로 문화예술을 만나다’에서 『노포의 장사법』(박찬일), 『송곳』(최규석)을 미리 읽고 작가를 만나서 그 일을 하게 된 삶의 맥락, 그 일이 자리한 일의 맥락을 들었다. 그림책으로 문화예술을 만나기도 했다. 어떤 주제도 안을 수 있는 함께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하기의 너른 그릇 안에서. 두 번째 ‘함께 읽기로 여가운송을 만나다’에서는 여행 작가 김남희(『길 위에서 읽는 시』), 지금도 간헐적으로 대리 운전을 하는 작가 김민섭(『대리사회』) 작가의 삶을 만나고, 독서토론을 만났다.
진로 도서관은 ‘교사 진로 독서 직무 연수’를 연 3회 연다. 이 연수 제목을 처음 듣던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답을 찾지 못했던 지지한 나의 고민과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만났다. 결국 그릇을 정했다. 함께 읽기라는 그릇. 그리고 그릇에 담길 음식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이 다섯 가지는 강원진로교육원 체험마을 분류를 그대로 따왔다. 문화예술, 여가운송, 공공의료, 과학기술, 경영금융. 첫 번째 ‘함께 읽기로 문화예술을 만나다’에서 『노포의 장사법』(박찬일), 『송곳』(최규석)을 미리 읽고 작가를 만나서 그 일을 하게 된 삶의 맥락, 그 일이 자리한 일의 맥락을 들었다. 그림책으로 문화예술을 만나기도 했다. 어떤 주제도 안을 수 있는 함께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하기의 너른 그릇 안에서. 두 번째 ‘함께 읽기로 여가운송을 만나다’에서는 여행 작가 김남희(『길 위에서 읽는 시』), 지금도 간헐적으로 대리 운전을 하는 작가 김민섭(『대리사회』) 작가의 삶을 만나고, 독서토론을 만났다.
연수를 마친 선생님들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멋진 작가님들과 함께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선물 같은 시간 감사합니다”, 시간 흐르는 게 아까울 정도였어요”, “독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좋았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과의 독서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선물 같은 후기를 남겨 주셨다. 선생님들도 다양한 분야의 삶의 서사와 만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을 무수히 떠올리지 않았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어떤 인생, 일, 사회를 꿈꿔?
진로 도서관은 일 년에 두 번 진로 추천 도서(초·중·고)를 선정하고, 강원도 전체 학교와 교육도서관에 포스터를 보낸다. 요즘, 사회에 좋은 책 목록이 흔하지만, 강원도의 교육기관 중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하여 좋은 책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것은 유일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진로 탐색·설계와 관련한 책을 선정하는 경향이었다.
2018년 봄, 심의위원 선생님들2)은 진로 도서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 혼자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뻤다. 우리는 진로 탐색이나 직업 탐색에 제한되지 않기로 했다. 진로를 하나의 직업만 보는 편협한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사회의 모습-삶의 지향점-일의 방향을 분리하지 않고 이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가령 학교에서 일한다고 할 때, 그 일만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는 수업도 있고, 관계, 사회, 일하는 자들의 근무 환경, 한 사람마다 가진 가족의 환경 등 세상의 많은 것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진로 도서 선정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고, 시작했다.
진로 도서관은 일 년에 두 번 진로 추천 도서(초·중·고)를 선정하고, 강원도 전체 학교와 교육도서관에 포스터를 보낸다. 요즘, 사회에 좋은 책 목록이 흔하지만, 강원도의 교육기관 중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하여 좋은 책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것은 유일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진로 탐색·설계와 관련한 책을 선정하는 경향이었다.
2018년 봄, 심의위원 선생님들2)은 진로 도서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 혼자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뻤다. 우리는 진로 탐색이나 직업 탐색에 제한되지 않기로 했다. 진로를 하나의 직업만 보는 편협한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사회의 모습-삶의 지향점-일의 방향을 분리하지 않고 이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가령 학교에서 일한다고 할 때, 그 일만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는 수업도 있고, 관계, 사회, 일하는 자들의 근무 환경, 한 사람마다 가진 가족의 환경 등 세상의 많은 것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진로 도서 선정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고, 시작했다.
‘밥’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2019년 1월이 벌써 기다려진다. 이 시기에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진로 독서토론 캠프(고교생)’를 열기 때문이다. 이름이 조금 거창하고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독서토론 캠프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이름이라서 버리지 못했다. 캠프는 하나의 소재에 세 가지 분야의 독서로 다각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첫 번째 주제는 ‘밥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이다. 과학적 접근으로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이은희), 사회학적 접근으로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문학·요리 분야의 접근으로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박찬일)를 주제 도서로 정했다. 학생들은 작가를 만나고, 책별로 독서토론을 하고, 마지막에는 세 분야를 융합한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밥을 세가지 관점으로 각각 보고 융합해서 독서토론을 하면, 학생들의 마음과 생각이 어떻게 깊어지고 자랄지 많이 궁금하다. 산만한 수다와 고민 끝에 나는 이제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독서가 진로 독서라고 생각해요.”